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92
037. 시작하다
~똑똑~
유리문 밖에 두 사람이 보였다.
한 사람은 누나가 말한, 전 직장 동료였던 정지영인 모양이다.
누나와 같은 시기에 회사에서 잘렸다고 했다.
역시 근무 성적은 나쁘지 않았는데, 이유는 모른다고 했다.
“어서 와, 누나.”
“안녕하세요. 정지영이라고 합니다.”
정지영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네, 어서 오세요. 최태영입니다.”
둘은 이미 커피 캐리어를 손에 들고 왔는데, 태영의 몫으로 한 잔이 더 있다.
“네 것은 안 사 와도 될 뻔했네.”
누나는 그래도 커피 한 잔을 태영의 앞으로 밀었다.
“누님이 회사 차린다고, 와서 일 좀 하자고 했는데, 인터넷 쇼핑몰이라는 것만 알고, 어떤 아이템인지도 모르는데, 말 좀 해 주면 안 돼요?”
“아, 네. 누나 비밀 유지 각서.”
“써서 드렸어요. 그거 안 쓰면 같이 일 못 한다고 해서.”
누나보다 정지영이 먼저 대답했다.
“전에 맡은 일이 시각 디자인, 그 중에서도 광고 디자인과 웹 디자인이라고 했지요?”
“네, 맞습니다.”
“아직 제품은 나오지 않았지만, 컨셉 이미지 모델링을 한 것은 있으니까, 그걸로 작업을 하면 됩니다.”
***
“와, 세상이 뒤집힐 물건이네.”
대부분의 설명을 들은 정지영이 머리를 손가락으로 마구 헝클며 말했다.
테이블 위에 비스듬히 놓인 태블릿에는 지금까지 태영이 설명한 제품의 컨셉 이미지가 떠 있다.
“그렇지?”
“응, 서영아. 아, 이젠 이름 부르는 버릇을 없애야 하는데. 사장님, 진짜 이게 가능해? 아니, 가능해요?”
“동생이 가능하다고 하면 가능하겠지.”
“진짜 가능해요?”
이번에는 태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요.”
“시작이 4가지, 필름 디스플레이와 이어폰, 필름 키보드, 거기에 보조 배터리가 8종, 이건 더 말이 안 돼.”
“나도 이해가 안 되긴 마찬가지야.”
“비밀 유지 각서 안 쓰면 말해 줄 수 없다는 이유가 이제 설명이 되네. 백 원짜리 동전만 한 스마트폰 충전용 보조 배터리로 10만mAh라니.”
놀랍기는 할 것이다.
“질문 조금 더 하겠습니다.”
“네.”
“필름 디스플레이는 크기가 얼마나 큰데요? 그리고, 이거 구겨지면 못쓰는 것 아닌가요?”
태영의 대답에 태블릿 화면을 손으로 밀어서 필름 디스플레이 부분이 보이도록 했다.
“필름 디스플레이 옆에 이것, 볼펜 크기입니다.”
“네.”
“전원 버튼을 누르면 지금 이런 모습으로 필름이 자동으로 밀려 나오는데, 크기 조절은 보다시피, 가로, 세로형의 두 유형으로 펼칠 수 있습니다. 거기서 구기면 못 쓰게 되죠.”
“그러니까요.”
“그런데 좀처럼 구겨지지 않고, 켜지면 그때부터 팽팽하게 바뀌니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아.”
이해를 다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같은 모듈이라도 세로형에 비해 가로형은 3배쯤 디스플레이가 더 커진다.
“크기는 펜의 길이로 결정되는데 휴대용은 150, 200, 230, 거치용은 320, 400, 480mm입니다.”
“와, 이거 480짜리를 세로형으로 펴면 270, 가로형으로 펴면 853mm가 되는 거죠?”
“네, 맞습니다.”
“책상 앞에 붙이면 모니터 대신 사용해도 되겠네. 여기 사각형, 이건 무엇입니까?”
“그건, 폰이나 PC에는 이 디스플레이와 연결해 주는 인터페이스가 없잖아요?”
“네, 연결이 안 되어 있죠.”
“폰 뒤에 부착을 하면 폰의 액정으로 나가는 신호를 잡아서 필름 디스플레이로 전송해 주는 장치입니다.”
“아, 이해되었습니다. 또 하나, 이어폰은 왜 필요합니까? 블루투스 이어폰이 있는데?”
“그냥 보조인데, 블루투스 이어폰은 마이크가 함께 있지만, 이것은 마이크 기능이 없습니다. 장점으로는 디스플레이 인터페이스와 필름 디스플레이와 이어폰이 블루투스처럼 페어링 과정이 필요 없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 그런 장점이 있군요.”
“또, 질문 있으면 하세요.”
아직은 사무실도 없고, 자주 만날 수 없다.
그러니 가능한 한 많이 알려 주어야 한다.
“필름 키보드 역시 마찬가지 같은데, 인터페이스는 같은 것을 사용하나요?”
“네, 맞습니다. 이 인터페이스 모듈을 디스플레이와 이어폰, 키보드 모두 공용으로 사용됩니다.”
“충전 없이 사용 가능한가요?”
“아니오. 여기, 작은 핀 보이지요?”
“네.”
“충전기에 꽂으면 충전이 되고, 풀로 충전되었을 때, 30시간 정도, 이 홈에 동전형 보조 배터리를 끼우면 계속 사용 가능합니다.”
“와, 미치겠네. 이거 나오면 내가 1착으로 산다.”
“너는 그냥 하나 준다니까.”
“싸장님, 고맙습니다.”
누나의 말에 정지영의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온다.
“배터리는 컨셉 모델을 보았듯이 시리즈로 여러 유형입니다.”
“시리즈요? 아, 그래서 커넥터가 여러 유형이었구나.”
“그렇죠, 요즘 배터리는 폰에서만 쓰는 물건이 아니죠.”
“네, 맞아요. 여름에 사용하는 휴대용 선풍기, 넥 쿨러, 겨울에 사용되는 발열 점퍼, 발열 패딩, 발열 팩, 그리고 무드 조명, 테이블 조명 그런 곳에는 모두 사용되죠.”
“네, 맞아요.”
“퀵보드, 드론 같은데도 쓰지 않나요?”
“퀵보드, 그것도 다음에 나올 상품이야.”
누나가 정지영의 말끝에 퀵보드 이야기를 했다.
“뭐?”
“지금 퀵보드 휴대가 거의 불가능하니까, 그걸 아주 가볍게 해서 접어서 들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들 거야. 컨셉 모델링은 다 되어 있어. 순서상 아직 아닌 거지.”
그 말에 정지영은 태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대체, 전공이 뭐예요? 학생이라고 하던데.”
“아시죠?”
“싸장님, 그러니까 누님에게 들었는데, 이런 것들을 보면 도무지 이해가 안 되어서요.”
태영이 역으로 물어보자 황당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이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수많은 회사에서 찾아올 것입니다. 독점을 달라, 납품해 달라, 대량 납품을 받을 테니 사양서를 보내 달라, 도면을 보내 달라.”
“그렇겠지요.”
“메이스타의 판권은 인터넷 쇼핑몰과 오프라인 소매만 있으니 대응해 드릴 수 없다고 하고, 그런 것이 궁금하면 터니테크로 연락하라고 하세요.”
“우리 회사 이름이 메이스타니까, 그럼 동생분 회사가 터니테크?”
“네, 맞습니다.”
“보안, 보안, 보안. 와, 난 죽었다. 입이 근질거려서 어찌 살지?”
“왜? 전화기 빼앗고 오피스텔에 감금해 줄까?”
정지영의 말에 누나가 그녀의 머리채 중간을 잡으며 물었다.
“아, 아니, 아니. 싸장님, 나 절대로 말 안 할게요. 우리 엄마한테도, 동생한테도.”
“그래, 그럼 감금은 취소.”
누나는 장난스레 정지영의 머리를 헝클었다.
“언제까지 마쳐야 하는 거죠?”
“아직 사무실 입주도 안 했어요. 공장에 생산 라인 준비하고, 시 샘플 만들어서 KC 인증 받는 데까지 6주 예정하고 있으니까, 거기에 맞춰 준비하면 됩니다.”
“지영아, 초등학생도 이해되도록 잘 만들어라. 네가 잘려서 백조 생활하는데도 불구하고, 네 연봉을 팍팍 올려 주고 스카우트해 왔으니 밥값 제대로 해야지.”
“눼눼, 알아서 모시겠습니다요.”
“그리고, 누나.”
“응 왜?”
“박준혁, 거기서 알바 좀 시키려 했는데, 남자가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아서 우리 쪽 알바로 쓰고 싶거든.”
“싸장님, 싸장님, 우리 싸장님, 내 동생도 알바 하는데, 어찌 안 될까요?”
정지영이 재빨리 끼어든다.
알바 한두 명으로 될 일이 아니라, 정직원이 여러 명 필요하다.
“내가 경력 단절 아주머니 두 분 소개해 줄 테니까, 그분들 채용 좀 해 주면 좋고, 지영 씨 동생분도 알바로 쓰면 되겠네.”
“그렇게 사람이 많아야 할 정도로 일이 많을까?”
“아직은 모르지만,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오프라인 소매 매장은 어찌할까? 태영아.”
누나도 경험이 없으니 하나부터 열까지 태영에게 물어야 하고, 태영은 그것을 다시 위니에게 물어보는 과정을 반복한다.
“일단, 천천히 해. 온라인에서 팔리기 시작한 후에 준비해도 돼.”
누나는 창업 멤버로 함께하기로 한 정지영에게 1%를 주식으로 주었다고 했다.
2년 거치 3년 상환이라 했는데.
***
~띠링~
톡이 오는 소리.
(오늘 밤, 이사하겠습니다.)
안재희로부터 연락이 왔다.
벌써 한 달이 되었다.
출입문의 비밀번호는 톡으로 이미 알려 주었다.
(그래.)
답은 간단하게 보냈다.
저녁 10시, 이제 슬슬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토끼가 절하는 이모티콘.)
이모티콘에 답하지 않았다.
단지, 읽었다는 뜻으로 숫자 1이 사라지면 된다.
이번 주말에는 박준혁도 이사를 하고, 태영도 이사를 한다.
누나 회사인 메이스타는 사무실이 공실이 되어서 이미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터니테크가 들어갈 장소는 이번 주말에 남은 칸이 이사를 나간다.
두 회사는 아래위층으로 갈라졌다.
다행스러운 것은 연속된 칸을 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다음 주에 실내 공사.
제조 라인 주문한 것이 그다음에 들어온다.
그걸 세팅하면 대부분 준비가 된다.
미국에서 돌아온 후에 일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많은 일들이 비슷한 시기에 맞물려 있다.
학교까지 가야 하니 몇 배의 일이다.
이제 직원을 충원해야 한다.
세월을 살아온 기간은 길어도 회사 생활은 해 본 적이 없다.
사람을 어떻게 구해야 할까?
유명 회사는 모집 공고와 함께 지원자가 몰릴 것이다.
하지만 태영의 회사는 별 볼 일 없는 회사다.
~우우우우웅~
“응, 인목아.”
[신소재나 재료 공학 전공자 추천해 달라고 한 일 말이야.]“있어?”
[우리 학교 선배인데, 일이 좀 있어서 전과가 있고 그래서 백수인데, 그래도 괜찮아?]“무슨 죄로 다녀왔는데?”
[폭행으로 1년 6개월 살았다.]“아무리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을 나온 엘리트라도 취업이 쉽지 않겠구나.”
[전과가 남았으니 그렇겠지. 장사나 하면 몰라도.]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대기업에 가기 쉽지 않다.
“일단 만나 보자.”
내일로 약속을 잡았다.
[마스터.]전화를 끊자 위니가 부른다.
“응.”
[유재구 이야기가 타당의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계속 거론이 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마스터가 어느 정도 이유가 되기 시작하면 보고해 달라고 하셔서 보고 드립니다.]“국감 시기가 다가와서 그런 모양이다.”
[국회 일정에 따르면, 국정 감사는 다음 주부터 시작됩니다.]“유재구는?”
태영은 TV를 잘 안 보는 편이다.
아니, 거의 안 본다.
국감 시기가 다가오면서 시끄럽다는 정도만 알 뿐이다.
[외부 움직임은 거의 포착되지 않습니다만, 내부적으로는 변호사와 일주일에 평균 2회 만나는 중입니다.]“그 동영상 파문이 이번 국감에서 쟁점이 되지 않도록 애쓰는 모양인데.”
[변호사와 나누는 이야기는 그것에 집중되어 있고, 국회의원 몇이 그 자료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유재구에게 위협이 될까?”
[그것과 유사한 형태의 동영상 파문으로 의원직을 잃은 사람은 없습니다. 단지, 다음 선거에서 낙방했을 뿐입니다.]“수사는 여전히 시작하지도 않고?”
[그렇습니다.]도무지 일할 생각을 않는다.
저런 꼴을 보면 국민들이 내는 세금이 아깝다.
“놔두자.”
안재희가 유재구에 대한 복수는 자신이 하고 싶다 했다.
나대지만 않으면 그냥 둘 생각이다.
[네, 마스터. 그리고.]“응, 왜?”
[누님 뒤를 따르는 자동차에 대한 보고입니다.]“앞뒤 영상.”
[네.]영상은 누나와 함께하는 사프캣과 워처가 보내오는 것이다.
태영의 망막에 직접적으로 쏘아 보내는 전송 기술이다.
곧바로 누나의 자동차 앞과 뒤쪽의 영상이 보였다.
누나는 올림픽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주행 중이다.
두 대의 차가 앞뒤에서 위협하고 있다.
앞차는 진로 방해, 뒤차는 꽁무니에서 위협한다.
뒤차가 계속해서 상향등을 깜박거리고 있다.
누나는 아직 초보 운전이다.
그렇기에 저리 운전을 방해하면 사고가 난다.
고의 사고를 유발시킬 생각인 것이다.
“앞뒤가 일행인가?”
[맞습니다.]“누구 짓이지?”
“베트남에 있지…… 아, 맞다. 귀국했다고 했지?”
[네, 7일 전에 보고 드렸습니다.]태영도 회사 준비로 바쁘니 깜박했다.
미국에 가 있는 동안에 떼어 놓기 위해 베트남 공장에 사고를 일으켰다.
노의성은 그것의 수습을 위해 장기간 베트남에 있었다.
돌아온 지가 일주일이다.
“지시 내용은?”
[사고를 유발시키라고 지시했습니다. 덧붙인 말이…….]“덧붙인?”
[죽어도 괜찮다고.]“뭐?”
위니가 전달하는 정보는 정확하다.
말을 끊고 들어갈 수밖에 없을 만큼 화가 났다.
[그 이후의 문제는 자신이 모두 책임지겠다고 했습니다.]“어떻게?”
[베트남에 공장의 경비로 보내 주겠다고 했습니다.]“하! 이것들이 정말.”
~띠리릭~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초보 운전이라 운전도 능숙하지 않아, 전화 받기가 힘들 수도 있다.
핸즈프리 기능은 태영이 직접 점검하고 확인했으니 터치만 하면 된다.
“방금 지난 곳이 동작 대교인가?”
[네, 그렇습니다. 잠시 후 반포 대교 아래를 지나게 됩니다.] [태영아, 아아아, 나 무서워. 이 사람들 왜 이래?]그때 누나와 전화가 연결되었다.
전화기에서는 가쁜 숨소리와 떨리는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당연하지.
앞뒤에서 저렇게 위협을 하면, 초보 운전자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내 말 잘 들어. 누나, 정신 차리고.”
태영이 달려갈 수도 있지만.
한낮에 공중 부양으로 올림픽 대교의 한가운데에 내려설 수는 없다.
[그, 그래. 어떻게?]“반포 대교 보이지?”
[그, 그래. 앞에 반포 대교가 보여.]“반포 대교 지나면 오른쪽에 시내에서 들어오는 길, 차가 많을 거야.”
가능하면 짧게 끊어서 설명해야 한다.
[으으으응.]“들어오는 차를 지나면서 오른쪽 끝으로 붙어. 속도를 확 내. 앞차가 끼어들지 못하도록.”
[반포 대교와 한남 대교 사이의 거리는 2.2킬로미터. 램프 구간을 제외한 안전거리는 1.2킬로미터 정도입니다.]그때, 위니에게서 구간 정보가 들어왔다.
“위니, 레이저 준비.”
전화의 송화구를 막고 위니를 불렀다.
사프캣에는 두 가지의 무기가 있다.
그중에 하나가 레이저이다.
이 시대의 레이저와는 비교조차 안 된다.
[레이저 준비.]“램프를 지나 우측 끝에 붙어서 다른 차에 부딪치지 않을 것 같으면 별도 지시가 없어도 우측 앞바퀴를 뚫어.”
[넵, 마스터.]누나와 통화가 가능하도록, 송화구를 막고 있던 손가락을 뺐다.
“누나, 지금이야 차선 변경, 가속.”
[태, 태영아. 지금 날 보고 있는 거야?]“빨리, 시간 없어.”
[아, 알았어.]~와아아앙~
고급 자동차도 가속 페달을 힘껏 밟으니 소리가 크게 난다.
뒤따르던 자동차도 누나의 차를 따라 차선을 변경했다.
앞에서 방해를 하던 차량은 누나가 가속하자 차선을 바꾸지 못했다.
앞차와 누나 차는 나란히 섰고, 앞지르기를 시작했다.
누나가 타는 삼각 마크의 배기량 6천CC 급 B사 차량과 같은 속도를 낼 수는 없다.
[레이저 발사.]위니의 음성이 들려왔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