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25
070. 스펠이 보낸 사람(1)
“그리고 또 하나는?”
“지난번에 준혁이 어머니 투자금이라고 했던 거요.”
“응, 그래.”
“그거 이제 준혁 어머니에게 공개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대리하면서 알리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다.
그렇지만, 내년에 종합 소득세 신고를 하려면 내용을 알아야 한다.
“준혁이는 아니?”
“준혁이도 모릅니다.”
“흠.”
“금액이 얼마나 불어났는데요?”
“지금, 250억 정도 된다.”
“와, 많이 불었네요.”
“그래, 많이 불었지.”
“일단 통장만 제게 주세요. 상황 설명을 드리고 어머니를 찾아가시라고 할 테니까.”
“그럴래?”
“네, 정식으로 펀드에 넣거나 다른 방법을 찾거나 하는 것은 어머니가 조언을 좀 해 주세요.”
“알았다. 그리고 다른 통장 하나는?”
이새봄의 통장 이야기다.
이새봄의 얼굴을 무단 도용한 자들.
그 회사를 파산시켰다.
자금은 모두 빼내고, 컴퓨터는 서버와 클라우드까지 찾아 모두 와이프아웃을 시켰다.
빼낸 돈은 여러 단계를 거쳐서 에런 젠킨스의 페이퍼 컴퍼니로 보냈었다.
이새봄의 증권 통장을 만들어 달라고 한 후에 돈을 그쪽으로 보냈다.
일련의 과정은 복잡했지만, 이젠 양지에 나온 돈이다.
“그건 아직요.”
“거기도 자꾸 불어나고 있다.”
“네.”
그래서 이새봄의 통장에도 돈이 많이 쌓였다.
딥 페이크 피해자는 이새봄 한 사람만이 아니다.
다른 피해자들도 많다.
그녀들을 찾아낼 수도 있다.
문제는, 찾아서 어쩔 건데? 라는 거다.
‘나쁜 놈들이 네 얼굴을 팔아서 벌어들인 돈이야. 너에게도 주겠다.’라고 말해?
오히려 태영이 범인으로 몰릴 가능성이 더 크다.
해명도, 설득도 쉽지 않다.
“그리고 네가 말한 그 예측 알고리즘 말이다.”
“3주 안으로 서버에 탑재해서 제가 직접 설치해 드릴게요.”
“그래, 기대하마.”
“로그인은 어머니만 가능합니다. 직원들에게 공개하면 안 됩니다.”
“그래, 그건 철저해야지. 우리가 준비할 컴퓨터는?”
이제 보니, 설명을 하지 않았구나.
“아, 그거 직접 만들고 있어요.”
설명은 이렇게 간단히 했지만, 결코 간단한 작업이 아니었다.
“직접 만들어?”
“네.”
“네 전공도 아닌데 어찌 알고?”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박유진이 박유은에게 모친에 대한 험담과 욕을 계속합니다.] [박유진은 남편의 회사가 파산 직전인데, 도움을 받으러 갔다가 창피만 당하고 왔다고 합니다.] [박유은은 한숨을 내쉬며 장단을 맞춰 주고 있습니다.] [박유은이 모친을 욕하지는 않습니다. 이건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위니로부터 상황에 대한 정보가 계속 들어왔다.
직접 들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어머니와 대화 중이라 참았다.
그런데 회사가 파산 직전이라.
회사의 설립과 폐업.
연간 10만 개 전후의 회사가 설립된다.
또 그 비슷한 숫자가 폐업한다.
법인과 개인 기업을 합친 숫자이지만, 그것을 듣고 태영도 놀랐다.
폐업에는 단순 폐업, 도산, 파산 등이 모두 포함된다.
박유진의 남편 회사가 파산 직전이라.
‘어머니에게 알려 줄까?’
‘아니야. 그럴 필요가 없지.’
파산하면, 상당수가 절대 빈곤층으로 추락한다.
박유진이 어찌 될지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아무튼, 그럼 3주 정도 기다리면 된다는 말이지?”
“네.”
[박유진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 울면서 하소연을 합니다. 전화 받은 상대는 남편으로 이름은 강해찬입니다.]“알았다.”
“혹시 어머니는 자금, 부족하지 않으세요?”
“아직은 괜찮은데, 왜?”
“그 사람은 돈이 넘치는 것 같으니까, 한 50억이나 100억 달러 정도 더 당기면 어떨까 해서요.”
“그렇게나 많이?”
“네.”
“하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특히 해외 주식에 손을 좀 대려면.”
3백억 달러나 잠자고 있다.
돈은 돌리라고 있는 것이다.
[강해찬이, 내가 한번 찾아가 보면 안 될까 하고 묻습니다.]별 이상한 놈을 다 보겠네.
“그럼 그 이야기해 볼게요. 가능한 한 많이 투자하라고 하죠.”
***
저녁 6시.
스펠, 변성준이 대신 만나 날라고 한 조백려.
그 여자와 약속된 시간이다.
“이 여자가 미쳤나?”
[목적과 의도가 불순합니다.]“그러니까. 이름밖에 들어 본 적이 없는, 그것도 여자가 저녁 식사 시간대에 호텔 룸에서 만나자고?”
커피숍도 있고, 식당도 있는데 굳이 룸으로 오라고 한다.
공개된 장소를 피해야 하다고 했다.
“대체 이 무슨 해괴한 일인지.”
태영은 멀리 호텔 간판을 바라보면서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아무리 일이라고 해도, 호텔 룸에 얼굴도 모르는 남녀가 만나자는 것이 말이 되는 거야?”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
“변성준 이놈은 정신이 있는 놈인 거야, 뭐야?”
일단 호텔 방향으로 걸었다.
“조백려, 이 여자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호텔로 오라는 거냐고?”
호텔 안으로 들어서기는 꺼려진다.
호텔 방은 타인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다.
그래서 장점은 있다.
“얼굴도 본 적이 없는 여자가…….”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해서 중얼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다.
호텔로 들어서면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들어가야 해?
“아, 그러면 되겠구나.”
좋은 생각이 났다.
안재희와 만났을 때의 장소.
단둘이 만나면서도 전혀 어색하거나 이상하지 않은 곳.
동시에 누구의 시선도 받지 않는 곳.
왜 이제야 생각났을까?
곳곳에 노래방 간판이 보인다.
(호텔 정문 우측 100미터 지점에 Y노래방이라고 있습니다. 그쪽으로 오실 수 있나요?)
문자를 보내 놓고, 회신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7분.
(호실을 알려 주십시오. 20분 후에 도착하겠습니다.)
답을 하는데 걸린 그 시간 동안 뭘 했을까?
일상에서의 7분은 아주 짧은 시간이다.
호텔 방에서 사람을 기다리는 중에 보낸 응답 시간 7분.
너무나 긴 시간이다.
문자를 못 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늦게 답을 한 데다, 20분 후에 온다고?
무언가 결말이 뻔한 클리셰 같다는 거다.
“위니.”
[네, 마스터.]“방금 문자 주고받은 전화기에 인태프 심고, 그 시간 이후 모두 녹음해 줘.”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추가 지시 있습니까?]“워처 보내고.”
[인태프 들어갔습니다. 지금 다른 곳과 통화 중인데 전달해 드립니까?]“응, 그리고 워처 도착 후부터는 영상도 보내 주고.”
[네, 마스터.]“저 여자 조사 좀 해 봐. 느낌이 싸한 것이 있어.”
[네, 마스터.]~딸깍~
태영이 기다린 지 30분.
알이 큰 검정 선글라스를 낀 여자가 문 사이로 보였다.
짙은 청회색의 니트 버킷 모자를 눌러썼다.
모자 아래로 드리워진 그늘로 인해 선글라스는 더욱 짙어 보인다.
베이지 컬러의 롱 코트에 짙은 브라운색 바지.
팔꿈치에 끼워진 블랙 토트백.
적색이 감도는 브라운 컬러의 로퍼 단화.
몸에 두른 것만 천 단위를 우습게 넘어가는 명품들이다.
12월의 날씨는 제법 쌀쌀하다.
버킷 모자와 롱 코트는 이해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언밸런스다.
이 밤에 짙은 선글라스라니.
“조백려입니다.”
문을 닫고 들어서자 깍듯하게 인사를 한다.
맞은편에 핸드백부터 내려놓고 얌전히 앉았다.
“안경.”
“…….”
“끼고 계실 겁니까?”
잠시 선글라스의 눈 방향이 태영에게 향했다.
머뭇거리는 느낌 후에 모자는 벗지 않고 어렵게 안경을 벗는데, 우측 눈 주위가 멍으로 가득하다.
주먹으로 얻어맞은 정도가 아니라면 생길 수 없는 정도의 타박상 흔적이다.
버킷 모자의 그늘이 있어서 멍든 자국은 더 검거나 더 붉게 보인다.
“허.”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는데 유혹의 몸짓이다.
‘선수 납시었네.’
“변성준이 한 짓입니까?”
“…….”
조백려는 눈물이 흐를 듯한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아니라고? 그럼 누가?
핸드백을 열더니 휴지를 꺼내 눈가를 찍어 내듯 닦는다.
눈가가 멍든 모습으로 버킷 모자의 그늘 아래로 보여 주는 저 행동이 참으로 묘하다.
“변성준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어떤 것입니까?”
“…….”
대답은 안 하고 한참 동안 휴지로 눈물만 찍어 낸다.
“……최근에 상속 배분 문제로 성준 씨와 형님 간에 마찰이 좀 있었습니다.”
성준 씨라.
남 앞에서 저렇게 이름을 친근하게 부른다.
자신과 각별한 사이라는 뜻을 내보인 것이리라.
“네.”
위니가 보낸 인태프를 통해 전화 내용을 듣지 않았으면 믿었을 것이다.
“최근 성준 씨에게 일어난 일이 있습니다.”
조백려는 변성준의 상황을 요약 설명했다.
그룹 오너인 변성준의 아버지가 조만간 일선에서 물러날 계획을 밝혔다.
자신이 물러났을 때, 회사를 어떻게 배분하여 상속할 것인지 정리했다.
변호사 입회하에 법적 절차도 마쳤다.
“성준은 매출 2백억 수준의 D케미칼에너지를 물려받는 것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준수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말을 들어 보니 충격이긴 했다.
“그룹 전체로 보면 매출이 15조 정도 됩니다.”
기껏 매출 2백억 정도 회사 한 개가 자신에게 배분되었다는 것.
불만이 없을 수가 없다.
항의도 하고 마찰이 많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거기까지다.
“성준 씨는 사생아입니다.”
“……?”
반전이군.
쉽게 밝힐 수 없는 한 사람의 인생 비밀이다.
그것을 말해 주는 사람은 ‘선수’이다.
“친모가 십여 년 전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에는 집안에서 천덕꾸러기가 되었습니다.”
“…….”
태영은 계속해도 좋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천덕꾸러기는 선택의 기로에서 반항아가 되어 갔습니다.”
‘정상적인 논리로 보면 반항아가 될 수밖에 없었겠네, 뭐.’
변성준의 아버지가 젊은 시절.
지방 공장의 가동을 위해 출장을 간 2년 정도를 주말부부로 지냈다.
공장 부근의 식당에서 늘 식사를 했다.
변성준의 어머니는 식당 주인아주머니다.
식당 주인은 요즘말로 돌싱.
친정에도, 시댁에도 연락을 끊고 사는 외로운 사람이었다.
‘세상에는 기구한 운명의 사람이 많기도 하지.’
변성준의 생모는 서울로 갈 수 없었다.
부친으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는 수준의 세컨드였다.
변성준은 생모의 손에서 자랐다.
그러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친부의 집으로 들어갔다.
“험난한 앞길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큰어머니라고 불러야 하는 그 여자, 형과 누나의 구박은 몇 번이나 자살을 시도할 만큼 힘들었다.
생모는 변성준이 대학에 입학하던 그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때부터 밖으로 나돌았다.
부친은 그런 변성준에게 가엽고 미운 이중적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찾아가면 돈은 쓸 만큼 주었는데, 그것을 모두 음주가무로 탕진하는데 썼다.
“그런데 성준 씨가 상속받기로 된 그 작은 회사마저 형이 빼앗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이 여자는 선수다.
짧은 시간에 설명한 내용.
전체 스토리의 흐름은 일목요연한데, 사이사이에 뭔가 비어 있는 느낌이다
‘NRS와의 관계도 맞지 않고, 거기서 대장이었는데.’
NRS에서의 변성준은 상상이 가지 않는 유형이었다.
갑자기 조백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곤 버킷 모자를 획 잡아채서 바닥에 던지고 발로 밟았다.
또, 두 손으로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부우욱~
코트의 목깃을 잡고 당겼다.
실밥이 터져 나가며 옷이 뜯어졌다.
추위를 막기 위해 입은 두툼한 외투다.
여자의 힘으로 당긴다고 쉽게 뜯어지지 않는다.
미리 실밥의 일부를 뜯어 두었다는 거다.
‘선수가 이제 시작하려는 거로군.’
태영은 속으로 그리 생각하면서도 놀라는 모습으로 조백려를 바라봤다.
~탕탕 타다당~
한 손으로 문을 마구 두드린다.
~쿵쾅~쿵쿵~
그리고 발로 문을 마구 찼다.
“아아아아악. 안 돼, 안 돼요.”
조백려가 비명을 질렀다.
노래방은 방음 수준이 높다.
그래도 들릴 정도로 충분히 큰 소리다.
문 바로 앞에서 혼자 아주 생쇼를 한다.
~쿵쾅~쿵쾅~
문을 당겼다가 밀었다가 반복했다.
소리가 나도록 마구 두드렸다.
웃으면 안 되는데 웃음이 나온다.
“왜, 왜 무슨 일입니까?”
드디어 노래방 주인이 왔다.
~타다다닥~
달리는 구둣발 소리가 마구 들려왔다.
“정 비서님.”
“왜? 왜요?”
큰 소리로 질문한 사람은 두 명의 남자다.
“허윽, 겨…… 경찰을 조…… 좀 불러 주세요. 저…… 저 사람이 나를 추행하려고…….”
그렇게 말하면서 손으로 목을 마구 문질러서 긁힌 자국을 만든다.
잘 하는 연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한다.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닌 것 같다.
“뭐? 야, 이 새끼야, 너 씨발 새끼, 넌 이제 죽었어.”
소리소리 지르면서 밖에서 삿대질을 하기는 했지만, 정작 방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특이하지.
“손님, 이거 뭐 하는 짓입니까?”
“야, 경찰에 신고해, 빨리. 아니 112에 신고하라고.”
노래방 주인이 소리를 질렀다.
조백려가 정 비서라 불렀던 남자가 경찰에 신고하라고 소리를 지른다.
뒤에서 한 명이 덜덜 떨면서 전화를 거는 시늉을 한다.
‘호텔 방 안에서 이 사달이 생겼으면 어쩔 뻔했어?’
호텔로 들어가지 않고 노래방으로 불러낸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전화를 엿들으면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제대로 엮어 보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위니, 송 기자에게 영상 보내 줘.”
애초 약속 시간보다 한참 늦게 노래방에 들어왔다.
변성준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시간이 제법 흘러 지금은 7시를 지났다.
[네, 마스터. 부연 설명할 것은 없습니까?]“지금 자해 공갈단에게 당하는 중이라고.”
[네, 마스터. 그리고 지금 경찰이 오고 있습니다.]“음.”
[경찰은 현행범을 현장 검거한다는 명목으로 바로 수갑을 채우고 경찰서로 끌고 갈 수도 있습니다.]“그래.”
“이 새끼,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는 거야?”
“남자 새끼가 힘없는 여자에게 주먹질을 하고, 추행하려고 했으니까, 너는 콩밥을 좀 먹어야 해.”
둘이 번갈아 가며 소리를 질렀다.
대치 형국처럼 서 있는 상태에서 경찰들이 들어왔다.
무장 경찰과 사복 경찰로 보이는 사람까지 여덟 명.
많이도 왔다.
오는데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경찰서가 어디쯤 있지?
퇴근 시간과 맞물려 교통난이 장난 아닐 시간이다.
그런데 경찰은 신고를 받고 5분도 안 되어서 도착했다.
‘기민하다.’
조백려는 재빨리 경찰들의 뒤쪽으로 도망을 갔다.
정복 차림 경찰 둘이 문 앞을 막았다.
노래방 안에는 조백려의 일행이었던 두 남자 중에 한 명과 사복 차림의 경찰 셋, 그리고 태영과 조백려가 있다.
합이 여섯인데, 노래방 가운데의 테이블을 한쪽으로 밀자 공간이 제법 넓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