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80
025. 이너 서클(1)
물어보고 싶은 것이 정말 많다.
자신에게 던져 준 그 돈에 대해서도 정말 궁금하고, 저 자신감도 궁금했다.
“어머니…….”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렇게 알고 있었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가 볼 수 없는 고급 식당.
거기서 마주친 중년인.
자신이 나이가 들면서 몸 관리를 잘못하면, 딱 그 모습일 것이다.
그 정도로 닮은꼴이었다.
가슴에 바람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친구가 그 인간에게 ‘꺼져’라고 했을 때 정신을 차렸다.
아니, ‘꺼져’라는 말에 오금이 저렸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는 말이 맞다.
“출생의 비밀이…….”
자신이 태어나게 된, 과거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들을 때는 정말 비참했다.
내가 사생아라니.
그런데, 그때.
‘혹시 퇴직금 받으셨습니까?’라고 친구가 물었다.
연이어 나온 다른 이야기들.
이혼이라니.
마음이 환해졌다.
비참하지도 않았고, 자신을 비하할 필요도 없었다.
위자료에 재산 분할이라니.
거기다 양육비라니.
퇴직금은 그것과 상관없이 받아야 한다고 했다.
불가능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받으면 어머니의 노후는 편안해질 것이다.
못 받아도 상관없다.
이제는 어머니의 건강이 회복되었다.
주무시는 표정도 편안해 보였다.
***
“태영아.”
“강인목, 간만이네.”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인목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었다.
“야, 너?”
그렇게 말하면서 강인목이 태영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왜?”
“뭐를 얼마나 고생했기에 이리 삭았냐?”
“왜 50살쯤 먹어 보여?”
“능청도 늘고.”
“전에는 안 그랬나?”
“얌전하고 착했지.”
그게 맞을 거다.
너도 27년쯤 더 인생을 살아 보면 그리된다.
“그나저나 내가 사과부터 먼저 하자.”
“뭐를?”
“전역하고 복학 전에 선배 일을 좀 도와주고 있었거든. 돈도 필요하고 해서.”
“그래?”
“응, 그 선배가 재벌가 아들이야.”
“그런데?”
“그 선배가 참석하는 재벌 3세들 남자들만의 모임인 ‘NRS’라는 이너 서클이 있어.”
남자들만의 모임?
NRS?
재벌 3세들이라고 하니, 끝 글자가 Star는 아닐 것이다.
그럼, Next Rising Society이거나 New Rising Society일 가능성이 높네.
뭐가 되었건 건방지고 유치한 이름이다.
그런 모임에 여자가 없을 수 없는데도, 남자들만 멤버가 된다?
뭘 하는 곳일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내가 ‘부대 증발 사건’이 벌어진 그 부대에 있었다는 것을 아는 선배가 있어.”
“말이 길다?”
뭔가 상황 설명을 하려 한다.
“아, 미안, 그 선배가 NRS 모임에 초대한 적이 있는데 말이야.”
“이너 서클이라, 느낌이 좋지 않아. 너하고 절교하자.”
태영은 그냥 툭 치고 나갔다.
“야, 인마. 미안하다, 미안해. 그래도 절교까지는 너무하지 않냐?”
“농담이고. 그래서?”
강인목이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한다.
좋지 않은 냄새가 슬슬 나는 서클이다.
“너하고 나 사이니까 까놓고 말하자. 너도 ‘왜 너만 살아왔는데’라는 제목 신문 기사 알지?”
“알지. 국회에 출입하는 어떤 개 한 마리가 짖었지.”
“개?”
“그래, 국개의원.”
“크하하하하! 개 맞네.”
“개 짖는 소리를 기레기 몇 놈이 열심히 물어 나르면서 퍼뜨렸지.”
“그러니깐 말이야, 개자식들 같으니라고.”
말은 제가 해 놓고 제가 더 흥분한다.
“그런데 ‘왜 너만’의 주인공이 나하고 군 동기이고, 친하게 지낸 것을 아는 선배가 그 모임에서 떠벌렸어.”
사고 쳤군.
“그래서 거기 가서 원숭이 우리에 좀 들어가 있어 달라고?”
“야, 야. 그렇게 비하할 것까지는 아니고.”
“그럼?”
“너도 알다시피 어떻게 혼자 살아오게 되었는지 대한민국에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이 없잖아?”
그건 맞는 말인데, 장단 맞춰 주고 싶지 않은 거다.
“그게 뭐?”
“NRS 멤버들이 세상에 남부럽지 않게 사는 놈들이 아니냐?”
맞지, 돈이면 다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사는 놈들이 대부분이겠지.
재벌 3세.
자신들은 별로 노력하지 않아도 선대의 부를 물려받는다.
그리고 황제처럼 군림할 것이다.
결론은 강인목에게 무언가를 강요했다는 말이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놈들뿐 아니라, CIA도 궁금해하더라.
“혹시 알아? 오늘 같이 좀 놀아 주면 다음에 너에게 무언가 도움이 될 일이 있을지?”
앞으로 태영이 하고자 하는 일.
그놈들 중에 건져서 쓸 만한 놈들이 있을까?
없을 거다.
“혹시 내가 같이 가 주지 않으면, 네가 좀 곤란해지거나 그런 거 있어?”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니구.”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표정은 그게 아니다.
***
청담동.
택시가 좁은 골목길을 들어섰다.
잘 단장된 건물 입구.
청담동 같은 곳을 올 일이 없었다.
강인목을 따라 로비로 들어가자, 우측 구석으로 이끌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두 명의 보안 요원.
경호원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들의 귀에 음향 튜브 이어폰 줄이 보인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 엘리베이터가 또 있다.
NRS 전용인 모양이다.
“외 1명이요.”
보안 요원 앞으로 간 강인목이 품속에서 카드 한 장을 내보였다.
한 명이 강인목의 몸 이곳저곳을 더듬는다.
보안 검색인지, 몸수색인지 구분이 안 간다.
수색하기 전에 양해의 말도 없었다.
강인목은 당연한 듯 몸수색에 응했다.
그러나 태영은 기분이 확 나빠졌다.
공항도 아니고, 정부 기관도 아닌데 몸수색을 한다.
사전에 양해의 말을 하지도 않는다.
그걸 또 당연한 듯 받아들인다.
누구 마음대로?
초대 손님 대접이 개판이다.
“들어와.”
“응.”
강인목의 말에 대답하며 들어섰다.
수색을 하려고 보안 요원의 몸이 움직였다.
“만지지 마라.”
“…….”
대답 대신 두 손이 나왔고, 다른 한 명도 몸을 움직였다.
“만지면 팔 부러진다.”
보안 요원에게 천천히 경고했다.
강인목에게는 미리 말해 두었다.
어떻게 행동하든 가르치려 하지도, 제지하려 하지도 말라고.
그러겠다는 대답도 들었다.
“……흥!”
까만 선글라스로 가린 눈으로 태영을 바라본다.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뀐다.
선글라스 아래의 콧구멍이 한번 벌렁.
그리고 입 모양이 비스듬히 올라간다.
서슴없이 손을 앞으로 내밀어 태영의 가슴으로 왔다.
~탁~
손을 쳐서 한쪽으로 튕겨 냈지만, 분지르지는 않았다.
“분명히 경고했다. 처음이라 분지르지 않은 거야.”
“까고 있네.”
보안 요원의 한 손이 목을 잡아 오고, 다른 손은 옆구리 쪽으로 다가왔다.
이건 공격 의사가 분명하다.
~퍽~뽁~
목을 잡아 오는 손을 피해 냈다.
그 순간 옆구리로 오는 손을 쳐 내면서 손가락 하나로 명치를 찔렀다.
그대로 손끝을 올려 목을 꾹 찔렀다.
보안 요원은 그대로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새끼.”
옆에 있던 요원 한 명이 3단 봉을 꺼내 들었다.
다른 보안 요원들에게 연락하는 것이 먼저 아닌가?
~찰칵~
봉을 휙 뿌리자 3단봉이 펼쳐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에 도검으로 찌르듯 공격해 들어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퍽~
몸을 옆으로 움직여 3단봉을 흘리며 발끝으로 사타구니를 살짝 쳐올렸다.
몸이 움츠려 드는 사이에 목을 콕 찔렀다.
“끄으으윽.”
“경고를 하면 말을 들어 먹어야지.”
10분은 일어서지 못할 거다.
“와.”
강인목의 입이 떡 벌어졌다.
“가자.”
“와, 너 세네. 그래도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지들이 무슨 자격으로 내 몸수색을 하는데?”
“그…….”
“손님으로 초대를 해 놓고 몸수색을 하는 것은 싸가지가 없는 거지.”
“하! 너 갑자기 무서워진다. 아무튼 올라가자.”
무섭긴. 그 정도를 가지고 무서워하면 안 되지.
엘리베이터 안의 층 버튼은 2개.
L층과 N층만 있다.
N층에 도착하자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그곳 입구에도 두 명의 보안 요원이 있었다.
다만, 제지를 하거나 몸수색을 하겠다고 하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여기도 난장판이 되었을 텐데.
깔끔한 디자인의 문 위에 NRS라는 금색의 현판.
그다지 크지는 않다.
아래에 작은 글씨로 Next Rising Society가 붙어 있다.
문이 열리자, 조용한 음악이 흐른다.
내부의 조명은 은은하다.
‘남자들만의 모임이라 난장판일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군.’
그럼에도 남자보다 여자의 숫자가 더 많다.
여자들의 복장은 노골적이고 유혹적이다.
섹시하다고 생각한 걸까?
추해 보이는데.
어두운 색의 옷들을 입은 사람들이 무리 지어 이곳저곳에 보인다.
제법 돈을 들인 티가 나는 복장이다.
태영이 몸에 걸치고 있는 모든 것을 팔아도 저들의 양말 한 짝도 못 살 것 같다.
“잘들 논다.”
“응?”
답을 바라는 것은 아닌 듯 강인목이 앞서 걸었다.
실내의 높이는 음악 공연장처럼 아주 높다.
한쪽 벽을 화려하게 장식한 조명.
거기에 연해 있는 공연 스테이지.
공연 스테이지에서 적당한 거리에 춤을 출 수 있는 플로어가 있다.
그 공간을 중심으로 빙 두른 원형의 소파들.
소파 위에는 대부분 몇 명씩 앉아 있다.
시선을 돌리니, 계단이 보인다.
황실 무도회장 컨셉의 계단 위 2층.
그곳은 작은 방들이 줄줄이 있다.
공연 스테이지를 마주 보는 넓은 공간은 텅 비어 있다.
“돈지랄을 했군.”
“응?”
“아무것도 아니야.”
돈 있는 자들의 모임에서 이 정도야, 뭐.
계단 앞에도 보안 요원 둘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척하고 서 있다.
“…….”
강인목이 계단 앞에서 카드를 내밀었다.
보안 요원은 작은 랜턴을 켜서 카드를 살펴보더니,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올라갈 수 없다는 뜻이다.
L층과 달리 N층의 보안 요원들은 말을 안 한다.
모두 행동으로 한다.
한마디로 싸가지가 없다는 소리다.
보안 요원의 행동으로 봐서, 1층과 2층은 급이 다르다는 의미 같았다.
그때 쟁반에 술잔과 안주들을 받쳐 든 여자 둘이 계단 앞으로 왔다.
강인목은 주머니에서 쪽지 하나를 꺼내 쟁반 위에 얹었다.
“Q”
5만 원권 한 장을 꺼냈다.
여자의 눈앞에서 한번 흔들고, 반 이상 드러난 젖가슴의 골 사이에 끼워 주었다.
Q?
비문인가?
그렇게 팁을 주면 위에 전달해 주는 것인가?
3분쯤 지났다.
기다리는 동안 홀을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난잡하지는 않다.
그나마 다행이다.
잠시 후, 한 명이 계단 위에 나타났다.
옆에는 반 정도 벗은 여자가 매미처럼 붙어 있다.
“헤이, Q2.”
“네, 여기입니다. Q.”
강인목이 위를 향해 자신의 위치를 알려 주었다.
지랄들 한다.
계단 앞에 서 있던 보안 요원이 옷깃에 입을 대고 있었다.
뭔가를 전달하는 듯했다.
옷깃에서 멀어지더니, 팔을 들어 계단을 막는 표시를 했다.
‘이제 일어난 모양이군. 그런데 Q, 그리고 Q2라니?’
‘재미있게 노네.’
“올라와.”
위에서는 올라오라 하고, 보안 요원은 제지를 하는 상황.
몇 초의 시간이 지났다.
“씨발놈이 건방지게.”
무언가가 날아와 보안 요원의 머리에 떨어졌다.
~탕~타당~떼구루루~
비어 있는 사이다 캔이다.
아주 요란한 소리를 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돌아왔다.
“우린 S의 명령만 듣습니다. 잊으셨습니까?”
뒤에 있던 다른 보안 요원이 소리쳤다.
“그래서? Q2를 올려 보내지 말라고 S가 명령을 했어?”
뭔 지랄들인지.
“뭐야?”
그때 2층의 비어 있던 공간에서 누군가가 일어섰다.
소리 질렀던 그놈이다.
“로비의 우리 요원이 조금 전에 입장한 Q2 일행으로부터 공격받았습니다.”
“병신들, 월급이 아깝다. 올려 보내.”
아마도 저놈이 S인 모양이다.
“너 내려오면 보자.”
보안 요원이 태영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이제 드디어 말을 하네.
가리고 있던 팔은 여전히 몇 초간을 더 있었다.
“병신들.”
“뭐?”
“좀 전에 위에서 그러던데? 병신들이라고.”
“?.”
코웃음도 아니고, 비웃음도 아닌 화를 참으면서 나오는 웃음이 흘렀다.
“이 어두운 곳에서 그렇게 선글라스 끼면 앞이 보여? 그러니 병신들 맞지.”
씩씩거리며 화를 참는 모습을 비웃어 주고 위로 올라갔다.
“왜? 무슨 일 있어?”
계단 위에 올라서자 Q가 Q2에게 물었다.
“친구가 몸에 손대지 말라고 했는데, 코웃음 치면서 몸수색을 하려고 했고, 손이 몸에 닿자마자 때려눕혔습니다.”
“그래? 어서 와, 반가워.”
강인목에게 가 있던 시선이 그제야 태영에게 왔다.
“그래, 나도 반가워.”
태영도 같이 반말로 대응해 주었다.
“어? 야, 너 한 싸가지 한다?”
“일면식도 없는 네가 먼저 반말했잖아?”
“너는 Q2와 친구라며? 나는 선배인데?”
“같은 학교도 아닌데, 그래도 선배야?”
“하, 진짜.”
강인목의 선배는 한숨을 푹 쉬면서 뒷목을 잡는다.
“야, 너 멋진 놈인데?”
그때, 병신들이라고 했던, S일 것으로 생각되는 놈이 말했다.
“여기는 너 나 할 것 없이 전부 개새끼들만 있나? 어째 보자마자 통성명도 없이 다 반말이야? 하긴 나도 그게 편하긴 해.”
“흐하하하.”
태영의 말에 S가 화를 내는 대신 큰 소리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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