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08
053. 협력의 방법(1)
결정 후에 잠시 쉬기는 했다.
18년 후라는 것을 알고, 여행 다니면서 동물들과 싸웠다.
포식자의 상위 계층이 사라져 버린 자연 생태계.
그 동물들의 힘에 밀리지 않으려고 싸웠다.
고려로 날아갔던 그때부터 27년 세월을 거의 싸움으로 살았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런 전투 역량보다 전략적인 두뇌 싸움이 필요한 곳이다.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을까?
좋은 수가 없을까?
해외에서 미팅 신청한 회사 수는 237개사나 된다고 했다.
대답은 하지 말라고 해 두었다.
그들을 일대일로 만나려 하면, 몇 달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된다.
내년까지는 해외와 연결할 일은 없을 것이다.
~똑똑~딸깍~
“사장님, 나가실 시간입니다.”
영업 마케팅 파트에 채용된 직원 박설인이 알렸다.
별명은 눈사람.
놀림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성격은 설인이 아니라 따뜻한 봄이다.
“그래요, 갑시다.”
컨퍼런스 룸으로 들어섰다.
충분한 간격을 두고 회의를 할 수 있도록 둥글게 배치된 테이블.
간단한 주전부리와 찻잔과 물병이 놓여 있다.
“흠.”
헛기침 소리와 바스락거리는 소리.
시선도 따라 움직인다.
테이블마다 두 명씩.
같은 회사 소속이다.
90명 정도가 회의할 수 있는 컨퍼런스 룸인데, 좌석은 30석이다.
공간에 여유가 넘친다.
한쪽 구석의 단상으로 갔다.
“안녕하십니까? 터니테크 사장 최태영입니다.”
살짝 고개 숙이고 인사를 했다.
사회자가 따로 있는 회의가 아니다.
자유스럽게 의견을 개진하는 회의이다.
“이렇게 밖에 모실 수 없었던 점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반갑습니다.”
누군가가 인사해 왔다.
그쪽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지금부터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모두 녹화된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하고 태영이 앉을 자리로 이동했다.
“나이가 몇인가?”
꼭 이런 사람이 있다.
태영은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다.
대한민국에서 나이에 따라 대하는 방식이 다르니 이해는 한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이 자리는 공식적인 자리다.
첫 질문이 반말이라니.
‘그러는 너는 몇 살인데?’ 하고 물으면 싸움 나겠지?
한 박자 참지 뭐.
“사적인 질문은 사적으로 있을 때 하시지요.”
아주 작은 말소리다.
유감스럽게 그 말이 마이크를 통해 스피커로 나왔다.
마이크가 켜져 있어서 생긴 현상이다.
결과적으로는 싸움을 하기에 아주 좋은 모티브를 제공했다.
그는 급히 마이크를 껐다.
“욕은 저도 참 잘 합니다만…….”
이 정도 받아치면, 그만하라는 소리다.
여기서 더 나가면 싸우겠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그러면 반응이 어찌 나올까?
역시 스피커로 나왔다.
그는 조금 전에 마이크를 끈 사람이다.
그런데도 마이크는 켜져 있다.
눈빛은 당황했지만 표정은 아니다.
“입이 참 싸구려군요.”
“…….”
여기 참석한 사람들.
일부는 재계 순위 100위권 안에 들어오는 대기업이다.
그곳의 고위 임원이다.
재계 순위를 말하지 않는 회사도 아주 크다.
터니테크 같은 회사는 회사로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회사의 임원들이다.
“싸우자는 거 맞죠?”
“…….”
스피커로 나오는 소리를 모두 들었으니 계면쩍게 웃기만 한다.
그래도 반응이 나름 재미있다.
{거참, 회의하러 왔으면 회의나 하면 되지, 위세 떨려고 왔나?}
{꼴에 자존심은 무슨?}
{나이는 회사에 가서 따지지.}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욕한 자를 나무라는 말이다.
그런 반응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제가 죽었다가 살아온 경험이 있는 거 아시죠?”
{그랬지.}
{맞아, 그랬었지.}
반응은 있다.
“그래서 간혹 성격이 이상해지기도 합니다.”
웅성거리는 소음 사이로 말을 계속했다.
{이상해져?}
{칼부림이라도 하려고 하나?}
조금 더 도발을 해 볼까 하는 생각이었다.
몇 사람은 웃었고, 몇 사람은 중얼거린다.
“아시죠?”
태영의 얼굴에서 미소는 사라졌고, 말은 가라앉았다.
그리고 염력으로 룸 내의 공기를 미세하게 진동시켰다.
“……?”
“별거 아닙니다. 아, 그냥 그렇다는 것입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부르르르르르~
말을 마무리할 때, 컨퍼런스 룸 내부의 집기들도 약하게 진동했다.
어떤 사람들은 오싹한 한기가 들었을 것이다.
말을 대충 생략한 것처럼 했다.
그래도 명백한 협박이다.
누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갈려나 했는데 아무도 안 나간다.
“허억.”
한 사람이 크게 숨을 토해 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이가 몇인가 하고 물었던 사람이다.
그 사람 주위를 조금 더 강하게 압박해서, 아마도 잠시 숨이 막혔을 것이다.
태영의 손짓에 정우찬이 마이크를 가까이 가져갔다.
“저는 영업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정우찬 부장입니다.”
{사장이 진행하지 않는 거야?}
{뭐야? 부장 나부랭이가 나와서?}
몇 사람이 또 주제를 모르고 중얼거린다.
“저희 사장님이 원하는 바는 서로의 협력에 대한 것입니다.”
정우찬이 잠시 그들을 둘러보았다.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다.
“회의 주제는 그런 의미로 이해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방법에 대해서 우리가 의견을 제시하기보다, 먼저 들어 보자고 하셨습니다.”
그들이 함께 온 직원들을 쳐다본다.
“그래서 각 사의 의견을 먼저 듣도록 하겠습니다.”
[마스터, 밖에 불청객이 찾아왔습니다.]누군가가 컨퍼런스 룸을 밀고 들어오려 한다.
보안 팀에서 그것을 막는 과정에서 나는 소음이 있다.
그때를 같이하여 위니의 말이 들려왔다.
“으음.”
위니에게는 그렇게 짧게 신호를 보냈다.
정우찬을 향해 손을 들었다.
“네.”
“밖에 불청객이 온 모양입니다. 우리 보안 팀에서 막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이 온 것 같은데, 잠시 후에 다시 시작하지요.”
{아무 소리도 안 들렸는데?}
{에이, 누구야?}
{어떤 놈들이?}
{협력 방안? 다들 얼마나…….}
{하 참, 이게 무슨…….}
태영이 문으로 걸어가는 사이에 그런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부욱~
문에는 방음을 위해 방음 소재가 붙어 있기에 묵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정말 막을 거야?”
“문 안 열어. 어? 열렸네.”
고함 소리가 갑자기 들리다가 목소리가 멈추었다.
그들이 열고 들어가고 싶어 하는 문이 열렸기 때문이리라.
정우찬 부장이 말했던 14명.
그들은 양쪽으로 갈라져 서 있고, 문 바로 앞에는 도도한 표정의 세 명이 서 있다.
보안 요원이 볼을 만지던 손을 내렸다.
뺨에 손자국이 선명하다.
맞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보안 팀장, 우리 보안 요원이 먼저 손을 썼습니까?”
태영이 이진기를 향해 물었다.
“아닙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해서, 우리 요원이 문 앞을 지켰는데, 저 사람이 뺨을 때렸습니다.”
“피하거나 막지 않았습니까?”
“막지 않았습니다.”
잘했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그럼, 고소할 수 있도록 지금 병원에 보내세요. 진단서 받아 오라고 하고, 진단서에 나온 기간만큼 휴가를 주세요. 그리고 그 모욕은 법정에서 풀어 봅시다.”
“네, 사장님.”
이진기의 눈에서는 마치 레이저가 쏘아져 나올 것 같은 상태다.
“어, 그럴 것까지 있나?”
셋 중에 책임자로 보이는 나이 든 사람이 말했다.
손을 들어 올리며 말하는데 건방이 하늘을 찌른다.
50대 초반쯤.
나이가 어려 보이면 일단 대놓고 반말이다.
“그래요?”
“미안하긴 한데…….”
한데?
사과는 아니다.
“때린 사람이 한 대 맞는 것으로 상계 처리 할까요?”
나이 든 사람을 향해 물었다.
“……?”
“그렇게 하고, 없던 일로 돌릴까요?”
“그냥 이해해 주면 안 되겠나?”
“그쪽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쪽 귀싸대기 한 대 올리고, 이해 좀 해 주세요 하면 넘어갈 수 있습니까?”
“뭐?”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우리 직원에게는 제가 보상해 주고, 그냥 넘어가라고 하겠습니다. 대신 그쪽이 한 대 맞아야 한다는 거 잊지 마십시오.”
요렇게 말하면 진짜 밉상일 거다.
태영도 안다.
정말 죽이고 싶도록 미울 것이다.
“…….”
그렇지만, 못 맞지.
태영에게 살짝 맞아도 사망이다.
힘 조절을 아주 잘 하지 않으면 스쳐도 중상이다.
뺨이 붉은 직원의 입꼬리가 길게 찢어졌다.
명백한 웃음이다.
주먹을 쥐는 모습이 보였다.
얼마나 통쾌할까?
반대로 나이 든 사람의 인상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논리적으로 틀린 것 있으면 말을 해 봐.’
속으로는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사과하게.”
나이 든 사람이 한 명을 지목했다.
그 사람이 손찌검을 한 것이다.
“사과만으론 안 됩니다. 진단서를 근거로 고소하라고 할 테니까. 사과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뺨 부어 있는 거 안 보입니까?”
“……그게…….”
“그리고 이 많은 사람 앞에서 맞았으니 명예 훼손도 있습니다.”
“정말 그럴 건가?”
“그럼, 때린 사람에게 한 대 맞는 것으로 서로 퉁치기로 하든지요.”
보안 요원에게 귀싸대기 한 대 맞으면, 병원에 실려 가야 할 걸.
“맞은 사람은 저 사람인데, 왜 자네가 안 된다고 하는 거지?”
“제 직원입니다. 지금 그쪽이 저 사람 상관인 모양인데, 상관으로서 직원에게 사과하라고 결정하셨듯이, 제 직원도 업무 중에 발생한 일이니 최종 결정은 제가 합니다.”
미치고 싶을 거다.
맞은 직원의 입가에 웃음이 감돌았다.
웃지는 못하고 참느라고 애쓴다.
“…….”
나이 든 사람은 말없이 태영을 노려보았다.
표정은 없었지만, 눈으로는 온갖 이야기를 한다.
“……가지.”
나이 든 사람이 돌아섰다.
그 정도 모욕을 받고 돌아서지 않으면 간도 쓸개도 없는 인간이지.
“곧 고소장 들어갈 것입니다.”
태영의 추가된 말에 한번 돌아서서 노려보았다.
“사업하기 힘들어질 거야.”
또 다른 한 명이 몸을 돌려서 말했다.
마치 제가 베풀어 주는 입장인 것처럼 말하는 것을 보니, 같잖은 권력질을 하려는 모양이다.
“어이.”
“어이?”
태영의 부름에 그 사람이 돌아섰다.
그리고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되받았다.
“지금껏 너희들이 한 짓 모두 녹화되어 있는 거 알지?”
“뭐……어……?”
눈이 휘둥그레진다.
겁을 먹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녹화된 것을 지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분명히 누군가를 찾아가 지우라고 요구할 것이지만, 될까?
“나는, 내게 칼을 겨눈 상대를…… 명심해.”
‘살려 둔 적이 없어’는 생략하면서 입 모양만 벙긋벙긋했다.
여긴 고려가 아니니까.
그들 모두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씩씩거리며 떠났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맞은 직원이 큰 소리로 말했다.
뭘 감사해?
“미안해요. 내가 막아 주지 못해서. 그래도 잘 참았습니다.”
“괜찮습니다. 오늘만 같으면 열 번도 참을 수 있습니다. 아주 통쾌해서 속이 확 풀렸거든요.”
표면상으론 태영이 더 어리다.
그래서 어깨를 두드려 주지는 못했다.
대신,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미안합니다. 우리 회사 홈페이지에서 상담 신청을 하십시오.”
태영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신청한다고 다 만나 드리지 못하는 점도 이해하여 주십시오. 신청 시에 반드시 만나야 할 이유로 우리 직원을 설득하십시오.”
유재구, 노의성 같은 자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들은 지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지효상도 더 이상 수작을 부리지 못한다.
그리고 또, 조금 전의 그런 인간들이 새로이 나타난다.
앞으로 더 많아질 수도 있겠지만.
[자원……부…… 실장과 그 직원들입니다.]위니의 말이 들려왔다.
“너희는 하루 이틀 사이에 너튜브에서 공무원의 갑질 영상을 보게 될 거야.”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한마디 해 주었다.
물론 그들은 듣지 못했을 것이다.
“웬 소란입니까?”
태영이 다시 자리로 돌아오자 한 명이 물었다.
“산자부 어느 부처의 실장이랍니다. 이름이나 부처는 못 들었지만.”
“아, 그럼 들어오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안 들어오는 것이 좋습니다. 자, 소란스럽게 해서 미안합니다. 다시 시작하시죠.”
다시 시작된 회의.
꽤 장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회의의 진행은 정우찬 부장이 했다.
태영이 관심을 기울이는 척했지만, 대부분 흘리고 지나갔다.
다양한 의견이 오갔지만, 요약하면 몇 가지다.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을 가진 것은 환영할 일이다.”
“작은 회사가 핸들링하면, 각국의 견제 세력 때문에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뛰어난 기술력과 충분한 자본, 그리고 우수한 마케팅 능력을 갖추고 있는, 큰 회사에 터니테크의 기술을 넘겨라.”
“보상은 충분히 하고, 임원 자리를 보장하겠다.”
대략 그런 이야기들이다.
뛰어난 기술력을 가졌으면 지들이 만들면 되지.
헛소리들 참 잘한다.
중견 기업들은 또 다르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기술을 공유해 주어서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이 맞다.”
“로열티를 지불할 테니 여기 있는 회사에 기술을 공유해 달라.”
그런 반응이다.
손용인이 이야기한 것 같은 직설적인 표현은 아니다.
두루뭉술하고 부드러운 말이지만 내용은 동일하다.
이런 회의는 결론을 낼 수 없고, 결론을 내어서도 안 된다.
외국의 회사들을 어떨까?
이 사람들의 주장에 몇 단어를 추가하면 동일하다.
이민을 와라.
귀화할 생각 없느냐?
공장 지을 장소를 제공해 주겠다.
몇 년간 세금을 면제해 주겠다.
아마도 그 정도일 것이다.
“엿 드세요들.”
낮은 말로 중얼거렸지만, 태영의 앞에 있는 마이크도 켜져 있다.
들었을 것이다.
몇 사람의 시선이 태영에게 돌아왔다.
저 사람들은 태영을 스물셋, 대학 2학년, 그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사라진 8일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니까.
“아까 저분이 뛰어난 기술력과 풍부한 자본, 우수한 마케팅 능력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요. 맞습니다.”
“뛰어난 기술을 갖추고 있으면 직접 만드세요. 이 작은 회사의 제품에 욕심내지 마시구요.”
“회의하면서 나눈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군.”
저 사람은 석인전자 전무다.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저 사람도 자신의 이야기만 한다.
말은 점잖게 하는데 싸지가 없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