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91
036. 딥 페이크(2)
강인목을 보내고 이한봄을 불렀다.
그러곤 어젯밤에 네가 술이 떡이 되어서, 펑펑 울었다는 말을 꺼냈다.
“여동생 이야기를 하던데, 뭐 좀 찾아낸 것이 있어?”
“내가 그 이야기를 했다고?”
이한봄이 깜짝 놀라 반문한다.
“그래.”
강인목이 말해 주었다고 할 수는 없다.
술에 취하면 대부분 기억하지 못하는 점을 노렸다.
강인목에게는 술에 취해 펑펑 울며 동생 이야기를 한 것으로 말을 맞춰 두었다.
“하, 좆같은 세상에 산다고 입에 달고 다니다가, 술에 맛이 가서 너에게 이야기를 한 모양이구나.”
“뭐, 그래도 좋은 오빠네.”
“여동생 없나?”
“대신 누나가 있지. 나 때문에 회사에서 잘렸지만.”
“니기미, 그나마 다행이다.”
“그 동영상.”
“너.”
동영상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눈에 불꽃이 튄다.
언성이 올라가 주위 사람들이 다 돌아볼 정도다.
얼굴을 붉어지고 폭발할 것 같은 분노가 깃든다.
“씨팔, 너. 너도 봤어?”
이한봄이 태영의 멱살을 잡으며 으르렁거렸다.
“손은 놓고.”
“야, 봤냐고?”
멱살을 잡은 손을 풀지 않고 소리친다.
“누구에게 부탁을 해서 다 지웠다.”
“뭐?”
“…….”
“다시 말해 봐. 뭘 어찌했다고?”
“모두 지웠다고.”
“뭐?”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다.
하긴 갑자기 지웠다고 하면 이해되지 않을 거다.
“국내에 있는 건 다 지워졌고, 해외도 지금 지워지고 있는 중이다.”
“야이 씨발, 그게 가능해. 이 새끼야?”
“가능해.”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태영은 그대로 내버려 두고 대답했다.
“어떻게, 그게 어떻게 가능해? 어떻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이한봄의 언성이 더욱 높아졌다,
“어제 네가 그 이야기할 때, 내가 당한 그 사건 때문에 CIA하고 국정원 사람들 만난 이야기해 주었잖아?”
“CIA? 국정원?”
기억 못 하지.
태영이 이한봄에게 그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없으니까.
술에 떡이 되어서 기억 못 할 것이기에, 거짓말을 해도 믿을 수밖에 없을 거다.
그 점을 이용한 거다.
“그래, 너희들 재워 놓고 밤에 전화해서 부탁했다.”
“그랬더니.”
“도와주겠다고 하더라. 그 대가로 다음에 내게 뭘 요구하겠다고 했지만.”
어젯밤.
모텔에 둘을 재워 두고, 밖으로 나가 위니와 이야기를 했다.
추적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위니의 답은, 태그가 어쩌고 로그가 어쩌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지만, 한 가지는 알아들었다.
추적이 가능하다고 했다.
‘지우는 거 가능해?’
바이러스를 사용하면 된다고 했다.
태그만 남아 있으면 흔적도 없이 지울 수 있다고 했다.
몇 가지 제한 사항과 수정된 파일 어쩌고, 캡처 파일 어쩌고 했지만, 그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일은 늦출 수 없는 일.
지우기를 시작하라고 했다.
‘와이프아웃.’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지우기 수법이다.
그 파일이 있는 컴퓨터, 폰, 태블릿 PC 등 모든 기기의 저장 공간을 모두 와이프아웃 하라고 했다.
온라인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한 것은 기억한다.
그것도 지워야 한다고 했더니, 바이러스 활동 기간을 3년으로 하겠다고 했다.
“태영아.”
태영을 부르는 소리의 절반이 울음소리다.
“의심스러우면 찾아봐. 너도 알고 있을 거 아냐?”
그 말을 하자마자 이한봄이 주머니를 뒤적여 폰을 꺼냈다.
눈물이 가득한 눈을 손으로 비비고, 또 비벼서 그것을 옷에 문질러 닦아 냈다.
그러곤 폰의 액정을 아래위로 밀거나 당겼다.
1분, 2분, 3분.
빠른 손놀림으로도 제법 시간이 지나갔다.
간혹 한 번씩 눈을 돌려서 태영을 쳐다보고, 다시 폰으로 눈을 돌렸다.
눈은 새빨간 색으로 변했고, 두 눈에는 눈물이 쉴 새 없이 볼을 타고 흘렀다.
턱을 따라 흐른 눈물이 또 폰으로 주르르 흐른다.
그러면 소맷자락으로 폰의 표면을 닦고 다시 보았다.
아무리 찾아도 없지.
“뉴스 채널 열어 봐.”
“뉴, 뉴스 채널?”
“그래.”
앵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앵커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한봄이 태영을 바라보았다.
벌건 눈에선 여전히 눈물이 흐르고 있고, 코에서 콧물이 늘어져 흘러내렸다.
~팽~
한 손으로 코 한쪽을 막고 코를 풀었다.
그리고 다시 손으로 얼굴을 비빈 후에 폰에서 나오는 영상을 바라보았다.
중국발 바이러스.
모조리 지우고, 거기에 한자로 비(非)라는 글자를 심어 놓았거든.
비(非)라는 글자에는 나쁘다, 거짓이다, 사실이 아니다, 벌하다, 배반하다 등의 뜻이 포함된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들어 있다.
앵커는 이런 사태가 왜 생겼는지 모르지만, 그리고 세상 사람들 모두가 모르지만, 이제 이한봄은 안다.
“이…… 이……게 대체…… 이게 대체…….”
손바닥으로 다시 눈물과 콧물을 비빈다.
그러곤 비빈 손을 옷에다 문지른다.
에이, 더러워.
“USB 메모리나 해외의 일부는 아직 다 지워지지 않았을 거다.”
지금도 지워지고 있으니까.
“그…… 이……이…….”
“지구상에서 네 동생의 얼굴이 담긴 영상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 대부분 지워질 거야.”
실제로 이 바이러스가 활동하는 기간 이후에 스스로 소멸한다.
“으하아아악.”
이한봄이 폰을 손에 쥔 상태로 다리가 풀린 듯, 길가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두 눈을 비비는 모습이 안쓰럽다.
“으아아아아…….”
온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통곡을 했다.
마치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모습이다.
“이 일은 입을 다물어야 한다. 너는 모르는 일이어야 하고.”
울음이 소강상태에 접어들 때, 한마디 툭 던졌다.
그리고 이한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돌아섰다.
들었을까?
우느라, 비명을 지르고 통곡을 하느라 못 들었을 수도 있는데.
(만든 곳은 상해에 있다고 했는데, 그곳은 이제 없다.)
울고 있어서 해 주지 못한 말을 톡으로 보냈다.
주어가 빠진 말이지만 충분히 알아들을 것이다.
영상을 제작한 곳의 IP와 직접 연결된 모든 컴퓨터를 와이프아웃 시켰다.
그곳의 서버와 클라우드와 백업 서브와 53대의 PC에서 모든 자료가 사라졌다.
그 일을 했던 사람들이 소속된 곳.
법인 계좌와 개인 계좌의 돈도 모두 사라졌다.
언젠가 필요할지 몰라서 그들의 인적 사항만 위니가 보관하고 있을 뿐.
~우우우우우웅~
이한봄의 전화다.
“왜?”
[너 어디야. 어디야? 빨리 말해, 이 시발 놈아. 으흐흐흐, 지금 어디야? 어디야?]전화기가 터져 나가라 고함을 지른다.
별로 떨어져 있지 않은데.
~다다다다닥~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요란하다.
“최태영.”
길가의 사람들이 보거나 말거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른다.
행인들이 ‘왜 너만’이라는 기사 제목을 떠올릴 텐데.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안 하는 것인지.
아무 생각 없이 고함을 치며 이름을 불러 댄다.
“거 좀, 조용히 오면 안 되냐?”
“고맙다, 이 새끼야. 고맙다고. 야, 이 시발 놈아 고맙다고. 으아아아.”
저게 고맙다는 것인지, 욕을 하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된다.
에이, 짜증 나.
이한봄은 달려오던 그 자세로 태영을 껴안았다.
미친.
“떨어져라, 좀.”
남들이 동성애자인 줄 착각할 거라고. 이 거지 같은 놈아.
“야, 야, 야, 야. 최태영 고맙다.”
“좀 떨어져라, 제발. 다른 사람들 본다.”
“아, 씨방아. 보거나 말거나.”
“나에게 이렇게 엉겨 있는 시간에 동생에게 가서 이 사실을 알려 주는 것이 어때?”
“그, 그래. 그래, 맞아.”
대답을 하면서 겨우 떨어져 나간다.
남매간에 우애가 너무 좋았을까?
제 모든 것을 걸고 동생을 지키려 했던 것 같은데, 동생에게 소식을 전해야지.
그와는 상관없이 정신과 치료는 받아야 할 것이지만.
“그래도 얼굴이 팔렸으니 당분간 밖에 나오지는 못하겠지?”
“그래, 그래. 아, 시바. 내 동생을 건져 줘서 뭐라고…….”
“동생 잘 보살펴 주고.”
“야.”
“아, 또 왜?”
“대가, 그 사람들이 요구하는 대가, 내가 줄게. 뭘 요구하든지 내가 준다. 알았지?”
“뭘 요구할 줄 알고?”
“상관없다. 뭐를 요구해도 준다. 그러니 그 사람들이 대가를 요구하면 꼭 나에게 말해야 한다. 알았나?”
“…….”
“알았나, 이 시발 놈아. 알았냐고?”
“…….”
“제발, 알았다고 대답 좀 해 다오. 제발, 흐으으.”
“……그래, 알았다.”
이한봄의 억눌린 흐느낌을 더는 들어 줄 수가 없어서 대답하고 말았다.
“그러면 된 거다. 그리고 나는 모르는 일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우느라 못 들은 줄 알았는데, 들었던 모양이다.
“간다.”
짧게 말한 이한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며 택시를 세웠다.
저놈 저거 돈 없다고 했는데.
에이, 제가 알아서 하겠지.
태영도 돌아섰다.
어쩌면 얼굴을 바꿔 줄 기회가 생길지 모른다.
바꿔 주어서 다른 모습이 된다고 해도, 늘 함께하던 사람들과 섞여서 살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태영도 사진으로만 봤다.
강인목의 말처럼 세상 남자들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미인이다.
얼굴을 바꿔 줄까?
하지만 과연 그것이 잘하는 일일까?
~웅~
(오늘 오후, 약속 시간을 30분만 늦추면 안 되나요?)
신정현의 톡이다.
(그래요.)
***
“터니테크 사장?”
“사장? 이렇게 부르면 반말이지.”
태영은 신정현의 의문점 표현에 바로 꼬투리를 잡았다.
“아, 죄송해요. 사장님.”
“네.”
“학생이잖아요?”
“맞아요.”
“그런데 사장님?”
“학생은 사장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아니, 그게 아니라…….”
“할래요, 말래요?”
“채용해 줄 것인지, 안 해 줄 것인지는 회사에서 결정하는 것 아니에요?”
“면접은 양쪽에서 보는 거니까. 회사는 지원자를 면접 보고, 지원자는 회사를 면접 보고.”
“그런 것도 있어요?”
“대기업은 대기업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면접자의 면접에 통과한 것이니 일방적으로 지원자를 면접 보는 거지만, 신생 회사를 뭘 믿고?”
“하, 말 되네. 콧구멍만 한 회사라도 그렇게 말해 준 회사는 처음이네요.”
“신정현 씨 콧구멍이 5백 평? 크기도 하여라.”
“아, 진짜. 뭐래?”
장난스러운 태영의 말에 신정현은 코를 만졌다.
잠시 눈을 흘기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그리고 꾸뻑 절을 했다.
“사장님, 나 할게요, 채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리에 다시 앉았다.
태세 전환이 빠르다.
“혼자서 결정?”
“사장님은 결정하신 거 아닌가요?”
“네, 맞아요.”
조금 더 놀리려고 하다가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8명이 회의를 할 수 있는 회의실이다.
2시부터 8시까지 대여해서 면접 보는 형식을 빌렸다.
그래서 보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다.
~똑똑~
노크 소리에 유리문 밖을 보니 커피 캐리어를 든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커피 배달 왔습니다.”
건물 내의 커피숍에 배달도 가능하냐고 물었고, 배달료가 추가된다고 했다.
가슴 부위부터 무릎 위까지 내려오는 자줏빛 색상의 앞치마를 입은 점원이다.
점원이 커피 캐리어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카드로 커피 값을 결제하고, 만 원권 두 장을 무선 결제기 위에 놓았다.
“이건?”
“배달료입니다.”
“배달료는 이미 받았습니다, 손님.”
“그쪽 사장님이 말한 배달료는 카드로 결제했구요, 이건 배달 오신 분에게 드리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추가로 준 배달료가 커피 값보다 많다.
여기까지 배달을 와 준 것에 대해 태영이 줄 수 있는 작은 성의다.
“언제부터 출근해요? 연봉은 얼마 줘요?”
커피숍 점원이 나가고 신정현이 물었다.
“출근은 오늘부터. 연봉은 얼마 받고 싶어요?”
“와, 오늘 토요일인데? 면접 보면서 출근이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연봉은…… 음.”
“네, 연봉.”
“부르는 대로 다 줘요?”
“그대로 못 줄 것 같으면 아직 근로 계약서도 안 썼으니, 입사 취소하면 되는 거지.”
“아, 뭐야? 진짜, 좋다 말았네.”
처음부터 만남이 그랬던 까닭에 별로 어려워하지 않는다.
태영도 그게 편하다.
본인이 짊어지고 있는 암울한 현실 때문에 일부러 활발하게 하려는 것이 보인다.
그렇게 입사는 결정되었다.
강인목은 학교 다니는 동안 아르바이트생으로 쓰기로 했으니, 정직으로는 첫 입사자다.
“회사 사무실은 그 전에 사용하던 곳에서 이사를 나가지 않아서 아직 들어갈 수가 없어요.”
“와, 진짜 이상한 회사야. 사무실도 없이 직원부터 채용해요?”
“뭐 어때? 사장 마음이지. 안 그래요?”
“뭐, 그렇기는 하네요. 사무실 없다고 월급 안 주는 것도 아니니까.”
“거기가 2주 뒤에 이사를 나가지만, 1주는 공사를 해야 하니까, 3주 후 월요일에 오면 되는데, 그전에 지시한 것 조사 좀 해 주세요.”
“벌써요?”
“출근이 오늘부터라고 했는데, 벌써라니?”
“아, 그렇네요. 넵, 사장님.”
플라스틱 카드 한 장, 그리고 USB 메모리 한 개와 명함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법인 카드, 이건 업무 지침과 해야 할 일을 넣어 둔 메모리.”
“네.”
“사무실이 없는 동안의 업무 보고는 매일 6시 전후로 메일로 보고하시고, 구두 보고가 필요하면 전화를 주세요.”
“와, 준비 단단히 해 오셨네. 카드는 마음대로 써도 돼요?”
“회사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마음대로 쓰세요. 단, 항상 월말에 사용 리스트를 작성해서 보고 올리면 돼요.”
“넵.”
신정현은 이미 직장 생활을 해 봤던 경험자다.
“USB에 처리할 업무 내용과 카드 사용 보고 양식을 비롯해, 회사에서 지켜야 할 것들 모두 있으니까 보고 익히도록 하세요.”
“그리고 이건 뭔데요? 자동차 영업점 명함인데?”
명함을 보고 물었다.
“업무용 자동차를 받으러 갈 곳. 목요일에 그 사람하고 통화하고 찾아가면 자동차가 나와 있을 겁니다.”
“차종이 어떤 건지 물어도…….”
자동차에 대한 로망은 남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자들도 자동차에 대한 로망과 욕심이 있다.
“가서 보세요. 탈 만할 거니까.”
“새 차에요?”
“영업점에서 새 차 팔지, 중고차 파나요?”
“와, 멋진 사장님, 공용인 거죠?”
“전용입니다. 혼자 쓰면 되니까, 출퇴근용으로 사용해도 돼요.”
“우와, 진짜 감사합니다. 그런데 사무실이 없으니 PC는 없을 테고…….”
“카드로 노트북 하나 사세요.”
“최고급으로 사도……?”
자동차도 준다는데 노트북에 눈치가 보이는 모양이다.
“원하는 대로 사세요. 여러 가지 액세서리가 필요할 테니까, 그것들도 한꺼번에 준비하고.”
“넵, 알겠습니다.”
그렇게 신정현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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