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97
042. 생산 준비(2)
모든 일을 마쳤다.
태영이 밖으로 나오니 아침 햇살이 환하다.
트레이 위에는 출력된 제품 30개씩이 박스에 들어 있다.
[고생하셨습니다.]“예상보다 빨리 끝났어. 인증을 진행해 줄 회사와의 약속이 오후지?”
[네.]“당겨야겠다.”
[전화해 드릴까요?]“그래.”
책상 위에 있는 태영의 폰에서 전화 표시가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인사이트 써티파이, 이윤수입니다.]“이 대표님, 약속 시간을 당길 수 있을까요?”
[네, 가능합니다. 가능하고말고요.]“직원이 세 사람 있다고 했죠?”
[네,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세 분도 데리고 오시는 거 알죠?”
[음, 사실 한 사람이 며칠 전 사표를 내서…….]일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월급이 두 달 밀렸다고 했었다.
월급 밀리면 직원들이 일하기가 쉽지 않지.
“그 사람에게 사표 취소할 생각 있는지 물어보시고, 생각이 있다면 함께 오십시오. 계약하면서 선불로 50% 드릴 테니까.”
[아, 하아아. 정말 감사합니다. 꼭 연락해서 가능하면 데리고 가겠습니다.]“네, 그때 뵙겠습니다.”
밤을 꼬박 새웠지만 피로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부근에 찜질방에 가서 깨끗하게 씻고 정리해서 오면 그들과 시간이 맞을 거다.
~우우우웅~
전화기에 나타난 이름은 김경훈.
김정표의 아버지다.
***
“어서 오십시오.”
이윤수가 직원 3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네, 반갑습니다.”
“저기 다실에 가면 여러 종류의 차가 있으니까, 각자 알아서 준비하세요.”
다실은 탕비실이라고 부르는 장소다.
태영이 먼저 커피 잔을 들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이윤수는 직원들에게 눈치를 주고는 먼저 회의실로 따라 들어왔다.
“설득이 된 모양이지요?”
“계약만 하면, 월급 해결해 준다고 했더니…….”
“잘 되었군요.”
“혹시, 직원들 모두가 와야 한다는 이유는?”
궁금하겠지.
“비밀 유지 각서에 각자 서명을 받아야 하거든요.”
“아…….”
“직원들 들어오기 전에 제안을 한 가지 하죠.”
태영이 생각해 두었던 것을 이야기할 타이밍이다.
“네, 무슨?”
“월급도 제대로 못 준다고 하던데, 내가 투자 좀 할까요?”
“네?”
“대신, 우리 일만 해야 합니다. 다른 데보다 월급 많이 주도록 해 드릴 수 있는데, 우리 일만 하고 다른 일은 받으면 안 됩니다.”
머릿속이 복잡할 거다.
위니를 시켜 조사했었다.
이윤수 사장은 일 처리는 잘하지만, 영업력이 부족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들어오는 간헐적 일거리로는 직원들의 급여를 감당하지 못한다.
한 달에도 수차례 인증을 진행하는 고정 거래처가 있어야 한다.
“호, 혹시 며칠 생각할 여유를 주실 수 있나요.”
딜을 하려고?
그러면 안 되지.
“집에 돈 가져가지 못한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그…….”
직원들이 커피를 내리는 소리.
30초쯤 후에 올 것이다.
가능하면 그 전에 이야기를 마쳐야지.
“부인이 이혼하자고 안 했으면, 정말 결혼 잘하신 거구요.”
인상이 확 흐려진다.
그런 이야기도 있었던 모양이다.
“…….”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 시대의 남자들의 인생.
대부분 이렇다.
직원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곧 그들이 들어올 것이다.
그 안에 결정할까?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해요?”
“대표는 바뀌…….”
“아뇨. 그대로 이 대표님이 해야지요.”
“네?”
“투자한다고 했지 회사 팔라고 했나요?”
“아, 네. 투자죠.”
“직원들 추가로 뽑을 때 최종 결정을 나와 함께하시면 됩니다.”
~딸각~
회의실 문은 반쯤 문이 열려 있었지만, 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아요. 계약서 쓰고, 바로 5억 송금해 드리죠. 주식 지분 60% 넘겨주세요.”
비상장 법인이니, 소유자와 계약하고 법적인 처리만 하면 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망하는 회사의 주식 가치를 10배 이상이나 쳐 주는 것이다.
조금 과하기는 하지만 상관없다.
직원들이 5억 이야기를 들었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하고 의아한 표정들이다.
직원들과 이야기하라고 하며 자리를 비켜 주었다.
10분도 지나지 않아 이윤수가 왔다.
그 후의 일은 일사천리였다.
바로 정리되었고, 오히려 직원들은 좋아한다.
비밀 유지 각서 설명.
“이걸 위반하면 목을 걸어야 합니다.”
말을 듣는 순간 황당한 표정이다.
“목을 걸어야 한다구요?”
“네.”
“그 목을 건다는 것이…….”
“네, 목을 건다는 것은 사직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흡.”
사직이 아니라는 말에 목을 만지는 직원도 있다.
“혹시 아프리카 오지로 도망가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24시간 이내에 찾아내서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와…… 무서운.”
“비밀 유지를 하시면 그것처럼 안전한 서명도 없습니다.”
“네.”
망설이는 한 사람의 대답.
“이걸 겁내는 것은, 비밀을 유출하겠다는 뜻인데…….”
“아, 아닙니다.”
“네, 그것 아닙니다.”
태영의 말에 두 사람이 바로 아니라고 한다.
“그게 부모 형제, 아내, 자식, 친구들도 외인에 포함된다는 거죠?”
이윤수의 질문이다.
“네, 이 서류에 서명을 하건, 하지 않건 사무실을 벗어나면서 모두 머릿속에서 지워야 합니다.”
멍~
멍하지 않으면 이상하긴 하지.
‘진짜 목을 걸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지?’
이윤수는 아주 태연하게 말하는 젊은 사장의 얼굴을 새삼스레 유심히 보았다.
21세기, 이 시대에.
저 말은 도무지 말이 안 된다.
목을 건다는 것이 사직이 아니라고 하면서 말을 한다.
진짜일까?
~뎅강~
영화에서 많이 봤다.
영화로 볼 때는 카리스마 있어 보였다.
갑자기 목이 스산하고 등줄기가 짜릿하다.
식은땀도 쪼르르 흐른다.
~스슥~
‘내가 뭘 걱정하는 거야?’
이윤수는 목을 한번 쓰다듬고는 서명을 했다.
그러곤 태블릿에 떠 있는 자신의 서명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직원들에게 해 줘야 할 말이 머릿속에 착착 정리되었다.
태블릿을 옆으로 밀었다.
“내가 강요할 생각은 없다. 그것에 대한 결정도, 책임도 너희 각각의 몫이다.”
말을 마친 이윤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스슥~
~스슥~
~스스슥~
직원 중엔 울 듯한 표정도 있었다.
그리고 3명도 서명했다.
“잘 결정했습니다. 그 결정에 대한 보답으로, 지금 회사에서 받고 있는 월급의 절반만큼, 매월 여러분들에게 추가로 드리겠습니다.”
“네?”
“가, 감사합니다.”
사인 한번.
그것으로 월급이 50%가 오르는 거다.
“이 대표님은 그 돈을 생각하고 직원들 월급 후려치면 안 됩니다.”
“네?”
리스크가 있으면 보상도 있어야지.
그래서 보상은 미리 말하지 않은 거다.
“그리고, 아는 변리사 있습니까?”
“특허 내실 것이 있습니까?”
“네.”
“아주 유능한 변리사로 동문인 친구가 있습니다.”
“소개를 해 주시거나, 한번 모셔 올 수 있나요?”
“네, 데리고 오겠습니다.”
***
“와, 진짜 사무실 좋다.”
신정현이 출근 후에 자신의 자리를 돌아보면서 환하게 웃음 짓는다.
사무실로 사용하는 칸의 문은 활짝 열어 두었다.
“안녕하십니까.”
김지열이다.
“어서 와요.”
“넵, 사장님. 이분들은?”
“다들 처음 볼 겁니다. 알아서 차는 준비해서 대회의실로 모여 주세요.”
모두 첫 출근, 첫 대면의 날이다.
태영은 회사를 운영해 본 적이 없다.
학교 졸업을 하고, 적당한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에 시작하는 것도 생각했다.
학교 2년 반, 직장 생활을 생각하니 시간이 아까웠다.
누나는 태영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누나의 빠른 일상 복귀도 중요했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자, 모두들 오늘 처음 보죠?”
다들 자리에 앉자 태영이 말을 꺼냈다.
“네, 처음입니다.”
김지열이다.
“각자 스스로 소개하는 시간을 잠시 갖도록 하겠습니다.”
“정우찬 부장부터 합시다.”
태영은 정우찬을 지명했다.
“정우찬입니다. 영업 마케팅 책임자로 왔고, 부장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김지열입니다. 아웃소싱 팀이구요, 직급은 과장입니다.”
다음으로 신정현이 인사를 했다.
“같은 아웃소싱 팀인데 얼굴을 이제 보네요. 사장님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유제범입니다. 경영 지원팀 총괄 겸 총무 팀장입니다.”
“한지은이구요. 경영 지원팀 재무 담당입니다.”
스스로 소개하며 인사를 했다.
정우찬과 유제범은 모두 김지열이 소개했다.
전공은 달라도 김지열의 대학 선배다.
끝으로 아르바이트생으로 뽑은 세 사람 박준혁, 강인목, 백정연이다.
아직 학생이어서 아르바이트생으로 말했다.
~똑똑~
그때 들려온 노크 소리.
“아, 어서 와.”
누나 최서영이 정지영을 대동하고 왔다.
그 뒤에는 새로 채용한 직원 3명이 따라왔다.
“들어가도 돼?”
“그럼.”
태영의 대답에 모두 대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 다섯 분은 메이스타 소속이구요. 우리 제품을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매를 전담키로 한 회사입니다.”
자리에 앉자 간단히 소개를 했다.
누나의 웃음에 직원들은 고개를 꾸벅했다.
“메이스타 사장님, 사적으로는 내 누님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분들은 직접 소개하시지요.”
“반갑습니다. 메이스타 최서영입니다. 온라인 마케팅과 소매를 전담키로 한 협력사로 보시면 될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정지영입니다. 디자인 팀장입니다.”
“마케팅 프로모션 팀장 유은희입니다.”
“개발 팀장 이수현입니다.”
개발 팀장 이수현은 싱글 맘이다.
쇼핑몰 개발 전문가로, 누나의 친구 서나희에게 소개받았다고 했다.
아예 스카우트를 하면서 팀을 꾸렸다.
“직판 팀장 김하윤입니다.”
김하윤은 이름만 들으면 여자 같기도 하다.
실제로는 잘생기고 키가 큰, 건장한 남자다.
현재까지의 메이스타에서 유일한 남자 간부 직원이다.
“자, 잘 왔습니다.”
“메이스타가 무슨 뜻입니까? 누님.”
자리에 앉을 때, 강인목이 물었다.
누나와 동갑인데, 태영과 친구이기에 누님이 되어 버렸다.
“아, 뭐 특별한 의미는 아니고, 어메이징을 한글로 써 놓고 앞뒤로 각각 한 자 날려 버린 겁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터니테크를 시작하기 전부터 메이스타와는 업무를 구분하여 계약이 되어 있습니다.”
의문이 얼굴에 묻어 있던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메이스타는 우리 제품의 비투씨 비즈니스, 우리는 비투비 비즈니스로 구분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구분은 그대로 계속될 것입니까?”
신정현이 물었다.
“네, 그럴 것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다들 조용해졌다.
“질문 없습니까?”
“없습니다.”
정우찬이 크게 대답했다.
“우리 제품이 잘 팔려서 가족이나 친지 중에 소매를 해 보시고 싶으면 메이스타와 연결해 주면 됩니다. 단, 직원 한 명이 추천해 줄 수 있는 사람은 1명입니다.”
어, 아 같은 감탄사가 잠시 나왔다.
“자, 마저 이야기하겠습니다. 생산팀과 연구소 직원은 아직 채용 전입니다. 모집 공고를 올려 두었지만 여러분의 추천도 받습니다.”
“경력이 얼마나 필요합니까?”
김지열이 물었다.
“초보도 가능합니다. 메이스타의 추천도 받습니다.”
이력서가 들어오면 위니를 통해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직원이 추천해도 면접은 엄정할 것입니다.”
채용해 준다고 보장은 못 해 준다는 것이다.
“다들 들었죠?”
누나가 직원들에게 강조를 했다.
“자, 우리 여기서 김지열 아웃소싱 팀장을 제외하고는 우리가 뭘 만드는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정지영 디자인 팀장에게서 우리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태영이 손짓하자, 정지영이 노트북을 들고 나왔다.
벽에는 앳윌 플레이 R400 모델이 붙어 있지만 긴 막대기일 뿐이다.
“자, 제 설명을 듣고 기절하실 분은 미리 말씀하십시오. 의료팀을 대기시키겠습니다.”
웃으며 그렇게 시작한 정지영.
노트북을 조작하자 앳윌 플레이가 펼쳐지며 환해졌다.
R400을 가로로 설치하면 폭이 4미터, 세로로 설치하면 폭이 7미터인데 가로로 펼쳐졌다.
“와, 저게 뭐야?”
“스크린인가?”
“우와.”
“아닌데, 스크린 같은 LCD 모니터인데, 저렇게 커?”
앳윌 플레이가 펼쳐지는 것만으로 모두 넋이 나갔다.
정지영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태영이 정지영이나 김지열에게 설명해 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앳윌 플레이 화면에 앳윌 플레이가 보이고, 그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은 질문하지 마십시오.”
정지영이 마무리를 시작했다.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하아…….”
“벽에 있는 저것은 R400 모델인데, 몇 달 후에 판매가 시작될 것입니다.”
“그럼?”
다들 의문이 가득하다.
“판매가 시작될 제품은 휴대가 가능한 앳윌 플레이 소형으로 H, S, D에서 3가지씩 9종과, 이어폰, 키패드, 마우스, 폰 캐치, PC 캐치, 그리고 어피션 8종입니다.”
“저…….”
또, 질문하려고 손을 든다.
“아, 기술적인 부분은 사장님에게 질문하십시오. 아, 최서영 사장님이 아닌 최태영 사장님께.”
질문에 시달린 정지영이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앳윌 플레이 화면에는 제품 소개의 마지막 페이지가 그대로 떠 있다.
태영을 향하는 시선들.
얼굴 가득 의문이 붙어 있다.
“뭐, 궁금함이 많겠지만, 차차 알아가기로 하고, KC 인증이 진행 중입니다. 그것이 완료되는 대로 판매 시작해도 됩니다.”
테이블 아래에서 샘플 박스를 들어 올렸다.
소형 9종의 샘플과 폰 캐치가 들어 있다.
“이것이 실물이니까, 보십시오. 그리고 시험해 보는 것이 좋겠지요?”
꺼내 놓은 것은 KC 인증용 시료를 제외한 제품들이다.
일부는 이공계 출신이고, IT 관련한 일을 해 온 사람도 많다.
조작은 쉽게 할 것이다.
샘플로 정말 가능한지 시험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와, 이게 진짜 되네.}
{그럼, 안 되는 걸 팔 순 없지?}
{대체, 이게 무슨 원리로 되는 거야? 정말 말이 안 되는 기술 아니야?}
{중국, 망했네 이제.}
{왜?}
{중국만이 아니구나. 한국에도 리튬 이온 배터리 만드는 대기업 많은데.}
앳윌 플레이도 관심사였지만, 어피션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도 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