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19
064. 협력과 제휴(4)
“어, 이거 반도 못 먹었는데.”
“TV 보느라 그랬지 뭐. 날 주고 가요.”
누군가는 아까워하고, 누군가는 달라고 했다.
1조는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두들 초등학교 학생처럼 캐디 선생님의 말을 잘 듣는다.
“자신이 단 댓글을 자신이 지울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는 건가?”
신윤희가 누구를 특정하지 않고 혼잣말처럼 물었다.
“우리야 전문가가 아니니 잘 알 수가 없지만, 너튜브 한국 지사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잖아요?”
“그게 그 사람들이 개발자인데,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나?”
“그러게, 정말 이상하네.”
“그나저나 유재구는 권력의 비호가 상당한 모양일세. 저런 영상이 몇 번을 터져도 살아남는 것을 보니.”
“보면 알겠지.”
지금의 저들에게는 저 뉴스가 가십성 기사 정도밖에 되지 않는 모양이다.
과거에 재벌들은 정부 요직, 검찰과 경찰, 국회의원들과 같은 권력층과 친해지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고 했다.
수많은 자금 지원이 당연히 뒤따랐을 것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었을 때.
지난 정권의 권력자를 지원한 것으로 검찰과 경찰에 털렸다.
정권이 바뀐 여당 의원들에게도 털렸다.
재판을 통해 교도소에 가는 일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어났다.
그래서 가능하면 가까이하지 않고 싶어 한다고 들은 것 같다.
그렇지만, 정치인들은 경제의 근간이 되는 대기업들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나 있다.
정치인들이 각종 법안으로 옥죄려고 한다.
입법 저지를 위한 로비를 위해서도 멀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멀리해도, 가까이해도 곤란한 상대다.
“저 소란은 며칠 갈 것 같은데.”
“동영상 끝에 예고까지 있는 것 보니 내일도 볼 만하겠어.”
유재구에 대한 여론의 단죄.
이유 없이 태영에게 해코지를 하는 놈이 민정 수석이 되면 안 된다.
물리적으로 처리해도 된다.
그렇지만 안재희가 복수하겠다고 말했기에 그냥 두고 보고 있다.
힘을 쓰지 못하도록 만들면서.
대신에, 정하니처럼 증발해 버린 동생을 생각하며 ‘동생 대신 한번 안아 봐도 돼요’ 하는 사람은 도와주고 싶다.
그 일이 태영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다.
그것을 유재구처럼 태영에게 화풀이하는 것을 어떻게 그냥 놔두나?
“최 사장, 좀 잃었어?”
“몇 장 잃었는데요.”
신윤희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데, 캐디 민이라가 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정하니를 위해서라도 이제부터는 좀 따자.
가능하면 아주 많이.
정하니는 민이라 뒤에 서서 애잔하게 태영을 쳐다본다.
그물 망사로 앞을 가렸지만, 얼굴은 조금 붉고 눈은 부어 있다.
아마도 캐디들이 쉴 수 있는 장소에서 많이 운 듯하다.
“이제 준비하시지요.”
홀 유리창을 통해 밖을 보던 캐디 민이라의 말에 따라 모두들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섰다.
“머리 올리러 나온 사람 맞아?”
두 홀이 지났을 때 신윤희가 지폐 네 장을 태영에게 건네며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서너 장씩 건넸다.
“그럼요. 아까 안 들으셨어요?”
“들었는데도 그렇지. 이게 말이 돼?”
“간혹 실수도 하는 거죠.”
“좋아, 그럼 이번 판은 배판.”
배판을 부르짖을 수 있는 사람은 꼴찌의 권리라고 했다.
돈 잃어 주려 애를 쓰는데, 제대로 따 보자.
태영은 받은 돈의 반을 툭 잘라 정하니에게 건네주었다.
“고맙습니다.”
정하니는 고개를 숙이며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았다.
내기에서 돈을 따면, 그 중에 일부를 캐디에게 팁으로 주는 것을 보았다.
최원재에게 듣기도 했다.
그래서 정하니에게 훅 넘겨 준 거다.
정하니에게 밀어주기 위해서도 계속 딸 생각이다.
한 장은 민이라에게 주었다.
민이라도 감사하다며 서슴없이 받았다.
“파5홀이네.”
“이런 곳에서는 홀인원이 죽어도 안 나오겠지?”
“알바트로스도 기적일 텐데 홀인원이라니.”
파5홀에서 2타 만에 홀에 넣으면 알바트로스란다.
“최 사장이 1등 했지만, 가장 먼저 쳐야지.”
연속으로 1등을 해서 돈을 긁어 가니 프로 선수들이 치는 블루 티에서 치라고 강제를 했다.
블루 티는 티잉 그라운드의 가장 뒤쪽이니 가장 먼저 칠 수밖에.
“홀인원이나 알바트로스는 2배라구요?”
태영이 물었다.
“알바트로스 할 수 있어?”
“혹시 압니까?”
“이 판이 배판이니까, 알바트로스 2배를 하면 4배가 되는 거지.”
해 볼 만하네.
***
“하 참, 알바트로스를 다 보네. 골프 치면서.”
“진짜요?”
“그것도 머리 올리러 온 사람이 치는 네 배 알바트로스야.”
신윤희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다.
대기실에서 손가락 네 개를 펴면서 큰 소리로 투덜거렸다.
9홀 아웃코스가 끝나고, 대기실에서 1조와 만났다.
“알바트로스?”
알바트로스를 자주 보이면 안 되나?
표준 타수가 72타라고 했는데, 마음먹으면 50타 이하로 칠 수 있을 것 같다.
“네, 최 사장이 아까 파5홀에서 알바트로스 쳐 가지고, 주머니 홀랑 털렸어요.”
“머리 올리러 온 사람이 알바트로스라니, 말이 돼요?”
“그 바람에 캐디 정하니 씨가 횡재했지.”
“왜?”
“최 사장이 우리 수중에 있는 돈은 거의 다 긁어 갔는데, 그걸 정하니 캐디에게 모두 줘 버리더라구요. 아까 그늘 집에서 둘이 포옹도 하던데, 진짜 사귀는 건가?”
이 사람들이 진짜.
대기업 임원들도 평범한 사람들 맞다.
저렇게 실없는 소리도 잘 하고.
“자, 1조 나가야 하는데, 멤버 바꿔야지.”
태영과 윤종규가 자리만 바꾸면 된다.
“최 사장.”
“네.”
대기실을 벗어나려는데 신윤희가 부른다.
“우리만 털지 말고, 그쪽 좀 제대로 털어야 해. 알지?”
저 아줌마는 이제 완전히 반말하기로 한 모양이다.
외형적으로 어려 보이니까 참지, 뭐.
“그러죠.”
대답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네 명의 캐디가 서서 이야기 중이었다.
“최 사장님, 유지나 씨와 정하니 씨 교대하기로 했습니다.”
민이라가 태영에게 말했고, 세 명의 캐디도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네, 고맙습니다.”
아웃코스 끝날 때, 혹시 캐디도 교대가 가능하느냐고 물었었다.
이야기해 보겠다고 하더니 교대를 하게 된 모양이다.
“아까 대기실에서 들으니, 오늘 대형 사고를 쳤다면서요?”
태영이 새로 들어간 1조.
10홀로 가면서 오수혁 전무가 물었다.
“알바트로스요?”
“아니, 그건 다 있는 데서 이야기 들었고, 대기차에 보여 준 거.”
“아, 네.”
“그거 나도 좀 봐요.”
“네, 그러시죠.”
태영은 앳윌플레이에 스피커를 끼운 후 오수혁에게 건네고, 폰에서 ‘어피션 오토’ 영상을 플레이시켰다.
앳윌플레이를 든 오수혁의 좌우로 박송길과 유천기가 서서 함께 영상을 보았다.
“아, 이게 뭐야. 대체.”
“이거였어? 최 부사장이 넋이 나갈 만도 했네.”
“이게 나오면, 우린 어찌 되는 거야?”
어찌되는 거야 하고 물은 사람은 오수혁 전무다.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 공급에 국내에서는 1위를 하는 회사다.
“우리도 큰일 났는데요.”
“와, 이거 미치겠네.”
오수혁이 앳윌플레이를 태영에게 돌려주었다.
“최 사장.”
오수혁이다.
“네, 말씀하십시오.”
“신 부사장 말이…… 음.”
“네.”
“국내끼리 나눠 먹자고 하면서, 우리가 뭘 내어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라구 하던데.”
이 사람도 반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황당하면 반말하는 거야?
“…….”
“뭐든 요구해요. 타당하다 생각되면 내줄 테니까. 그리고 이거 우리하고, 사준에서 나누어 합시다.”
“…….”
“…….”
태영이 대답하지 않고 있자, 오수혁도 태영을 바라보았다.
“두 회사가 나누어 먹기에 너무 크지 않나요?”
“둘? 그럼?”
“그리고 뭘 줄 건지는 그쪽에서 생각하세요. 주신다는 것이 마음에 안 들면 나도 안 하면 되니까.”
“가장 곤란한 요구 조건을 말하네.”
“시작하시면 됩니다.”
그때 캐디 진시아가 시작을 알렸다.
“내가 먼저 치면 되나? 최 사장님이 아까 2조에서 1등 했다구요?”
“네, 맞습니다.”
“그럼 마지막에 치시고, 아니다. 아니다. 백 티에서 친다면서요?”
박송길인데, 블루 티를 백 티로 부르면서 그걸 또 꼭 앞 팀처럼 하려고 한다.
그럼 태영이 항상 가장 먼저 쳐야 한다.
~후웅~깡~쐐애애애애애액~
볼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는 소리가 경쾌하다.
“헉, 온 그린이야. 그것도 깃대 바로 옆에.”
태영의 볼을 눈으로 따라가던 오수혁이다.
~짝짝짝짝~
일행의 놀라는 소리와 함께 박수 소리가 들렸다.
캐디 진시아와 정하니도 박수를 쳤다.
“파4홀에서 드라이버로, 그것도 백 티에서 온 그린 하면 대체 어찌하자는 거야?”
박송길이 투덜거리며 티박스에 티를 꽂았다.
“최 사장님.”
“네, 말씀하십시오.”
노스옴 유천기 사장이다.
“우리는 드릴 것이 없는데…….”
태영은 다시 엣윌플레이를 꺼내 박송길에게 주었다.
그리고 앳윌플레이 데스크 버전 영상을 플레이시켰다.
영상에는 여러 모델의 거치형 앳윌플레이가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모니터형, TV형, 회의실형, 그리고 극장이나 공연장용.
시장 규모가 어피션 오토가 클지, 앳윌플레이가 클지 모른다.
“허.”
“흐으.”
영상을 보면서 이상한 소리를 낸다.
사람들이 왜 이래?
“해외의 회사들이 더 좋은 제안을 하기 전에 가능하면 좋은 제안을 해 주시면 좋구요.”
그들이 영상을 다 보았을 때 태영이 툭 던지듯 말했다.
“중국……은?”
유천기다.
“중국이 돈으로 덤비면 아무도 못 이기죠. 그렇지만 중국은 우리가 점령해야 할 곳 아닙니까? 거기는 신경 쓰지 마세요.”
태영의 말에 세 사람의 표정이 환해진다.
가는 곳마다 중국과 부딪칠 것이다.
그들은 툭하면 돈으로 밀어붙인다고 했다.
로열티 한 푼 안 내고 베끼기도 잘한다.
태영이 날아갔던 고려.
태영이 28세기로 날려 가기 전에 중국 땅의 상당 부분은 이미 고려 영역이었다.
거기에 중국 전체를 고려화 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지금쯤 얼마나 고려화가 되었을까?
“거기가 괄호 밖이라면 우리야…….”
잠시 딴생각에 잠겼다가 박송길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오늘 좀 많이 잃고 가십시오,”
“까짓것, 그럽시다.”
***
“잘 쳤습니다.”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돈이 많이 날아가서 그럴 뿐이지.”
다들 잘 쳤다는 인사를 하고 캐디도 골퍼들에게 인사를 했다.
“진시아 씨.”
“네, 최 사장님.”
다른 골프들에게 이미 조금씩 팁을 받았을 것이다.
태영이 계속 게임에서 이기며 둘에게 준 팁도 상당하다.
그래도 태영의 주머니가 불룩할 정도로 5만 원권 지폐가 모였다.
“이거.”
주머니에서 열 장을 꺼내 진시아에게 주었다.
“감사합니다.”
진시아가 공손하게 돈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곤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한다.
“우리, 하니 씨 잘 좀 보살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모자가 없어 얼굴이 모두 보인 상태에서 웃는 모습이 싱그럽다.
{우리 하니래}
옆에서 한마디 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니 씨.”
이번에는 정하니를 불렀다.
“네.”
태영은 주머니에서 열 장을 꺼냈다.
한 장을 가로로 돌려 접어 구분했다.
“이거, 아까 한미리 씨가 교대하면서 내가 못 줬거든요.”
그것을 정하니에게 주었다.
“감사합니다. 미리에게 전할게요.”
“그리고, 이건 하니 씨.”
그리고 남은 뭉치.
불룩하게 접힌 것을 통째로 정하니에게 내밀었다.
“아…… 그…… 그걸 모두요?”
“이건 저 사람들과 게임하면서 딴 거니까.”
“하아…… 아웃코스에서 받은 것도 많은데…….”
대답은 그리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받는다.
액수는 모르겠다.
감각만으로 백 장은 훨씬 넘는다.
정하니는 태영을 한번 쳐다보더니 허리 벨트에 달린 작은 가방에 넣었다.
“한 번 더 안아 봐도 돼요?”
지퍼까지 잠그는 것을 보고 나서 태영이 물었다.
“네…….”
정하니가 다가와 태영의 품에 살포시 안겼다.
“차기원이라고 알아요?”
태영은 정하니를 안은 채로 물었다.
“차 국장님…… 알아요. 그 일 있고…….”
또 무언가 북받쳐 오르는지 말이 떨리더니 뒷말을 잇지 못했다.
가슴이 크게 오르내리는 것이 느껴진다.
~후우~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애 많이 쓰셨는데. 고생 많이 하시고…….”
태영은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
“단체를 만드는 중이니까, 가능하면 그 단체에 꼭 참여하세요.”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에 연락이 왔었습니다.”
“아, 그래요?”
“네, 참여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때.”
“잘 하셨습니다.”
“최 사장님이 모든 지원을 해 주신다고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애써 주셔서.”
정하니가 태영의 품을 벗어났다.
태영도 계속 그러고 있기에는 약간 뻘쭘했다.
“감사합니다.”
정하니가 또다시 인사를 하고 몇 발자국 옮기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가만히 서서 태영을 바라보았다.
~꾸벅~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를 한다.
그리고 진시아와 함께 골프 카트를 타고 떠났다.
거리가 제법 멀어졌을 때, 카트에 탄 상태로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
에어샤워로 신발과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 냈다.
오늘의 경기 이야기를 하면서 잠시 기다리자 2팀이 들어왔다.
“어찌 되었습니까?”
신윤희가 들어오자마자 박송길에게 주어도, 목적어도 빼고 물었다.
“뭐가 어찌 돼?”
“얼마나 잃었어요.”
“몽땅 털렸죠, 뭐. 머리 올리는 사람에게 가진 것을 몽땅 털리다니, 이게 말이 돼요?”
그러면서 빈 주머니를 뒤집었다.
돈이 지갑에 있지, 주머니에 있나?
“그럴 줄 알았어.”
“아마추어가 아냐. 지금 당장 프로 세계에 뛰어들어도 아무도 못 이겨. 모두 압살할 거야. 나 같으면 이거 다 때려치우고 당장 PGA로 간다.”
“그렇죠? 그리고 돈 따서 한 명에게 다 주었죠?”
“정하니?”
“네.”
“맞아요. 우리에게 따서 진시아에게 일부를 주고, 나머지는 몽땅 정하니라는 그 캐디에게 주더구만.”
“그렇다니까요. 아까 우리 하니라고 부르던데, 분명 둘이 뭔가 있어.”
있기는 뭐가 있어?
쓸데없는 소리들 하고 있어.
그렇게 놀리면 재미있나?
그래 봐야 놀림을 당하는 사람이 아무 반응이 없으니 재미없겠지만.
“정하니 남동생이 나와 같은 부대에서 복무했답니다. 부대 증발 사건 때, 사라졌고.”
결국 태영은 저들이 더 이상 떠들지 않도록 하기위해 사실을 말했다.
“아.”
“저런, 그런 사정이…….”
부대 증발 사건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계면쩍어한다.
사람들이 말이야.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