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11
056. 악연인가 보다(2)
“푸후…….”
유진애가 입에서 피거품을 불어 냈다.
“네 복수는 내가…….”
유진애에게 하는 말이다.
괜찮으냐고 묻지 않고, 죽을 것이라는 전제로 한다.
동거녀라며?
비정한 놈 같으니.
진짜 죽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유진애가 피를 토하고 있어도 죽지 않는다.
단지, 병원에 아주 오래 있어야 할 것이다.
기태연이 천천히 일어섰다.
이성열과 기태연은 강자다.
그래 봐야 태영이 보기에는 하루살이다.
‘결’이 입에서 피자 한 판을 쏟아 내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명치를 찔렀지만, 위경련 같아 보인다.
일어선 기태연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맺혔다.
자신 있다는 뜻인가?
그것이 얼마나 큰 만용이었는지 알려 주지.
이성열과 기태연이 태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스테인리스 테이블에서 튕겨 나와 바닥에 어지러이 널린 수술 기구들.
태영은 그것을 발로 쓸어 날려 보냈다.
염력으로 목표 위치를 조절하며 힘도 조절했다.
저들의 눈에는 발길에 차여 날아오는 거다.
~쇄애애액~퍽~퍼벅~
기태연의 발목에는 본 커터가, 종아리에 수술용 가위가 박혔다.
수술용 가위는 가늘고 길며, 끝이 뾰족하다.
본 커터는 공대생들이 쓰는 니퍼와 비슷하다.
수술용이기에 금속 재질이 다르고 훨씬 더 무겁다.
~쇄애액~픽~
이성열은 무릎뼈 사이에 니들 홀더 한 개가 박혔다.
기태연에 비해 부상이 약하다.
기태연은 발목에 본 커터가 박힌 상태로 관성에 밀려왔다.
태영은 슬쩍 비키며 기태연의 발을 걸었다.
~퍼억~쫘아아악~
기태연은 엎어졌고, 달려오던 힘으로 얼굴이 시멘트 바닥을 쓸어 갔다.
하필, 바닥에는 각종 수술 도구들이 떨어져 있다.
일부는 얼굴을 스치고, 일부는 머리를 스쳤다.
그중 하나가 기태연의 한쪽 눈으로 박혀 드는 것이 태영에게도 보였다.
저건 의도치 않은 거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기태연의 비명이 창고 안에 메아리쳤다.
무릎에 박힌 니들 홀더로 인해 몸을 멈춘 이성열.
~훙~
주먹이 날아왔다.
슬쩍 비키며 사타구니를 툭 찼다.
~퍽~
“끄으……으으으으억.”
거길 맞으면 숨 못 쉰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대로 푹 쓰러졌다.
몸을 바들바들 떨며, 입에서 침이 질질 흘렀다.
“흐으으읍.”
수술 기구가 꽂힌 기태연.
종아리에 꽂힌 가위를 스스로 뽑아냈다.
피가 쫘악 딸려 나왔다.
“뭐, 뭐? 뭐야?”
손용인의 어이없는 표정.
불과 수초 사이에 발생한 일이다.
이제 약간 두려움이 생긴 듯하다.
제가 믿는 주먹들이 모두 뻗었다.
그러고도 태영의 몸에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다.
“뭐긴? 이제 안 거야?”
기태연이 억지로 몸을 일으킨다.
수술 기구가 꽂힌 눈에서 피가 계속 흘렀다.
뽑아낸 가위를 역수로 잡는다.
저러고도 공격하겠다고?
~지르르르 척, 지르르르 척~
억지로 발을 끌며 태영에게 다가왔다.
~퍽~
기태연의 복부를 걷어찼다.
~쿠당탕탕~
넘어져 있는 스테인리스 테이블을 치고 밀려 나갔다.
태영의 사전에 이런 자들에게 관용은 없다.
누나를 돌아보았다.
중간에 실눈을 뜨는 것을 태영도 곁눈으로 봤다.
테이블이 쓰러지거나, 놈들이 비명을 지를 때였다.
겁이 났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뒤로 완전히 돌아서 있다.
모두 쓰러졌지만, 부상은 기태연이 가장 심하다.
기태연에게 다가가 주머니의 자동차 키를 꺼냈다.
누나의 눈앞을 손으로 가리고, 창고 문 쪽으로 발을 떼었다.
“누나, 밖에 있는 차에 가 있어.”
“으……으응, 가, 가도 돼?”
“정리를 좀 해야 해. 혹시 지문 남으면 안 되니 장갑 끼고.”
대답 대신, 키 뭉치를 누나에게 건네주며, 미리 준비해 온 장갑도 건넸다.
“그…… 그래…… 혹시 죽이지는 않을 거지?”
누나의 걱정이다.
“그럼, 내가 살인자인가?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으응, 그래.”
이제부터 이들에게 제대로 벌을 줄 것이다.
살아 있다는 사실이 더 힘들도록.
태영도 손에 장갑을 끼었다.
~끼익~
누나가 차에 타는 것까지 확인한 후.
창고로 돌아오며 창고 문을 닫았다.
그때 도망치려 하던 손용인.
~퍽~
명치를 한 방 때려 주었다.
“흡, 으흡.”
“어디를 도망치나?”
“으으읍.”
살짝 때렸더니 무릎만 꿇고 손을 마구 휘저었다.
“여기 네 부하들 다 버리고 갈 거야?”
이젠 바닥에 억지로 드러눕는다.
이제부터 다시는 덤비지 못하도록 해 줘야 한다.
적을 상대할 때는 확실하게 처리해야 다음에 다시는 덤비지 않는다.
고려에서 늘 그렇게 해 온 것처럼.
“납치에 잔학 행위라.”
“뭐, 뭐…… 뭐.”
태영의 중얼거림에 손용인이 뭐라고 했지만, 그냥 놀라는 것뿐이다.
지금 이놈들은 법과 상관없는 자들.
사람을 납치해 오고, 여기에 가두고, 고문한다.
테이블 위에 놓였던 기구들은 병원의 수술실이라면 제자리가 맞다.
“여긴 병원이 아니니까. 고문 기구지?”
사람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것일 뿐.
그런 자들에게 대충?
어림없다.
“야, 야, 제발…….”
이제 겁에 질린 말투의 손용인이다.
‘고려에서라면 목숨을.’
“거두었을 텐데. 좀 아쉽네.”
입 밖으로 나온 말에는 주어도, 목적어도 없다.
여기서는 고려에서 하듯이 하면 안 되는 것이 아쉽다는 거다.
“뭐? 뭐뭐뭐……?”
“손용인, 그동안 재미있었지?”
“흐으, 야, 야…….”
“또 이런 일을 하면 안 되지? 그지?”
다시는 이런 짓을 못 하도록 해 줄 것이다.
어차피 이들은 신고하지 못한다.
지난번 평택의 일도 언론에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
여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넘어져 바닥을 뒹구는 자들의 앞으로 다가갔다.
~빠각~빡~
“으아악, 아아악.”
대퇴골, 허벅지 다리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비명이다.
~팍~빠각~빠박~
“크악.”
“아아아아아아악.”
부러지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부러진 부위가 어긋나도록 만들었다.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으면, 회복은 된다.
대신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힘을 쓰는 일은 끝이다.
“이이이, 잔인한 놈.”
손용인이다.
겁에 질려 있는 줄 알았는데, 연기였던 모양이다.
“내가?”
“네, 네놈이 아, 아니면 여기 누가……?”
“이런 기구들을 누가, 어디에 사용하려고 둔 거야?”
“그…….”
“너희들이 나와 누나에게 사용하려고 했던 거 아냐?”
바닥에서 끝이 날카로운 수술용 칼을 하나 손에 들었다.
“개새끼.”
“나에게 사용하려던 것을 너희들에게 거꾸로 사용한다고 잔인하다? 아주 웃기는 놈들이네.”
~퉤~
기태연이 분노한 얼굴로 침을 뱉어 냈다.
“너희들, 내로남불이 무슨 말인지 알지?”
“…….”
알긴 아는 모양이다.
정치인들의 전형적인 사고방식으로 자주 뉴스를 도배하니까.
이놈들도 정치인들과 비슷한 놈들이다.
정치인은 법을 제 기준으로 해석한다.
이놈들 역시 폭력을 제 기준으로 적용한다.
양쪽이 똑같다.
“자, 이제 너 혼자 남았네.”
손용인의 눈앞에 칼끝을 내밀었다.
“너 너…… 너…… 너, 너…….”
말이 안 나오지.
이들이면 가볍게 제압할 수 있을 줄 알았을 것이다.
“움직이면 네 눈을 네 스스로 찌르는 거야. 조심하는 것이 좋아.”
손용인의 얼굴은 완전히 사색이 되었다.
“저놈들 데리고 날 어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모양인데.”
~퉤~
침 뱉어도 안 맞지.
“내가 그리 만만해 보였어?”
“크윽…….”
“빌면 조금은 봐주려고 했는데, 빌지도 않고.”
“흐으…… 자…… 잘못…….”
그제야 잘못했다는 말을 하려고 한다.
“그냥은 안 되지. 최소의 벌은 받아야지.”
~퍽~
주먹으로 손용인의 복부를 쥐어박았다.
“끄으으으윽.”
그러곤 손용인을 끌어다 철제 의자에 앉혔다.
철제 의자에서 역한 피 냄새가 났다.
누군가를 여기에 앉혀서 고문을 했다는 거다.
고문 중에 흘러내린 피가 오래되어 역한 냄새가 나는 것이다.
“이 의자에서 여러 사람의 피 냄새가 나.”
“흐……읍…….”
의자에 달려 있는 사슬로 손을 묶었다.
사슬 끝에 고리가 달려 있어 쉽게 결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아주 철저히 준비된 장소다.
~핏~퍽~
~뚝~
손용인의 쇠골에 칼끝을 스친 후 손으로 툭 쳤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으아악.”
“이거 회복하려면 몇 달 걸릴 거야.”
“크으으으.”
“그것도 수술을 빨리 받아야 몇 달, 알지?”
고통 때문에 말이 나오지 않을 거다.
비명만 내지른다.
“파묻어 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내가 살인자는 아니어서 말이야.”
철제 캐비닛을 열었다.
여기도 여러 가지 공구와 수술 기구들이 있다.
청 테이프와 비닐 테이프가 보였다.
철저히도 준비해 두었다.
~찌익~
손용인의 두 손목을 겹쳐 청 테이프를 돌려서 묶었다.
발목도 합쳐서 테이프로 돌렸다.
이성열과 기태연도 그 옆의 철제 의자에 묶었다.
골절로 바닥을 뒹구는 패거리들.
빈 의자가 없어서 기둥에 묶었다.
기둥에 붙어 있는 벨크로와 쇠사슬 등으로 묶기가 참 용이하다.
“이런 거 만들어서 여기 장치들 하느라 애썼다.”
“으으으윽.”
“내, 네놈을 절대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이젠 비는 것을 포기한 듯 소리를 질렀다.
쇠골을 부숴 버렸으니, 말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커서 속삭임으로 나온다.
의자에 앉아 있어서 통증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나?
“의자 빼고, 바닥에 꿇려 줄까?”
“으윽, 이 개새끼. 퉤.”
이성열이 제 차례가 오자 분노에 찬 말과 함께 입 안에 고인 핏물을 뱉어 냈다.
입을 때리지 않았는데, 왜 입 안에서 핏물?
그리고 내상을 입을 정도의 상처도 만들지 않았다.
청 테이프로 이성열의 입도 막았다.
손용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입도 테이프로 막으니 조용해져 좋다.
성정이 잔인하다고 위니가 알려 준 유진애.
그나마 여자라고 손용인이 앉았던 소파에 앉혔다.
그런 후 테이프로 팔다리를 당겨서 묶었다.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으으으으.”
비명 소리가 이상하게 나왔는데, 말은 못 해도 소리는 지를 수 있다.
기둥에 묶인 자들이 계속 으으으 소리를 냈다.
“조용히 좀 해라. 콧구멍까지 막기 전에.”
테이프로 코까지 덮으면 숨 막혀 죽는다.
그렇게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효과는 있었다.
“지금부터 몸수색을 하겠다.”
스테인리스 테이블을 일으켜 세웠다.
그 위에 있던 기구들은 모두 바닥에 떨어져서 깨끗하다.
발리송을 하던 자의 발리송 나이프를 손에 들었다.
놈들의 옷을 길게 자르기 시작했다.
바느질 부위는 남겨 두고 길게 골을 만들 듯이 잘라 나갔다.
예리하게 날이 서 있어서 옷이 잘 잘린다.
“몸을 그렇게 움직이면 몸도 잘려.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아.”
계속 몸을 뒤틀며 반항하는 자에게 말했다.
눈에서는 레이저를 쏠 것 같지만 몸은 조용해졌다.
팔다리뼈를 분질러 주었는데, 몸이 잘린다는 말에 공포를 느끼다니.
무식한 놈들.
그래도 꼭 이렇게 일깨워 줘야 한다.
소지품들은 스테인리스 테이블 위에 대충 흩어 놓았다.
“으으으읍, 으이으으으으이이으으으으으.”
테이프로 봉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데도 계속 신음을 지른다.
어깨로, 머리로 들이받는 시늉도 한다.
별 이상한 물건들이 옷 안에서 나왔다.
그것 때문인가?
“미친놈들, 제대로 미친 거네.”
성적 학대 도구들이다.
“너는 다른데 신경이 가도록 할 필요가 있겠네.”
한 명의 코를 청 테이프로 막았다.
“흐읍, 흐이이읍.”
저렇게 막으면 견딜 수 있는 시간은 2분쯤, 살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은 5분이다.
“야이, 개새끼…….”
테이프로 입을 막지 않은 손용인이 소리를 질렀다.
“너, 자꾸 욕하면 너는 팬티까지 칼로 찢어서 발가벗길 거야.”
“흡.”
그 작은 협박에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린다.
코를 막은 자가 죽을 것 같아 소리 지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바닥에 떨어진 핀셋 한 개를 찾아 들었다.
~폭~폭~
코를 막은 자의 머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고, 콧구멍 부위에 구멍 두 개를 내어 주었다.
이제 숨은 쉴 수 있다.
~쐐액~
작은 구멍으로 공기가 들어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구멍이 작아 공기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숨을 쉬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시, 다른 자들의 옷을 찢어 내기 시작했다.
옷을 칼로 찢어도 몸에 걸려, 넝마같이 변했다.
“자, 이제 거의 끝인가?”
찢어진 옷 사이로 보이는 기태연의 몸은 운동으로 제법 다져진 듯 보였다.
한 가지 확인해야 할 일이 있다.
유진애가 가지고 있다고 알려 준 동영상.
유진애의 앞으로 갔다.
소파에 테이프로 동여매어져 있어 꼼짝 못 한다.
찢어진 옷의 주머니에서 폰을 찾아냈다.
“위니 비번.”
[네, 마스터.]위니가 알려 준 패턴을 풀고 바로 동영상 플레이어를 실행시켰다.
썸네일로 보이는 수백 개의 영상.
길이는 대개 5분 전후, 제목은 사람 이름이다.
동일한 사람 이름으로 여러 개가 있다.
한 개를 플레이시켰다.
동영상에서 바로 비명과 욕설이 터져 나왔다.
영상 속의 장면.
차마 눈뜨고 못 보겠다.
사람이 이렇게 잔혹할 수 있을까?
“유진애.”
“읍, 어아으이, 이이어아.”
독사눈을 하고 뭐라고 고함을 지른다.
입이 테이프로 막혀 있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걸 해석해 보면 ‘너 반드시 죽일 거다.’라는 말이다.
“너, 정말 잔인하구나.”
~찌익~
입에서 테이프를 제거해 주었다.
“이 개새끼, 내 반드시 너를 산 채로 포를 떠서 죽여주겠다.”
이 여자의 악쓰는 소리는 너무 시끄럽다.
실제 영상 속엔 이 여자가 한 짓으로 그런 장면이 있었다.
이 여자, 사이코패스다.
“그래, 그럴 수 있으면 그래 보고.”
타시 테이프로 입을 막았다.
“평소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했던, 영상 속 잔인한 행동 중에 몇 가지만 돌려주마.”
“읍, 으읍.”
뭔가 소리를 지르려 하지만, 두려워하는 눈은 아니다.
유진애가 누나를 공격할 때 사용한 메스를 들었다.
~사각~사각~
~사각~촤아악~
손목의 인대, 발목의 아킬레스를 양쪽 다 잘라 주었다.
이 여자는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안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으아아, 으으으이으아아으으.”
비명을 내질렀다.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서 좋다.
‘여긴 고려가 아니야.’
머릿속에서 떠도는 온갖 생각을 털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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