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23
068. 인수 조건(2)
프로젝터에 비춰진 전경을 시작으로 회사 소개를 했다.
작은 건설 회사로 시작해서, 이제는 도급 순위가 제법 높은 상장 회사 미래건설.
역시 상장인 미래철강.
미래이오티, 미래에스티, 미래화학, 미래엔텍이 계열이다.
소개만으로 보면 회사는 모두 전도유망하다.
미래건설과 철강이 상장 회사답게 매출 규모가 크다.
미래이오티가 자리하고 있는 이곳.
화성 해안의 국가 산업 단지에 입주해 있다.
면적은 무려 3만 8천 평.
아주 넓은 부지를 가지고 있다.
~짝짝짝짝짝~
경영 지원 본부의 부장이 설명을 했다.
“잘 들었습니다.”
“고마워.”
“저희는 시작한 지 오래지 않아서 별 내용이 없으니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윙~
태영의 말에 정우진과 최재훈이 앞으로 나왔다.
정우진은 자신이 들고 나온 허리 높이의 작은 원통을 바닥에 세우고 스위치를 눌렀다.
~위이잉~
상단에서 파이프가 주르르 밀려 나오며 곧바로 천장에 고정되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행거 옷걸이와 같다.
다만, 모든 것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최재훈이 행거의 한쪽에 다른 원통을 걸고는 버튼을 눌렀다.
~찰칵~위잉~
촤악 펼쳐지는 앳윌플레이.
“와, 이게 뭐야?”
“이건…….”
다들 입이 벌어진다.
~팅~파라라랑~
최재훈이 장난처럼 앳윌플레이 한쪽을 손으로 툭 쳤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앳윌플레이가 진동했다.
정우찬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켜서 툭 건드렸다.
스마트폰의 내용이 앳윌플레이에 나타났다.
“지금부터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정우찬이 시작을 예고하며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아, 그런데 그게 대체 뭡니까?”
궁금하겠지.
“아, 이것은 우리 제품 앳윌플레이라 하고, 지금 설치된 것은 회의실용 2백 인치 이동형 모델입니다.”
“아, 그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그거와 다른가?”
박주한의 질문이다.
주위에 있는 임원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같은 것인데, 이건 아직 판매하지 않습니다.”
“그래요?”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것은 소형, 휴대용입니다.”
“그럼?”
“아직 상품화 예정이 없습니다. 이건 견본입니다.”
찰떡같이 알아듣고 대답했다.
“대단하네.”
“자, 이제 소개를 시작하겠습니다.”
정우찬이 폰을 만져 플레이를 시켰다.
제품에 대한 기술을 설명하고, 충전 배터리 어피션과 앳윌 제품 시리즈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불과 5분.
전기 자동차용은 소개하지 않았다.
“지금 설명 드린 제품은 앞으로 계속해서 선보일 제품의 두 가지입니다.”
“두 가지?”
“네, 앳윌 시리즈는 플레이, 이어폰, 키패드, 마우스, 폰 캐치를 한 제품군으로 보고, 어피션이 한 제품입니다.”
“플레이만 해도 수백 종이 나올 수 있지 않은가?”
“그것은 파생 모델이지 다른 제품은 아니지요. 예를 들어, 극장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5백 인치급이나 1천 인치급도 그냥 앳윌플레이입니다.”
“허.”
“이게 말이 돼?”
“전 세계가 평정되겠네.”
“특허는 있소?”
중얼거림 속에 질문을 한 사람은 연구소를 맡고 있다는 고윤철 부사장이다.
“특허 없습니다.”
“베껴 가면?”
“베껴 가라지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못 베끼는 제품인데 괜히 특허를 낼 필요가 없지.
“이거 기술 제휴해 줄 수 있는가?”
욕심이 안 나면 이상한 거다.
“기술 제휴를 바라시면, 어피션 십조, 앳윌플레이 십조입니다. 달러이고, 가격 협상은 없습니다. 대금 지불 방법은 전액 선불입니다.”
장난처럼 말했던 금액이 그냥 굳어진 케이스다.
그래도 이런 것은 말 꺼냄과 동시에 다시는 말을 꺼내지 못하도록 꺾어 두어야 한다.
“십조…… 달…….”
말을 잇지 못한다.
다들 ‘너 미쳤냐?’ 하는 표정이다.
“아마도 기술 제휴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흐으으음.”
불편한 헛기침 소리가 나왔지만, 그걸로 되었다.
이젠 태영이 정리할 시간이다.
“우리 제품은 특별한 제조 장비를 공급해 드리지 않으면, 생산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오늘 방문 목적은 회장님과 사전에 약속했던 것처럼 미래이오티 상황을 듣고, 협업을 하거나 다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터니테크 제품에 대한 기술 이전 등이 아닙니다.”
태영은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리고 이어진 현장 방문.
회의가 재개되었지만, 비슷한 말의 반복에 지나지 않았다.
“둘이 좀 보세.”
“네.”
다시 한번 자리를 만들기로 하고, 회의가 끝날 때 박주한 회장이 따로 보자고 했다.
“내 방으로 가지.”
박주한이 앞서고, 임원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
“어떠신가?”
“힘이 많이 드시겠습니다.”
박주한은 말하는 요점에 대해 간단히 대답했다.
“그렇지?”
“네, 미래이오티를 파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생각은 미국에서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했네.”
“그랬군요.”
“문제는, 구매자가 없다는 거지.”
웨슬라와의 계약 연장이 불가능하다.
대체 수요처는 없다.
회사를 매입해 봐야 설비는 고철이 된다.
건질 것은 공장 부지밖에 없다.
그러니 가격 협상이 되지 않는다.
그것이 현재의 고충이다.
“적정한 때에 팔지 못하면, 그룹 전체가 위험해.”
“계열사 간 상호 보증이 많나요?”
“상호 보증뿐 아니라, 계열사 차입금의 규모가 제법 크거든.”
“상환을 제때 못 하면 다른 쪽도 위험하다는 거군요.”
“그래, 맞아.”
“…….”
“사실, 자네 회사에서 만드는 어피션의 생산 외주를 받으면 현상 유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자네를 만난 것인데, 기술 제휴 없이는 외주 생산도 불가능하다면 포기해야 하는 것이 다음 순서일세.”
고충은 이해된다.
그래도 기술 제휴는 불가능하다.
“얼마나 예상하고 있습니까?”
“왜? 자네가 사게?”
“제가 무슨 돈이 있다구요.”
“그렇지. 그게 아무리 잘 팔려도 그사이에 천억 이상을 벌지는 못했을 테니.”
팔고 싶은 가격이 천억은 넘는다는 뜻이다.
천억 이상 보유하고 있는데.
“그 돈이면 대출금과 차입금은 다 갚을 수 있습니까?”
“겨우…… 그래도 제법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룹을 날리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제가 사 드릴까요?”
“농담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야.”
돈 없다고 말한 지 1분도 안 지났다.
천억이 옆집 강아지 이름도 아니고, 장난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알고 있습니다. 방법이 있으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방법?”
“펀드를 끌어올 수 있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 펀드가 회장님과 미래이오티를 보고 투자하지는 않겠지만, 저를 보고 투자할 수는 있으니까요.”
“그……게…… 그럴 수도…….”
“그거 제가 사 드릴 테니까, 조금 더 싸게 주십시오. 그게 가능하다면 미래철강에 선물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선물? 선물이라…….”
“철강업계에서 푸스코와 대기제철 두 곳이, 세계 50위권에 들어 있지요?”
“그렇지. 그 외에는 모두 고만고만하고.”
“제가 드리는 것으로 조금만 노력하시면 몇 년 안에 10위권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잠시…… 잠시만……. 우리 미래철강이 국내 몇 위권이나 되는지 아는가?”
“저는 모르죠.”
“40위권에서 겨우 턱걸이를 하고 있네. 자네가 말한 대기제철도 10위권에 든 적이 없고.”
“그것도 압니다.”
“우리는 거기의 백분의 일도 안 돼. 그런데 세계 10위권?”
말이 안 되지.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네.”
“후우~”
박주한 회장은 크게 숨을 내쉬고 눈을 감았다.
1분 정도 지나는 사이에 긴 숨을 몇 번 내쉰다.
“자네, 그 말 진담이지?”
번쩍 눈을 뜬 박주한 회장이 물었다.
“이런 중요한 일에 농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게 뭔지 말해 줄 수 있겠나?”
“그러죠.”
태영은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특수강 ‘미드나니움’ 소개 영상을 플레이시켰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원소 기호 표에도 없는 합성 물질이다.
세월이 아주 많이 지난 뒤에 제강된 철판이다.
미래의 뛰어난 기술로 합성된 것 중에 시기적으로 가장 가까운 미래에 만들어진다.
“허, 이이…….”
소개 영상을 보다가 잠시 멈추고 손가락을 뒤로 밀어 다시 본다.
“이, 이……게…….”
3분 정도에 지나지 않는 영상을 20분이나 걸려서 돌려 보고, 돌려 보고, 또 돌려 본 후에 폰을 책상 위에 그냥 툭 내려놓았다.
“이게 정말인가?”
“…….”
태영은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그거 내 폰으로…….”
“안 됩니다.”
말을 계속하기 전에 끊었다.
“그…….”
“특허 신청을 해 두었고 등록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래요?”
“특허권을 팔지는 않을 것이지만, 독점적 실시권을 회장님에게 저렴하게 드리겠습니다.”
독점 실시권이라는 말에 인상이 확 달라진다.
“자료는 미래이오티의 매각 절차와 특허의 독점 실시권 계약 후에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 그래.”
“다른 곳에서 실시권 요구가 있으면, 회장님과 합의하에 진행하고, 그게 진행되어서 받는 로열티는 회장님과 적절히 나누겠습니다.”
“으음, 흠.”
“방법은 변호사들이 찾을 거구요.”
“합의 안 되면?”
“그럼 회장님 혼자 생산하시면 됩니다. 그만큼의 제철소와 공장을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수요가 그만큼 있을까?”
“제가 생각하는 대로 된다면, 미래철강을 50배쯤 키워도 수요를 감당해 내지 못할 것입니다.”
“허…….”
“…….”
“정말이지?”
“네.”
“팔지.”
“…….”
“미래이오티. 다만…….”
“다만?”
“중국이 문제 될 소지가 있네.”
합금 과정을 통해서 생산하기에 비밀이 새어 나갈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그들은 해적이다.
전 세계의 최상의 기술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빼 간다.
로열티 없이 무단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그것을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나라.
“아, 그 도둑놈들이요? 막아 드리겠습니다. 완벽하게.”
“정말인가?”
“네.”
“방법은?”
“그건 제가 알아서. 다만, 완벽히 막아 드리겠다는 약속은 지켜질 것입니다.”
***
“정말 이렇게 갈 건가?”
간다고 하니 저녁도 먹지 않고 가느냐고 힐난이다.
“네, 가야죠. 펀드 쪽 만나야 하는데요.”
“그건 그렇네.”
임원들을 불러 모아, 거두절미하고 터니테크에 미래이오티를 팔겠다고 했다.
특허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계약이 완료될 때까지 비밀로 하기로 했다.
임원들이 절대 안 된다며 펄쩍펄쩍 뛰었다.
‘그럼 대책을 내놔라’ 하고 소리쳤다.
반대하는 임원들이 ‘일주일만 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동안 몇 달을 줬다. 기간이 더 필요한가?’라고 물었다.
‘그래도 일주일 정도는 더 해 보도록 하죠.’라고 했다.
‘일주일 안에 대책을 못 내어 놓으면 네 목을 걸 수 있나?’라고 물었다.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목을 내놓지, 사표 쓰지는 못하겠다는 거다.
그냥, ‘살릴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딴 소리는 몇 달 전에도 했다. 입 다물어라.’라고 소리쳤다.
그렇게 정리가 되었다.
“그럼, 다음 주 수요일에 계약과 함께 모두 처리하고 발표도 그때 하기로 하죠.”
미래철강에 독점적 특허 실시권을 준다는 것.
터니테크 단독으로 미래철강의 3자배정 유상 증자를 하는 것.
그것은 박주한과 단둘이 있을 때 약속했다.
천억이나 하는 회사의 매각 협상치고는 쉽게 진행되었다.
물론, 태영이 내민 다른 손에 들린 떡이 정말 크다.
박주한에게 있어서는 속전속결로 진행되어도 손해 볼 것이 없다.
여전히 얼굴이 붉고 입이 댓 발이나 튀어나온 임원들을 뒤로하고 태영과 일행은 차에 올랐다.
오직 한 사람 박주한 회장만 환하게 웃는 얼굴이었다.
“사장님, 여의도로 가신다구요?”
“네, 날 여의도에 내려 주고, 복귀하세요.”
“알겠습니다. 오늘 진행 내용은 내일 아침에 정리를 한 번 더 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럽시다. 보안 유지 잘 하시고.”
“네, 염려 마십시오.”
회사 간부들에게도 특허 실시권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3자배정 유상 증자 이야기 역시 하지 않았다.
직원들은 믿는다.
다만, 직원들이 믿는 또 다른 사람을 믿어도 되는지를 모르니 어쩔 수 없다.
[마스터.]“응.”
유제범 부장의 차에서 내려 혼자 걸어가는 중이다.
어머니가 만든 회사인 현베스트가 입주한 건물의 정문이 보이는 중에 위니가 부른다.
[방금 모친을 방문한 사람이 있는데, 자신을 박유진이라고 밝혔습니다.]“그게 왜?”
방문자야 늘 있게 마련이다.
다만, 특별한 경우에 위니는 태영에게 알려 온다.
[마스터 모친의 언니입니다.]“뭐?”
[네.]“그으래?”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혼을 반대했다.
그래도 결혼을 하자, 내쫓았다.
그런데 뭐?
어머니가 가족과 결별하게 된 이유를 말했을 때.
‘고아인 아버지와의 결혼으로 인해 혼자가 되었다.’
‘주위 모든 사람의 반대와 외할아버지의 완고한 뜻을 거역한 대가이다.’
‘손녀를 보면 마음이 바뀌실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서영이 너를 품에 안고 아버지와 함께 외가에 찾아갔을 때, 어디 감히 발길을 들이느냐? 너 같은 딸을 둔 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집 앞에서 집 안으로 발도 들이지 못하고 쫓겨났다고 했다.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제 와서 보고 싶어서?
“그건 아니지.”
저쪽에서는 어머니의 소재를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사이에 충분히 찾을 수 있었는데 찾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지금에 와서 찾고 싶었다고?
“그것도 아니지.”
농사를 지을 때는 찾아오지 않았다.
“어머니가 사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추론이 맞을 것 같다.
회사 입구를 지키는 인포메이션 데스크의 직원.
“사장님을 찾아왔습니다.”
“혹시, 약속하셨습니까?”
안내가 공손하게 물었다.
어머니 회사 개업식 때 못 본 얼굴이다.
그 이후에 입사한 모양이다.
“아뇨.”
“그럼 방명록에 기록해 두시면 여쭈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손님과 계셔서 뵐 수 없구요.”
“손님이 있어서 만나야 합니다. 참고로 저는 사장님의 아들입니다.”
“아, 그…… 네, 그럼 잠시만요. 여쭈어볼게요.”
안내데스크 직원이 약간 당황한 모습으로 인터폰을 들었다.
“아뇨, 알리지 마세요. 누가 와 있는지 압니다. 그리고 같이 만나야 해요.”
안내데스크 직원이 ‘그게 무슨 소리?’라고 물어보듯 쳐다본다.
위니가 보내 주는 영상.
지금도 두 사람이 말없이 앉아 있다.
영상을 보내 주기 시작한 지 5분 정도가 지났다.
여전히 별말 나누지 않고 있다.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감사합니다.”
안내의 말을 듣고 복도를 따라 들어갔다.
어머니와 방문객의 대화는 거의 없다.
단지, ‘오래간만이네?’라거나 ‘앉아’ 정도의 대화다.
그런 유의 말을 1분 단위로 한 번씩 주고받는다.
상대를 바라보는 표정에는 조금의 호의도 없다.
단지 노려보지 않을 뿐이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