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93
038. 키다리 아저씨
위니의 음성은 태영에게 일부러 알려 주는 것이다.
~두두두두두~
누나 차의 뒤를 쫓던 자동차가 우측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그리고 공중제비를 돌며 튀어 올랐다.
~꽈광~
수풀 지역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누나가 속도를 내서 앞으로 쭉 빠지며 앞차가 밀려났다.
차와 차 사이의 빈 공간.
“지금.”
[넵, 마스터.] [지금 뭐?]위니의 대답과 누나의 말이 비슷한 시간에 들려왔다.
급한 마음에 송화구를 막지 않았기 때문이다.
뒤로 밀린 자동차가 우측 끝 차선으로 확 꺾었다.
우측 앞 타이어가 터졌다.
역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우측의 수풀로 떨어져 처박혔다.
[태, 태영아. 저 차들이 왜 저래?]“누나, 이제 집으로 가. 설명은 내일 해 줄 테니.”
[아, 알았어. 너 지금 누나를 보고 있는 거니? 대체 어디서? 어떻게?]“블랙박스 카메라로 보고 있어.”
누나는 IT 쪽과 무관한 사람이다.
블랙박스 카메라로 본다는 것을 믿을까?
하지만 이 상황에 대한 변명으로 위기는 넘기고 볼 일이다.
블랙박스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어떻게 본 건데? 하고 물으면?
변명은 천천히 생각하기로 하자.
[그걸 어떻게 봐.]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것인지 바로 질문이 들어온다.
“가능하니까 보고 있는 거지. 전화 끊는다.”
[야, 야. 태영아, 저 차들은 어찌 된…….]~뚝~
전화가 끊어졌다.
“그 이전 상황, 처음 마주친 상황부터 보여 줘 봐.”
[네, 마스터.]누나의 자동차를 뒤쫓아 오던 장면을 처음부터 살펴보았다.
“이거 유재구가 다시 시킨 것인가?”
[아닙니다. 베트남에서 돌아온 후 유재구와 통화는 했지만, 이런 일을 요청하지는 않았습니다.]노의성이 독단적으로?
“그냥 두면 안 되겠네. 위니.”
[네, 마스터.]“베트남, 거기 사고 한 번 더 가능하지?”
[네, 처리하겠습니다.]***
새벽 2시.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와 경기도 성남시 경계의 한 지역.
거기서 몇 십 미터 떨어진 곳이 서울시 강남구다.
거리상으로는 아주 작은 차이이지만, 지명이 주는 차이는 크다.
큰길에 가까운 건물 옥상의 한쪽 구석.
앉을 곳도 없고, 문을 열어 둔 카페 같은 곳도 없어서 찾은 장소다.
거기서 하염없이 시간을 죽이고 있다.
[굳이 기다리지 않고, 보내 드리는 영상으로 보아도 되지 않습니까?]“나 때문에 애가 그 지경이 되었는데, 최소한 더 피해를 입으면 안 되니까.”
[알겠습니다. 이 골목으로 들어오는 예상 시간은 15분 후입니다.]“알았어.”
[넵.]쾌청한 하늘, 별빛이 반짝인다.
반대로 어둠에 묻힌 주택 단지.
간격이 넓은 가로등으로 인해 무척 어둡다.
밤이 깊어 주택 단지에 움직이는 사람이 없다.
또, 움직이는 자동차도 없다.
단지 옆으로 나 있는 대로를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의 소음만 요란하다.
“누나는 집에 잘 들어갔어?”
[네, 모친에게 오늘 일을 설명했고, 모친은 화를 내시다가, 모친이 누님에게 불안하면 함께 자자고 해서 안방 침대에 나란히 누워 주무십니다.]“다행이다.”
[지금 마스터의 시야에 보이는 그 차입니다.]큰 도로에서 샛길로 헤드라이트를 비추며 들어서는 택시가 보인다.
“그래.”
잠시 후, 안재희와 안재희의 모친, 그리고 남동생이 택시에서 내렸다.
택시 요금을 지불한 안재희가 스마트폰을 꺼내 뭔가를 툭툭 건드린다.
지도 앱에서 위치를 확인하는 것 같다.
{엄마, 저리 가자.}
{재희야, 대체 누구의 집이라고?}
{키다리 아저씨.}
저들 가족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런데, 키다리 아저씨라니?
{누나,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게 있어. 전에 살던 집보다 훨씬 좋은 집이야. 그럼 너도 좋잖아?}
{누나는 와 봤어?}
{아니.}
{와 보지도 않았으면서 좋은 집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귀가한 밤이다.
그래서 길가에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는 차를 피해, 길을 따라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 이동 후에 멈췄다.
3층짜리 다세대 주택 앞.
폰과 집을 번갈아 본다.
{여기야, 여기 3층.}
{3층?}
{그래, 들어가자.}
공동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섰다.
현관에 불이 들어와서 환해졌다.
1층의 입구는 따로 있고, 2층과 3층으로 가기 위한 별도의 입구다.
계단을 오르며 지나가는 곳마다 환해졌다가, 3층이 밝아졌다.
태영은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3층짜리 다세대 주택.
방이 크지는 않지만, 3개의 방과 제법 넓은 거실이 있는 집이다.
***
안재희는 공동 현관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딸깍~
~스르르~
공동 현관문이 작은 소리를 내며 열렸다.
한 발자국을 들어서자 깜깜하던 현관이 환해졌다.
센서에 의해 자동으로 켜지는 등이다.
“정말 맞나 보네?”
“응, 엄마. 맞아. 들어가.”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자신의 뒤로 동생과 엄마가 뒤따라오고, 공동 현관 입구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스르르 닫혔다.
움직임에 따라 알아서 켜지는 계단의 전등.
그 전등 불빛에 반짝이는 계단의 황동 모서리.
‘정말 여기가 맞을까?’
‘아니면 어떻게 하지?’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공동 현관 비밀 번호가 맞으니까 맞을 거야. 그치?’
에뒨, 아니 키다리 아저씨 최태영이 주소를 보내 준 것은 불과 이틀 전이다.
그러니 와 보지 못했다.
미리 가서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마음이 떨려서 와 보지 못한 것도 있다.
‘그분은 정말 원하는 것이 없는 것일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
가출해서 몇 달을 살았다.
그 처절하고 가혹한 현실의 벽에 부딪쳐 가며 뼈에 사무치도록 느낀 것.
세상에 공짜는 절대로 없다는 것이다.
2층을 지나서 3층으로 오르는 계단.
깊게 숨을 들이쉬고 한 계단, 한 계단 천천히 올랐다.
“누나.”
“쉿, 밤이 늦었어.”
동생의 부름에 돌아서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아, 알았어.”
자신과는 달리 동생의 얼굴에는 기대가 가득하다.
3층으로 올라가는 완만한 계단이 정말로 길게 느껴졌다.
전자식 잠금장치가 붙어 있는 현관문.
처음 보는 잠금장치.
‘이것을 어떻게 여는 거지?’
~빙~
장치에 손을 대니, 짧은 멜로디와 동시에 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환하게 빛이 나는 두 개의 번호.
그 외에는 아무것도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2, 7’
번호를 터치하자 번호 전체에 불이 들어왔다.
‘앞에 2와 7도 비밀 번호인가? 아니겠지? 그럼 처음부터 비밀번호 7자리, 그리고 별표.’
~비비비비빙~
~철컥~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다.
‘하, 맞네.’
손잡이를 잡고 돌리며 문을 당겨 열었다.
한 발자국 들어서자 깜깜한 현관이 환해진다.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은 깨끗한 현관.
원목 마루로 마감된 거실 바닥.
시선에 주방과 식탁이 보인다.
이런 집에 살아 본 기억이 없다.
아버지가 감옥에 가기 전에 살던 집이 이보다는 큰 것 같았지만, 이처럼 좋지는 않았다.
“와.”
동생의 입에서 감탄이 나온다.
“진짜 여기서 살아도 되는 거야?”
엄마가 물었다.
“응, 엄마.”
그놈이 내어 준 단칸방.
누워서 팔을 머리 뒤로 뻗으면 손이 닿았다.
거기서 엄마와 자신, 그리고 동생이 살았다.
벽 중간에 선반을 달아 그 위에 이불을 올렸고, 선반 아래가 옷장 겸 옷걸이였다.
그 방에 앉으면 숨이 턱턱 막혔다.
이렇게 사는 것이 사는 것일까?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지?
아버지는 우리를 왜 이렇게 버려두고 감옥으로 들어갔을까?
거기서는 편안할까?
그런 생각을 수없이 했었다.
무능한 아버지.
이젠 안다. 무능하지만은 않았다.
사람을 너무 믿어 뒤통수 맞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서 무능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조금 정정했다.
안재희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생각을 털어 냈다.
“와, 좋아.”
동생은 벌써 거실로 들어섰다.
안재희도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현관의 조명만으로 보이는 집 안.
아버지와 함께 살던 때의 집 거실과 비슷하다.
거실과 연이어져 있는 주방.
그 앞으로 식탁과 가지런히 자리한 의자가 보였다.
“이거, 이거야.”
~딸깍~
동생이 소리치며 거실과 주방의 등을 켰다.
“하아~”
엄마가 내쉬는 깊은 숨소리다.
“소파다.”
동생은 거실 벽의 한쪽에 길게 놓인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거기에 길게 누워 팔을 쭉 폈다.
너는 철이 없어서 참 좋겠다.
“TV, 와 크다.”
맞은편 거실 쪽 벽은 커다란 LED TV가 차지하고 있다.
TV 아래에는 리모컨도 놓여 있다.
“아.”
동생이 감탄사를 내며 TV를 요모조모 살펴보다가 금방 이곳저곳으로 움직였다.
거실에서 보이는 세 개의 방문.
자신과 엄마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환한 거실의 모습과 주방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동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방방 뛰어다닌다.
“엄마, 침대하고 이불까지도 다 있어.”
동생의 고함 소리에 안재희는 안방으로 갔다.
침대가 놓여 있고, 이부자리도 정갈하게 깔려 있다.
‘대체 누가 이렇게 해 놓은 거지?’
‘설마 그분이 직접?’
안재희는 현관 앞에 문이 보이던 방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싱글 침대가 있고, 침대에는 역시 안방처럼 정갈하게 이부자리가 깔려 있다.
침대 옆으로 책상, 의자, 그리고 책장이 보였다.
‘고맙습니다.’
의자의 머리 받침으로 가려져서 밖에서는 보이지 않던 노트북.
노트북 옆의 마우스 패드 위에 ‘안재희’라고 쓴 종이가 보였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와, 노트북이다.”
옆방에서 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재희는 동생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생은 벌써 노트북의 전원을 켰고, 그곳에서는 부팅 음이 들려오고 있다.
마우스를 잡은 패드 옆쪽에 동생의 이름이 있다.
돌아서서 안방으로 갔다.
안방의 화장대 앞 의자.
엄마가 거기 앉아서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 내고 있었다.
~띠링~
이 밤중에 누가?
그래도 주머니에서 폰을 꺼냈다.
(이사하는 것, 보고 간다.)
“흐윽.”
폰에 떠 있는 톡의 발신자는 ‘키다리 아저씨’다.
자신이 마음대로 정한 닉네임이지만, 그것을 보는 순간 숨이 멋을 것 같았다.
“엄마, 나 잠깐.”
그 말과 동시에 현관으로 달려갔다.
“왜, 어디?”
뒤에서 뭐라고 하는 엄마의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아니, 그 말을 듣고 있을 시간이 없다.
~꽝~타다다다닥~
이층에 사는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계단을 따라 내리 달렸다.
~타다다다닥~
‘대체 계단은 왜 이리 많은 거야.’
‘3층이 왜 이리 높은 거야.’
~꽝~다다다다다~
공동 현관의 문을 열고 나가면서 어둑한 길, 자신들이 들어온 길을 따라 달렸다.
‘어디 계세요?’
‘대체 어디에서 보고 계신가요?’
길을 따라 아래위로 달려가 보았지만, 아무 곳에도 없다.
‘벌써 떠난 건가?’
‘여기까지 왔으면, 그림자라도 보여 주고 가시지.’
가쁜 숨을 진정시켰다.
두 손을 앞에서 맞잡았다.
자신이 들어왔던 길을 향해 깊이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
(이사하는 것, 보고 간다.)
톡을 보내 놓고 잠시 기다렸다.
숫자 1이 사라지자마자 계단을 따라 불이 켜졌다.
역시, 예상대로다.
공동 현관 밖으로 달려 나온 안재희.
골목 이쪽저쪽으로 달리며 태영을 찾는 모습이다.
태영은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찾더니, 머리가 땅에 닿을 것처럼 인사를 한다.
***
공동 현관 앞, 벽에 등을 기댔다.
‘그분에게 답을 해 드려야 하는데.’
눈에서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폰을 꺼내는데, 콧등을 따라 흐른 눈물이 액정 위로 후드득 떨어진다.
‘울지 말자, 안재희.’
‘이제 울지 않기로 하고선 왜 자꾸 우니?’
액정을 터치하자 환하게 켜지며, 눈물방울이 액정에 보였다.
눈물을 닦아 냈다.
콧등으로 흐른 눈물도 닦아 냈다.
‘눈물은 대체 왜 이리 안 닦아지는 거야.’
액정 위에 방울져 있는 눈물을 닦아 냈다.
또 콧등을 따라 흐른 눈물이 액정으로 떨어져 내렸다.
톡을 보내려 했지만, 눈물 때문에 자판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울지 마, 안재희. 울지 않기로 했잖아.”
“울지 마, 울지 마. 다시는 울지 않기로 해 놓고 바보같이 왜 우니?”
“그래, 딱 오늘까지만이다.”
고개를 돌려 길을 바라보았다.
혹시, 어디에서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지 않을까?
“오늘까지만, 딱 오늘까지만…… 울게요.”
안재희는 잘 보이지 않는 자판이지만 감으로 눌렀다.
(가셨나요?)
보낼까? 아니야, 이렇게 보내는 것은 아니……지.
지우기 위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 액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실수로 발송이 눌러졌다.
‘아, 미친.’
그래도 가만히 메신저 창을 바라보았다.
1이 사라지지 않는다.
“후웁, 후.”
별빛만 가득한 하늘을 보며, 무거운 숨을 토해 냈다.
“후웁, 후우우우우.”
~띠링~
그분일까?
재빨리 메신저를 보았다.
(키다리 아저씨야?)
(만났어?)
(안 오니?)
엄마다. 연속으로 물어왔다.
“가요, 가. 이제 다 울었거든. 그리고 이제 다시는 울지 않을 거야.”
안재희는 얼굴을 자꾸 문질러 눈물 자국을 없앴다.
공동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