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10
055. 악연인가 보다(1)
“잘 되었네.”
“잘 되었지. 일주일 안에 이사 가겠대.”
“그쪽은 판교로 가면, 출근 거리 때문에 그만두는 직원들도 있을 텐데.”
“그렇지는 않는 것 같아.”
“왜?”
“회사 이전 문제로 사내 게시판에 희망 장소를 설문으로 올렸는데, 판교로 가자는 직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나 봐.”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많으면 그리되지.”
“우리도 판교에 자리 잡을 걸 괜히 잘못한 거 아닌가 몰라.”
현재의 위치로 간 가장 큰 이유는 학교와 가깝다는 것이다.
학교 다니면서 회사에 왔다 갔다 하기 쉬워야 한다.
그리고 누나가 가능하면 서울에 있고 싶어 했다.
그런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확보가 되었으면 좋은 거지.”
“그런데, 오늘 그런 이야기나 하려고 한 것 같지는 않고. 무슨 일 있어?”
“우리 회사를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꽤 많아.”
“그렇겠지. 심지어 우리 회사로도 찾아와서 그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
“팔라고 하지 않아?”
“그런 사람이 많아.”
“그러면?”
“액면가의 1만 배수를 달라고 하지. 그럼 포기해.”
누나 회사의 자본금은 50억이다.
그러니 당연히 1만 배 못 내지.
“협박은 안 해?”
“경호팀이 있으니까.”
대략 알고는 있다.
사프캣이 언제나 지키고 있으니까.
“우리는 제품을 만들지 않는데, 너희 회사는 그게 아니지 않아?”
“5백억 주겠다고 하더라.”
“그놈, 바보 또라이 아냐? 누가 5백억에 터니테크를 팔아?”
“그놈이 얼마 전에 우리 제품 비밀을 캐내려고 인사이트 써티파이 직원을 납치한 적이 있어.”
“그래? 누구야? 어찌 되었는데? 왜 말 안 했어? 다치지 않았어?”
누나의 눈이 동그래지며 한꺼번에 질문을 쏟아 냈다.
“주서현 대리.”
“아, 그 날씬하고 귀여워 보이는?”
“그래, 맞아. 무사히 구해 왔고, 지금은 괜찮아. 며칠 전에도 봤지?”
“응, 생글생글 잘 웃고 다니던데, 납치당한 후유증 같은 거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앞으로 잘해 줘야겠다. 그런데?”
“그놈이 오늘 누나를 납치하려는 계획을 세웠거든.”
“뭐?”
“…….”
“아니, 요즘 세상에 아직도 그런 놈이 있어?”
“있어.”
“하!”
“우리나라 치안이 전 세계적으로 최상위권인 거 알지?”
“그렇게 알고 있어.”
“그렇게 치안이 좋은데, 가출 신고나 실종 신고 기준으로 사라져 버리는 사람의 숫자가 하루에 3백 명쯤 된다고 하네.”
“뭐어?”
차기원에게 들을 당시에 태영도 놀랐다.
누나 역시 깜짝 놀란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우리가 모를 뿐, 그렇게 많아.”
“진짜라면 많네, 많아도 너무 많네.”
놀랍겠지.
보통의 사람들은 이런 내용을 모른다.
그리고 신경 쓸 일도 없다.
“그 많은 실종자들 틈에 납치로 한 명쯤 더 사라진들 누가 알겠어?”
“아우~ 소름 돋아.”
누나가 몸을 움츠렸다.
“왜? 그 말 들으니 밥맛이 없어?”
“아니, 그건 아니고. 소름 돋아서 그래.”
“그중에 3명 정도는 영원히 찾지 못하고, 또 5명 정도는 사망 후에 발견돼.”
차기원과의 이야기 이후에 검색해 봤었다.
국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나온 답변이 맞다.
영원히 찾지 못하는 1일 3명은 어디 있는 것일까?
그 숫자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1천 명이 넘는다.
우리의 주변에 이상한 일들이 무수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너. 그걸 어찌 알아? 날 납치할 계획을 세웠다는 것을? 그리고 왜 날 납치하는데?”
누나로서는 당연한 의문이겠지.
말을 들었으니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사전에 알아내서 좋잖아? 그래서 막을 방법도 생각해 둘 수 있고.”
납치하려는 이유?
누나를 인질로 태영에게서 무언가를 받아 내려는 것이다.
회사와 기술을 5백억에 팔라고 한 놈이니까.
“그걸 어찌 알았는데?”
“어쩌다가 알게 되었어.”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 그럼 그래서 나 불러낸 거야?”
“응, 맞아.”
“혹시 다른 사람이 휩쓸릴까 봐 혼자 오라고 한 것이구?”
“그래.”
“어떻게 막을 건……데?”
“안 막을 거야. 그냥 나하고 같이 납치되어 가자구.”
“뭐?”
***
주차장으로 갔을 때, 울려온 발자국 소리.
앞을 막은 두 사람과 뒤에 또 다른 둘이다.
야비한 웃음소리도 들렸다.
모자를 쓰고, 마스크도 했다.
주차장 내의 CCTV를 생각한 듯.
한 명은 화려한 발리송 기술을 내보이기도 한다.
솔직히 이런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이곳은 도심의 복판, 고급 호텔의 지하 주차장이다.
움직이는 사람이 많고, 곳곳에 CCTV가 있다.
그래서 뭔가 획기적으로 색다른 방법이 나올 줄 알았다.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장면처럼 단순하고 무식하다.
“항복.”
“뭐?”
태영의 즉각적인 항복 선언에 웃긴다는 표정이다.
“떼거리로 왔으니 항복.”
“하하하, 웃긴 놈일세.”
대항하지 않고 납치에 응했다.
웃긴지 아닌지 나중에 알게 될 거다.
연예인들이 타고 다니는 커다란 밴에 태워졌다.
타자마자 팔을 뒤로 돌려 묶었다.
눈에는 안대가 채워졌다.
앞에 세단이 한 대 가고, 밴이 뒤따랐다.
1시간 정도.
아이미어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두 보았다.
밴에 함께 탄 자가 셋.
운전자 포함해서 셋이 온갖 음담패설로 누나를 희롱했다.
누나는 태영과 약속했다.
겁먹은 듯 떨면서 움츠리고 있어 주기로.
그런데 진짜 떨고 있는 것 같다.
안대로 가려진 상태여서 시야는 차단된 상태다.
태영은 위니가 보내 주는 아이미어의 기능으로 안대와 상관없이 보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 불곡산 자락에 있는 농가 주택.
민가에서 꽤 떨어진 곳인데, 이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마당을 포함하여 주변은 시멘트 포장으로 마감이 잘 되어 있다.
마당에 차를 주차했고, 커다란 창고 건물이 몇 개 보인다.
~덜컥~
차 문이 열리자 둘이 문 앞에 기다렸다.
둘이 태영과 누나를 각각 끌고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참, 대단한 남매야.”
손용인의 앞으로 끌려간 두 사람.
손용인의 첫마디는 기분이 잔뜩 업된 말투다.
손용인은 푹신한 소파에 앉아 있고, 좌우로 2명이 시립해 있다.
좌측에 나무 기둥 2개와 철제 의자 3개.
수도꼭지와 물을 받을 수조도 있다.
나무 기둥에 잔뜩 붙어 있는 벨크로와 여러 개의 쇠사슬.
철제 의자에도 벨크로와 사슬이 붙어 있다.
“넌 누구냐?”
태영이 모르는 체하며 물었다.
“겁도 없어요.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연놈이.”
우측에는 스테인리스 테이블과 싱크대.
그 위에 가학 행위를 위한 각종 기구들이 즐비하다.
스테인리스 테이블에 붙어 있는 넓은 판.
그곳에 있는 기구들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흉악한 것들이다.
저것을 접으면 테이블 위의 판이 되도록 꾸며진 모습.
평소에는 감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눈이 안 보이니 겁을 상실한 모양이지.”
“보이지 않으니까.”
누나는 떨고 있다.
거짓으로 떠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떨고 있다.
누나에게 안정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여긴 이들의 전용 공간이다.
이런 공간의 필요성이 궁금하다.
주서현 납치 때는 왜 평택의 그 먼 곳까지 갔을까?
고문할 필요가 없어서 그런 것인가?
“꿇어, 이 새끼야.”
누군가가 태영의 무릎 뒤쪽을 구둣발로 찼다.
무릎 뒤쪽이 급소이긴 하지.
하지만 태영의 몸은 미동도 없다.
[그자가 ‘창’입니다.]위니의 말이 들려왔다.
[누님을 붙잡은 자는 ‘큐’입니다.]“얼씨구, 이 새끼 봐?”
무릎이 꺾여 꿇어야 하는데, 안 되니 화가 나는 거다.
놈이 고함을 지르며 어깨를 짚었다.
누나와 태영의 좌우에 각 2명.
‘창’과 ‘균’, 그리고 ‘큐’와 ‘결’이다.
별명들도 아주 웃겨.
손용인과 그 주위에 있는 자들이 다섯.
스테인리스 테이블 옆의 하나는 뜻밖에도 여자다.
그렇게 합이 열이다.
[여자의 이름은 유진애. 기태연의 부하이며 동거녀로 성정이 아주 잔혹합니다.]“음, 확인 가능해?”
어떻게 잔혹한지 확인이 필요해서 물었다.
[유진애의 폰에 동영상이 있었습니다. 전송할까요?]“나중에.”
이들 중에 가장 강자는 뜻밖에도 수행 비서인 기태연이다.
“새끼가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태영이 위니와 대화하느라 작게 속삭였기 때문이다.
“손용인 맞지?”
손용인이 있는 방향으로 보고 불렀다.
지금 손용인의 우측에 선 저놈은 오른팔인 ‘국’이다.
이름이 이성열이라 했던가?
좌측에 선 자는 수행 비서인 기태연.
저놈과 유진애는 한 글자로 부르는 닉네임이 없다.
“새끼가, 지금 네가 어떤 꼴인지 알고 어르신의 이름을 팍팍 부르는 거냐?”
손용인의 대답이다.
스스로 어르신이라?
“어이 꼰대.”
“뭐?”
“네가 이성열이나, 기태연을 믿고 까부는지 모르겠는데…….”
“네가 기태연을 어찌 알아?”
손용인이 버럭 화를 낸다.
그 누구도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서로 간에 외자의 별명을 말하지도 않았다.
바로 이름이 불린 이성열과 기태연도 깜짝 놀란다.
누나가 놀라는 느낌도 있다.
마치, 너 그걸 어찌 알아? 뭐 그런 거다.
“그놈들 믿을 거 없어.”
“뭐라?”
“지난번에 성덕윤이, 아니 ‘존’ 알지?”
“씨발 놈, 네가 그랬구나. 개새끼.”
“그놈들이 어찌 되었는지 기억 못 하나 보네?”
주제는 같지만 서로 동문서답이다.
“하, 그게 네 짓이라는 거지?”
“너희들 모두, 오늘 그렇게 될 거야.”
“안대 벗겨.”
소리친 자는 ‘국’으로 불리는 이성열이다.
태영을 잡고 있던 자가 안대를 거칠게 벗겨 냈다.
누나의 안대도 벗겨졌다.
때를 맞춰서 태영의 손을 묶은 끈을 잘라 냈다.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팔은 묶여 있던 자세 그대로다.
“네가 내게 몇 번 해를 입히기는 해도, 내가 용서해 줬거든.”
“뭐? 용서? 용서라고?”
화를 주체 못 한다.
“그래도 반성을 않고 계속 이 짓을 한단 말이지.”
“뭐, 이 새끼야.”
“네가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해 주지.”
기태연의 입가에 야비한 웃음이 잠깐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러려고 순순히 잡혀서 따라온 거야. 그러니까 기대해도 돼. 위니.”
말끝에 위니를 불렀다.
위니가 취할 행동 지침은 이미 말해 두었다.
“누나.”
짧게 누나를 부르자 누나가 돌아본다.
누나를 붙잡고 있던 ‘큐’도 돌아본다.
~쉭~탁~
그 짧은 순간에 ‘큐’의 목울대를 툭 쳤다.
바로 옆의 ‘결’은 명치를 꾹 눌러 주었다.
“흡, 커억.”
두 곳 모두가 치명적인 급소이기에 힘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죽지 않을 정도의 충격만 주었다.
‘큐’는 신음도 지르지 못했고, ‘결’은 신음 소리와 함께 스르르 가라앉았다.
“헉, 뭐…….”
누나의 놀란 목소리다.
“괜찮아, 누나. 안심해.”
누나를 안심시키는 걸 잊지 않았다.
동료가 당하는 것을 본 ‘균’과 ‘창’.
태영을 향해 주먹을 뻗어 왔다.
~퍽~
‘균’은 사타구니, ‘창’은 목을 툭 쳤다.
“흐읍, 으으으으.”
‘균’은 몸을 새우처럼 구부리며 넘어졌고, ‘창’은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흐으으…… 흐으으…….”
누나의 조금 더 놀라는 목소리.
누나를 백허그로 안았다.
“나야, 놀라지 마.”
누나의 귓가에 대고 낮게 말하며, 가볍게 들어 반 바퀴 돌았다.
누나의 손이 태영의 팔을 잡아 왔다.
“안심해도 돼. 잠시 그대로 있어.”
“……그, 그래.”
태영은 누나를 내려 주고, 자신을 잡은 손을 톡톡 쳤다.
그러자 누나가 신호를 알아듣고 손을 놓았다.
태영이 천천히 손용인을 향해 돌아섰다.
“너, 너 너너너.”
순식간에 넷이 당한 것이 이해되지 않겠지.
“이 새끼 어, 어떻게?”
놀란 손용인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나가 태영의 등 뒤에 손을 댔다.
손끝에 떨림이 느껴진다.
걱정 말라 했지만, 말을 한다고 떨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누나, 걱정하지 말고, 눈 감아.”
“어…… 어……. 아…… 알았어. 조심해.”
“꼭 감아.”
“아, 알았어.”
다시 당부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손가락 사이로 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바닥에 떨어진 안대를 봤지만, 에이 믿자.
“야, 잡아.”
그때, 손용인의 벼락같은 명령.
이성열과 기태연은 그대로 서 있고, 다른 둘이 공격 자세를 잡았다.
방금 넷이 찰나에 뻗었는데 겨우 둘이?
그때, 유진애가 천천히 움직였다.
유진애는 스테인리스 테이블 앞에 멈추었다.
~찰칵~차차착~차라락~
‘길’이 화려한 발리송 기술을 보였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뜨며 비릿하게 웃었다.
바보 멍청이들.
너희들은 모두 바보 멍청이들이다.
~슉~
발리송 나이프가 그대로 태영의 목 부분을 찔러 왔다.
죽이려고? 진짜 죽이려고?
좋아, 맞춰 주지.
몸을 피하며 발리송 나이프를 잡은 ‘길’의 팔꿈치를 툭.
~뚝~
“으악.”
‘길’의 팔꿈치가 반대로 꺾였다.
멈칫하는 사이 발끝을 복부에 내질렀다.
~퍽~
“커억.”
곁눈질로 본 유진애의 움직임.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수술용 메스를 든다.
세 개를 오른손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왼손에는 망치를 들었다.
아이언맨, 아니 아이언 우먼과 동시에 토르가 되었다.
~훙~
그사이 ‘진’의 주먹이 태영의 얼굴 앞으로 지나갔다.
헛손질로 휙 돌아가는 몸의 목 뒤쪽을 툭 쳤다.
“커헉.”
~쿠당탕탕~
~쨍그랑~투다다~쨍강~
‘진’이 스테인리스 테이블을 밀치며 넘어졌다.
테이블 위의 각종 기구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낸다.
테이블이 쓰러질 때, 그것을 피한 유진애.
점프하듯 태영의 앞으로 뛰었다.
메스를 끼운 오른손이 누나의 얼굴을 목표로 휘둘러졌다.
저기에 스치면 중상이다.
염력으로 팔을 위로 밀어 올렸다.
~쐐액~
누나의 머리 반 뼘 위로 세 개의 메스가 지나갔다.
몸의 회전력이 큰 동작이다.
망치의 무게로 좌우 균형을 잡았지만 몸은 돌아갔다.
그사이, 복부를 찼다.
~퍼억~
“커흑.”
입에서 침이 길게 튀어 나가는 것이 보였다.
~꽈다다다당~
유진애는 넘어진 스테인리스 테이블을 밀치며 벽에 처박혔다.
~꿍~
벽에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푸헙헙헙, 으흐흐흐.”
‘길’은 반대로 꺾인 팔을 부여잡고 거칠게 숨을 토해 냈다.
몸은 바들바들 떨고 있다.
벽에 피를 울컥울컥 토해 내는 유진애가 보였다.
일순간에 일곱이 바닥을 굴렀다.
이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손용인과 이성열, 그리고 기태연이다.
기태연의 시선이 유진애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천천히 유진애에게 다가갔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