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16
061. 협력과 제휴(1)
가슴이 저릿하게 아파 왔다.
얼마나 이런 가슴 아픈 일들이 계속될까?
“나 화장실 좀.”
김정후가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수송의 책임자였던 박재천 대령의 부인.
되돌아온 이후, 부대에서 먼발치로 보았다.
어린 아들과 딸의 손을 잡은 박재천 대령의 부인은 바람에 날려 갈 것만 같았다.
그만큼 힘이 없어 보였다.
턱까지 내려앉은 다크서클도 보였었다.
그때는 태영도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였고, 군사 경찰로부터 계속적으로 시달리는 중이었다.
만나질 수 있겠지.
차기원 국장이 진행하고 있으니.
“전역을 축하해 주기 위해 모인 자리가 조금 이상해졌는데, 그래도 다들 이해해 주라.”
박준혁이 그렇게 말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은 했지만, 가라앉은 분위기다.
반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자 두런두런 말소리와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모두가 침울해 있을 수는 없으니.
“너, 많이 변했다? 아는 체도 않고?”
태영이 말없이 맥주잔을 내려놓고 치킨을 입에 넣을 때다.
자리 가까이 다가앉은 서은율의 말이 들려왔다.
“입대하자마자 고무신 바꿔 신은 전 여친을 반가워해야 해?”
“뭐래?”
{올, 태영이 전 여친이었구나.}
{유림이가 누굴 데려왔나 했네.}
{음, 나는 포기, 너 가져라.}
{내가 왜?}
친구들의 장난스러운 말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있는 모두와 아는 사이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 군 생활 동안 독수공방하며 기다려야 한다는 거야?”
독수공방은 무슨?
여러 의미가 있을 거다.
정확한 뜻은 아내가 남편 없이 홀로 지낸다는 뜻이다.
“너와 내가 결혼이라도 했어? 독수공방이라고 하게?”
“야.”
결혼이라는 말 때문인지 고함을 쳤다.
“우리는 서로 약속한 바도 없었으니, 둘 중에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대체 뭐래?”
“그래도 입대 두 달 만에 떠난 전 여친 얼굴을 다시 보았다고 내가 반가워할 일은 아니지 않아?”
“와, 무섭다. 두 달 만에 차였어?”
정민재의 질문이다.
얘는 이제 전역한 친구라 말이 거칠다.
“응, 내가 매력이 없었거든.”
“아닌데, 멋있는데.”
태영의 답을 들은 백정연과 정희영의 말이다.
그 외의 다른 여학생들도 ‘그래, 매력 터지잖아?’라고 했다.
순간, 매력 없다고 생각했는데 저 애들은 있다고 한다.
정말 있을까?
잠시의 착각이지만 기분은 좋았다.
함유림의 인상이 굳어졌다.
왜?
“아, 미안하다.”
세수를 해서 얼굴이 말개진 김정후가 돌아왔다.
눈가는 여전히 붉은 상태다.
“우리 다시 시작할까?”
김정후가 자리에 앉는데, 서은율이 툭 내뱉는다.
그것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다들 귀가 쫑긋하다.
“아니, 관심 없어.”
태영은 바로 답했다.
군에 간 남친 대신 대타와 놀다가, 전역하니 돌아온다?
그건 아니지.
아무리 사랑이 움직이는 거라고 해도, 그건 아니다.
이런 일은 여지를 남겨 두면 안 된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태영과 서은율에게 향했다.
“준혁아, 미안하지만 나는 먼저 갈게.”
“늘 바쁜 우리 친구, 잘 가.”
“오늘 네가 계산하고 회사 경비로 처리해라.”
“그래도 되냐?”
“그럼.”
“역시.”
박준혁이 엄지를 척 내민다.
안 그래도 되는데.
“그리고 정후하고 민재, 금방 가서 미안하다.”
“아니다. 자주 볼 건데, 뭐.”
“언제 준혁이하고 같이 편안하게 한번 보자.”
오늘은 외인이 있어서 불편하다.
서은율은 대체 왜 온 건데?
“간다.”
작별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전철역이 있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타다다다닥~
그때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
그러다가 천천히 걷는 소리로 바뀌었다.
“야, 전화번호는 왜 바꿨어?”
언성이 높아진 서은율이다.
태영이 고개를 돌려 서은율을 보았다.
연락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통화는 안 되었겠지.
함유림이 데리고 온 것이 확실하다.
“우리 헤어진 사이 아닌가?”
“……뭐?”
“아냐?”
“……다시 만…….”
“그냥 서로 몰랐던 사이로 돌아가자.”
말을 자르고 태영의 의사를 말했다.
“그…….”
~우웅~
폰에서 톡이 오는 진동이 느껴졌다.
[(나타났습니다. 집)이라는 안재희의 톡입니다.]태영이 폰을 꺼내지 않고 있자, 위니가 알려 준다.
“그리고 나 사귀는 사람 있어.”
그래야 포기할 것 같았다.
서은율을 등지고 돌아섰다.
“확인해 볼 테니 그냥 모르는 체하라고 해 줘.”
위니에게 하는 말이다.
거리를 질주하는 자동차 소음에 묻혀 저 둘에게는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넌 나쁜 놈이야. 여자가 자존심 굽히고 들어가면 받아 줄지도 알아야지.”
등 뒤에서 서은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래, 일반적인 경우라면 맞다.
고려에 다녀오지 않고, 28세기에 다녀오지 않았다면 다르게 행동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귀는 사람 있다는 말 못 들었어?”
돌아서서 다시 말해 주었다.
“…….”
입술을 꽉 깨무는 모습.
그러곤 다시 돌아서서 걸었다.
“위니, 조금 전 서은율 폰 뒤져서 혹시 내 사진이나 내 이름 있으면 모두 지워 줘.”
[네, 마스터. 그리고 안재희에게 톡 보냈습니다.]“그쪽 상황 영상 내게 전송해 주고 사프캣.”
안재희의 곁에는 워처 1기가 있다.
[서은율 폰에 마스터의 사진과 이름이 들어간 파일들 모두 지웠습니다. 사프캣은 26초 후에 안재희 집에 도착합니다.]빠르기도 하지.
보내오는 영상을 보면서 중랑천으로 방향을 잡았다.
위니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기에 중랑천 길이 좋다.
***
“저 자식 뭐야?”
서은율은 정말 기분이 나빠졌다.
사귀는 사람이 있다니?
오늘 같은 자리에 있던 여자들 중에 한 명일까?
그렇다면 이렇게 혼자 가지 않을 텐데.
군 입대 전에 잠시 사귀긴 했다.
좋아서 사귄 것은 아니다.
남친이 어학연수를 가 있었다.
욕구를 해소할 필요도 있어서, 연수 끝나고 올 때까지 호구가 되어 줄 남자가 필요했다.
‘대충 아무나’라고 생각하고 만난 사람이 최태영이다.
호구라고 생각하고 만났는데 지지리도 가난했다.
그래도 착해 빠진 것이 강아지 같아서 데리고 놀기 좋았다.
곧 군에 간다고 했으니, 입대하면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너 아니면 못 산다는 듯이 연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양다리가 은근히 재미있었다.
최태영이 입대 후에, 또 다른 입대 예정자와도 사귀었다.
클럽에 가면 그런 호구들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입대 후에 자신이 어장 쳤다는 걸 생각도 못 할 것이다.
입대 후 두세 달쯤 지났을 때 바이바이 하면 되었다.
아주 쉬웠다.
어느 날, 기억날 듯 말 듯 한 얼굴이 TV에 보였다.
어학연수 간 남친 대타로 몇 달 사귀었던 호구들 중에 한 명이었다.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았는데, TV에서 보니 특이했다.
부대가 증발했는데 살아서 돌아왔다고 했다.
‘운이 좋네.’
웃어 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며칠 후.
클럽에서 즐기다 친해진 함유림과 만났다.
어장을 치기 위한 낚시질에는 클럽만큼 좋은 곳이 없다.
함께 클럽에 갔다가, 최태영이 회사를 차려서 사장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거기까지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학생이 무슨 돈이 있어서?
교내 벤처 창업 동아리 수준 정도 되겠지 생각했다.
‘죽도록 고생하다가 청춘 다 털리겠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함유림의 이야기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최근, 학생들이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휴대용 디스플레이와 초소형 보조 배터리.
하지만 해외 판매를 하지 않기에 중국 사람들이 기를 쓰고 사들이려고 한다.
눈치 빠른 학생들은 벌써 해외 구매 대행을 한다.
구매 대행만으로도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했다.
최태영이 바로 그 제품을 만드는 회사 사장이라고 했다.
학교 학생들 여럿이 최태영 회사에 아르바이트를 간다고 했다.
미쳤다고 했다.
그런데 알바 비를 듣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많이 준다고?’
갑자기 ‘그 남자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업할 생각은 없다.
춤추고, 놀고, 맛있는 것 먹고, 좋은 옷 사 입고 폼도 내면서 여행 다니는 것이 좋다.
그렇게 인생을 즐기려면 남친이 부자여야 한다.
좋아, 지금 남친은 적당한 핑계를 대서 차 버리기로 하자.
그렇게 생각했다.
“근데, 저 자식 뭐야?”
분하다.
자존심 죽이고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까였다.
“두고 보자.”
***
안재희가 사는 집을 바라보고 서 있는 40대의 남자.
아이미어를 통해 보이는 영상이다.
스마트폰에 긴 렌즈가 달려 있고, 그것으로 사진을 찍는다.
스마트폰 부착형 원거리 촬영 장비다.
“전문가 냄새도 나고.”
[…….]“저 사람 폰에 인태프 심어 주고, 의뢰자가 누구?”
충분히 짐작하고 있지만, 그래도 물었다.
[이남욱이라는 사람입니다.]안재희 아버지 회사의 연구소장이며 부사장이었다.
거기서 개발한 신기술을 모두 빼돌려 팔아먹은 자.
일하던 회사를 망가트리고, 대신 부를 얻은 자다.
직원들도 실직자로 만들었다.
사장의 가족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러고도 안심이 되지 않아 사람을 시켜 감시를 한다.
“안재희가 사회인이 되어서 그놈에게 복수할 수 있으려면 몇 년이나 걸릴까?”
[……15년은 지나야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맞다.
수능 준비를 하라고 했다.
대학 갈 준비하는데 내년까지.
“후년에 입학한다고 해도, 지금부터 5년 후.”
[네, 그렇습니다.]“복수하려면 힘이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어떤 힘을 어떻게 갖출 것이냐 하는 문제도 있다.
사회 초년생은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이 없다.
“검사? 변호사?”
그쪽으로 가려면.
“대학 졸업하고, 로스쿨, 그리고 연수, 그리고 경력.”
그렇게 되어도 뭐로?
[스스로는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그자는 그사이에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누린다.
노후도 충분히 준비해 둘 것이다.
“그래서는 복수의 의미가 없지.”
‘나 원래 깨끗하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유.’ 하고 시치미 떼면 어찌할 방법이 없다.
“그렇지?”
[네, 무언가 복수에 상응할 만한 죄를 짓도록 해야 하는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합니다.]“그 아이에게 알리지 않고 정리해야겠다.”
“그래.”
[지침을 주십시오.]안재희 부친이 법으로 졌다.
그러니 법으로는 의미가 없다.
의미가 있다고 해도 상고를 하려면 시한이 정해져 있다.
상고 시한은 이미 오래전에 지났을 것이다.
태영이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해야지.
“지금 저놈이 사진 전송하려는 거지?”
[네, 맞습니다.]“일단 차단. 저자도 사설탐정 그런 건가?”
[맞습니다. 사설탐정 ‘무자간’의 사장 하정기입니다. 전송 차단했습니다.]“이런 일에 사장이 직접 움직인다면 소규모인가 봐?”
[사무실에는 그의 아내가 전화를 받을 뿐입니다.]“자료는 내 폰으로 옮겨 주고 저놈 전화기 안의 내용 지워 줘. 팩토리 초기화.”
[네,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자료를 받는데 6분 정도 소요됩니다.]워처를 폰 가까이에 두고 전송하면 Wifi나 블루투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데, 6분이 걸리면 안에 든 자료가 제법 많다는 뜻이다.
“전에 컨퍼런스 룸 앞에 있던 자는 어찌 돼?”
[이름은 정갑헌, 탐정법인 앳글랜스 소속. 조사3팀장입니다.]앳글랜스?
발음으로 봐서 영어 At a glance 같은데, 탐정법인?
“법인이라, 거창하네. 사장은 뭐 하는 놈인지 조사해 둔 거 있어?”
[대표는 전직 경찰 출신입니다.]“큰가?”
[규모가 큽니다. 그리고 정갑헌은 전직 경찰로, 같은 경찰서 여경을 성폭행한 것이 발각되어 퇴직했습니다.]“일단, 나중에 거기도 기회가 될 때 털어 보기로 하고.”
[네.]“하정기가 안재희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려는 것으로 보이지 않으니까, 직접 벌을 주는 것은 미루고. 얼마 동안 이남욱의 동선을 체크해 봐.”
[알겠습니다. 이남욱의 폰에 ‘트랙스’ 전송하겠습니다. 동선 확인 후에 보고 드리겠습니다.]“그래.”
트랙스는 동선을 추적하는 스파이웨어이다.
[하정기 떠납니다.]사진 전송이 되지 않자 고개를 갸웃거리던 하정기가 차를 타고 떠났다.
(집을 주시하던 자는 떠났다. 이후에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결과는 알려 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서 안재희에게 톡을 보냈다.
(감사합니다. 항상 보살펴 주셔서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절하는 이모티콘)
“내용이 길어졌네.”
잠시 폰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글씨를 보고 ‘1’이 사라지지 않도록 그냥 두었다.
“사프캣 복귀시키고.”
[네, 마스터.]~띠링~
다시 톡 오는 소리가 들렸다.
(올해 12월의 SAT에 응시하고자 합니다.)
(준비가 부족하지만 제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응시하려 합니다.)
톡 내용을 바라보고 있는데 바로 사라졌고, 다시 한 줄이 더 왔다.
(고졸 검정고시는 8월 초에 2차 시험이 시행되어 응시하지 못했습니다.)
(내년 3월 시행하는 1차에 응시하겠습니다.)
안재희의 이름으로 빨간 동그라미 속에 ‘6’이 있다.
검정고시는 1년에 2회인 모양이다.
안재희가 태영을 만난 것이 8월 말.
8월 초에 시험이 있었다면 응시가 불가능하다.
설사, 그때 응시가 가능했다고 해도 공부하지 않았으니.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조급할 필요 없다.)
결국 그렇게 회신을 보냈다.
“후.”
평범한 고2들과 달리 너무 빨리 세상의 아픔을 배워 버렸다.
천천히 알아가도 되는데.
시계를 또 보았다.
밤 12시가 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다.
“변성준의 고민을 내가 왜 사서 고민하고 있지?”
내일 골프 가려면 잠을 좀 자 두는 것이 좋은데, 뭐 하는 짓인지.
[여보세요.]한참을 신호가 간 뒤에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여자다.
“변.”
그렇게만 말하고 가만히 있었다.
[자기 전화 같아.] [최태영?]거의 시간차 없이 전화를 넘겨받았는지 변성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해.”
[후우…… 좀 도와줘라. 진심이다.]깊은 한숨 뒤에 힘없는 작은 목소리.
“낮에 하는 행동을 보고 무언가 일이 있다는 것을 느끼기는 했다. 그런데 네가 말을 안 하잖아.”
[지금, 이 전화의 주인에게 다음 주에 한번 찾아가라고 할게. 네가 가능한 때를 알려 줘.]”“네가 오지 않는 이유는 장 실장 때문?”
[맞아. 전화로 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이름.”
[조백려.]“그렇게 기억하고 있지.”
그때, 배포 두둑한 것으로 봤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렇게 행동하는 거지?
위니에게 조사해 보라고 할까?
그다지 가까운 사이라고 볼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괜스레 일을 벌이지 말자.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