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18
063. 협력과 제휴(3)
“최 사장.”
1조가 티업을 준비 중인 곳에서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온 신윤희가 태영을 불렀다.
“네.”
“1점에 한 장.”
그러면서 5만 원권을 흔든다.
“…….”
뭐야 대체?
어제 코치에게 들은 것이 맞으면, 한 홀에서 꽤 여러 장이 왔다 갔다 할 것이다.
“최 사장은 홀당 핸디 1개, 무슨 뜻인지 알지?”
은근슬쩍 반말을 시작하더니, 이제 완전히 굳었다.
“대충요.”
~후웅~깡~
앞 조인, 1조의 윤종규가 드라이버를 휘두르는 소리에 이어 공에 맞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렇게 1조가 가고, 태영의 2조 차례가 왔다.
“내기는 3홀부터니까 2홀까지 몸을 잘 풀어 두세요.”
최원재가 태영에게 알려 주었다.
“네.”
“앞 홀에서 가장 타수가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칩니다.”
아까 명찰이 가려진 채로 인사했던 캐디다.
신윤희가 부탁해서 그런가?
유난히 가까이 붙어 왔다.
“꼴찌? 네, 알겠습니다.”
대답하면서 보니 가려졌던 명찰이 제대로 보이는데 정하니다.
가명일까?
처음에 인사를 했던 진시아, 그 옆에 있던 한미리가 1조를 따라갔다.
이번 조에 함께 가는 캐디는 민이라, 정하니다.
모두 한결같이 받침이 없고, 외국인들도 발음하기 쉬운 이름이다.
닉네임인 듯하다.
“자동차에 사용하는 고용량의 배터리 관련 기술도 가지고 있나요?”
한 발자국 떨어져 있던 최원재.
이제 슬슬 업무 이야기에 시동을 걸려는 모양이다.
“네, 가지고 있습니다.”
놀라는 표정을 살짝 지었다가 금방 바로 했다.
저들은 전기 차를 이미 상용화해서 판매를 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뭐가 궁금하십니까?”
“수소 차에도 충전용 배터리가 들어갑니다.”
아, 그건 몰랐는데, 생각해 보니 맞네.
“그렇습니까?”
“보조용으로 사용하지만, 수소 차는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지요.”
“단점은 수소 탱크?”
수소 충전소 설비는 돈이 무척이나 많이 든다.
주유소 하던 사람들이 쉽게 투자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던 것 같다.
“그것만 있는 것도 아니…….”
“자동차 부품은 줄지 않고, 원가는 늘어나고.”
“…….”
“차량 가격에서 경쟁이 안 되겠네요.”
태영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맞아요.”
“장점은 충전을 위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
“…….”
충전을 위해 전기 차 충전소에 들어갔는데, 충전기마다 차가 붙어 있으면 심각해진다.
휘발유, 경유, 가스의 주유 시간은 수분이다.
충전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기 차는 1시간 이상 충전을 해야 한다.
좀 멀리 가려면 2시간 이상 충전해야 한다.
지금 충전 중인 차들이 1시간 후에 끝날지, 2시간 후에 끝날지 모른다.
일하는 중이었다면 일을 망치게 된다.
여행 중이었다면, 여행 기분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날아갔다.
이것이 전기 차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전기 차에는 장점 못지않게 무수히 많은 단점이 있지만, 이만큼 치명적인 것은 없다.
“뭘 꺼내기를 바라십니까?”
자존심 때문에 제대로 말을 안 하기에 떡밥을 슬쩍 던져 보았다.
“최 사장, 자기 차례야.”
뒤에서 신윤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웬 자기?
“네, 갑니다.”
“나는 레더 티에서 칠 것이니까, 최 사장이 먼저 쳐.”
태영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 핀을 꽂고 볼을 얹었다.
이번 공은 오비다.
~후웅~깡~쐐애애애액~
역시 볼은 계획대로 페어웨이에서 3미터쯤 벗어났다.
파4홀인데, 그린 옆까지 날아간 오비라는 것이다.
“오, 오비지만, 비거리가 무지막지하네.”
“1벌타 하고, 오비 지점에 가서 치시면 됩니다.”
캐디의 친절한 설명이 뒤따랐다.
벌써 세컨드 샷을 친 셈이다.
“자, 가시지요.”
레더 티는 조금 앞으로 가야 하기에 신윤희가 앞장서고 다른 일행들이 뒤따랐다.
“뭐가 있소?”
최원재가 아까 이야기하다가 중단된 부분에서 물었다.
“자.”
태영은 주머니에 꽂힌 앳윌플레이를 꺼냈다.
앳윌 스피커까지 꽂은 후에 최원재에게 주었다.
폰에서 ‘어피션 오토’와 ‘어피션 솔’을 선택한 뒤에 플레이를 눌렀다.
앳윌 스피커에서 어피션 오토를 소개하는 오프닝 음성이 흘러나왔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최원재에게 돌려졌다.
“뭐야?”
“무슨 소리야?”
“어머.”
2조의 일행과 캐디도 잠시 놀란 모양이다.
“이게 크기가 얼마나 된다고?”
“휘발유 자동차 안에 있는 배터리 크기만 할 겁니다.”
“그런데 3천 CC 급 휘발유차 기준으로, 충전 시간 20분, 3천 킬로 주행. 250회 충전 사용 가능. 이게 말이 돼요?”
지극히 짧은 앞부분의 내용에 요점은 다 나왔다.
놀란 얼굴로 태영에게 물었다.
지금 본 것은 ‘어피션 오토’이다.
1회 20분 충전으로 3천 킬로 주행.
충전 가능 250회.
그러면 계산상 75만 킬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계산과 현실은 차이가 있다.
이번에 자동차 계약을 하면서 딜러에게 자동차의 수명을 물었었다.
자가용은 보통 15만에서 20만 사이로 본다고 했다.
통상적인 것이니 그냥 참고만 하라고 했었다.
“돌겠네.”
최원재가 대기업의 부사장답지 않은 말로 놀람을 표현했다.
“어피션 솔이라. 이건 태양광 충전? 이 작은 집광기로?”
“네, 맞습니다.”
~휘청~
다들 볼이 떨어진 곳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최원재가 휘청거렸다.
“이게 대체 뭐야?”
“말이 되는 소리야?”
다들 한마디씩 한다.
조정배가 최원재의 손에서 앳윌플레이를 빼앗았다.
“최 사장, 이거 다시 플레이시켜 봐 줘.”
이 사람도 급하니 반말이다.
“하.”
최원재가 영상을 보고 있는 조정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걸 보고 다리가 안 풀리면 이상한 거네. 나조차 다리가 풀리려고 하는데.”
“진짜.”
신윤희까지 얼굴이 붉어졌다.
“일단, 나는 드라이버 샷 하고 다시 보자구.”
신윤희는 레더 티로 갔고, 곧 드라이버 샷을 날렸다.
“조만간 해외에도 그 영상 풀 거니까 알아서 하세요.”
최원재에게 말해 주고 페어웨이를 천천히 걸어갔다.
뒤에서 작은 비명 소리가 들린다.
~타다다닥~
뛰어오는 발소리는 최원재다.
“진짜야?”
“…….”
태영은 말없이 돌아보았다.
“진짜냐고?”
“사람을 못 믿네. 믿든지 말든지.”
“볼 수 있어?”
“샘플?”
“그래, 샘플.”
“가능한데, 샘플은 한 회사에 2개까지만 가능하고, 좀 비싸요.”
“원래 샘플은 무료 제공하는 거야.”
“우린 아닙니다. 생각보다 많이 비싸요.”
태영은 신윤희를 위해 다시 소개 영상을 플레이시켜 주었다.
최원재의 볼이 그린에서 가장 멀리 있다.
최원재가 5번 아이언을 들고 포즈를 잡았지만 아이언은 움직이지 않았다.
“사장님?”
기다리다 못한 캐디 민이라가 최원재에게 다가가서 불렀다.
“후우…… 알았어요.”
최원재가 잠시 몸을 일으켜 세우고 숨을 크게 내쉬자 캐디가 뒤로 물러섰다.
~후웅~빠악~
볼이 아이언에 맞는 소리와 함께 그린을 향해 날아갔지만, 스윙이 이상했는지 오비가 났다.
“딸 있으면 사위 삼고 싶다.”
이상한 말을 하는 신윤희의 손이 태영의 팔짱을 끼었다.
“꿈 깨세요.”
“자, 사장님들. 뒤 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금만 서둘러 주십시오.”
캐디가 재촉한다.
휴일은 팀 간격이 빠듯하다고 했다.
앞 팀인 1조는 2조의 발길이 늦어지자 뒤를 돌아보기도 한다.
한숨과 감탄이 연속되면서 3번째 티잉 그라운드 앞에 섰다.
“와, 이거 충격이야.”
최원재는 1번 홀과 2번 홀을 모두 더블을 기록했다.
그래서 스코어가 태영과 비슷하다.
어피션 오토의 소개 영상이 충격적이었던 거지.
“그거 라운딩 끝내고 봐야 하는 건데.”
신윤희와 조정배는 각각 보기 플레이를 했다.
“내가 보라고 한 것 아닙니다. 최 부사장님이 보자고 한 겁니다.”
태영은 일부러 강조해서 말해 줬다.
“점당 하나씩 알죠?”
신윤희가 내기의 시작을 알렸다.
“최 부사장님은 소개 영상 보고 놀라서 그런 거니까, 인정 못 해.”
“알았소.”
“최 사장은 머리 올리는 날이니, 홀마다 원 핸디.”
“네, 돈에는 주인이 없으니 많이 따 가세요.”
“그래, 쌩큐.”
태영이 그라운드에 올라섰다.
~훙~깡~
태영의 드라이버 샷.
~쐐애애애액~
드라이버를 휘두르는 소리, 공에 맞는 소리, 공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와, 비기너가 왜 이리 잘 쳐?”
신윤희다.
최원재가 치고, 조정배가 치고, 신윤희는 레이디 티로 이동했다.
“언제 우리 회사에서 한번 봅시다.”
이동 중에 최원재가 태영의 곁에 바짝 붙어 서며 말했다.
“갈 시간은 안 됩니다. 나를 만나려는 사람을 줄 세우면, 회사에서 부산까지 세워야 하는데.”
“우리가 가지.”
자신보다 상급자와 함께 오겠지?
그늘 집 앞이다.
앞 조인 사람들이 자리 잡고 앉아 있다.
나오고 있는 사람들은 그 전 순서인 모양이다.
“저…….”
그늘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캐디가 불렀다.
정하니와 민이라다.
“네?”
“저…… 한번만 안아 봐도 돼요?”
정하니다.
그런데 안아 보자고 하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그것도, 오늘 처음 보는 골프장의 캐디가 왜?
캐디 정하니가 모자를 벗었다.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가 볼을 따라 또르르 흘렀다.
골퍼가 캐디에게 그런 말을 하면 성추행이다.
그럼 캐디가 골퍼에게 그런 말을 하면 뭐지?
약간 당황스럽다.
일행들이 ‘무슨 일?’ 하듯이 잠시 구경하다가 그늘 집으로 들어갔다.
민이라의 얼굴이 태영의 귓가에 왔다.
“하니의 동생이 군 복무 중이었는데, 증발 사건 때 사라졌어요. 최 사장님과 같이.”
하.
가슴에 시린 바람이 쏴아 소리를 내며 불어왔다.
골프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유난히 친근하게 했던 행동이 이해가 된다.
‘한번만 안아 봐도 돼요?’라는 저 말.
‘동생처럼 생각하고’라는 앞말이 생략된 것일 것이다.
살아서 다시 만나게 될지 아닐지 알 수 없는 동생.
동생으로 생각하고, 잠시 체온을 느끼고 싶어 하는 마음이리라.
태영은 말없이 정하니를 안았다.
정하니의 팔이 태영의 등 뒤로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얼굴이 태영의 어깨에 기대어 오는데, 축축함이 느껴졌다.
~바르르르~
몸의 떨림도 느껴졌다.
“고…… 고마워요.”
“미안합니다. 혼자 돌아와서.”
울음소리 같은, 떨리는 정하니의 목소리.
태영이 할 수 있는 가장 조심스러운 말을 했다.
민이라가 정하니의 등을 톡톡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맙습니다.”
정하니가 태영의 품을 벗어나 눈을 닦았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숙이며, 민이라와 함께 그늘 집의 뒤쪽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캐디는 콜퍼들과 다른 장소로 가는 듯하다.
~드르륵~
그늘 집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디저트하우스 같은 분위기의 홀이다.
1조의 사람들이 앉아 있고, 2조의 사람들은 카운터 앞에 가 있다.
“오, 최 사장. 역시 젊음이 좋아.”
엄지를 척 올리는 사람은, 오수혁 전무이다.
“와, 최 사장. 캐디에게 전번 따인 거야?”
“하, 참나.”
“여기서 처음 얼굴 본 것 같은데 벌써 포옹할 정도면 진도가 너무 빠르지 않아?”
태영이 어이없는 한숨을 내쉬건 말건, 신윤희는 태영을 놀린다.
이 사람들이 정말.
“모자 벗으니까 아주 예쁘던데, 사귀어 봐.”
예쁘다고?
거기에 조금도 생각이 미치지 않았었다.
그래서 예뻤는지 아닌지는 기억에 없다.
다만, 슬픈 사슴의 눈처럼 맑은 눈에서 또르르 흘러내리던 눈물이 기억에 남아 있다.
“유재구, 단란주점 룸 영상 본 사람.”
화제를 바꾸듯 물은 사람은 윤종규 전무다.
“유재구? 국회의원? 왜 뭐가 있어요?”
조정배가 물었다.
“누가 너튜브 링크 보내 줘서 봤는데, 이거 완전히 개 쓰레기네.”
“왜 어쨌기에?”
“우리도 단란주점에 가면 조금 더티하게 놀기는 하지만, 이놈은 완전 쓰레기야.”
“나도 봤어. 그놈은 국회의원에서 잘라야 해. 개 쓰레기.”
갑자기 유재구 동영상으로 화제가 옮겨 갔다.
어젯밤에 올라온 동영상이다.
“뭐 어떤 건데?”
“그거 내 입으로는 말 못 해요. 낮 뜨거워서. 보고 싶으면 링크 보내 줄 테니 혼자 있을 때 봐요.”
“야해?”
“야하다는 수준이 아니야. 모자이크하긴 했지만, 충분히 짐작이 돼.”
“정말, 아주 더러운 놈이야.”
“이놈 이거 진짜 폐기하는데 돈 들이는 것도 아까운 쓰레기였어.”
“음, 찾아서 봐야겠네.”
“댓글이 수백 개가 달려 있었는데, 몇 시간 지났으니 아마도 지금은 거의 폭발하지 않았을까?”
“그놈은 전에도 폭행 사건이 있었는데, 유야무야 넘어갔잖아?”
“수사하는 놈들과 같은 패들이니 당연한걸 뭐.”
“오늘 저녁 뉴스에 제대로 다루어 주려나?”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이 있어.”
“뭔데, 뭔데?”
“유재구를 옹호하는 댓글 아래에는 빠짐없이 그 사람의 인적 사항이 표시되어 있어.”
“그래?”
“그게 정확한 정보라는데.”
“그거 문제되는 거 아닌가?”
“잘한다고 최고라고 하는 댓글이 많아.”
“댓글 쓴 사람의 인적 사항을 어떻게?”
“그건 모르지. 누가 전문가가 있다는 말인 것 같은데.”
“다들, 전문가라도 절대 불가능하다면서 이해를 못 하겠다는데.”
“뉴스 한번 틀어 볼래요?”
오수혁이 그늘 집의 캐셔에게 주문했다.
“네.”
캐셔가 리모컨으로 TV를 틀었다.
그리고 뉴스 전문 채널로 바꾸었다.
그곳에는 유재구의 동영상 이야기로 이미 시끄러웠다.
학생들의 농성과 경찰의 저지.
기자들의 현장 중계가 빠른 말로 진행되고 있었다.
동영상은 아무리 모자이크를 해도 공중파 방송에서 보낼 정도로 안전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19세 이하 관람 불가 부분은 나오지 않았다.
다들 아무 말 없이 몇 분간 그 모습만 바라보았다.
현장 아나운서의 하이 톤 음성이 중간에 끊어지고, 스튜디오 화면으로 바뀌었다.
“1조 나가실 시간입니다.”
캐디 진시아가 홀 문을 열고 들어서며 나갈 시간임을 알렸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