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21
066. 협력과 제휴(6)
“역사를 보면 미국은…… 후우……, 중국은 절대로 좋아할 수 없는 나라인데…….”
차기원이 조용하고 낮은, 마치 혼자 중얼거리듯 말한다.
미국 이야기는 한숨을 한번 쉬는 것으로 생략했다.
“……내가 쓸데없는 소리를…… 못 들은 것으로 하시오.”
계면쩍은 표정으로 한마디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더 잘 알지요.’
‘그래서 그때 고려에서 하던 일을 여기서도 조금만 해 보려고요…….’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마음속에서의 생각일 뿐이다.
고려에서는 힘으로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시대에는 힘만으로 해서는 안 된다.
대신 다른 것으로 하면 된다.
“이렇게 일찍 모셔서 죄송합니다.”
태영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식사는 이미 끝났고, 차도 다 마셨다.
할 이야기마저 끝났으면 이제 각자의 일로 돌아갈 시간이다.
“조찬이라니, 나는 아주 좋았소. 최 사장이야말로 학교 다니랴, 사업하랴. 그리고 이 일을 지원하랴, 바쁘신 분이 이렇게 일찍 움직이기까지 하다니.”
차기원이 떠나는 것을 보고 태영도 호텔을 벗어났다.
***
“그럼, 사준전자와 석인전자는 반제품 공급 계약을 하면 된다는 말씀이시지요?”
어제 골프 후에 식당에서 정리한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연락이 오면 진행을 하라고 했다.
정우찬보다 최재훈이 더 반긴다.
최재훈은 그날 중국 사람들이 난리를 칠 때, 통역 후에 계획서를 받고 채용했다.
“맞아요. 단, 먼저 연락하지는 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중국은 어찌하실 것입니까?”
“최 과장이 중국 통이니 기대하겠지만, 당분간 중국에는 아무것도 공급 안 합니다.”
“예정하는 시기가 있습니까?”
“아직.”
“복제하겠다고 큰소리 탕탕 친 놈이 있어서…….”
“복제 불가능. 그러니 걱정 붙들어 매요.”
“오래전 일이지만, 혹시 사드 보복이라고 알고 계십니까?”
들어는 봤다.
“보복할 것 같아요?”
“중국은 좀 그런 스타일입니다.”
“마음에 안 들거나 기분이 나쁘면 힘으로 찍어 누르는?”
“네.”
“그럼, 항상 누르던 곳에서 눌리면 어찌 될까요?”
“……?”
“일단 그 사안은 당분간 꺼내지 맙시다.”
최재훈이 조금 의아한 표정이지만, 설명은 생략.
“네.”
“생산량을 늘리려면 공장 증설을 해야 합니다. 사장님.”
공장장인 김경훈이다.
“사준전자와 석인전자에서 보유한 예정 부지 중에서 매각이 가능한 곳이 있는지 검토해서 연락 주기로 했습니다.”
“아.”
“그쪽으로의 공급은 공장 증설 후의 문제이니, 거기 맞추면 됩니다.”
“공장을 지으려면 2년. 그런데 허가받는데 몇 년이 걸릴지 모릅니다. 다른 아파트형 공장을 구입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유제범 부장의 의견이다.
맞아.
정부에서 어지간하면 허가를 내어 주지 않는다고 했다.
용지 전용 관련 허가, 지역 균형 발전 같은 핑계 대기 좋은 가시적인 이유도 있다.
환경 영향 평가는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른다.
그 외에도 다양하게 방해하고 압박한다고 했다.
고려에서 같으면 일도 아닌데.
뭐가 그리 바라는 것이 많은지.
“우리는 별로 아쉬울 것 없으니 천천히 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대답을 하면서 웃는다.
만들지 못해서 못 파는 제품이다.
“수요일에 방문하기로 한 미래이오티와 협의가 잘 되면, 그쪽과 상관없이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넵.”
수요일에는 강의가 한 개밖에 없다.
그래서 미래이오티 방문 일정이 수요일이다.
수업을 한 개만 펑크 내면 되니까.
이미 미래이오티의 공장은 잘 안다.
워처를 보내서 모두 확인을 끝냈다.
미래이오티 박주한 회장이 보여 주고 싶지 않은 곳까지 모조리 확인했다.
방문 자체도 형식적인 조사이다.
“그리고 김지열 과장님.”
“네, 사장님.”
태영이 김지열에게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여기는……?”
“거기, 태성기술 알죠?”
“네, 메탈파우더를 전문으로 하는 곳입니다.”
“가서 기술 정도 조사를 해 주세요. 유 부장님도 같이 가서 재무 상태 포함해서 전반적인 조사를 해 주시구요.”
“인수하실 것입니까?”
“네, 그러니 자문 회계사를 대동하는 것도 좋을 겁니다.”
“태성기술은 기술력이 상당히 높습니다.”
김지열의 대답이다.
“가 봤어요?”
“네, 한번 갔던 적이 있습니다. 거기 사장이 그래핀에 욕심을 내서 자본을 쏟아 넣지 않았으면 제법 건실한 회사일 겁니다.”
“거기 사장이 토요일에 찾아왔었어요.”
“사장님은 출근했었습니까?”
“웬 불한당이 오겠다고 했는데, 불한당과는 이야기가 잘 안 되고, 덕분에 김성태 사장을 만났지요.”
그 불한당이 NRS에서 만난 변성준이었지만.
“태성의 부채가 상당할 텐데요?”
“부채까지 포함하고 인수할 거니까, 유 부장님이 확인을 모두 해 주세요.”
“네,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인수하면 거기 대표가 필요한데.”
“…….”
“아, 김성태 사장은 우리 연구소로 모실 거니까 그리 알고.”
태성의 새 대표가 필요하다.
태영은 아직 학생이라, 인력풀이 없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고자 할 때 정말 아쉽다.
태성기술의 김성태 사장은 연구직 스타일이지 사업가 스타일은 아니다.
“김 과장이 대표를 하는 것도 생각해 보세요.”
“네?”
“뭘 그리 놀래요?”
“아, 아니, 그게, 그게 아니라 저는 아직 아닙니다.”
김지열이 강하게 사양한다.
태영은 군에서 전역한 지 몇 달 되지 않았고, 사회 경험도 전혀 없다.
태성기술 같은 작은 곳을 인수하는데도 이런 어려움이 있다.
M&A 전담팀이 있었으면 좋겠다.
“제가 추천을 좀 해도 됩니까?”
김경훈 전무다.
***
“지난번에 공무원이 손찌검했던 일, 소송은 어찌 되어 가요?”
밖으로 나오며 경호 요원과 서 있는 이진기에게 물었다.
“변호사 말로는 상해는 해당되지 않고 경미한 폭행이라 입건은 안 된다고 합니다.”
“그래요?”
“합의를 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약식 벌금을 내는 것으로 마무리가 될 것 같다고 합니다.”
“벌금은 맞은 사람에게 주나요?”
“아닙니다.”
“거참, 이상하네. 맞은 사람은 우리 직원인데 벌금은 받아서 왜 맞은 사람에게 안 주는 거지?”
“…….”
“그냥, 워낙 이상해서 혼잣말을 해 본 겁니다.”
“네.”
연구소 안의 칸막이 너머로 학교 선배인 송두영의 머리가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태영의 인기척을 느낀 송두영이 인사를 한다.
“일은 할 만합니까?”
“아직, 며칠 되지 않아서 지금은 적응하는 중입니다.”
“이달에 연구소 인력이 많이 충원되니까, 조금만 참으세요.”
태성기술의 개발 담당 직원들 몇을 이곳으로 데리고 올 생각이다.
“네, 감사합니다.”
~웅~
(아버지께 말씀 전해 들었습니다. 몇 시에 어디에서 뵈면 되나요? 김한슬)
진동에 폰을 보니, 김한슬.
태영을 찾아가 보라고 했다던 김성태의 큰딸 이름이다.
학교 후배지만 과가 달라서 면식이 없다.
그래서 톡이 아난 문자로 온 것이다.
오늘?
오늘이라고 말한 적은 없는데, 당돌한 성격인가?
(가능한 시간 봐서 다시 연락하겠음.)
김한슬에게 답을 보내는데 위니로부터 음성이 들려왔다.
“음, 가 보지.”
종종 있는 일이다.
보통은 보안 경호팀에서 처리한다.
오늘은 학교에 가기 전에 여유 시간이 약간 있다.
낮게 대답을 하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다.
아침이라 메이스타의 입구는 한산한데, 몇 사람이 보였다.
“안 됩니다.”
보안 경호팀 직원의 목소리다.
두 사람이 문을 가로막고 있다.
대치 중인 세 명이 메이스타로 들어가려는 상태다.
주위에 있는 몇 사람은 재미난 구경거리를 만난 듯 보고 있다.
그중 한 사람이 휴대폰을 자연스럽게 들고 있다.
이 상황을 동영상으로 찍고 있는 것이다.
[방문객 중에 가운데 선 사람은 지효상, 누님이 근무하던 회사의 사업부장이면서 유재구의 요청으로 누님을 해고했습니다.]위니의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음.”
위니의 말에 대답을 해 주고, 잠시 그 상황을 보기만 했다.
어찌 행동할지 궁금했으니까.
[지효상이 다니던 회사에서 터니테크에 5회의 면담 신청이 있었지만, 회신 없이 지워졌습니다.]그래서 얼굴이라도 알고 있는 누나를 찾아온 모양이구나.
“왜? 이분은 여기 최서영이 전에 다니던 회사 사업부장이라니까. 최서영을 좀 만나겠다는데, 왜?”
키가 크고 안경을 낀 사람이다.
저 자식들은 메이스타 사장이 제 친구야, 뭐야?
기본적인 예의, 아니 싸가지가 전혀 없는 놈이다.
“누가 내 이름을 마구 불러? 누구야?”
안에서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은 누나가 사무실 입구로 나오면서 한마디 한다.
“내가 불렀다.”
안경의 대답이다.
“최서영, 나야.”
안경과 또 한 사람의 말이 비슷하게 나왔다.
뒤에 말한 사람의 톤이 조금 부드럽다.
“지 상무님?”
누나는 자신의 이름을 부른 사람을 보자, 얼굴에 살짝 미소를 보였다.
“어, 그래 반가워. 좀 들어가면 안 될까? 이놈들이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네.”
지효상이 아닌 안경의 대답이다.
누나의 시선이 멀리 있는 태영에게 잠시 머물렀다.
지효상을 보는 것이다.
“그건 그분들의 일인데, 막말하면 안 되지. 그리고…….”
누나는 안경을 똑바로 보며 잠시 말을 끊었다.
그를 향한 시선에 비웃음이 걸렸다.
“정 과장은 내가 지금도 부하 직원으로 보이나 봐?”
“뭐?”
“이름을 막 부르는 것이 그런 거야?”
“……이.”
정 과장이라 불린 안경이 화가 난 표정이다.
“들어오세요. 지 상무님만.”
누나의 말에 세 사람이 안으로 들어서려 했다.
경호원이 두 사람을 막았다.
“뭐요?”
화가 나 있던 정 과장이라는 자이다.
“사장님이 들어오라고 지목한 사람은 지 상무 한 명입니다.”
“하…… 씨발.”
정 과장이 어처구니없어 하며 입에서 욕이 나왔다.
경호원의 말이 맞지.
그사이 누나와 지효상은 안으로 들어갔다.
“아, 씨발. 저년 저거 뭐야?”
“과장님, 다른 사람들도 다 봅니다.”
정 과장의 짜증에 옆에 있던 사람이 말린다.
부하 직원인 듯한데, 고생이 많겠다.
“보면? 들으면, 뭐? 왜 뭐가 겁나?”
경호원이 인상을 굳히기는 했지만, 아무 말 하지는 않았다.
인간 말종들은 제법 있다.
저런 유의 인간처럼.
누나가 저놈의 부서에 있을 때 마음고생을 얼마나 했을지 안 봐도 눈에 훤하다.
“들어오지 않고 뭐 해?”
그때 지효상이 고개를 내밀고 정 과장에게 말했다.
“최서영 년이 상무님만 들어오라고 했다고 이놈들이 못 들어가게 해서요.”
“너…… 휴…….”
지효상은 정 과장을 쳐다보며 너라고 했지만,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한숨을 한번 내쉬고 그냥 돌아서서 들어갔다.
“과장님…….”
옆에 있던 부하 직원이 또 뭐라 말하려다가 정 과장의 잔뜩 찌푸린 인상을 보고는 그냥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근무 중 이상 무.”
태영이 메이스타 입구로 가자 경호원 한 명이 작게 말한다.
“수고 많아요.”
경호원에게 그렇게 말해 주고 메이스타로 들어섰다.
“야, 저놈은 뭔데 들어가게 놔두고 나는 왜 못 들어가게 하는 거야?”
뒤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모지리 같으니.
이렇게 시비를 걸어 주면 또 그냥 못 넘어가지.
누나의 앞에서는 아니지만 ‘년’이라고 했다.
한 대 패 주고 싶었는데, 알아서 기회를 만들어 준다.
저놈이 누나의 상관이었을 것이다.
저놈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
회사에서 나왔으니 관계없는 사람이기도 하고.
“저놈?”
돌아서서 정 과장 앞으로 다가갔다.
“씨발.”
정 과장의 얼굴이 붉어지며 욕을 했다.
“저놈이란 것이, 날 지칭하는 거야? 그리고 방금 욕했지?”
정 과장의 손이 때릴 포즈로 올라온다.
“하, 씨발. 좆같아서.”
두 팔로 위협을 가하는 모습이다.
물론 실제 때리지는 않았다.
“좆같아? 그것도 날 두고 하는 말인가?”
다시 한번 물었다.
“아, 씨발. 그쪽 보고 한 말은 아니고, 이 아저씨에게 하는 말이야.”
그러곤 경호원을 가리켰다.
태영이 세게 나가니 제 딴에는 얼버무리는 거다.
책임을 돌려 보겠다는 뜻이다
“어디서 개새끼가 사람 말을 하는 거지?”
“개……새……끼라고? 내가?”
정 과장이 눈을 똑바로 뜨며 손끝이 태영의 눈앞으로 왔다.
“아, 나의 실수. 개새끼는 귀엽고 예쁘기라도 한데, 이건 웬 쥐새끼인가?”
“씨발 놈이.”
바로 고함과 함께 주먹이 날아왔다.
대기업에 다니고, 양복 입고 다닌다고 다 사람은 아니다.
그것을 여실히 보여 준다.
슬쩍 몸을 피했다.
팔이 지나갈 때, 염력으로 그대로 벽에다 처박았다.
~꾸웅~
복도의 벽은 모두 내력벽이다.
그 단단한 내력벽이 제법 울렸다.
정 과장이 벽에 찰싹 달라붙었다가 스르르 바닥으로 넘어졌다.
CCTV야, 짤 찍고 있지?
나는 이놈에게 손도 댄 적이 없단다.
“푸흐으으…… 퉤.”
피와 침에 섞인 이빨을 뱉어 냈다.
밖이 소란하자 메이스타 직원이 문 밖으로 잠시 나왔다.
하필이면 그 모습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냉아……히바…… 으냥 앙두게스.”
이빨이 빠져서인지, 입 안에 고인 핏물 때문인지 말이 샌다.
얼굴의 한쪽은 벌써 벌게져 팅팅 부어올랐다.
워낙 세게 부딪쳤기 때문이다.
“아이……바대리……혜차서, 내 힌구에게 저나해. 흐윽.”
박 대리?
그리고 경찰서, 자신의 친구에게 전화하라고?
그것도 빽이라고 동원해 보려는 모양이다.
정 과장은 일어서려다가 그대로 다시 고꾸라졌다.
얼굴만이 아니라 몸에도 타격이 컸을 것이다.
움직이기 쉽지 않을 텐데?
아마도 병원에 한 달은 누워 있어야 하지 않을까?
박 대리라 불린 사람이 놀라 다가갔다.
얼굴과 입에 피가 흥건하다.
코에서도 피가 흐른다.
몸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자신의 상관이지만, 더럭 겁이 나는 모양이다.
“119에 전화해서 병원으로 보내 주세요. 혹시 경찰이 오면 여기 CCTV로 모두 녹화되어 있으니, 영상은 증거물로 제출해 주세요.”
태영이 경호원에게 지시했다.
“네, 사장님.”
그때, 동영상을 찍고 있던 사람이 다가왔다.
“저, 제가 동영상 찍어 둔 것 있으니 이것도 보내 드리겠습니다. 경찰이 와서 조사하면 증언하겠습니다.”
동영상을 찍은 폰을 내보이며 말했다.
귀찮은 일을 자청해서 하겠다고 한다.
파파라치라 생각했는데, 호의를 가진 사람이었던 것 같다.
하긴, 정 과장이 보여 준 행태는 보는 사람조차도 짜증이 날 정도였다.
“아, 고맙습니다. 제가 만나도 되겠지요?”
대답은 메이스타에서 나온 총무과 직원이 했고, 바로 경호원에게 물었다.
“그럼요.”
“잠시 안으로 들어오세요.”
총무과 직원이 동영상 찍은 사람을 데리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사이에 경호원이 119에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 쪽에서 굳이 경찰에 신고할 필요는 없다.
고소를 하면, 조사할 때 증거 영상을 제출하면 되니까.
제가 주먹을 휘두르다가 제풀에 벽에다 처박았다.
가해자가 없는데, 경찰이 누구를 조사할까?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