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8
038. 뜻밖의 방문객(1)
며칠 전에 사포와 돌개몰, 그리고 달구곶에 쳐들어왔다가 잡힌 왜구들이 선착장을 만드는 작업에 투입되었다.
한쪽에는 통나무를 가슴에 안고 얼차려를 받고 있는 왜구들이 악을 써 대고 있었고, 그 앞에는 일본어를 할 줄 아는 병사가 총을 앞에 겨눈 채로 서서 소리를 지르고 있다.
여전히 왜구들의 발목에는 족 갑이 채워져 있고, 그 옆에는 동작이 느린 왜구를 병사 하나가 가차없이 두들겨 패고 있었다.
왜구들은 고려 땅에 쳐들어와서 사람들을 마구 죽이고 식량과 물건들을 약탈해 가는 아주 나쁜 놈들이니 사람으로 보지 말라고 시켰었지만, 그래도 저렇게 두들겨 패는 것을 보니 안됐다는 생각이 잠시 들기는 했다.
그러나 어쩌랴?
그들이 저지른 일이 있으니 그 죗값은 충분하고도 넘치도록 치러야 한다.
“작업은 잘 하는가?”
“형편없다고 합니다. 윤 반장 말로는 일을 해 본 경험이 없는 자들이라 여러 가지로 서투르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아직 포기하지 않은 놈들이 많으니, 윤 반장이 기를 많이 죽여서 보내 달라 하기에 지금은 기를 죽이는데 더 주력하고 있습니다.”
태영의 질문에 김웅겸이 간략하게 보고했다.
그래서 그런지 일에 투입된 인원보다 더 많은 인원이 소위 말하는 얼차려를 받고 있었다.
아마 저들이 포기하고 순순히 말을 듣기까지는 한참 걸릴 것이지만, 기를 죽여 놔야,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들어 두어야 윤점돌이 일을 시키기에 편할 것이다.
“온정 철소에는 몇 명이나 보냈나?”
“네, 왜구 팔십 인에 1개 소대를 딸려 보냈습니다. 거기는 단순한 작업이라 아마 쉽게 일을 시킬 수 있을 텐데, 정 대철장 말이 그들에게 채광 작업을 시킬 것이라고 하면서 가능하면 왜구들을 좀 더 많이 보내 달라고 했답니다.”
“그래?”
“네, 대장님이 설명해 준 채광 장비를 사용해 보니 이미 이전보다 채광이 쉽고 채광 양이 늘어났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했지.”
“거기다가, 나라에서는 이미 버린 곳이니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을 것이어서 왜구들을 투입해 채광 양을 많이 늘리면 대장님이 말씀하신 철선을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철광산에 왜구를 투입한다. 거 좋은 생각인데.”
“네, 정 철장 생각도 그렇습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했습니다.”
“얼마 전 사로잡은 왜구 정도까지는 별문제가 아니지만, 왜구들을 더 많이 잡아다가 일을 시키려면 식량 생산을 더 늘려야 하는데.”
“돌개몰과 달구곶을 우리가 구해 주었으니 무언가 보답을 받아야 하는데, 대장님이 그러지 않겠다고 하셨으니 그건 안 되겠지만, 양쪽 다 호장 직무 대리를 우리 중대장들이 하고 있으니, 이참에 아예 사포에 통합해 버리시면 어떻습니까?”
“통합이라.”
김웅겸의 말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기에, 태영도 그 문제를 정하연과 의논해 봤지만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네, 거기에도 사포와 율촌처럼 농사 방법을 바꾸면 지금 생산량의 두 배는 수확이 가능해질 테고, 사포에도 농지를 늘리고 있으니 그렇게 하면 왜구를 2천인까지 늘리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통합하는 방법은 생각을 좀 해 보자고. 그건 오래지 않아서 조정의 관심을 받게 될 텐데, 그 문제를 해결해 가면서 해야 하거든.”
그 결론이 정하연과 의논했던 내용의 끝이었는데, 김웅겸의 의견도 거기까지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충성. 대장님께 긴급 보고가 있습니다.”
그때, 기수병 한 명이 깃발을 등에 꽂은 채로 달려와 인사를 했다.
“무슨 일인가?”
태영에 앞서 김웅겸이 물었다.
“율촌에서 긴급 연락이 왔는데, 현감으로 보이는 고위직과 관군 30여 명이 율촌 초입의 3초소를 조금 전에 지났다고 합니다. 거기를 지난 시간은 약 20분 전입니다.”
역시 깃발 신호 체계가 잘 잡혀 있고, 산 위에 있는 초소 간의 전달 체계가 잘 되어 있으니 신속하게 연락이 온다.
“그래? 대략적인 상황을 말해 봐.”
“그 정보가 모두입니다. 추가적인 연락은 아직 없습니다.”
“그럼, 빠르면 2시간, 아니면 3시간 후에는 율촌 관아에 도착하겠네?”
“네, 그렇게 추정됩니다.”
“지금 연락 초소에는 누가 있지?”
“네, 4중대 3소대입니다.”
기수병의 대답에 김웅겸이 태영을 쳐다보았다.
지시하실 것 있나요? 하는 뜻이다.
“전령을 보내서 초소 근무 요원을 제외한 4중대는 율촌으로 지원 갈 준비하여 집합하라고 해.”
“네, 충성.”
태영의 지시에 기수병이 경례를 붙이고는 즉시 뒤돌아 뛰었다.
“경비 초소에서 현감일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관군이라면 틀림없이 현에서 나왔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지금 조세를 거둘 시기도 아니고, 그것도 무려 30인의 관군이라면 결코 좋은 의미로 보이지 않는데, 갑자기 무슨 일일까요?”
정하연이 가까이 서며 의문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30인의 관군이면 확실히 이상하다. 이건 그냥 단순히 현감이 휘하의 장졸들을 데리고 방문하는 개념이 아니라 무언가 토벌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정도 인원이 오는 거라면 결코 좋은 의미는 아니지. 무언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좋은 꼴을 보기는 힘들 것 같아.”
“확실히 그래 보입니다.”
김웅겸이 맞장구를 쳤다.
“사포와 율촌의 변화되는 현상이 소문이 안 날 수가 없었을 텐데, 사실 그간 너무 조용했지?”
“네, 그랬죠. 염려했던 문제가 이제 대두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이번에는 정하연의 대답이었다.
“자, 관아로 돌아가지.”
“다녀오셨어요?”
관아 입구에 들어서자 어딘가에 다녀오는 듯 별이가 환하게 인사했다.
“저 녀석이 혼인한다면서?”
정하연에게 물었다.
“네, 한 달쯤 남았네요. 요새 그래서 일이 좀 방만한데, 곧 혼인할 거라 용서해 주고 있어요.”
“나이가 열여섯이지?”
얼마 전, 별이가 율촌에 사는 열아홉 살 먹은 총각과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체 왜 이리도 결혼들을 빨리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포에는 열둘에 결혼한 경우도 있다고 들었으니 거기에 비하면 훨씬 나은 편이다.
열두 살이면 분명히 아직 초경도 하기 전일 가능성이 높은데, 대체 그 나이에 뭐를 안다고 결혼을 해?
“네, 열여섯.”
“빨라, 뭘 그리 빨리들 혼인을 하는지.”
“저도 열여섯에 대장님이랑 혼인했는데요?”
그러고 보니 그러네.
태영의 나이가 이제 스물다섯이 되었지만, 21세기 현대로 본다면 아직 애송이다.
대학 졸업을 1년쯤 앞두고, 어디에 취업을 할까, 아니면 취업이나 할 수 있을까 하며 머리를 싸맨 채 공부하고 있거나, 아예 포기하고 대충 졸업하면 뭐든 해 보자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관아 안쪽으로 들어서자 4중대의 2개 소대가 무장을 하고 대기 중이었고, 앞줄에는 김중겸과 태영보다 먼저 관아로 갔던 김웅겸이 나란히 서 있다가 경례를 한다.
김중겸은 김웅겸의 동생으로 사포에서는 몇 안 되는 양반 중의 한 명인데, 이제는 제법 군인 냄새를 풍긴다.
“소총으로 줘.”
잔디가 정하연에게 기관단총을 건네자 소총으로 바꾸어 달랜다.
“총 쏠 일이 있겠어?”
“그래도 그러고 싶어요. 오늘은.”
“그래? 알아서 준비하고, 대대장은 준비되었나?”
“네, 대장님.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그때 병사 하나가 후다닥 뛰어왔다.
“충성. 대장님, 현감 일행이 율촌을 경유하는 길을 택하지 않고, 사포로 바로 오는 길로 방향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율촌을 경유하면 약간 돌아오게 되지만 길이 좋은 편이다.
그 길이나 다른 길이나 다 같이 좁은 길이어서 두 명이 나란히 걷기가 힘들고 좁기는 해도, 율촌을 경유하는 길이 조금 더 평탄하고, 사포로 직접 오는 길은 조금 성가실 뿐이다.
그런데 율촌을 경유하지 않고 직접 오는 길로 방향을 바꾸었다면 사포에서 기다려야 하는 것 같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대대장.”
“네, 대장님.”
“모두 무장한 채로 눈에 뜨이지 않게 산개해 있으라고 하고, 내 명령 없이는 발포하지 말도록.”
“넵, 알겠습니다.”
“잔디야, 내 총 가져다 두어라.”
“네, 실장님.”
“총 쏠 일이 정말 사라졌네.”
정하연이 싱긋 웃으면서 태영을 한번 쳐다보았다.
***
현감 일행은 사포 관아에 도착하자 관아의 입구에 20명을 배치하고, 남은 10여 명을 관아의 후문이 있는 곳으로 이동시켰다.
이것은 완전하게 포위하겠다는 의미인데, 싸움을 하겠다면 아무 의미 없는 것인지를 모르는 현감의 행동일 뿐이다.
태영은 동헌에서 그 상황을 보며 속으로 웃었다.
지금 하는 행동들이 그들은 그들이 온다는 사실을 일부러 알리지 않고 선제공격을 가한다는 의미로 하는 짓이리라. 그러니 전령을 보내서 자신들이 온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지도 않았던 것이다.
관아의 입구는 어차피 대문이 없지만, 병사 두 명에게 창을 들고 지키고 있으라 했으니 다른 병사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상황을 보고 있을 것이다.
병사의 목소리가 제법 크게 들리는 것을 보니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목소리로 비키라고 하고는 곧이어 우렁찬 목소리가 관아의 입구에서 들려왔다.
“대장님, 나가시지요.”
김웅겸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나가자고. 가서 뭐라고 하는지 들어 보자고.”
태영은 천천히 관아의 입구로 걸음 했고, 김웅겸과 정하연은 소총을 거꾸로 들고 총을 돌리면 총구가 전방을 향할 수 있도록 메고서, 권총집의 끈을 풀어 언제라도 총을 뺄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잔디는 소음기를 꽂은 소총을 앞으로 들고 뒤를 따랐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동헌에서 나오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처인이 뒤돌아서며 앞장을 섰다.
사포에 쳐들어온 왜구들을 사살하던 중에, 왜구와 싸우고 있던 병사인 김처인을 가장 먼저 만났고, 그런 김처인은 지금 4중대 2소대장을 맡고 있다.
태영과 일행이 김처인의 뒤를 따라 관아의 앞마당으로 나오자 이미 그곳에 관복을 입은 사람들이 열 명쯤 들어와 있고, 그 선두에는 제법 화려한 복식을 한 사람이 근엄한 표정으로 떡 버티고 서 있었다.
태영이 관아의 정문을 바라보니 병사 한 명이 넘어져 있다가 일어서면서 옷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 내고 있었다.
아마도 그들이 밀쳐서 넘어졌을 것이다.
“뭐하나? 빨리빨리 오지 못하나?”
관복의 색이 하급 간부라는 것을 알려 주는 무관 하나가 크게 소리를 쳤다.
조금 전에 명을 받으라고 했던 그 목소리인데, 목소리 하나는 정말 우렁차다.
“거, 누구신데 남의 집에 와서 큰 소리를 치는 거요? 그리고 누구신데 우리에게 반말을 찍찍 하는 거요?”
김처인이 맞고함을 질렀다.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말할 나위도 없다.
“무엄하다.”
“무엄은 무슨 개뿔, 여기가 개나 소나 와서 고함을 지르는 곳이 아닌데, 댁은 누구신데 무엄 운운하며 큰 소리를 치는 거요? 대체 누구요?”
졸지에 말 한마디로 상대를 개나 소로 격하시켜 버렸다.
“이놈이 죽고 싶으냐?”
“아니, 다짜고짜 남의 집에 들어와서 반말 짓거리를 찍찍 하는 사람에게 누구냐고 물었는데 죽고 싶으냐니? 댁은 댁이 누구냐고 물으면 그냥 죽이오? 그럼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와 시끄럽게 구는 놈들도 그냥 죽여 버려도 되겠네?”
가만히 듣고 있으니 재미있다.
저들이 오면 좀 세게 나가라고 시켰더니 김처인이 제법 세게 나간다.
이쯤 되면 현감도 화가 날 것이고, 그 아래의 관군들도 어처구니가 없다 여길 것이다.
챙~
현감의 주위에 서 있던 무관 둘이 칼을 뽑았다.
“이것들이 감히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나?”
“죽일 거요?”
김처인이 깐족거리듯이 다시 물었다. 그러고는 말을 계속했다.
“우린, 우리에게 칼을 휘두르면 누구를 막론하고 죽입니다. 한번 해 보시려우? 못 믿겠으면 한번 해 보시든지.”
“그만.”
현감의 바로 옆에 서 있던 무관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네가, 그리 큰 소리 치는 것을 보니 믿는 바가 있는 모양이구나. 그러나 상대를 잘못 골랐다. 우린 현에서 왔고, 이분은 현감이신 이성화 어른이시며, 그 옆에 계신 분은 금오위의 최세헌 별장 나리이시다.”
현감이면 품계가 종6품이라는 것은 들었다.
그런데, 금오위에서 왜 왔는데?
박한이 연줄을 대고 있다던 그 별장이 맞는 것 같고, 금오위라면 개경에 있어야 하는 놈인데, 이 멀고 먼 사포까지 뭐 하러 왔는데?
“아, 진작 말씀하시지 그러셨습니까? 우리는 그런 줄도 모르고 실례를 했습니다. 자네는 이제 물러서게.”
김웅겸이 나서며 김처인에게 물러서라고 했다.
“잠깐, 그놈은 용서할 수가 없다.”
일행을 소개했던 무관이 말했다.
“무슨 말입니까?”
“아무리 우리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았다 해도, 교위인 나를 비롯하여 현감 어른과 별장 나리를 능멸한 죄를 물을 것이다. 다들 저놈을 추포하라. 반항하면 죽여도 좋다.”
교위라고 말한 무관이 김웅겸을 향해 말하고는 즉시 자신의 뒤에 있는 관군들에게 지시했다.
심하게 무시당했다는 말인데, 자신들이 먼저 잘못했다는 생각은 안 한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힘깨나 쓰는 놈들의 공통된 갑질 개념이다.
지가 먼저 잘못했더라도 자신들의 힘이 강하고 상대가 신분이 낮으면 일단 잘못은 신분이 낮은 쪽에 책임을 묻는 것으로 바뀐다.
“잠깐.”
관군들이 움직이려고 하자 김웅겸이 큰 소리로 그들을 막았다.
“그 말, 책임질 수 있으십니까?”
“네 이놈, 그게 무슨 소리냐?”
김웅겸의 언성이 높아진 질문에 교위라고 했던 자가 화난 표정이 역력한 상태로 물었다.
“우리 병사의 잘못이 없음에도 그 병사를 처벌하고자 한다면, 아까 우리 병사가 말했던 것처럼 우린 우리에게 칼을 휘두르면 누구를 막론하고 죽인다는 말이 즉각 실천될 것입니다. 그 책임을 말하는 것인데 정말 책임질 수 있습니까?”
“뭐라?”
교위라는 자가 화난 음성으로 묻거나 말거나 김웅겸이 손을 들었다.
그것을 신호로 노리쇠를 당겨 장전하는 철커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들은 모를 것이다.
총이란 것을 본 적이 없는 이 사람들에게 그 소리가 얼마나 무서운 소리인지 결코 모를 것이다.
어쩌면 오늘 현에서 온 관군들이 떼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
“만일 김 하사를 추포하려고 움직이는 자가 있으면 상대가 누구인지를 막론하고 모조리 사살하라. 알겠는가?”
태영이 이 재미있는 상황을 보면서 빙긋이 웃고 있을 때, 김웅겸의 지시에 맞추어, “네, 명령 받들겠습니다.”
우렁찬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사살이라는 말은 쏘아서 죽인다는 뜻이니, 아마도 활을 쏠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총을 쏘건 활을 쏘건 사살의 의미는 동일한 것이니까.
현감을 비롯한 관군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관아의 각종 전각들과 담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활은 몸을 드러내지 않으면 쏠 수가 없는 무기이지만, 총은 몸을 감추고 쏘는 무기이다. 그러니 대충 둘러보는 정도로는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게 무슨 짓들이오? 양쪽 다 멈추시오.”
최세헌 별장이라고 했던 자가 현감을 쳐다보며 두 팔을 위로 올렸다. 그러고는 다시 현감을 향해 물었다.
“처음부터 이러려고 했던 거요? 현감?”
“그건 아니오, 그렇지만 방자한 저놈의 버르장머리는 고쳐야 하지 않겠소?”
최세헌의 질문을 받은 이성화가 그제야 입을 떼었다.
아니긴 개뿔.
이 정도 관군을 데려오고 관아의 입구와 후문을 관군으로 막을 정도면 처음부터 계획했던 거지, 아니긴 뭐가 아니야?
태영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뻔히 보이는 술수를 쓰고 억지를 부리고 있는데 어찌 웃음이 나지 않으랴?
“그래서 양측이 꼭 충돌을 해야 하겠소?”
“그렇지 않으면? 현감인 나를 능멸한 저놈들을 그냥 두어 웃음거리가 되게 하란 말이오?”
하, 요 싸가지 없는 새끼.
어쩔 수 없이 욕이 저절로 나오는데 제가 오히려 항변한다.
“이들의 경고가 결코 경고로 그칠 것 같아 보이지 않다는 것이 내 감인데, 나는 빠질 테니 어디 한번 해 보시오. 너도 이리 비켜 나거라.”
그러면서 최세헌은 태영이 있는 쪽도 아니고, 현감인 이성화의 무리가 있는 곳도 아닌 곳으로 제법 멀리 이동하며, 종자로 데려온 듯한 스물 전후의 사람에게 말했다.
최세헌, 상황 판단이 무척이나 빠르고 정확한 것 같다.
직감인지 아니면 그냥 해 보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직감이라면 대단히 똑똑한 놈일 것이다.
“문 교위, 뭘 기다리는가? 추포하지 않고?”
현감의 명이 떨어졌다.
챙~
문 교위라고 불린 사람이 칼을 뽑았다.
“모두들 들어라. 현감 나리를 능멸한 저놈을 잡…….”
따닥~
문 교위라는 자가 말하는 중에 김웅겸이 손을 올린 뒤 손가락 하나를 펴자 소음기를 장착한 총에서 발사된, 따닥거리는 소리가 문 교위의 말을 막았다.
소음기를 장착했다고 소리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흙속에 묻힌 쇠를 나무로 때리는 것 같은 소리가 작게 나면서 특유의 총성이 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챙그랑~
칼을 먼저 놓친 문 교위가 머리에서 피를 쏟으며 천천히 쓰러졌다.
“으악.”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관군들이 우왕좌왕하는 중에 한 명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모두 정지. 다시 말하지만 움직이는 놈은 모두 죽는다.”
김웅겸의 고함 소리에 몸을 움직이던 관군들이 얼빠진 표정으로 주춤거리고 섰다.
“뭐라?”
현감이 고함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