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87
032. 방문자들(3)
“위니.”
[넵, 마스터.]“너튜버에 ‘왜 너만’ 채널 하나 만들자.”
[채널 이름을 지어 주십시오.]“인적 사항은 내 것, 이름은…… ‘왜 너만’으로 하자.”
[네, 준비하겠습니다.]“오늘 상황에 대한 영상은 따로 편집을 하기로 하고.”
[여러 각도에서 촬영했습니다.]“그래, 방송사들이 잘 쓰는 악마의 편집이 어떤 건지, 기자들에게 보여 주자고.”
학교 인근의 오피스텔 계약을 했지만, 이미 살고 있는 사람이…….
~다다다닥~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조금 전에 인터뷰 자리에 있던 5번, 대한TV 기자의 발자국 소리다.
“최태영 씨.”
“…….”
태영은 걸음을 멈추고 기다려 주었다.
“대한TV 송미려 기자입니다. 혹시 대담 프로에 한번 출연해 주실 수 없나요?”
그러면서 명함을 내밀었다.
전역 후에 이곳저곳 다니느라 TV를 볼 시간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TV와는 담을 쌓고 산다.
“대담 프로에 나가서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네?”
“말주변이 없어서 말을 잘 못 합니다.”
송미려 기자의 표정이 다양하게 변한다.
“그리고, 남이 이렇게 해 달라 저렇게 해 달라 하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합니다.”
병적이라는 말 때문인지 인상이 조금 바뀌었다.
“대담 프로를 엎을 수도 있습니다. 대답이 되었습니까?”
“하…….”
입을 헤벌리고 멍하니 바라본다.
“자, 그럼.”
***
빈 강의실을 찾아 노트북을 펼쳤다.
조금 전의 영상을 돌려보며 대략 편집 방향을 잡았다.
이 내용을 보는 일반인들이 기자들을 쓰레기라고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 주면 된다.
편집은 위니가 할 것이고, 태영은 어디서 어디까지 자르고, 붙이고 하는 것만 정리해 주었다.
[마스터.]“응, 왜?”
[도연태 주변인과 관련된 내용 보고 드려도 될까요?]“응, 해 봐.”
[먼저 영상을 보시지요.]“그래.”
아이미어로 영상이 떠올랐다.
[이것은 도연태에게 달라붙어 사기를 치려는 인물인 김중래와 나눈 대화입니다.]“사기?”
[네, 장소는 도연태 회사 회의실. 경영 본부 조율희 전무와 3인이 대화를 나누는 부분입니다.]“그래.”
[조율희의 가족들은 모두 필리핀에 있고, 거의 모든 재산을 정리해 필리핀 투자 이민 신청을 끝내 둔 상태입니다.]“재산을 모두 정리했으면 어디에 살아?”
[회사 사택입니다.]사택?
소유가 회사로 되어 있는 집이라는 말이다.
몸만 빠져나가면 된다.
결국 도망칠 준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셈이다.
영상은 15분이나 걸렸다.
태국에 대규모의 흑연 광산이 발견되었다.
태국 정부에서 이 사실을 공표하지 않고, 쉬쉬한다.
그곳의 광산 개발을 할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내용.
[다음 영상입니다.]‘다음 영상?”
[김중래와 조율희의 모의 영상입니다.]김중래와 조율희가 도연태에게 사기 치기로 모의하는 장면이다.
흑연 광산 자체가 허위다.
김중래가 처음부터 사기를 치기 위해 조작한 정보다.
“흑연 광산이라는 말에 넘어가?”
[흑연은 다방면에 사용되는 중요한 소재입니다.]“설명해 봐.] [탄소 동소체의 하나로 반도체, 핵무기, 군사 무기에 핵심 소재로 사용되고 있고, 특히 배터리에는 필수적인 소재입니다. 발견된 매장량이 많지 않고 매장 지역도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도연태의 사업 분야 중 한곳이 배터리 부품을 만드는 일이기에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그리고?”
[그 때문에 흑연 광산이 태국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에 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반도체와 배터리는 이해가 되는데, 핵무기와 군사 무기에도 사용돼?”
태영이 알고 있는 흑연의 사용처는 연필심과 건전지가 전부였다.
그나마 최근에 만들려는 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재료여서 알게 되었다.
[배터리에도 필수 원료이지만, 플루토늄 추출을 위한 흑연 감속로에 사용되고, 스텔스 기술은 흑연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아무튼, 태국에는 흑연 광산이 없다는 말이지?”
[네,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마스터.]“인조 흑연으로 가능하지 않나?”
[인조 흑연이 결정 구조의 안정성이 높아 충방전이 잦은 배터리 쪽에서 많이 사용됩니다.]“그런데?”
[생산 설비 투자 규모가 크고 기술력이 좋아야 합니다.]기술 후진국에서 생산할 수 없다는 뜻이다.
“투자를 결정했나?”
[그렇습니다.]“가로채기 가능하지?”
사기를 당해서 빠져나가는 돈.
빼돌리는데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다.
[네,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정리하겠습니다.]“그래. 준혁이 모친에게 보내야 하는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
[정당성 문제 때문입니까?]“맞아. 가난한 사람의 통장에 아무 이유 없이 큰돈이 들어오면 수상하지.”
[조세 피난처를 지정해 주십시오. 거기에 일시적으로 예치해 두겠습니다.]“안텔리스, 네비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복학 2주 차.
‘왜 너만’이라는 너튜브는 조회 수가 그다지 많지는 않다.
그래도 제법 반향을 일으켰다.
‘살아 돌아온 것이 불만이냐? 기자, 너는 꺼져라. 그래서 너희들을 기레기라 부른다.’
태영이 기대했던 답글이다.
기자들의 질문에 동조하여 태영을 욕하는 댓글도 많다.
어차피 태영이 올린 영상이 크게 이슈가 되지는 않았으니까.
그래도 이제는 기자라고 찾아오지 않는다.
그대신, 학교에서는 좀 더 유명인이 되었다.
관심을 갖지 않고 있던 학생들조차, 영상의 배경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라는 것은 알게 된다.
익숙한 건물, 친근한 교정이니까.
가을 햇살 아래 앉아 있다가 박준혁이 먼저 가고 난 뒤다.
“최태영 씨.”
누군가가 불렀다.
고개를 돌리니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그 뒤에 외국인이 서 있다.
남자 둘과 여자 하나.
저 뒤에서 손을 흔들며 사라지고 있는 사람은 같은 학교 학생일 것이다.
태영에게 이들을 안내해 준 사람 같다.
“네.”
“반갑습니다.”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반갑다니?
“누구십니까?”
“아, 네. 나는 천문 연구원에 근무하는 고종필 박사입니다.”
그러곤 명함을 건네준다.
천문연구원?
알지도 못하고 접점이 없는 곳이다.
정부 지원 연구 기관인가?
“저를 왜?”
“아, 다름이 아니고, 이분들은 나사에서 오신 분들입니다. 최태영 씨와 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 합니다.”
“나사요?”
“나사는 들어 보셨죠?”
거기 모르는 사람도 있나? 그런데 거기서 왜?
“드라이브로 돌려야 사용하는 나사 그런 거요?”
“하하, 미 항공 우주국 나사요.”
누가 그걸 모르나?
찾아올 이유가 없어서 조크를 했는데, 그걸 또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호고시 말쓰므 조곰 나우시루 인슬까요?”
한국어라고 하긴 하는데, 저게 말이야, 뭐야?
“Comfortably, speak in English. (편하게, 영어로 하세요.)”
되지도 않는 한국어 하려고 하지 말고.
아니면 제대로 배워서 오든가.
“아, 영어를 잘하시네.”
고종필 박사다.
“Oh, thank you. Could you please give me a moment? (아, 감사합니다. 혹시 잠시 시간 좀 내줄 수 있습니까?)”
“10 minutes possible. (10분 가능합니다.)”
“시간을 좀 더 낼 수 없겠습니까?”
옆에서 듣고 있던 고종필이 물었다.
“수업 들어가야 해서요.”
“아, 하.”
내가 내 시간을 못 내어 주겠다는데, 지가 웬 한숨이야?
“이분들은 최태영 씨를 만나기 위해, 미국에서 여기까지 날아왔는데.”
“글쎄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
미국에서 온 것이 그렇게 강조할 일이야?
짜증이 나서 툭 내뱉었다.
“네?”
“저들이 미국에서 날아온 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구요?”
“……아, 그렇죠. 그랬네요. 다짜고짜 시간을 내 달라고 했으니.”
“아무튼, 길게 시간을 내 드리지 못합니다.”
“Oh, what should we do? (아, 그럼 어떻게 하지?)”
태영의 대답에 고종필이 나사에서 왔다는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He says it’s difficult to make time…….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고종필과 태영이 나눈 이야기는 한국어다.
통역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각했는지, 통역을 했다.
“(어떻게 할까요?)”
그러니까, 너희가 필요로 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거지?
그것을 내게서 얻어 내기 위해 내 시간을 써야 한다는 거지?
그럼 뭔가 대가를 제시해.
그 말인데, 못 알아듣는 것 같다.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아쉬운 것도 없고.
실제 수업이 시작되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남아 있다.
태영은 고개를 살짝 꾸벅하고는 총총히 길을 떠났다.
그들이 뒤에서 나누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래도 돌아보지 않고 강의실이 있는 건물로 갔다.
***
“최태영.”
“네.”
다음 수업.
담당 교수가 태영을 불렀다.
“지금 권종영 교수님에게 가 봐.”
권종영?
수업 들어가는 과목이 없다.
선택한 전공과 연결점도 없다.
상관없는 교수인데, 왜?
“네, 그런데 수업 빠져도 됩니까?”
“그래, 오늘은 조별 과제만 줄 거니까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듣고.”
“네, 알겠습니다.”
화석에다 아싸가 될 줄 알았다.
생각보다 태영과 친해지고 싶어 하는 후배들이 많다.
그래서 전달은 될 것이다.
부스럭거리며 정리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분명히 아까 그 사람들일 것 같아.’
~똑똑~
안에서 답이 들리기를 기다리지 않고 문을 열었다.
“어? 네가 최태영이야?”
조교다.
“네, 맞는데요.”
“나 따라와라.”
“네.”
여하튼 조교들 대부분은 처음 봤거나 아니거나 무조건 반말이다.
건방지게시리.
교수실에 공간은 있어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어서 데려가는 것이겠지만.
~똑똑~
조교가 소회의실이라고 된 곳의 문을 두드림과 동시에 곧 문을 열었다.
역시.
예상대로 그 사람들이 주르르 앉아 있다.
“데려왔습니다. 들어가 봐.”
조교는 권 교수에게 보고를 하고 태영에게도 말했다.
“어, 들어와.”
조교의 표정을 보니, 너도 들어오라는 말을 기다리는 듯하다.
하지만 권종영은 그럴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조교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하자, 태영을 노려본 후에 나갔다.
노려볼 이유가 없는데, 왜?
뭐가 문제야?
안으로 들어섰다.
“네가 최태영?”
“네, 맞는데요.”
권 교수는 수업이 없는 사람이라 사전에 조사해 둔 것이 없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본 얼굴들이다.
“여기 와서 앉아라. 이분들 알지?”
“네, 좀 전에 밖에서 만났습니다.”
“너, 참…….”
권 교수는 태영을 한참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나사에서 널 만나러 오다니.”
권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 그럼 고 박사, 편히 이야기 나누고 가요.”
“네, 감사합니다. 권 교수님.”
권 교수가 나가고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학생인 점을 이용해 교수님의 힘을 빌려 이렇게 제 시간을 마음대로 뺏는 거, 문제 있는 거 아닙니까?”
따질 건 따지고.
“미안합니다.”
“잠시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그전에.”
태영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회의실 가운데 매달려 있는 갓 전등.
그 뒤로 손을 올려, 전선을 따라 함께 내려와 있는 극소형 마이크를 부쉈다.
“도청?”
“그 정도 거창한 것은 아닌데,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네요.”
“Wiretapping?”
“How did you find that?”
나사에서 왔다는 사람들은 태영을 쳐다보며 의문을 표했다.
“It doesn’t matter. I’ll give you 10 minutes from now. (그것이 중요한 일은 아니지요. 지금부터 10분간 시간을 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을 테이블에 올려 두고, 시계가 나오도록 했다.
“(아, 우리는 나사에서 우주 에너지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태영의 말에 놀라고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서두를 꺼냈다.
10분은 짧지.
그런데 명함도 안 주고, 이름도 밝히지 않는다.
매너가 꽝이네.
“(이름 없어요?)”
“(아, 브랜든, 브랜든 홀입니다.)”
Brandon Hall이 말을 이었다.
“(우리는 우주의 양자 에너지와 음이온 에너지 등의 변화를 측정하던 중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네, 그런데요?)”
“(우주의 에너지 변화는 늘 있는 일이지만, 간혹 아주 특이한 변화가 발생했는데, 그 시기가 미스터 최가 속한 그 부대가 증발한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미스터 최가 일주일 후에 생환했습니다.)”
“(그래요?)”
그런 것도 측정이 가능하구나.
새로이 알았네.
아니다. 어쩌면 R존에서 설명을 했는데, 태영이 신경 쓰지 않고 지나쳤을 수도 있다.
위니에게 물으면 답을 줄 것이다.
“(실제로 그런 변화가 여러 번 있어서 주의를 기울이기는 해도, 그것이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조사하지는 않았는데요. 우리가 주목하게 된 이유는 미스터 최가 생환했다는 것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우리는 그와 같은 변화가 있었던 시기의 사건들을 조사했습니다.)”
그 옆에 앉은 여자가 말을 이었다.
얘는 자신의 이름도 밝힌 적이 없는데.
“(그래서요?)”
“(미스터 최의 상황과 같은 변화가 일어난 횟수는 최근 10년 동안 수십 회, 그중 몇 번은 군인들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이 증발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렇네.
“(생환 후의 조사에서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고 주장하셨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무언가를 알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여자가 말을 이었다.
그래, 맞아.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있지.
그 이유가 어떤 것 때문인지도 알지.
그런데 어쩌라고?
고종필 박사는 대체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라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있다.
그렇지만, 대화에서는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조셉 설리반.)”
아느냐고 물은 것이 아니라, 그냥 이름을 입에 올렸다.
미국에서 태영을 찾아왔던 CIA의 인물.
여태까지 태영과 이야기를 나눈 두 사람은 모르는 반응이다.
그중 한 명이 아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대답을 안 한다.
다른 질문들이 이어졌다.
애초에 저들이 기대하는 대답을 해 줄 생각이 없다.
그래서 모른다는 대답이 많이 나갔다.
질문마다, 상식선에서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대답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