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01
046. 쟁탈전(1)
“엄마, 나.”
“응.”
“그 사람…….”
“누구?”
“몰라서 묻는 거 아니지?”
이새봄은 엄마가 못 알아들은 척하는 것에 은근히 짜증이 났다.
자신이 죽으려는 것을 알았을 때 보여 주었던 행동.
방구석 폐인일 때 보여 주던 엄마의 사랑이 가식이었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다.
“혹시, 그 사람?”
“응.”
봐, 뻔히 알면서 그런다니까.
“그래서?”
“그런 일이 또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데, 내게 또 그런 일이 생기면…….”
“생기면?”
이번에는 엄마가 조금 심각한 표정이다.
또 그런 일이 생기면, 자신이 생각해 봐도 끔찍한 일이니까.
“그 사람이 혹시, 또 나를 구해 주지 않을까?”
“가까이 있으면, 그럴 수 있겠지.”
“그럼, 그 사람 곁에 붙어 있어야…….”
“너에게 관심 없는 것 같던데?”
“그러니까 왜 관심이 없지?”
지난 며칠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안 되었다.
그 일이 생기기 전까지.
그 일 이후에는 학교도 안 가고 외출도 안 해서 모른다.
그 전에는 세상 모든 남자들이 자신의 미소 한 번에 자지러졌다.
한마디라도 말을 붙여 보려고 기를 쓰고 접근해 왔다.
학교에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같은 강의를 듣고, 같은 조에 들고 싶어 했다.
나쁘게 마음먹으면, 손끝으로 까딱만 해도, 수백의 남자들을 하인으로 부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발칙한 상상을 잠시 한 적도 있었다.
물론 상상만 한번 했을 뿐이다.
남자들에게는 그렇게 인기가 많았고, 여학생들에게는 공적이 되었다.
“내가 뭘 하면 그 사람이 내게 관심을 가질까?”
“그날 너, 너무 헤펐어.”
“확실히 그랬지?”
“그래, 그럼 남자들이 쉽게 생각하는 거야. 당연한 거지만.”
“그건 내가 듣고 싶은 답이 아닌데?”
“이제 좀 살만 한 모양이구나. 예전 성격 슬슬 나오려고 하네?”
“엄마는 딸이 살아나니까 싫어? 다시 방구석 폐인 모드로 갈까?”
“어머, 얘 좀 봐. 대체 엄마가 뭐라 했다고?”
엄마와는 꼭 친구처럼 이렇게 지낸다.
지금은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그 끔찍한 일이 생겼을 때.
엄마는 친구가 아니라 정말 엄마였다.
***
{명정에서 오신 분, 들어가시면 됩니다.}
직원들이 많이 늘었다.
새로 채용되어서 며칠 전부터 일하기 시작한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답은 들리지 않고, 발자국 소리가 5명이다.
{제한 시간은 10분입니다.}
{알았으니 안내해라.}
안내해라?
‘제 놈이 누구이기에 내 직원에게 반말을 해?’
판매가 시작된 지 일주일째다.
누나는 판매가 개시된 4일째부터 비명을 질렀다.
엄청난 규모의 판매량 때문이다.
터니테크를 찾아오는 사람 또한 수도 없이 많다.
지금도 입구에서는 간혹 큰 소리가 난다.
그리고 저렇게 개 짓는 소리를 하는 개떼들도 있다.
찾아오는 사람들은 메이스타와 터니테크를 구분하지 않았다.
긴급하게 경호를 담당하는 회사에 1개월간 10명의 인력을 지원받았다.
터니테크에 5명, 메이스타에 5명이다.
그들을 세워 두지 않았으면 난장판이 되었을 것이다.
“어서 오세요.”
명정이라는 회사에서 온 사람.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사람이다.
3명을 데리고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발자국 소리는 5명이었으니 1명이 부족하다.
“어, 젊네?”
태영을 보자마자 하는 말이다.
“상담 시간은 10분입니다.”
태영은 이들이 느긋하게 들어오면서 이미 31초가 줄어든 타이머를 가리켰다.
“10분? 내 뒤는 다 돌려보내는 것이 좋을 거야.”
가장 앞서 들어온 개다.
사람의 말을 하는 개.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위니.”
[경호원 한 명은 사무실 입구에 섰습니다.]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 분명하다.
수행원 1이 옆자리에 앉고, 수행원 2가 그 뒤에 섰다.
뒤따라 들어온 경호원 1은 회의실 입구에 섰다.
“…….”
“이제 문 닫지.”
회의실 입구에 서 있는 경호원 1을 향해 대표 격 개가 말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여태 별 이상한 짓거리 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 것 같아?’
“어이, 문 닫아.”
회의실 입구 경호원 1이 회의실 밖을 향해 소리쳤다.
정문에 선 자사 경호원 2일 것이다.
경호원 1이 회의실 문을 닫았다.
~쾅~
“크아아아악.”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경호원 1이 비명을 질렀다.
경호원 1은 문을 거의 닫은 후에 엉덩이로 툭 밀었었다.
태영이 염력으로 그자의 손을 문 사이에 밀어 넣었다.
경호원 1은 자신의 손을 문 사이에 끼우고 엉덩이로 눌러 버린 거다.
경호원 1이 엉덩이로 누르는 것보다 훨씬 큰 힘이 가해졌다.
손가락뼈를 잘라 주려 하다가 참았다.
밖에서도 소란이 일고 있다.
사무실 입구의 경호원 2가 사무실 문을 닫으려 했고, 고용한 경호팀이 그것을 제지하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아아악.”
경호원 1은 비명을 지르며 회의실 입구에 주저앉았다.
손가락은 퍼렇게 멍들고, 즉시 퉁퉁 부풀어 올랐다.
그보다 피가 줄줄 흘렀다.
벌떡 일어나 지혈을 위해 회의실 탁자 위의 휴지를 당겨 가서 손을 감쌌다.
“으으으.”
통증이 심할 거다.
표시는 나지 않지만, 손가락뼈가 으스러졌을 테니.
맞은편의 세 명 중에 서 있는 수행원 2가 눈길을 한번 주었다.
그런데 표정이 없다.
신경도 안 쓴다는 뜻이다.
“병신, 문도 제대로 못 닫아?”
대표 개다.
“제가 문을 닫으면서 제 손을 왜 문에 끼워?”
경호원 1을 벌레 보듯 한다.
“네가 나가 봐.”
대표가 수행원 2에게 지시했다.
“네.”
~쫘악~
수행원 2가 입구로 가기 위해 몸을 돌리면서 대표의 귀싸대기를 강하게 후려쳤다.
소리가 아주 차지다.
“으아악!”
“앗, 죄, 죄, 죄…….”
“이게 무슨 짓이야?”
대표는 소리를 지르고, 수행원 2는 영문을 모른다.
수행원 1이 수행원 2의 목을 틀어쥐었다.
수행원 1, 이자가 직원에게 ‘안내해라’고 반말로 소리친 목소리다.
~쫘악~
수행원 1이 다시 대표의 귀싸대기를 후려쳤다.
“아아아악.”
얼마나 세게 후려쳤는지 대표 개의 입에서 피가 튀었다.
수행원 1이 2의 귀싸대기를 때리기 위해 손을 후리는 것을 태영이 염력으로 방향을 틀어 준 것이다.
속도를 올리고 힘도 올려 주어서 아주 아플 것이다.
입에서 피가 튀었으니.
“너, 이 새끼들.”
~쫘악~
이번에는 대표가 수행원 1의 귀싸대기를 올려 쳤다.
그것 역시 태영이 속도와 힘을 올려 주었다.
손바닥이 정확히 수행원 1의 귀 부분을 맞히도록 조정했다.
“아아아아악.”
고막이 나갔을 거다.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방문객.
이 정도의 벌은 줘도 된다.
이들의 행동으로 유추해 보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서 어찌해 보려는 의도다.
1차원적인 생각이다.
10분은 무언가를 해 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이들과의 상담을 이걸로 끝이다.
***
{들어가세요.}
소란이 정리되고, 그사이에 네 팀이 다녀갔다.
이야기는 다 고만고만해서 빈손으로 나갔다.
다음 차례는 웅성거림이 있었다.
{야, 이거 사람 만나기가 이렇게 어렵냐?}
밖에서 불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
발자국 소리가 뚜벅뚜벅 들린 후에 회의실 문을 여는 자가 있었다.
두 명이다.
“어? 너?”
들어오는 저놈.
미국 갈 때 비행기 안에서 마주친 악당, 손용인이다.
아직도 조영희 사장이 건네준 메모의 기억이 선명하다.
손용인은 대회의실 입구에서 잠시 멍한 얼굴이었다.
저놈은 그때도 그러더니 변한 것이 없다.
“야, 이 새끼 반갑다.”
야비한 웃음을 흘리는 표정으로 바뀌며 손끝은 태영을 가리킨다.
“반말하지 마라.”
“……뭐?”
태영의 난데없는 도발.
잠시 ‘이게 뭐 하는?’ 같은 표정을 내보이는 사이에 말을 이었다.
“손가락 잘라 버리기 전에 삿대질도 하지 말고.”
태영이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손용인은 고양이가 데리고 놀 생쥐를 발견한 표정이다.
그게 얼마나 큰 착각인지 금방 알게 되겠지만.
“하~ 새끼.”
손용인은 자신의 뒤를 따라오던 직원을 회의실 밖으로 내보내고, 문을 닫았다.
“정우찬?”
태영의 옆에 앉은 영업 마케팅 담당인 정우찬 부장에게 시선이 돌아갔다.
“넌 언제부터 여기서 일했냐?”
“손용인, 너하고 사이가 어찌 되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내 직원이다. 말조심해.”
“아, 존나 기분 나쁘지만, 좋다. 그건 인정.”
“좋아.”
“그리고 야이, 존만아. 내 나이가 몇인데 꼬박꼬박 반말이냐?”
“네 나이가 몇인지 나는 아는 바 없고, 아니꼬우면 너도 내게 존댓말 해. 그럼 나도 말 높여 줄 테니까.”
“하, 시발. 넌, 도대체 뭘 믿고 그리 까부냐?”
“시간이 별로 넉넉하지 않아.”
태영은 타이머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좋아, 요기서 깽판 쳐 봐야, 나만 우스운 꼴 나니까 정우찬, 내가 얘하고 둘이서만 할 이야기 있으니까 좀 나가 있어 줄래?”
무슨 개소리하느냐고 하려다가, 저놈도 직원을 내보냈으니, 정우찬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럼 잠시 나가 있겠습니다.”
정우찬이 인사를 하고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이놈 성격을 종잡을 수가 없다.
대부분 제 마음대로 행동하면서 매너도 꽝인데, 어떤 경우에는 쿨하단 말이지.
위니에게 조사를 시켜볼 필요가 있다.
“순서를 기다린 놈이니, 일단 앉아라.”
“하, 넌 도대체.”
“시간 자꾸 가는데.”
“그래, 시간 자꾸 가지. 그럼 간단히 말하지.”
“…….”
“너, 이 회사하고 그 기술 내게 팔아라.”
“모두 다?”
“그래.”
“삼십조.”
“뭐?”
“달러야, 원 아니야.”
“뭐?”
“사고 싶으면 현찰 들고 와. 그럼 생각해 볼게.”
“이 씨발 놈이 미쳤나?”
“미친놈은 너지.”
“야, 삼십조? 달러로? 입으로 나오면 다 말인 줄 아나?”
“간혹 개 짖는 소리를 내는 자들도 있긴 하던데. 너도 개 짖는 소리 비슷한데?”
“야, 그만한 돈이 누구 이름이야?”
“싫음 말고. 나도 그 아래로는 안 팔아.”
“가치를 증명해 봐.”
“왜?”
“가격을 말했으면, 가치를 산출한 이유가 있을 거 아니냐?”
“그건 내가 너에게 팔러 갔을 때, 네가 요구할 수 있는 것이지.”
“그럼?”
“내가 가만있는데 네가 사러 온 거니까, 내가 그걸 증명할 필요가 없지.”
“하, 이 새끼 골 때리는 놈이네.”
“골 때리는 놈은 넌데? 가격이 안 맞으면 안 사면 되는 거야. 그럼 이야기 끝났지?”
“아직 시간 남았다.”
손용인이 타이머를 가리켰다.
“그래, 남은 시간 동안 함께 수다는 떨어 주마.”
“야, 네가 계속 반말하는데, 우리 나이 한번 따져 보자. 너 몇 살이야?”
“대체 내 나이가 왜 궁금한데? 그리고 존대를 듣고 싶으면 너부터 하라고 했잖아? 너, 돌대가리지?”
태영이 머리 한 귀퉁이에서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자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래도 얼굴을 펴고 잠시 동안 뭔가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5백억.”
한 손을 들고 손을 쫙 펴서 내밀었다.
“5백억? 그게 뭔데?”
“이 회사하고, 기술. 내가 5백억에 사지.”
“너 돌대가리에다 기억력이 올챙이 급이구나. 내가 삼십조 달러라고 말한 지 이제 2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야, 씨방아. 5백억이면 네 평생 떵떵거리고, 자손 대대로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을 텐데, 그만하면 충분하지 않아?”
“그 5백억 가지고 너나 그리 살아. 난 관심 없으니까.”
“아, 이 씨발 놈이 존나게 말 안 통하네.”
그래도 말로만 가볍게 협박할 뿐 주먹이 날아오지는 않는다.
조영희 사장이 준 메모의 내용은, ‘가능하면 엮이지 않는 것이 좋음’이었다.
메모의 내용과 지금 하는 행동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아마도 지능적 악당일 가능성이 높다.
“너, 내게 안 팔면, 망하게 해 주면 되지.”
“손용인.”
“왜? 망하게 해 준다니까 생각이 바뀌어?”
“난 말이야.”
“그래, 생각 잘 바꾼 거야. 그럼 그렇게 하는 거지?”
서로 동문서답이지만, 착각도 이 정도면 탑 급이다.
“내게 칼끝을 들이민 놈들을 살려 둔 적이 없어.”
“하, 뭐라? 꿈속에서 고려 시대라도 갔다 왔어? 거기서 그랬다고?”
“정답.”
~띠링~
톡이 오는 소리다.
(이윤수입니다.)
(주서현 씨가 납치당한 것 같습니다.)
납치? 이게 뭐지?
납치를 당했다면, 이렇게 편한 느낌으로 톡을 보낼 일인가?
(이유가?)
“씨발 놈이 이야기 중에 톡질이나 하고 말이야, 매너가 좆같은 놈이네. 이거.”
“내가 너와 회의하면서 회의비 받는 것도 아니니까, 내가 톡질을 하건 말건 지랄하지 말아라.”
태영은 씩씩거리는 손용인에게 쏘아붙였다.
(주서현 씨가 오후에 외출했는데, 저에게 전화를 해서 아무 말 없이 끊기를 세 번째입니다.)
확실히 이상하다.
(전화를 했지만 받지는 않고, 조금 전 전화가 와서 숨소리만 10초 정도 들리다가 끊어졌습니다.)
연속으로 두 문장이 들어왔다.
그것으로 납치라고 생각하기에 무리가 있긴 하다.
만일 납치된 상태에서 어떻게든 연락을 보내려 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말을 못 하게 입을 봉했을 수도 있다.
(신고할 것입니까?)
이윤수 사장에게 물으면서 얼핏 쳐다본 손용인의 표정과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상황이, 납치를 설명하기에 애매합니다.)
역시, 이윤수의 답은 납치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위니, 주서현 전화 위치 추적해서 워처 보내 봐.”
[네, 마스터.]앞에 손용인이 앉아 있어서 작게 말했지만, 위니는 바로 알아들었다.
“씨발 놈이 비 맞은 중처럼 뭘 쫑알거리냐? 사람 앞에 앉혀 놓고?”
“나? 비 맞은 거 맞을 거야. 그리고 시간 끝났다.”
태영은 0에서 멈추어 있는 타이머를 가리켰다.
“완전 내쫓기는 기분인데 말이야. 앞으로의 일을 기대해 보자구.”
손용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쿨하게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뒤돌아섰다.
태영에게 등을 보인 상태에서 어깨너머로 손을 흔들었다.
회의실 문을 닫기 전, 돌아보며 씨익 웃는다.
뭔가 기대하라는 음흉한 웃음이 확실한데.
~딸깍~
문이 닫히면서 문틀을 지나가는 래치 소리.
곧이어 손용인의 가자는 말이 고함으로 들려왔다.
“위니, 손용인에게 워처 하나 붙여 둬.”
[네, 마스터, 손용인에게는 여기까지 따라온 측근이 둘 있는데, 그들 역시 추적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그렇게 하고, 손용인 저놈 조사 좀 해. 냄새가 아주 좋지 않아. 깡그리 탈탈 털어야 해.”
[네, 마스터.]워처를 보내서 추적하는 것은 좋다.
다만, 모든 추적 대상에게 보낼 수 있을 만큼 숫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좁쌀보다 작기에 가져온 개수는 700기다.
출력을 생각해 보긴 했다.
워처에 사용된 소재들은 워낙 특수해서 확보가 쉽지 않다.
워처를 출력하려면 소재를 확보해야 한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