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17
062. 협력과 제휴(2)
양복을 입은 남자들.
정장처럼 보이는 단정한 옷을 입은 여자들.
골프장 클럽하우스 입구에는 단정한 옷차림의 몇 사람이 안내를 하고 있었다.
어제 렌트한 자동차로 골프장으로 왔다.
사람들이 줄줄이 늘어선 입구에 자동차를 세우자, 한 사람이 운전석 옆으로 와서 유리창을 똑똑 두드린다.
발레파킹을 해 줄 모양이다.
~덜컹~
트렁크를 열어 놓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곤 뒷좌석에 실린 옷가방을 꺼냈다.
직원 한 명이 작은 플라스틱 카드 한 장을 준다.
나올 때 차를 찾아줄 카드인 모양이다.
그사이에 골프백이 다른 사람의 손에서 끌어 내려지는 중이다.
골프를 칠 일도 없었고, 경험도 없어서 생소하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2층의 식당으로 가시면 됩니다. 식당에는 윤종규와 박송길 외 다섯 사람이 함께 앉아 차를 마시고 있습니다.]탈의실로 가는데 위니가 알려 주는 정보다.
“벌써 왔다는 말이네. 그런데 일행이 추가되었다?”
[마스터 포함 8명입니다.]“알았어.”
많이도 왔다.
손목 밴드형의 전자 키에 붙은 번호의 옷장을 찾아 옷을 갈아입었다.
옷가방 속에 넣어 온 앳윌플레이 230모델.
앳윌스피커를 주머니에 꽂은 후 식당으로 올라갔다.
“여~어, 여기요.”
태영이 올라가자 석인전자 박송길 전무가 손을 들며 부른다.
“안녕하십니까? 일행이 많네요?”
“소개하겠소, 여기는 석인디에스 신윤희 부사장님, 그리고 에너지에 오수혁 전무.”
이건 뭐야?
지금 태영이 만들고 있는 제품과 관련이 높은 계열사 임원 둘?
그래서 합이 세 명 왔다.
신윤희 부사장은 날카롭고 지적으로 보이는 40대 후반.
커리어우먼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오수혁 전무 역시 전형적인 인텔리다.
“음, 나도 소개하지, 여기는 디에스 조정배 부사장님, 노스옴이라고 디에스의 협력사 유천기 사장님, 그리고 저기는…….”
자신의 이름을 말할 때마다 고개를 까딱하는 정도는 박송길이 소개할 때와 다르지 않다.
“나는 내가 하지요.”
마지막 사람을 소개하려는데, 말을 끊고 자신이 하겠다고 한다.
“대기자동차 부사장 최원재요.”
대기자동차는 왜 왔지?
수소 전기 차에 주력하고 있는데.
실내 골프 연습장의 코치에게 골프는 기본이 1팀에 4명이라고 들었다.
태영을 포함하여 2개 팀이다.
컨퍼런스 형식을 빌려 만난 사람이 전무였다.
그랬더니 협력사만 사장이 오고, 나머지는 모두 전무나 부사장이다.
무슨 작당 모의를 얼마나 했기에 이렇게 많이 왔을까?
“학생이죠?”
물어온 사람은 홍일점인 신윤희 부사장이다.
“네, 맞습니다.”
“내가 아마도 모친과 비슷한 나이일 텐데, 말 놔도 되죠?”
“사적으로 만나면 그리하시지요.”
태영은 오늘의 자리가 사적이 아님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바로 잘랐다.
“매정하네.”
그러면서 피식 웃는다.
태영도 잠시 웃어 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신윤희와 태영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다.
“그 사건, 나도 참 안됐다 생각했는데, 돌아오자마자 아직 학생인데도, 바로 회사를 차리고는 기상천외의 제품을 내놔서 세상을 놀라 자빠지게 만드네요.”
“놀라 자빠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요.”
“그래요? 그럼 최 사장 혼자만 모르나 보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태영의 대답에 한번 환하게 웃었다.
“여러분, 그렇지 않나요?”
신윤희가 다른 사람들에게 동의를 구하듯 물었다.
“그럼, 그럼. 세상 뒤집어졌지.”
“맞는 말이지.”
다들 짤막한 한마디로 그렇다고 인정한다.
“아직 학생인데 우리와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세상을 놀라 자빠지게 만든 일인데, 정말 몰라요?”
태영에게 다시 물었다.
“그리 보면 그렇군요.”
태영이 생각할 때, 태영과 만나서 딜을 하려면, 사장급이나 오너들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그건 태영의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사회를 잘 모르니 어쩔 수 없지.
저들은 ‘우리들은 네가 감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 같다.
고려에서는 황제처럼 놀았다.
28세기에서는 지금으로 보면 각국의 대통령이나 총리급과 놀았다.
그냥 논 것이 아니라 혼내면서 놀았다.
그렇게 보면, 이들이 태영 앞에 감히 서 있으면 안 되지.
“배짱 하나는 대단하군.”
대기자동차 최원재 부사장의 반응이다.
“한번 죽었다 살아와 보면 그리됩니다.”
“저 말은 전에 컨퍼런스 때도 했었지.”
“그래요?”
“말하기 창피하지만, 그때 섬?했어.”
박송길 전무가 몸을 부르르 떠는 시늉을 한다.
자주 써먹으면 효과가 떨어지는데, 전에 그 말을 할 때 여기 두 사람이 있었구나.
골프 라운딩 하면 거의 4시간 이상을 함께한다.
그래서인지 다들 시답지 않은 소리만 한다.
태영도 급할 필요는 없다.
“자, 시간 되어 가니 나갑시다.”
“네, 나가시죠.”
이 팀의 라운딩 타임이 된 모양이다.
“골프 쳐 본 적 있소?”
자리에서 일어서며 노스옴의 유천기 사장이 물었다.
“어젯밤에 스크린 연습장에서 2시간 연습했습니다.”
“와하하하하, 그래요?”
유천기가 호탕하게 웃는다.
“네.”
“그 전에는 한번도?”
“네, 클럽을 잡아 본 것이 어제 처음입니다.”
“오늘 최태영 사장 머리 올리는 값은 누가 내는 겁니까?”
태영의 대답에 어처구니없어하는 표정이더니 무리에게 그렇게 물었다.
“윤 전무님이 낼 겁니다.”
신윤희가 픽 웃으며 윤종규 전무를 가리켰다.
머리 올리는 값?
코치로부터 그런 이야기는 들은 바가 없다.
골프를 처음 나오면 누군가가 라운딩 비용을 지불해 준다는 뜻 같다.
“그럼, 내기는 우리 최 사장 빼고 해야 하는 거지요?”
신윤희가 무리에게 물었다.
다들 왜 이렇게 여유롭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순간순간 어떤 결정을 내리고, 선택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가롭다.
그 한가로움을 만들기 위해 골프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골프를 하기에 한가로운 것일까?
“예외가 제가 되면 되겠습니까?”
태영은 빠지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돈 많이 잃게 될 텐데?”
태영의 대답에 신윤희는 돈 잃을 걸 걱정한다.
인생 첫 골프이긴 하지만, 코치가 선수 할 것을 강력히 추천한 사람이다.
좀 따서 용돈해도 되려나?
“좀 잃으면 되지요, 뭐. 괜찮습니다.”
위니의 말처럼 골프를 하면 거의 다 내기를 하는 모양이다.
이런 건 불법 아닌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한 사람을 따라가니 캐디로 보이는 여성이 네 명 서 있다.
“그거 대체 얼마나 팔려요?”
최원재가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얼마 안 팔립니다.”
“듣기로는 아닌데?”
“밥 먹고 살 정도 수준인데요, 뭐.”
“허.”
일행을 기다리는 캐디는 모두 챙이 긴 모자에 긴 소매다.
모자의 끝에 그물 망사 같은 천이 내려져 있다.
“안녕하세요. 오늘 라운딩을 함께할 캐디 진시아입니다.”
캐디 한 명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진시아의 인사에 맞춰 다른 사람도 인사했다.
햇볕에 노출이 많은 직종이어서 가리는데 최적화된 복장이다.
“네, 안녕하세요. 잘 부탁해요.”
골퍼들도 인사를 했다.
서로 몇 마디 주고받으며 금방 친숙 모드다.
“최태영 사장님, 반갑습니다. 즐거운 라운딩 되십시오.”
옷깃에 명찰이 반쯤 가려진 사람이다.
앞 글자가 ‘정’.
성씨만 보인다.
목소리가 어려 보인다.
캐디들은 여기서 모두에게 사장님으로 부르겠지?
그런데 태영을 콕 찍어서 말한다.
“네, 반갑습니다.”
“그 친구, 어제 처음 골프 클럽 잡고, 스크린 골프 연습장에서 공 몇 개 때려 보고 온 사람이오. 오늘 머리 올리러 왔으니 잘 좀 봐줘요.”
신윤희다.
“어머, 정말요?”
명찰에 ‘민이라’라는 캐디가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한다.
리액션이 아주 좋다.
확실히 캐디는 서비스 직종이 맞는 것 같다.
8명이기에 2개조로 나뉘었다.
1조는 윤종규, 박송길, 유천기 그리고, 오수혁이다.
2조는 신윤희, 조정배, 최원재에 태영이 포함되었다.
조 편성에 따라 전동 골프 카트에 골프백이 실렸다.
캐디로부터 주의 사항이 전달되고, 간단한 준비 운동도 했다.
그들은 가볍게 몸을 푸는 운동을 도와준다.
“최 사장.”
가벼운 스트레칭을 마치고 캐디와 이야기를 나누던 신윤희 사장이 태영을 부르며 다가왔다.
“네, 말씀하세요.”
“어쩔 거야?”
이 아줌마, 아니 아줌마인지 모르지.
아까 반말 이야기를 할 때 분명히 사적으로 있을 때 하라고 했는데, 은근슬쩍 말을 놓는다.
그렇다고 따지기도 애매하다.
“뭘요?”
“시치미 떼지 말고, 속에 있는 거 꺼내 봐요.”
“속에 감춘 거 없는데.”
“진짜 이럴 거지?”
“주어도, 목적어도 빠지면 제가 말을 어찌 알아듣습니까? 부사장님하고 이심전심할 사이도 아니고.”
그 말에 빙그레 웃는다.
“솔직히, 충전 배터리는 어찌 되어도 나는 상관없어. 그룹 내에서 충격은 크겠지만.”
“그럼 디스플레이를 먼저 확대할까요?”
“내 직원들이 거기 영업 직원하고 미팅한 거 알죠?”
“네, 보고받았습니다.”
“초대형도 준비되어 있다면서?”
“네.”
“감추지도 않네.”
“감추어야 합니까?”
“거, 우리 다 빼놓고 둘이서 무슨 딜을 하는 거요? 같이 압시다.”
윤종규다.
태영과 신윤희가 이야기 중이니 와 본 거다.
캐디와 이야기나 계속하지 왜 온대?
“내 속에 있는 걸 꺼내 놓으라 하는데요.”
“그럼 꺼내면 되지.”
“아침에 먹은 샌드위치는 거의 다 소화되어서, 고민되네요.”
“모르는 체하세요, 좀. 같은 조도 아니면서.”
신윤희가 윤종구에게 하는 말이다.
“역시 신 부사장은 참석 못 하게 막아야 했는데.”
그 말에 신윤희가 눈을 흘긴다.
대기업 임원들도 이런 거 보면 애들이다.
물론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는 아니다.
퍼터와 볼을 들고 한쪽의 연습용 그린으로 가는 사람도 있다.
그곳에는 여러 사람이 퍼팅 연습을 하고 있다.
“대형을 일주일에 십만 개 생산 가능하다면서?”
“설비 증설을 약식으로 하면 그렇습니다.”
“허, 진짜요?”
“네.”
“많이 증설하면?”
“천만 개도 할 수 있죠.”
“대체 뭘 어찌 만들면?”
“그냥 대충 만들면 되는데.”
“대충?”
“네, 대충.”
“우리 직원들이 그거 사서 뜯어보느라 50개는 부쉈거든.”
“아깝게 왜요?”
“왜요가 아니라, 그걸 대충이라고 하니 우리 직원들은 다 멍청이들이야?”
“난 그런 말 안 했는데요?”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뭔데요?”
“특허 신청도 안 되어 있고 해서, 솔직히 좀 베껴 보려고 했어.”
“아, 그래요?”
“제법 사 주고 뜯어보라고 했는데,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어.”
“스스로 죄를 자백하는 것입니까?”
“우리만 그럴 거라 생각해?”
“아뇨.”
“또박또박 대답은 잘해.”
“대답이라도 잘해야죠.”
“걱정 안 돼?”
“네.”
“허, 참.”
“왜 걱정을 합니까?”
“우리와 같은 제품을 만드는 전 세계의 회사는 모두 다 뜯어보고 있을 거야.”
“그러라고 하죠.”
“중국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웃돈 줘 가며 사 모으는 중, 굉장히 많은 물량을 중국으로 가져가고 있어. 알지?”
“모르는데요.”
알고 있지만, 신경 쓸 일도 아니다.
약간의 방조도 포함되어 있다.
아르바이트생들이 그걸로 돈을 제법 벌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터니테크와 메이스타의 수익은 오히려 늘어난다.
“나사도 없고, 연결점도 없고, 힘으로 억지로 분해하면 완전히 망가져 버리고…….”
“자꾸 망가뜨리다 보면 베낄 방법이 나올지도 모르죠.”
“와, 최 사장 그리 안 봤는데, 완전히 배짱이네.”
“그냥 그렇다구요.”
“아무튼, 기울여 보면 필름을 제외하고는 안에서 묽은 젤리 같은 것이 흘러나오고, 당연히 다시 조립 안 되고, 대체 어떻게 만드는 거야?”
“대충 만들면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아, 진짜. 말 좀 해 봐.”
“기업 비밀을 너무 쉽게 요구하시는 거 아닙니까?”
“아, 그건 그렇네. 그럼 부품은 어디서 구입해?”
“특허 조사는 하면서 부품 수급은 조사 안 하신 모양이죠?”
“경로가 나타나지 않아, 경로가.”
경로가 없지.
전자 부품이나 기구물이나 그런 걸 구입하지 않으니까.
“부품 없이 제품을 어찌 만듭니까?”
“아무튼, 그 이야기는 실무진이 할 이야기이니까 넘기고, 그거 그대로 대형 제품 내놓으면 우린 망해. 알지?”
“모르는데요.”
“설마? 전 세계가 다 망하는데 정말 몰라.”
“엄살이 심하신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도 제가 신경 써야 합니까?”
“와~ 내가 보고받은 것보다 더하네. 도무지 타협점이 없어.”
“타협안을 내놔 보세요.”
“나눠 먹자. 국내 회사끼리. 응?”
신윤희 부사장이 한마디로 태영이 원하는 답을 들이밀었다.
국내 회사끼리.
좋은데, 여기에 와 있는 회사 외의 다른 회사도 포함되느냐 하는 것이다.
말은 안 했지만, 분명히 포함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나 혼자 먹을 수 있는 시장을 나눠 먹자니, 그럼 대신에 내게는 뭘 줄 건데요?”
원래 나누어 먹을 예정이었지만, 그렇다고 그냥 호락호락 내주면 안 된다.
아주 아까워하는 걸 대가를 받고 조금만 내주는 것처럼 해야지.
~삐익~
“자, 1조 출발합니다.”
그때, 캐디가 호각처럼 생긴 피리를 불더니, 1조의 시작을 알렸다.
1조가 먼저 출발했다.
“인코스에서는 오수혁 전무, 유천기 사장, 박송길 전무와 조가 될 거야.”
인코스, 아웃코스 이야기는 어제 코치에게 들었다.
시작은 아웃코스, 되돌아오는 방향을 인코스라고 한다고 했던가?
들어올 때 조를 바꾸라는 뜻이다.
“왜요?”
“최 사장하고 이런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하려면 조를 바꿔야 할 수 있잖아?”
이 사람들은 아예 작정을 하고 왔네.
“자, 2조 준비하겠습니다.”
캐디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위니.]신윤희가 같은 조의 조정배에게 가까이 가는 것을 보고 위니를 불렀다.
“포레웨이 N1 소개 영상 내 폰으로 전송해 줘.”
[네, 마스터.]앳윌플레이 소개 영상과 전기 차 영상은 준비를 해 왔었다.
‘어피션 오토’와 ‘어피션 솔’이다.
대기자동차가 올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율 주행 시스템인 ‘포레웨이’는 태영의 폰에 받아 두지 않았다.
이야기가 잘 진행되면, 자율 주행 시스템 영상도 보여 주면 된다.
태영과 손을 잡느냐 아니냐는 그들의 선택이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