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02
047. 쟁탈전(2)
~똑똑~짤깍~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노크 소리와 시간차 없이 회의실 문이 열렸다.
“조병원?”
“맞먹어라, 맞먹어.”
이놈은 왜 온 거냐?
앳윌 시리즈 기술을 염탐하려는 사람들.
독점 유통을 원하는 사람.
회사를 팔라고 하는 사람.
각양각색의 소동이 벌어진다.
홈페이지 제작 외주를 준 회사에 방문 신청, 접수 부분을 긴급히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했다.
긴급이긴 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위니에게 시킬 것을.
이런 작은 것들도 회사 생활을 해 본 경험이 없어서 발생한 문제점이다.
“새끼가, 사람이 들어오는데 반가워하지는 못해도 아는 체는 좀 해라.”
“별로 아는 체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어서.”
오늘의 미팅은 조병원이 마지막이다.
조병원은 꼬리를 2개나 달고 들어온다.
[손용인의 부하 한 명이 전화를 해서 지금 갈 테니, 주서현을 이윤수 대표와 통화하게 하라고 지시했습니다.]“음.”
역시 워처를 붙이니 실시간 정보가 들어온다.
[주서현의 전화 위치 추적 결과 평택에 있습니다. 거리는 63킬로미터, 워처가 가고 있고, 19분 후에 도착합니다. 그때부터 직접 확인이 가능합니다.]“으음.”
태영은 대답으로 그렇게 반응했다.
63킬로미터.
워처의 이동 속도가 시속 175킬로미터이니 22분.
바람의 영향도 있다.
문제는 공격력이 없는 장비다.
공격과 방어가 가능한 사프캣.
지금 출발시키면 6분이면 도착한다.
“사프캣.”
“뭐?”
작은 목소리다.
입으로 웅얼거리는 것이라 여겼는지 조병원이 물었다.
말은 알아듣지 못한다.
[사프캣 출발하고, 워처 복귀합니다.]“응, 뭐 하러 왔는데요?”
위니에게 대답하면서 물었다.
일행을 달고 왔으니 평소처럼 반말은 애매했다.
그래서 어중간한 말로 조병원에게 물었다.
조병원이 자리에 앉고, 뒤따라온 두 명도 자리에 앉았다.
“차도 안 주냐?”
“밖에서 안 드셨어?”
“차 좀 내 달라고 하겠습니다.”
조병원의 요구에 정우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영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깐만, 급한 일이 있어서. 전화 한 통만 하고 오겠소.”
조병원 그 일행과 인사도 전이지만, 회의실을 나갔다.
그리고 사장실로 들어가며 전화를 했다.
[사장님.]신호 한번 가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이윤수가 전화를 받는다.
“주서현 씨, 지금 평택에 있어요.”
[네? 정말입니까?]전화기 저쪽에서 벼락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서현은 토박이 서울 사람이다.
근무 중이어야 할 사람이 아무런 연락도 없이 평택이라고 한다.
당연히 놀랍지.
[어떻게 아셨…….]“내 말 잘 들어요. 납치된 듯하니까…….”
[네? 납치요?]“다쳤을지도 모르니, 지금 직원 한두 명 데리고, 가능하면 RV카로 평택으로 출발해요. 경찰에는 연락하지 말고.”
이윤수의 말을 자르고 태영이 빠르게 말했다.
[네, 사장님. 정 부장, 박인경 두 사람은 지금 외출 준비해. 사무실은 천 과장이 지킨다. 즉시.]이윤수는 태영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직원들에게 지시를 했다.
“내가 아는 특수 팀에게 부탁해서 그리 보냈어요.”
[특수 팀이요?]“10분 전후로 해결될 것입니다.”
[아, 감사합니다.]“그렇지만, 특수 팀이 주서현 씨를 데려와 주지 못해요.”
[최대한 빨리 가서 데려오겠습니다]타다닥타다닥 발소리가 들린다.
문소리도 들린다.
“네, 그렇게 해요. 목적지는 톡으로 보낼 테니, 일단 평택을 목표로 정하고 달려요.”
[네, 사장님.]“카메라 같은 거 신경 쓰지 말고.”
[네, 네…… 네, 사장님.]“주서현 씨는 납치된 적이 없는 겁니다. 알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태영의 목소리가 비장하기 때문인지 이윤수 역시 비장하게 대답했다.
내용이 비장하긴 하다.
그곳까지는 인사이트 써티파이에서 가면 더 가깝기는 하지만, 길은 직선이 아니다.
1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인사이트 써티파이 사무실 이전이 필요하다.
경호팀도 붙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위니, 주소 확인되면 이윤수 대표 폰으로 보내 줘.”
[네, 마스터. 납치자들의 처리는 어찌할까요?]“일단, 도착하면 내게 알려 줘. 영상을 보면서 처리할 거니까.”
전화기의 위치가 잡혔으니, 주소 확인은 가능하다.
근방에 사프캣이 도착하면 정확한 위치를 바로 찾아낼 수 있다.
[네, 마스터.]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은 구호나 주장일 뿐이다.
법을 무시한 행동을 하는 놈들에게 법대로 대응해 줄 생각은 없다.
힘에는 힘으로.
납치당한 사람이 느낀 공포나 무력감보다 훨씬 더 무겁게 뼈에 새겨 주면 된다.
“손용인, 그렇게 한단 말이지?”
손용인이 오늘 미팅을 잡으려면 늦어도 이틀 전에 미팅 일정이 잡혔을 것이다.
‘준비할 시간이 있었네.’
‘협상 카드로 쓰려고 했다고 보기에는 뭔가 모르게 부족하다.’
‘비밀을 빼 가려고?’
인증을 받기 위해서 꽤 많은 자료가 오픈된다.
오픈된 자료의 입수 시도를 했을 것이다.
자료가 오픈된다고 제품을 만들지 못한다.
‘그런데 터니테크의 인증 대행사를 어찌 알았을까? 그건 공개되는 정보인가? 아닌가?’
비공개라면?
인증을 내어 준 기관의 누군가가 알려 주었을까?
돈에 매수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일 다 봤어?”
회의실에 들어서자 조병원이 물었다.
“다 본 건 아니지만, 급한 불은 껐소. 잠시 후에 전화 오면 또 자리를 비워야 하니, 그러더라도 이해해 줘요.”
“야,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 큰 회사를 차렸어?”
“국세청에서도 소명 자료 내라고 해서 보냈는데, 국정원에도 소명해야 하는 거요?”
“누가 소명하래?”
“그럼 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생각나지?”
“으이그, 정말. 아무튼, 여기 두 분을 소개하마.”
***
어두컴컴한 농가 창고.
아직 낮이다.
그럼에도 전등이 없는 창고이기에 캠핑 등으로 실내를 밝혔다.
창고 한쪽 벽에 등을 기대고 앉은 여자.
두려움에 떨고 있다.
여자를 제외하고 남자가 넷.
그들은 창고 안의 물건 위에 대충 걸터앉거나 서 있다.
이 상황이 뭐지?
이진기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납득이 안 되었다.
‘특전사의 불명예.’
아무리 생각해 봐도 불명예가 맞다.
전투 훈련 중에 벌어진 일.
훈련 중에 절친한 동료 김이한이 부상을 입었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입은 부상이다.
동료는 전역했다.
김이한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렸다.
결국 자신도 전역 신청을 했다.
‘이제 몸으로 해야 하는 일은 하지 말자.’
전역하면서 한 다짐이었다.
전역 후에 찾아간 김이한.
폐인이 되어 방구석에서 술로 세월을 죽이고 있었다.
그 몸으로 취업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굳이 설명해 주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안다.
‘네가 잘못해서 내가 이리된 것이 아니다.’
김이한은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마음의 위안은 안 된다.
“후.”
몸을 쓰지 않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고 싶었다.
군 경력 외에는 내세울 것이 별로 없는 자신에게 그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배달 라이더와 대리운전을 번갈아 했다.
그러면서 평범한 사무직 자리에 끝없이 지원했다.
하지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포기하자.’
몇 달이 지나면서부터 그리 생각했다.
마음의 결정을 하기 전에 김이한을 찾아갔다.
‘네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
김이한이 자신을 설득했다.
눈물과 함께 술을 넘기며 둘이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래, 그렇게밖에 안 된다면 그렇게 하자.
경호원 모집이라는 구인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넣었다.
면접을 보기도 전에 갑자기 취업이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바로 어제였다.
입사 서류를 쓰기도 전에 투입된 임무가 납치라니.
이게 무슨 꼴인지.
경호는 경호 대상을 보호하는 업무다.
그런데 사람을 납치하는 경호업체라니.
역할이 이렇게 바뀌어도 되는 거야?
아직 30이 되지 않았을 것 같은 여자.
자신이 그렇게 열망하던 사무직 회사원이라고 한다.
그런 여자를 납치했다.
두 팔을 뒤로 돌려 테이프로 묶고, 입도 테이프로 봉했다.
“장소가 후지기는 한데, 그게 남녀가 즐기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
눈앞에 묶여 있는 여자에게 음심이 동하는 모양이다.
오늘 처음 본 동료다.
아니, 이 망할 놈의 회사에 입사하면 동료가 된다.
저 사악해 보이는 놈과 한 조이며 말단이다.
“으으읍.”
여자가 입을 막은 테이프 때문에 말은 못 한다.
그래도 비명인 것은 안다.
“오호, 너도 좋은 모양이구나.”
‘강’이라고 부르라던 놈.
이들 모두 이름을 모른다.
이진기는 이들을 만났을 때, ‘강’, ‘철’, ‘영’, 이렇게 외자로 된 호칭을 들었다.
이름인지, 별명인지도 몰랐는데 별명이다.
공개되어도 누구인지 추측이 불가능한 호칭이다.
나쁜 짓을 하는 놈들이니 그렇다.
자신에게 ‘종’이라는 별칭을 사용하라고 했다.
별명이 이름과 연관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여자의 비명을 교성으로 듣는 저놈.
‘강’부터 시작해서 모두 죽여 버리고 싶다.
이런 일인 줄 알았더라면, 여기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 무리는 자신 포함 4명이다.
여기서 저 여자를 구해서 벗어나려면 3 대 1로 붙어야 한다.
승산이 있을까?
혼자라면, 몇 대 맞더라도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여자를 구해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무력이 필요한 시점인데, 자신만으로는 부족하다.
저놈들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주먹을 쓰는데 이력이 붙은 놈들이다.
“으으읍.”
‘강’이 여자의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들이밀었다.
여자는 싫다는 몸부림과 함께 소리를 질렀다.
입에 붙은 테이프 때문에 말이 되어 나오지 못했다.
“너도 좋지?”
저 미친놈을 그냥, 콱.
그나마 조금은 다행스럽게 여자는 청바지를 입었다.
빛이 바랜 스키니 진 같기도 하다.
다리가 날씬해 보이는 여자가 다리를 오므렸다.
“가만있어.”
‘강’은 손으로 양쪽 발목을 잡아 밀어냈다.
무릎 사이에 구둣발을 집어넣어 오므리지 못하도록 했다.
“바닥이 지저분하고 딱딱해서 불만이긴 하지만, 대신에 스탠딩 원나잇이라는 것도 있잖아? 너는 어때?”
‘강’이 여자에게 능글맞게 말했다.
‘잘못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죽더라도 사람으로 살다가 죽자.’
이진기는 속으로 소리쳤다.
“영 형님, 거기서 오려면 한 시간 이상 걸릴 테니, 그사이에 재미 좀 봐도 되죠?”
강의 말에 ‘영’이 돌아보았다.
“…….”
“그럼 그리하겠습니다.”
‘영’이 대답하지 않았지만, ‘강’은 그렇게 해석한다.
“그래, 재미난 구경거리가 될 것 같으니 우린 구경하마.”
‘철’이라고 불렸던 놈이다.
개놈들.
‘강’이 여자를 일으켜 세웠다.
스키니 진의 허리를 형식적으로 죄고 있는 갈색의 벨트.
버클에 손이 갔을 때다.
이진기는 더는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더 시간을 늦출 수 없다.
준비 동작 없이 ‘강’에게 몸을 날렸다.
~퍼억~
아무런 대비 없이 여자에게 정신이 팔려 있던 ‘강’.
그놈의 옆구리에 돌려 차기로 구두의 뒤축을 꽂아 넣었다.
“끄아아아아아.”
창고 안에 비명이 흘렀다.
다시 몸을 돌리며 ‘강’의 행동에 입맛을 다시고 있던 ‘철’의 턱에 주먹을 꽂았다.
~뻐벅~
“끄으으으으.”
주먹이 턱 안에 반쯤 들어갔다 나온 느낌.
둘은 그대로 바닥에 뒹굴었다.
“이 새끼가.”
~퍽~
그때, 자신의 옆구리에 ‘영’의 주먹이 밀고 들어왔다.
“흡.”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혔다.
몸에 힘이 쏙 빠져나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른 놈을 공격하던 중에 느닷없이 들어온 주먹이다.
정통으로 맞았고, 타격이 너무 컸다.
‘죽었군. 씨바, 그래도 잘했다.’
통증보다 죽으면 편안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그래.
죽을 자리는 제대로 찾았다.
더 이상 희망이 없었는데, 그래도 짧은 세상 잘 살다 간다.
~픽~피비비비빅~
그때,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영’이 다음 공격을 하지 않고 뒤로 나동그라졌다.
뭐지?
눈을 뜨고 소리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실내가 어둡기도 해서 보이는 것은 없다.
유리에 묻은 물 얼룩 같은 것이 움직였다.
물방울 같기도 한데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아.”
“흐어어어으.”
그때부터다.
자신을 제외한 세 명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곤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사람이 아니다.
방송?
혹시 폰에서 나는 소리인가?
소리 나는 방향을 자세히 보자 물방울 같은 그림자가 있다.
새끼손가락 끝마디만 한 투명한 물체.
크기가 작아서 식별이 쉽지 않다.
거기에 빠르게 움직이면 보이지도 않는다.
카멜레온처럼 주위의 색에 동화된다.
그 작은 물체가 명령했다.
정말 뭐지?
2분 전까지 일행이었던 자들.
그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져 비명을 지른다.
“지금은 아닙니다.”
“네, 맞습니다.”
“이력서를 넣었고, 오늘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면접도 보지 않고, 합류하라고 했고, 저들은 이 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인 조종 카메라인가?
그렇다고 전화도 되는 거야?
생각은 길어지지 못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저 여자를 구하기 위해 싸우다가 맞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진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