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74
019. 콘라드의 유품(1)
“(조용히 따라와.)”
옆구리에 총구가 닿았다.
가소로운 것들.
위니로부터 스캇의 정보를 받은 것이 있어서 함께 가 주기로 했다.
한쪽에 미리 세워 둔 자동차에 강제로 밀려들어 갔다.
태영의 좌우에 한 명씩.
우측 불량배가 권총을 들어 올리며 머리에 겨누었다.
리볼버형 권총, 해머를 당기지 않은 상태다.
“(스캇, 넌 누구냐?)”
태영의 좌측에 앉은 불량배의 질문이다.
정말 궁금한 모양이다.
스캇이라 부르면서 누구인지를 물었다.
조수석에 앉은 불량배가 전화기를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잡았어?)]전화기 건너편의 말이 들려왔다.
“(잡았습니다. 지금 가고 있습니다.)”
[(스캇이 맞아?)]“(네, 이해할 수 없지만, 스캇이 맞습니다.)”
[(분명히 간, 심장, 폐를 들어내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했는데…….)]“(나도 현장에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놈을 해체하면 또 판매할 수 있을 테니까.)]‘위니가 찾아내지 못한 부분이 바로 이거였다.’
전화기 저쪽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왜 스캇 플레처가 흔적 없이 사라졌는지 이해가 되었다.
라스베이거스는 관광객이 많은 곳이다.
외국의 관광객들은 몇 명쯤 사라져도 아무도 모른다.
그중에 스캇이 대상이 되어 사라졌다.
위니가 알려 준 스캇의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 후에 여동생은 모친을 따라갔다.
스캇은 부친을 따라 포트워스에서 샌타클라리타로 이주.
그리고 15년이 흘렀다.
부친이 사망한 지 어느 정도 흐르자 모친과 여동생은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리고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
스캇은 머리가 좋았다.
그래서 칼텍에 합격했다.
학교에 가기 전, 얼마간의 여유 시간.
친구 한 명과 여행을 간다고 나간 뒤에 사라졌다.
거기까지가 위니가 추적하여 확인한 내용이다.
지금 이들의 대화로 유추를 해 보았다.
스캇은 라스베이거스에 놀러 왔다.
그때, 장기 밀매 조직에게 걸렸고, 온몸이 분해되어 사라졌다.
또 다른 추론으로, 개인의 빚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채권자가 돈을 받기 위해 장기 밀매 조직에 넘겼을 수 있다.
이름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끼이익~
집들이 드문드문 있는 곳에 도착했다.
20여 분을 달려왔다.
밤은 깊었고, 가로등도 거의 없다.
차 문을 열자 뜨거운 모래바람이 훅 밀려들었다.
주변에 사람의 흔적도, 자동차 소리도 없다.
“(내려.)”
공장 건물처럼 보이는 큰 건물.
철문을 열고 태영을 밀어 넣었다.
안쪽은 희미한 조명 아래 여러 가지 물건이 어지럽다.
멀리 환하게 빛이 나오는 사무실이 보인다.
“(가자.)”
밀면 미는 대로 갔다.
사무실에서 북유럽 계통으로 생각되는 두 명이 나와 태영의 앞에 섰다.
태영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 씩 웃는다.
태영의 팔을 잡은 둘에게 고갯짓을 하자, 사무실 옆쪽으로 끌고 갔다.
문을 열자마자 포르말린 냄새가 확 밀려 나왔다.
그 안에서 다시 두 개의 문을 더 지나, 유난히 조명이 밝은 방으로 들어갔다.
영화 같은 데서 종종 본 수술실의 모습이다.
“(죽어서 사라진 놈이 또 어떻게 나타났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운이 좋군.)”
한 명이 그렇게 말했다.
써지컬 스틸로 만든 쟁반 위에 수술 도구들이 질서 정연하게 놓여 있다.
태영을 잡아 오자마자 해체를 시작하려 한 모양이다.
잠시 후, 녹색 수술 가운을 입은 세 명이 다른 문에서 들어왔다.
“(스캇은 어떻게 했나?)”
태영이 물었다.
“(그런 너는 누구냐? 분명 스캇 플레처로 체크인한 것을 확인했는데?)”
체크인한 이름을 알고 있다면, 호텔과도 내통하는 조직이다.
설사 아니어도 맞다고 봐야 한다.
그런 조직이라면, 호텔은 투숙한 여행객의 정보를 장기 밀매 조직에게 판매할 수 있다.
이곳 라스베이거스에서 사라지는 여행객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해외 여행객은 실종 신고와 수색을 어떻게 할까?
그것도 궁금하다.
“(틀림없이 확인했습니다.)”
태영의 의심을 확인이라도 시켜 주듯, 뒤따라온 한 명이 대답했다.
그럼 대충 정리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
쟁반 위에 놓인 수술 도구들에 눈길을 주었다.
다양한 형태인 10여 개의 메스.
6개의 클램프에 후크는 15개쯤이다.
니들 홀더, 리터랙터의 개수도 아주 많다.
스파큘러도 여러 개가 있고, 니들 나이프도 꽤 많은 숫자가 놓여 있다.
끝이 좁은 스패출라가 20개 넘게 있는 것이 마음에 든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놈들.
그들에게 사용할 도구들이 넘친다.
~핑~피비빙~
스패출라 세 개가 날았다.
~퍽~폭~퍽~
수술 가운을 입은 자들의 가슴 부위에 한 개씩 파고들었다.
그것으로 죽지는 않는다.
잠시 동안 저들은 아직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모르고 있다.
“아악.”
한 명이 통증 부위에 손을 가져갔다.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스패출라.
“으아아악.”
“아아아악.”
곧이어 다른 두 명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자신들은 운이 좋다고 했던 자가 데굴데굴 구르는 수술 가운들에게 다가갔다.
“(왜? 뭐야? 왜 그래?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수술 가운에게 묻다가, 바로 고개를 돌려 태영에게 물었다.
“(난, 모르지. 네가 알 거 아냐?)”
씨익 웃으면서 약 올리듯 대답했다.
“(저기서 누가 던졌는데?)”
“(뭐?)”
태영이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 걸 보고 수술 도구를 다시 쳐다보았다.
~피이이잉~
2개의 메스가 날아서 두목의 귀 위쪽의 살 속으로 파고들어 갔다.
머리뼈를 피해 살 속을 통과해서 뒤쪽으로 칼끝이 보이도록 튀어나왔다.
“(뭐, 뭐야?)”
태영을 붙잡아 왔던 2명의 불량배가 놀라 태영으로부터 멀어졌다.
~핑~핑핑핑~
니들 홀더가 날아갔고, 두 명의 어깨 뼈 속으로 깊숙이 꽂힌 후, 딸깍 소리를 내며 잠겼다.
사람을 잡아서 장기를 적출하여 팔아먹는 인간 사냥꾼들은 살려 둘 필요가 없지만, 태영의 손으로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고통스럽게 살아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최고의 형벌이다.
***
라스베이거스를 떠나기 위한 준비를 했다.
짐을 싸는 중에 보이는 TV 뉴스.
~딩동~
어젯밤의 참사를 듣고 있는데, 누군가가 벨을 눌렀다.
TV에서는 12명으로 구성된 장기 밀매 조직이 일망타진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몸에는 모두 수술 도구가 꽂혀 있었다.
대부분은 뼈를 관통하여 꽂혀 있기에 큰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들 모두 메스에 성대를 잘려서 앞으로 영원히 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모두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회복하더라도 정상 생활이 불가능하다.
“”
밀매 조직에서 한 명을 지칭했다고 했다.
경찰의 의견도 나왔다.
“”
실력 있는 외과의가 아니면 그런 상처를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스캇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내부의 알력 싸움으로 발생한 참사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했다.
장기를 적출하는 일을 담당하는 의사는 자격이 박탈당한 의사라고 했다.
장기 밀매단을 일망타진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는 시민들의 반응도 방송했다.
“(누구세요?)”
“(경찰입니다.)”
올 것이 왔군.
말을 못 하도록 성대를 손상시켰지만, 글은 쓸 수 있다.
분명 범인으로 스캇 플레처를 지목했을 것이고, 저들을 죽이지 않은 이상 이 상황은 예견된 것이다.
“(들어오세요.)”
“(함께 경찰서로 가 주시죠.)”
“(왜요?)”
“(지금 저기 뉴스 나오는 저 피해자들이 미스터 플레처를 범인으로 지목했소.)”
경찰이 TV 뉴스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피해자? 장기 밀매 조직도 피해자가 됩니까? 그걸 떠나서 내가 저들을 저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건 내가 알바 아니오.)”
그렇게 말한 경찰은 너 말 안 들으면 죽어, 라고 하는 표정이다.
미국 경찰의 폭력성은 이미 알고 있다.
따라가지, 뭐.
그런데 싸가지 없는 너도 나중에 그 대가를 받아야 해.
***
경찰서 조사실.
“(어젯밤, 어디 있었소?)”
날카롭게 생긴 얼굴과 눈을 가진 사람이다.
“(카지노에서 게임하다가 화산쇼를 보고 와서 11시쯤 잠들었소.)”
“(저 사람들 본 적 없소?)”
컴퓨터 화면에 올라온 사진.
어젯밤에 혼내 준 장기 밀매 조직원이다.
“(음, 본 기억이 없는데요.)”
“(……11시쯤 잠든 것을 증명해 줄 사람이 있소?)”
경찰들의 머릿속에는 국수만 들어찬 모양이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혼자 방에서 잠들었는데, 누가 증명해 준다는 거지?
범인을 만들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이다.
“(혼자 잤기에 증명해 줄 사람은 없소.)”
1시간 동안 무의미한 이야기만 주고받았다.
그 일이 끝난 것은 조사관에게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병원에 있는 장기 밀매단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단다.
몇이 기절해서 쓰러졌고, 그중 몇 명은 실명했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위니가 조종한 ‘사프캣’의 힘이다.
“(내일까지는 라스베이거스를 떠나지 마시오.)”
“(돈 좀 더 따도 되겠소?)”
본의 아니게 이틀을 더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따든 잃든 알아서.)”
그럼 좋지.
결국 이곳에 2일을 더 있으면, 지겹기는 하지만 수중에 조금 더 많은 돈이 들어온다.
그렇게 하지.
***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그 사건으로 인해 4일간 더 체류했다.
강제 구금은 아니었다.
차후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피해야 했고, 게임이나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주머니는 약간 과하게 두둑해졌다.
모두 합쳐 2천8백만 달러.
LA로 이동한 후에 스캇의 이름으로 증권 계좌를 만들었다.
증권 계좌에 1천5백만 달러, 은행에 7백만.
그리고 태영의 계좌에 5백9십만을 보내고 남은 10만은 움직이는 중에 캐시로 사용할 돈이다.
LA와 뉴욕, 애틀랜타에 디테미어 1기를 숨겼다.
그 후, 에런 젠킨스가 되어 이곳 신시내티로 왔다.
신시내티 세인트버나드의 한적한 주택가.
작은 수첩.
길 한쪽에 주차한 렌터카에 앉아서 그 수첩의 첫 장을 넘겨 보았다.
첫 장, 낡은 비닐의 안쪽.
예의 그 사진이 들어 있다.
세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
그리고 그 아이를 안고 있는 여자.
콘라드는 2018년에 이라크 북부에서 작전 중이었다.
거기서 알 수 없는 힘에 밀려왔고, 1225년 봄에 내몽골에서 만났다.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딸에게 전해 달라던 수첩이다.
위니로부터 기본적인 정보는 들어서 알고 있다.
1225년에 만난 2018년의 콘라드는 다른 차원의 지구에 살고 있던 사람일 것으로 짐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왔다.
“눈으로 확인해야지.”
수첩을 보고 있으니 1225년에 두고 온 아내들과 아이들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흐음.”
그들 생각에 가슴이 아려 온다.
이제는 얼굴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지도용으로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에 사진 한 장 없었다.
참으로 무심했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잊자. 돌아갈 때까지.”
~후우~
숨을 한번 크게 쉬었다.
“가능하면 떠올리지 말자.”
가능할지 모르지만, 떠올려 봐야 가슴만 아프다.
답답함에 유리창을 조금 내렸다.
열린 창틈으로 더운 바깥바람이 밀려들어 왔다.
“김정표의 집에 전해 줄 것도 건네야 하는데…….”
김정표의 인식표와 한 조각의 유골.
그 부모에게 전해 주려면 또 한 번은 떠올리게 될 것이다.
김정표의 부모가 느낄 상실감.
그 아픔의 크기가 얼마나 될지 짐작되지 않기에 찾아가는 것을 유보하고 있다.
태영에게는 그 일이 있고 27년이 지나 28년째다.
그러나 김정표의 부모에게 아들이 사라져 버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3개월 정도다.
“가슴이 아프네…….”
~부우우웅~
그때, 콘라드의 집 앞으로 차량 한 대가 들어왔다.
이곳은 워낙 한적한 주택가다.
사람이나 통행 차량이 많지 않다.
그래서 무언가가 나타나면 바로 눈에 뜨인다.
이곳에 주차 중인 태영의 자동차도 여기 사람들이 인지했을 것이다.
“콘라드.”
길가에 차를 세우고 운전석에서 내리는 남자.
얼굴을 보는 순간 콘라드라는 것을 바로 알아보았다.
그의 죽음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다.
얼굴이 기억에서 사라졌지만, 실물을 보는 순간 바로 알아보았다.
조수석에서 내리는 여인의 얼굴.
사진보다는 수척하고 조금 더 나이 들어 보인다.
그래도 수첩의 사진에 있는 사람이 맞다.
뒷문이 열리며 팔짝 뛰어내리는 아이.
사진 속의 모습보다는 더 자랐지만, 역시 그 아이다.
“눈으로 확인했으니 이제 갈까.”
핸들에 수첩을 툭툭 두드렸다.
수첩을 한 바퀴 돌아서 매달린 인식표가 핸들에 부딪치며 소리를 냈다.
“이걸 쓰레기통에 버릴 수는 없고…….”
태영이 갖고 있을 수도 없었다.
“직접 전해 주지는 못해도…….”
집 앞에 우편함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영화와는 달리 집 앞에 우편함은 보이지 않았다.
~딸깍~
차에서 내려 그 집 앞으로 갔다.
멀지 않은 곳의 옆집 창문에 보이는 누군가의 그림자.
잠깐 스치고 지나갔지만, 상관없다.
콘라드의 집, 현관 앞 계단 위에 수첩을 놓았다.
손으로 수첩을 툭툭,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삐꺽~저벅저벅~
방향을 바꿔서 세워 둔 차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와 구두 발자국 소리.
~철컥~
노리쇠를 당겨 장전하는 소리.
산탄총이다.
집 안에서 사람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긴 했다.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총을 들고 태영을 따라 나오는 소리였던 모양이다.
“Stop. Who are you? (서라. 누구냐?)”
다 좋은데, 다짜고짜 총을 겨누다니.
미국이라는 동네는 참 골치 아픈 동네다.
“…….”
말없이 손을 들어 올렸다.
너에게 적의가 없다는 의미를 보인 것뿐이다.
“Conrad?”
누군가가 수첩을 집어 올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여자의 음성으로 콘라드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말꼬리가 올라갔다.
“(누구?)”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태영은 말없이 돌아서며 손을 내렸다.
“(무릎 꿇어.)”
총을 태영에게 겨냥한 콘라드가 명령했지만, 고개를 저어 거부 의사를 표했다.
“(나는 수첩을 전해 주러 온 것뿐이다.)”
“(수첩?)
콘라드는 총을 들고 있을 뿐이다.
수첩을 들고 있는 사람은 수첩 속의 사진에 있던 여인.
말없이 여인이 들고 있는 수첩을 가리켰다.
“(버나드, 콘라드의 수첩이야. 나와 에이리의 사진이 있어.)”
‘버나드? 콘라드가 아니란 말이야?’
태영의 기억 속에 있는 콘라드가 틀림없는데?
‘위니의 정보, 아니 위니는 저들이 가진 정보를 토대로 태영에게 알려 준 것이니까, 저들이 가진 저 사람의 정보에 오류가 있었던 모양이다.’
“(총 내리지.)”
“(움직이지 마라. 움직이면 쏘겠다.)”
태영이 말을 꺼내자마자 소리를 지른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