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27
072. 실종자(1)
“안녕히 가세요.”
“네, 고생하셨습니다.”
태영은 조사관의 인사에 덤덤하게 대답했다.
조백려는 폭행 분장을 했고, 사기극을 벌렸다.
사전에 막혀서 사건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변호사가 주장했다.
한참 동안 실랑이를 했지만, 결국 풀려났다.
그것도 태영보다 10분은 빨리 나갔다.
세상 참 불공평하지.
“같이 사진 좀 찍어도 돼요?”
조사실을 벗어나 로비 쪽으로 나가는 태영을 불러 세운 사람은 여자 조사관이다.
“찍어 드리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쓸모가 있어요?”
피식 웃으며 물어보는 태영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웃으며 셀카를 찍었다.
“그래도 유명인과의 셀카인데.”
유명인은 무슨.
시간도 많이 지났고, 태영이 전역한 지도 제법 되었다.
세상은 항상 스펙터클하게 움직이니, 새로운 일들이 계속 발생한다.
그럼 태영의 일도 기억에서 사라질 때가 지나지 않았나?
“수고하셨습니다.”
“네, 잘 가요.”
조사관과도 인사를 하고 나왔다.
로비 입구에는 전조등에 불을 켠 두 대의 자동차가 길을 막고 서 있다.
자동차 뒷문에 조백려가 기대어 서 있다.
분장은 말끔히 지워졌다.
조백려가 몸을 바로 세우고 태영에게 다가왔다.
“어찌 알았어?”
함축된 뜻을 포함한 질문이다.
“그게 궁금해?”
“그럼?”
“앞으로 내가 널 어찌할지 그게 궁금하지 않아?”
“네까짓 게 뭐 어찌하겠어?”
“네까짓 것이라.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네?”
“당연한 거 아냐?”
“그나저나 한국어는 언제 그리 완벽할 정도로 배웠어?”
“어……?”
그 말을 듣고서야 놀라는 반응이다.
말을 들으면 한국인이 맞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한국에서 자란 완전한 한국인이다.
“그 정도면 아무도 눈지 못 챌 거야. 그렇지만, 나에게는 통하지 않아.”
잠시 멍해 있는 조백려의 곁을 지나쳤다.
~우우우우웅~
조백려로부터 열 발자국 정도 떨어졌을 때 울리는 전화 진동음.
“왜?”
전화를 받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조병원이다.
조백려에게 당한 것의 화풀이는 아니다.
이렇게 만만하게 대해도 되는 사람도 아니다.
조병원과는 이상하게 이렇게 얽혔다.
[아야, 귀청 찢어지겠네.]“왜 전화했는데?”
[전화로 할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 얼굴 좀 보자.]“미쳤나?”
며칠 뒤도 아니고, 내일도 아니고 오늘?
지금 밤 9시가 넘었다.
조백려와의 일 때문에 저녁도 못 먹었는데.
[만나야 해.]“뭐 중요한 일 한다고 유세는.”
[너희 사무실 부근이다.]앞에 와서 전화한 거라고?
“30분만 기다려. 가서 전화할 테니까. 앞에 기자가 서 있으니 더 걸릴 수도 있고.”
저 앞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송미려 기자.
그 옆에 한 명의 일행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다른 기자들에게는 연락하지 않은 것 같다.
번잡스럽지 않아서 다행이다.
동영상까지 보냈으니, 몇 마디 이야기는 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오늘 여러 가지로 피곤한 신경전을 벌렸다.
그런데 늦은 시간에 조병원을 또 만나야 하다니.
“못된 사람들 참 많아요.”
통화가 끊어지기를 기다린 송미려 기자의 첫마디다.
“착한 사람들이 더 많아요.”
“직업 특성상 착한 사람보다 나쁜 사람을 더 많이 만나는 우리라서.”
틀린 말은 아니네.
~우우우웅~
전화창에 떠 있는 사람은 어머니다.
“네, 어머니.”
송 기자에게 눈짓으로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래니? 그 여자가 너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그 짓을 해?]“이제부터 알아봐야죠. 그런데 어찌 아셨어요?”
사건 발생하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다고 하면 조금 이상할 것 같아 그렇게 대답하며 물었다.
[네 아버지와 식사하고 나오다가 TV에서 봤다.]“그래도 이제 잘 끝났으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래, 알았다.]“부모님?”
전화를 끊자 송미려 기자가 물었다.
“네.”
도움을 받았으니, 질문에 성실히 대답해 줄 시간인가?
조사실 안에서의 동영상을 전해 줘야지.
‘갑질 변호사의 삿대질’ 이런 이름으로 혹시 나오려나?
변성준에게 오늘 일에 대해 경고를 해 줘야 하는데.
미루자.
변성준에게 받을 빚이 하나 생겼다.
이걸 어떤 식으로 받아 낼까?
조백려까지 쌍으로 받아 내야 하는데.
***
“그래서 티베트에 조사를 가는데 동행을 해 달라?”
티베트에서 수십 명이 증발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증발 사건이다.
사장실에 마주 앉은 조병원은 보안 유지를 먼저 요구했다.
저나 잘하지.
내용은 티베트 지역에 불과 며칠 전에 발생한 증발 사건.
거기를 조사하는데 함께 가자는 것이다.
조사의 주체는 NASA와 CIA.
양쪽 모두 태영과 이미 만난 적이 있는 사이다.
태영에게 연락하지 않고 국정원으로 연락해 온 것이다.
“그래.”
“내가 왜?”
“나도 잘 모르겠지만, 좀 해 줘라. 부탁하자.”
“그러니까 부탁 말고 이유를 말해 봐. 내가 왜?”
“…….”
태영이 다시 묻자 입을 다문다.
모른다는 뜻인지, 보안 등급 때문에 말 못 한다는 뜻인지.
“지금 티베트는 중국 땅이야? 아니면 티베트 독립국이야?”
“중국이지.”
하여튼 이상한 나라야.
“미국과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잖아?”
“부대 실종 사건 조사는 중국도 중요하니까.”
“아무튼 안 돼.”
“가려고 물어본 거 아냐?”
“대학 안 나왔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지금이 12월인데, 방학하기 전에 기말고사야. 거기 갔다 오면 출석 일수가 부족하고, 시험공부는 또 언제 해? 유급하라는 말이야?”
“하, 그게…….”
“…….”
조금 난감하지?
사실, 시험은 이미 끝났다.
수업 일수만 채우면 된다.
대학을 졸업한 지가 제법 오래되었을 조병원으로서는 태영이 이렇게 말하면 황당할 것이다.
확인해 보면 금방 들통 날 거짓이지만, 뭐 어때?
~띵동~
현관에 누가 왔다는 벨 소리가 들렸다.
“잠깐 기다려.”
태영은 지갑을 찾아 사장실을 벗어났고, 곧이어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치킨 상자를 받아서 들어왔다.
[마스터, 유재구 민정 수석 후보에서 탈락했습니다.]사장실로 돌아가는 중에 위니로부터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효과가 있었군. 그래도 단번에 끊지 말고, 1주 간격으로 몇 가지는 더 올려 줘.”
[네, 마스터.]“와, 그거 치킨이야? 맥주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고소하고 향긋한 치킨 냄새에 코를 벌렁거리는 조병원이 물어왔다.
“내 저녁이야. 욕심내지 마.”
“아직 저녁도 안 먹고 뭐 했어?”
“내가 조병원처럼 한가한 줄 아나 봐.”
“아, 씨. 그래 너 잘난 줄은 아는데, 그걸 떠나서 이 많은 걸 혼자서 다 먹을 수 있어?”
“내가 다 먹건, 아니면 남겨서 버리건 무슨 상관이야?
~와작~
이미 냄새에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던 조병원.
태영이 치킨을 깨무는 소리에 치킨 상자에 손이 다가왔다.
~탁~
“내 치킨에 손대면 손목을 확 잘라 버릴 거야.”
“너, 진짜 무서운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거 알아?”
그렇게 말하며 은근슬쩍 치킨을 다시 집어 갔다.
한참 동안 사장실에는 치킨 냄새와 먹는 소리만 가득했다.
“내가 해결해 줄게.”
“뭐를?”
치킨을 먹느라 처음부터 하던 대화가 잠시 중단되어 있었다.
해결의 의미를 뻔히 알지만 모르는 체하고 물었다.
“학교 출석 일수. 시험은 네가 알아서 치르고.”
“또, 그 하찮은 권력을 이용해서 학교에 압력 가하려고?”
“아니, 정부의 업무 지원으로 공적인 일을 하는 거지. 협조를 구하는 것뿐인데 하찮은 권력이라니?”
“하찮은 권력 맞지. 그리고 그게 미국 정부 일이지 우리 정부 일이야? 정신이 없는 사람이네, 이 사람이.”
“……아, 좀. 너 이젠 나에게 반말이 입에 붙었구나.”
“꼬우면 네가 내게 존대를 하든지. 그럼 같이 존대해 준다니까.”
조병원과는 존대와 반말을 두고 벌이는 이 논쟁이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조병원은 꿋꿋하게 지적만 할 뿐 태영에게 절대로 경어를 쓰지 않는다.
자존심 상해서 안 하는 것이겠지만.
“하, 씨. 아무튼, 그걸 해결해 주면 동행 가능해?”
“일당은 얼마나 줄 건데?”
“무슨 일당?”
“그럼 자원 봉사를 하라는 말이야? 무슨 또 말도 안 되는 소리야?”
“…….”
그건 생각지도 않은 모양이다.
하긴 생각하는 것이 늘 그렇지.
“조병원이야 나라에서 국민에게 세금 걷어서 월급 꼬박꼬박 지급해 주니까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겠지만, 나는 나라에서 월급 받는 사람이 아니잖아?”
오히려 세금을 내고 있지.
“그…….”
그리 따지면, 조병원이 받는 월급에는 태영이 내는 세금도 포함되어 있네?
“나, 일당이 좀 센 거 알지?”
“정말 너하고 못 해 먹겠다. 다른 일로 바꿔 달라고 하든지, 아니면 복귀 신청을 하든지 해 야지.”
“나도 그래.”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태영에게는 조병원이 편하다.
어차피 당분간은 누군가가 담당할 것이다.
그나마 조병원과는 얼굴을 안 지도 오래되었다.
그리고 서로 잘 알고 있기에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또, 서로에게 불편한 이야기를 이렇게 장난치듯이 할 수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는 사이니까.
다만, 조병원도 편한지는 모르겠다.
그것까지는 태영이 알 바가 아니지만.
“한번쯤 져 주면 안 되냐?”
“그러지 뭐. 경비 일체는 모두 그쪽에서 부담하고, 일당은 만 불. 기간은 7일을 넘기지 않는 조건에 선불, 그리고 위험 수당은 별도로 후불.”
사실, 거기 가 봐야 소용없는데, 왜 가려는 거지?
“……어?”
조병원의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왜?”
태영이 부르는 금액이 너무 적나?
“야…… 야…….”
“일주일 지나면 그냥 와 버릴 거야. 위험 수당을 산정하는 이유 알지?”
“뭐라고 하는 거야?”
“조사에 동행하게 되었을 때, 보나마나 중국 MSS에서 함께하거나 방해하거나 할 거 아냐?”
“아, 그…….”
“때에 따라 목숨 걸어야 하는 거 아냐? 그러니 위험 수당은 당연히 있어야지.”
“……허, 미치겠네.”
태영이 엄청난 요구를 하기 때문인지, 머리가 그것을 해석하기에 벅차기 때문인지.
이상한 소리만 한다.
일당을 말할 때부터 얼굴이 노래졌었다.
“왜? 조병원의 부탁대로 져 준 건데?”
“하…… 진짜.”
“언제 갈 건데?”
“어……?”
그것도 쉽게 대답하지 못할 이야기다.
조병원은 말을 잃어버렸다.
“지금 이야기한 것들 수용 안 되면,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 잊어 주시고, 간다고 해도 이번 주에는 출발 못 해.”
“잠깐, 잠깐. 일당 뭐?”
일당은 이야기한 지 제법 시간 지났는데, 이제 와서 웬 뒷북?
“일당 깎자는 어이없는 협상 카드는 내밀지 말고.’
“야.”
“그 조건으로 하든지 말든지.”
“야, 야.”
“위험 수당은 육탄전, 총격전, 구금이나 형무소 수감이 일어날 경우, 일당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아지는 것도 알지?”
“야이, 야이…….”
“구분해서 금액 말해 줘?”
“아, 아…… 아니야. 듣고 싶지 않다.”
“조병원도 같이 가는 거야?”
“아, 그…… 보호 차원에서?”
“누가 누굴 보호해?”
거기서 목숨 걸고 싸울 일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
혹시 그럴 일이 생기면?
대테러 요원도 아닌 조병원이다.
목숨 걸고 전투를 해 본 경험이 있을까?
대체 누가 누굴 보호하겠다는 뜻인지.
“……그, 아무튼 나도 간다.”
“또, 같이 가는 사람 중에 내가 이미 아는 사람이 있나?”
“나중에 알게 될 거야. 이제 가야겠다.”
“왜, 치킨 남았는데, 마저 먹고 가지?”
“에이, 너하고 이런 이야기 계속하면 내가 내 명에 못살 것 같고, 또 마저 먹으면 체할 것 같다.”
“실컷 처먹고 배부르니까 헛소리는.”
“그래, 그래. 배부르다. 터질 만큼.”
조병원이 한 소리 하고 배를 툭툭 두드린 후에 떠났다.
태영이 말한 일당이나 위험 수당이 터무니없긴 하다.
그래도 내부에 보고하고 NASA와 협의를 할 것이다.
이 비용을 한국 정부에서 지급한다면 보나 마나 최저 임금이겠지.
유쾌하지 못한 상상을 잠시 했다.
조병원을 보낸 태영은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10시가 가까워서 야근조도 퇴근했을 것이다.
[이야기 끝났어?]통화가 연결이 되자마자 박준혁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응.”
[그럼 지금 갈게. 다른 애들도 몇이 퇴근 않고 있는데, 같이 가도 돼?]“아니, 너 혼자.”
[그래, 알았다. 얘들아, 혼자 오란다. 먼저들 퇴근…….]전화가 끊어지기 전에 그들에게 하는 말소리의 일부가 들려왔다.
10분 후.
박준혁이 사장실로 들어왔다.
태영은 박준혁을 기다리는 사이에 커피를 준비해 두었다.
“어서 와.”
“음, 치킨 냄새.”
평소 다른 사람이 있을 때와는 달리, 둘만 있는 것이니 편안해 보인다.
한 명은 사장이고, 한 명은 아르바이트생이다.
친구임을 모든 직원이 아는데도 조심했었다.
“오늘은 사장과 직원 관계가 아닌 친구로 이야기하자.”
“그야, 좋지. 손님이랑 치킨?”
박준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치킨 냄새에 대해 물었다.
“오늘 저녁을 놓쳐서 그걸로 대충 때웠다.”
“아무리 일이 바쁘더라도, 제때에 밥은 먹고 살아야지.”
“그래서 챙겨 먹은 거야.”
“늦게까지 일하면서 저녁 식사 시간에 네 얼굴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사는 게 그렇지 뭐.”
태영은 대충 대답을 얼버무렸다.
어머니에게서 받아 온 통장을 꺼내 박준혁의 앞으로 내밀었다.
“뭔데?”
“봐라.”
“헉.”
박준혁이 통장을 열어서 몇 장을 넘겼다.
통장에 있는 이름, 다시 금액을 본 후에 그대로 굳었다.
“이…… 이게 뭐냐?”
한참 후에 말문을 열었다.
침착하려 애를 써도 떨리는 몸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이마에 땀방울도 맺혔다.
살면서 들어 보기는 했을지 모른다.
자신의 손에 들린 어머니 이름의 통장.
그곳에 표시된 250억의 돈.
물론 대부분이 주식에 들어가 있다.
그러니 기준 시가로 총 잔고가 표시되어 있다.
그 액수에 몸이 후들후들 떨릴 수밖에 없다.
“지난번에, 어머니 퇴직금하고 위자료 이야기, 기억하고 있지?”
“그…… 기억하지.”
“그게 그거야.”
“이…… 아무리 그래도 이…… 이게 말이…… 돼?”
아마 자신은 말을 이리 더듬고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간략히 설명해 줄게.”
태영은 이렇게 된 상황을 요약해서 설명해 줬다.
석탄광을 빌미로 사기를 치려던 사람.
회삿돈을 횡령하기 위해 가담한 회사의 임원.
거기에 넘어간 도연태.
사기꾼에게 송금한 것을 가로채기로 빼내고, 합법적인 돈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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