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73
018. 청하지 않은 방문객
“초타여응?”
갈색 머리가 쏘아보며 이름을 물어본다.
풍기는 느낌이 겁을 주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새끼들이 남의 이름을 제 맘대로 바꾼다.
초타여응이 뭐냐?
“(넌 누구냐?)”
“(물어볼 것이 있다. 같이 가 줘야겠다.)”
딱딱한 어투에 명령이다.
“네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런데.”
한국어로 했다.
“(네가 가자고 하면 가야 하는 거야?)”
[마스터, 그자들은 CIA 요원으로 확인되었습니다.]그때 위니의 말이 들려왔다.
권총을 소지한 세 명의 남자라는 조합.
그것으로 찾아내다니.
아, 폰을 뒤졌을 수도 있다.
‘그런데, CIA가 왜?’
“(옷을 갈아입을 시간은 주겠다.)”
태영의 질문에 답은 않고, 지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아니 뭐, CIA이면 법도 없나?
가자고 하면 가야 하는 거야?
청하지 않은 방문객이 제 마음대로 명령을 한다.
“(내가 네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있나?)”
“(말로 할 때 가자.)”
“(싫다.)”
“(잡아.)”
태영이 거부의 의사를 명확히 하자마자 곧바로 강압적으로 바뀌었다.
가운데 선 자의 명령.
뒤에 서 있던 둘이 성큼성큼 앞으로 나오며 손을 뻗었다.
주먹질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붙잡으려는 행동이다.
태영은 그를 피해 소파 사이로 움직여 뒤로 물러섰다.
위니가 녹화 중이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의 동작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속도로 움직였다.
그래도 이들은 태영을 잡지 못한다.
간발의 차이로 그들의 손을 피하니까.
“(이 새끼가)”
“(뒤를 막아)”
금발이 언짢게 소리쳤다.
반 대머리 거구가 금발에게 위치를 손짓하며 성큼 다가왔다.
반 대머리의 키가 워낙 컸다.
그래서 한 발자국 움직였는데, 태영은 두 발자국을 움직여서 피해야 했다.
“(야이.)”
소리를 지르며 손을 뻗었다.
한 손으로 3인용 소파의 중앙을 짚고 뛰어넘어 반대편으로 움직였다.
반 대머리의 동작 범위를 벗어나기 위해서다.
금발이 그곳으로 달리듯 오는 사이.
반 대머리는 3인용 소파 위를 마구 밟으며 1인용 소파 쪽으로 넘어왔다.
나는 1인용 소파의 윗부분을 살짝 당겼다.
의자가 흔들리며 반 대머리가 휘청거렸다.
중심을 잡으려 움직이는 사이.
태영은 금발의 옆으로 돌아 몸을 피했다.
~훙~
금발의 주먹이 날아오며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약이 오른 주먹이다.
허리 숙여 피하며 금발의 한쪽 팔을 잡았다.
빙그르르 돌리며 발을 걸자 금발이 3인용 소파 옆으로 넘어졌다.
그사이 반 대머리는 소파에서 내려섰다.
“(아악.)”
엉겁결에 금발의 허벅지를 밟은 것이다.
금발이 비명을 질렀다.
저 거구가 소파에서 내려서느라 체중을 모두 실어서 밟았다.
정말 아프겠다.
“(이 새끼, 너 죽었어.)”
금발의 고함 소리가 올라갔다.
한국 땅의 깡패나 미국 땅의 CIA나 비슷한 부분이 있다.
제 뜻대로 안 되면 일단 욕부터 내지른다.
태영에게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상대다.
상대가 CIA이니 태영을 공격하는 장면 녹화는 좋은 이야깃거리다.
계속해서 도망치려는 동작을 연출했다.
지휘자로 보이는 갈색 머리가 문이 있는 곳으로 가서 섰다.
태영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의도이다.
“(내가 이쪽, 너는 저쪽.)”
허벅지를 밟힌 금발이 허벅지를 주물렀다.
통증이 줄어들자, 손짓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이제는 셋이 삼각으로 포위하는 형태다.
태영은 좌로, 우로 빠르게 조금씩 왔다 갔다 하며 도망치려는 동작을 연출했다.
~철컥~
“(움직이지 마.)”
문 앞을 가로막은 갈색 머리가 총을 빼서 장전하며 소리쳤다.
쏘지는 못할 거다.
쏜다고 해도 상관없고.
“이젠 제압을 할 타이밍이네.”
빠르게 움직여서 금발의 뒤쪽으로 이동했다.
갈색 머리의 총구가 태영을 따라오다가 금발에게 향했다.
금발의 목을 툭 쳤다.
기절이다.
금발이 넘어지기 전에 어깨 아래로 팔을 넣어 붙잡았다.
게걸음으로 반 대머리 쪽을 향해 이동했다.
~후웅~
반 대머리가 주먹을 휘두르는 사이, 금발을 놓고 몸을 살짝 숙였다.
반 대머리의 옆구리 아래쪽을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콰당~
금발이 거실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갈색 머리 앞으로 쑥 나갔다.
희미한 그림자만 보였을 것이다.
~쿵~
반 대머리 거구가 쓰러지는 소리다.
~착~
태영의 손가락 두 개가 갈색 머리의 목을 잠시 잡았다 놓았다.
뒤로 돌아서서 천천히 소파 쪽으로 이동했다.
~쿵~
갈색 머리가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바닥에 쓰러진 거대한 덩치 셋.
이것들을 묶을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으…….)”
쓰러진 한 명에게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싸움을 하려고 들면 모조리 죽여줄 수도 있다.
“싸울 대상은 아니지.”
이들과 싸우면 미 정부와의 싸움으로 번져 갈 수도 있다.
물론, 그 정도로 격하게 가지는 않을 것이다.
“CIA가 무슨 생각이지?”
왜 오늘의 일을 벌이는지 모르겠다.
이들과의 싸움은 정치인 한두 명이나 관료 한두 명과의 다툼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들을 묶지는 않기로 했다.
상의와 하의 주머니를 모두 털었다.
지갑과 권총, 여분의 탄창.
작은 무전기와 휴대폰 등이 나왔다.
모두 소파 가운데에 있는 탁자 위로 던졌다.
갈색 머리의 지갑을 펼치자 신용 카드 2장과 두툼한 지폐, 신분증이 꽂혀 있다.
“현금이 많네.”
직업의 특성상 카드 사용 기록을 남겨서 좋을 것이 없다.
그래서 현금이 많나 싶다.
“Geoffrey O’brien (제프리 오브라이언), 그리고…….”
갈색 머리다.
“Eric Rogers (에릭 로저스).
반 대머리 거구의 이름이다.
금발의 이름은 Conner Mason (코너 메이슨).
전형적인 서양 미남이다.
금발은 녹색 괴물 헐크처럼 생긴 에릭 로저스와는 대비된다.
냉장고를 열어 보니 몇 병의 생수와 작은 술병도 보인다.
생수 한 병을 꺼내 셋의 얼굴에 끼얹었다.
~촤아아악~
“(으, 으으으윽.)”
몸을 벌떡 일으킨다.
조금 전에 자신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잊었나?
“(더 이상 덤비지 마라. 이건 경고야.)”
“(……넌 누구냐?)”
태영의 경고에 제프리 오브라이언이 물었다.
“(누구냐고? 누구인지도 모르고 잡아가려 한 거야?)”
“(그건…….)”
“(그리고, 그건 내가 너희에게 물어야 하는 거 아냐?)”
제프리의 신분증을 들어 눈앞에 흔들어 보였다.
그제야 몸의 이곳저곳을 더듬었다.
무기와 지갑 등을 빼앗긴 걸 이제 안 듯했다.
“(으흐으음.)”
다른 자들도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묶여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일어나 앉는다.
에릭 로저스가 바로 공격 자세를 잡았다.
“(몇 대 맞은 것으로 부족하면, 반년쯤 누워 있게 해 줄 수도 있다.)”
“(이익.)”
태영의 말에 분통을 터뜨린다.
“(왜 너희를 묶어 놓지 않았을 것 같아?)”
“(흥.)”
“(또 덤벼도 결과는 같을 거야.)”
[CIA 한국 지부에서 마스터의 조사에 참여하게 해 달라는 요청을 조병원 소령이 거부한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그래?
조병원이 제법 괜찮은 사람인가?
[이들은 조지아주에서 다른 임무를 수행하던 요원입니다.]그 정도 정보만으로도 충분하다.
다시 이들과 얽힐 일은 없으니까.
태영의 생각이 그렇다고 해서 꼭 그리되지는 않을 것이다.
얽히게 되더라도 그것이 언제일지 모른다.
“(오늘 일은 묻어 주겠다.)”
“(…….)”
“(또 건드리지 말고 조용히 떠나라.)”
“(…….)”
“(한번만 더 날 건드리면.)”
“(…….)”
“(오늘 너희들이 날 공격한 영상이 인터넷에 도배될 거야.)”
“(뭐?)”
“(녹화?)”
“(언제 녹화를?)”
놀란 반응들이다.
“(너희들의 얼굴과 실명, 신분과 함께.)”
녀석들이 얼굴을 돌리며 녹화 장치를 찾는 시늉이다.
그래 봐야 못 찾는다.
“(믿거나 말거나.)”
“(믿을 수 없다.)”
“(믿기 싫으면 시험해 봐. 신분증 포함해서 가족들의 이름과 얼굴도 모두 공개될 거야.)”
“(…….)”
신분증과 무기를 포함한 소지품을 가리켰다.
“(가져가도록, 부서진 집기류는 너희가 배상해.)”
거실 한쪽의 인터폰을 들었다.
[(프런트입니다.)]“(여기 손님들이 와서 집기를 부쉈습니다. 보안 요원들과 함께 와 주세요.)”
제프리가 신분증을 양복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보안 요원들과의 문제는 너희들이 알아서 해결해.)”
***
호텔 지배인과 보안 요원들이 와서 피해 상황을 조사해 갔다.
CIA 요원들은 지배인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그리고 서둘러 방을 빠져나갔다.
밖에 나가서 알아서 하겠지.
그런데,
“너무 순순히 물러갔단 말이야.”
[…….]“CIA 사람들이 그리 착하지 않거든.”
영화 같은 데서 독하게 그려져 생각하는 선입견인가?
[……확인해 보겠습니다.]딜레이 타임 이후에 위니의 말이 들려왔다.
“아냐, 아직은 뭐 그러니까. 혹시 인태프 심었나?”
[……네, 마스터.]“그럼, 내 이름이 나오는지만 체크해 줘.”
[……네.]아, 이 딜레이 타임은 참 짜증 난다.
“그리고, 폭력 전과가 있고 증발된 신분을 하나 찾아줘.”
[……지역은 어디로 합니까?]“뉴욕.”
[……네, 마스터 지금부터 찾도록 하겠습니다.]“그리고, 내일 솔져베리로 가자.”
[……네, 마스터.]에런 젠킨스는 뉴욕 태생이다.
뉴욕을 거점으로 해야 하지만, 그 이름으로 신분증이 없다.
계좌는 위니를 시켜서 확인하면 되지만, 27개월 전에 사라졌다.
사용 가능한 계좌가 없을 수도 있다.
신분증을 만들고, 몇 개 은행에 계좌를 열어야 한다.
스캇 플레처는 LA북쪽의 샌타클라리타.
LA를 거점으로 하고, 신분증과 계좌도 만들어야 한다.
뉴욕에 도착한 후, 에런으로 얼굴을 바꾸고 태영은 사라지면 된다.
***
라스베이거스.
빈털터리 스캇 플레처가 되었다.
옷가지가 든 여행용 가방을 끌고, RTC 버스를 이용해서 호텔 앞에 내렸다.
미국의 행정 처리는 정말 속이 터진다.
한국 땅에 살면서 길들여진 빠른 처리 습관을 버리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들다.
에런 젠킨스의 신분증 분실 신고, 재발행까지 아주 오래 걸렸다.
그 기간을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스캇 플레처의 신분증을 확보하기 위해 샌타클라리타를 왕복했다.
무려 3주.
너무나 긴 기다림.
불법 신분증을 만들어 주는 곳을 이용할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발급된 신분증이 필수여서 어쩔 수 없이 기다렸다.
신분증을 받은 후, 가장 먼저 찾은 곳이 이곳 라스베이거스이다.
“위니, 바카라가 게임 진행이 가장 빠르다고?”
[……네, 그렇습니다. 복잡하기도 합니다.]“카드 번호 엿보기 가능할까?”
[……가능하지만, 예측과 달리 진행될 수 있습니다.]“그럼 예측대로 진행하면서 좋은 게임은?”
“그래?”
[볼 위치의 예측이 가능합니다.]“룰렛 자리로 가지, 뭐. 조작 가능해?”
[……가능합니다.]“딜러들이 조작할 수도 있다고 하니까.”
[많을 것입니다.]“알려 준 번호에 들어가는 것 외에는 조작하지 말고, 번호만 알려 줘. 승률은 내가 조절할 테니”
[……네, 마스터.]위니가 알려 주면 돈을 따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다만, 무조건 따기만 하면, 경계의 대상이 된다.
다른 사람들이 태영을 따라 베팅할 수도 있다.
강약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짐 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실내로 들어섰다.
입장 시에 신분증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게임을 하려면 21세 이상이어야 한다고 했다.
보안 요원들이 돌면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다고 한다.
신분증이 없거나, 21세 미만이면 게임을 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슬롯머신 자리에는 사람이 많다.
그래도 사이사이에 빈자리는 있다.
천천히 둘러보며, 룰렛게임을 하고 있는 곳으로 갔다.
비디오 룰렛의 빈자리가 훨씬 많다.
비디오 룰렛은 머신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배치되어 있다.
스크린을 보고 한 명씩 앉을 수 있는 형태다.
베팅을 위해 왔다 갔다 할 필요가 없다.
또, 남들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자리에 앉아 캐시 2백 불을 밀어 넣었다.
“위니.”
[……레드 15.]통신 거리로 인한 딜레이 타임이 있어도, 베팅 제한 시간은 25초다.
그러니 아무 문제가 없다.
처음부터 10불을 터치.
15번에 스트레이트 베팅, 13번 라인과 16번 라인에 걸쳐서 라인 베팅.
간혹 Even과 ODD.
그리고 전혀 관계없는 자리에 걸어 본전도 했다.
간혹 잃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cuse me. (실례합니다.)”
게임 화면에 잔고가 9만 불이 쌓였다.
태블릿을 든 여자와 덩치가 큰 남자 한 명이 다가왔다.
차림이 카지노의 관리 요원이었다.
“One moment, please. I’ll bet first. (잠시만, 이것 마저 걸구요.)”
대답을 하면서 이번 룰렛의 스트레이트 베팅 31에 20불, 3rd12에 10불을 올렸다.
그들은 기다려 주었다.
“Go ahead. (말씀하세요.)”
9만 불 때문은 아니겠지.
큰돈도 아닌데.
“(신분증을 보여 주세요.)”
“(자, 여기.)”
태영이 꺼내 준 스캇의 신분증.
사진과 얼굴을 대조하고, 태블릿에 무언가를 입력한다.
여자가 신분증을 살피는 사이에 남자는 태영의 주위를 꼼꼼하게 관찰했다.
관찰해 봐야 나올 게 있을까?
그사이에 볼이 31번에 들어가서 720불의 수익이 추가되었다.
“(VIP 룸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돈을 계속 따고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겨우 9만 불 정도밖에 따지 않았는데.
VIP 룸으로 안내하는 것은 거기서 잃고 가라는 말이겠지.
‘VIP 룸 구경을 좀 해 보자.’
VIP 룸의 바카라는 베팅 수준이 무제한급이다.
주머니가 두둑해지는데 걸린 시간은 지극히 짧았다.
라스베이거스의 낮은 사막을 건너오는 바람의 열기를 제대로 느끼게 해 준다.
낮에는 시원한 룸에서 게임.
시원해진 밤에는 길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태영이 더위를 피해 밤에 나오듯, 다른 관광객들도 밤이 되면 시내에 나오는 것 같았다.
다른 도시들과 달리 야간에 제법 붐빈다.
제 주머니는 충분히 두둑해졌고, 내일은 이곳을 떠날 것이다.
10시에 시작하는 미라지 호텔의 화산쇼.
“(스캇.)”
쇼를 구경 중인데 누군가가 양쪽에서 팔짱을 낀다.
[……어제,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 쇼 구경할 때, 미행하던 불량배입니다.]위니의 음성이 들려왔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