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31
076. 실종자(5)
“저는 한 열흘 정도 자리를 비우게 됩니다.”
모든 것이 끝나고, 차기원과 단둘이 남게 되었을 때 말을 꺼냈다.
“해외?”
“네, 얼마 전에 티베트 지역에서 또 증발 사건이 생겼다고 합니다.”
“언론에 나오지 않았는데?”
“나사 쪽에서 조사를 나갑니다.”
“잠깐, 잠깐. 왜 나사에서 움직이는 거요?”
“그게, 그런 현상이 생길 때 우주 에너지가 크게 변화하는 현상이 생긴다는 걸 나사 측에서 발견했답니다.
“아…… 그래서…….”
“네, 그래서 CIA를 통해 국정원에 요청해서 저에게 조사에 참여해 달라는 요구를 해 왔습니다.”
“티베트라. 중국에서 오케이 했다고 하오?”
차기원도 중국이 어찌 나올지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아직 거기까지는 말해 주지 않았습니다.”
“음, 내가 괜한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안 가는 방법은 없소?”
차기원은 고위직 공무원으로 있었다.
아무래도 위험에 대한 염려가 들기 때문이리라.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제, 우리 단체는 최 사장이 희망입니다. 다치지 말고 무사히 돌아와야 하오.”
“네, 그리하겠습니다.”
해외 일정에 대한 것은, 부모님과 누나에게 알려야 한다.
회사의 직원들에게도 알려야 한다.
비록 실제적인 내용과는 상관없이 쉽고 편한 출장이라는 느낌을 주도록 해야 하고.
***
[어서 와. 지금 어디쯤?]공항버스에서 내리며 전화를 하자, 위치를 물어왔다.
“2번 게이트 입구.”
[그럼 그리 들어와.]백팩은 등에 메고, 공항 카트에 등산 배낭과 도르르 말린 동계 침낭을 얹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조병원과 류지현이 보인다.
둘 다, 등산용 패딩 파카 복장에 선글라스를 끼었다.
그들 외에도 두 명이 더 있었다.
저 애들은 선글라스를 왜 저리 좋아할까?
그 둘도 선글라스인데, 느낌상 국정원 요원처럼 보인다.
“어서 와.”
“아직 입금 전이야. 안 갈 수도 있어.”
류지현의 고개가 홱 돌아왔다.
뭐라고 중얼거리는지 입술이 움직인다.
“왜? 기분 나빠?”
“…….”
선글라스에 가려져 눈빛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쌍심지를 켜고 있을 것이다.
“인사도 하기 전부터…… 싸가지가…….”
류지현의 말이다.
“그래, 알아.”
그래도 약속은 어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지키려고 약속하는 거야.
속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포켓 주머니에서 선글라스 SG-7을 꺼내서 끼었다.
바로 류지현의 선글라스 안쪽의 눈동자가 보였다.
불꽃이 일어날 기세다.
조병원이 요원 한 명에게 눈짓을 하자, 그가 전화를 걸었다.
{얼굴 보자마자 입금되지 않았다는 말부터 한다. 거 이왕 할 거면 빨리 처리하지 않고, 왜 그딴 일로 문제를 만드나?}
작은 말소리가 들렸다.
~삐링~
얼마간 공항이 어떠니, 비행시간이 어떠니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
신호음이 들려 태영은 폰을 들여다보았다.
은행 계좌에 돈이 입금되었다는 작은 알림 창이 떴다.
“흠, 들어왔네. 이제 가도 되겠네.”
“흥.”
아무래도 류지현과의 앞일이 걱정된다.
이 일이 끝나고 나면 피차에 만날 일이 없을까?
느낌이 그렇지 않다.
그보다 앞으로 8일간을 함께해야 한다.
마찰이 계속될 것 같았다.
곤란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태영도 류지현의 행동이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다.
“위성전화기.”
태영의 말에 조병원이 다른 두 요원을 불렀다.
두 명과 류지현은 태영을 노려본다.
‘야, 얘들아. 너희는 선글라스 속에 감춰졌다고 생각하겠지만, 내 눈에는 다 보인다. 그러니 조심 좀 해 줄래?’
이리 말하고 싶지만, 참지 뭐.
“자, 네가 위성 전화 쓸 일이 뭐가 있을지 모르지만, 쓸 줄은 알아?”
류지현이 자신의 백팩에서 위성 전화를 꺼냈다.
그것을 태영에게 넘기며 잊지 않고 한 소리 한다.
“내가 너 같은 줄 알아?”
“뭐?”
봐, 얘의 주특기는 ‘뭐?’ 하고 소리치는 것이 맞다.
“걔들은?”
위성 전화를 켜 보고, 배터리 잔량과 신호 상태를 확인했다.
다시 전원을 끄고, 백팩에 밀어 넣으며 물었다.
“가다가 말해 줄 테니 일단 가자.”
“그러지 뭐.”
“혹시 중국 공항 검색에서 압수될 만한 물건 같은 거 없지?”
“그걸 내가 어찌 알아?”
“무기류나 칼, 화약 같은 거 있느냐는 거지.”
“내가 그런 것이 있을 리가. 그런데 병원이 하고, 지현이는 그런 거 있지 않아?”
“너 뭐야?”
류지현의 반응이 더 차갑다.
성을 빼고 이름만 불러서 그럴 거다.
“글쎄, 문서상으로는 합의가 되었지만, 실은 조금 걱정이다.”
조병원의 말을 들어 보면, 소지하고 있는 모양이다.
총기를 소지하지 않고 가기는 쉽지 않은 곳이지.
두 명의 요원은 일반 승객이 들어가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세 사람의 등산 배낭은 모두 한 대의 공항 카트에 실렸다.
다른 요원이 밀고 들어갔고, 세 명 모두 작은 백팩만 메고 걸었다.
역시, 권력이 좋긴 좋아.
“주머니에 있는 물건 모두 꺼내 주십시오.”
뭐야?
검색 안 하는 줄 알았다.
까만 양복 정장을 입은 사람 십여 명이 기다리고 있는 전용 검색대가 따로 있다.
태영의 등산 배낭에 있던 내용물.
이미 옛날 시골의 빨래터에 널린 빨래가 되어 있다.
그 모습을 힐끗 보고 백팩은 내려서 통째로 밀어 줬다.
주머니에 있는 물품들은 모조리 꺼내 놨다.
조병원과 류지현은 아주 재미있어하는 표정으로 태영을 바라본다.
“잘났다. 그래.”
에이씨, 불공평해.
두 사람은 국정원 요원이라고 아예 검색 자체를 안 한다.
“이건 뭡니까?”
선글라스 케이스와 셀레네 1개, 그리고 PR-1 권총과 디테미어가 든 천 주머니를 들면서 물었다.
셀레네는 볼펜처럼 생겼고, PR-1 권총은 그냥 사각형으로 과거의 보조 배터리 같은 모습이다.
디테미어는 소형의 루빅큐브처럼 보일 뿐이다.
“직접 꺼내 보세요. 내가 뭐라고 하든 눈으로 확인할 것 아닙니까?”
기분 나쁜 표정으로 물건을 꺼내 이리저리 보았다.
그래 봐야 안경집과 볼펜, 그리고 작은 사각형의 물건이 전부다.
“이건 뭡니까?”
“보조 배터리입니다.”
외견상으로 보면 완벽하게 보조 배터리 맞다.
보조 배터리는 한쪽으로 툭 던져 버린다.
“이건 등록해 두셔야 귀국할 때, 관세를 물지 않습니다.”
태블릿을 손에 들고 흔들며 하는 말이다.
이 사람들이 제 물건 아니라고 깨져도 좋다는 것처럼 툭툭 던져 버린다.
싸대기를 한 대.
에이 참자.
“네.”
“그리고, 이거…….”
“앳윌플레이요.”
“이것도 등록해 두셔야 합니다.”
“그러세요.”
아니, 뭐 지들 요원들의 동행인 소지품을 이렇게 꼬치꼬치 따지는지.
별것도 없구만.
빨래터 수준으로 널려 있던 옷가지는 등산 배낭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렇지만 태영이 정리해서 넣었던 것처럼 하지 않았다.
그냥 마구 쑤셔 넣는 수준이다.
“성도에서 만날 거야.”
게이트 안쪽으로 들어갔다.
다른 사람들과 적당히 떨어지자, 조병원이 귓속말처럼 했다.
“중국 성도?”
“거기서 만나 1박하고, 라싸 공가라는 곳으로 가는 중국 국내선으로 갈아탈 것이라 했어. 나도 거기까지만 알아.”
“뭔 정보가 그따위야?”
더 물어봐야 조병원에게서 더 이상 나올 정보가 없다는 뜻이다.
“저기 앉아서 기다리지.”
조병원이 의자를 가리켰다.
“저는 면세점 좀 둘러볼게요.”
류지현은 한마디 툭 던지며 면세점으로 들어갔다.
“야, 너.”
류지현이 사라지자 조병원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듯 한다.
“왜?”
“류지현 나이가 좀 있어도 어려 보이는 데다, 저렇게 예쁜 사람을 보고도 넌 넘어가 주지도 않아?”
“몇 살인지 모르니 어린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서른하나.”
어려 보이기는 하네.
나이는 알아도 모른 척하는 거지만.
“예쁜 거하고 내가 넘어가는 것이 무슨 상관?”
“참, 대단해.”
“아, 왜?”
“다른 사람들이 류지현에게 눈 돌아가는 거 안 보여?”
“뭐? 승객들이 강 뭐라든가 그 이야기하는 말은 들었어.”
“강?”
“몰라. 관심이 없었으니 거기까지만 기억에 남아 있어.”
“너, 배우 강한아 몰라?”
“강한아? 배우야? 그런데 그 배우가 왜?”
“넌, TV 안 보고 사냐?”
“그래, 안 보고 산다.”
“너, 혹시 조선 시대 사람이야?”
“바보 아니야? 나랑 같이 있는 조병원도 조선 시대 사람인가?”
“아무튼, 류지현이 강한아 빼박이잖아?”
“강한아는 모르겠지만, 류지현과 닮았다고?”
“닮은 정도가 아니야, 착각할 정도라고. 그런데 너 미스코리아 출신 그 강한아를 진짜 몰라?”
어지간히 강조하는 것 보니 팬심인지 사심인지 구분이 안 간다.
“내가 알아야 해?”
“아, 그건 아니지만.”
“조병원의 말을 빌려 해석하자면, 류지현이 지 예쁜 줄 알아서 저렇게 콧대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뭐 이런 거야?”
조병원은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한 성질 하더구만.
“와, 황당하네? 어찌 해석이 그리되냐?”
“황당할 것도 없다.”
비행기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조병원은 계속 떠든다.
그냥 사람 구경이나 하지.
“많은 사람들이 대표 미인 하면, 전시현이나 김태이나 송혜주 아니면, 손이진이나 한소미 같은 사람을 꼽지만, 내가 보기에는 강한아가 제일 예쁘거든.”
“나라에서 월급 받으면서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배우들 조사나 하는 거야?”
“야, 쫌. 누가 조사를 한다고?”
“그럼 뭐 하느라 줄줄이 이름을 대는데?”
“인터넷에 이름만 치면 사진이 수천 장은 나와.”
“그건 조사 아냐?”
“그게 왜 조사야?”
“팬이 검색하면 관심, 국정원이 검색하면 조사인 거지.”
“어이구, 말을 말자. 그리고 예쁜 사람을 보면 팬심으로 알아보기도 하고 그러는 것이 사람 아니냐? 나도 남자인데? 인지상정이지.”
“부인도 알아? 그 말 내가 전해 줄까?”
“야, 나 싱글이야.”
“뭐 했대? 그 나이에 결혼도 못 하고?”
“마음에 맞는 짝을 못 찾아서 그렇다, 왜?”
“아, 그랬어? 예쁜 배우들만 눈에 가득 차서 제 짝이 될 사람은 눈에 보이지도 않지?”
“너는 꼭 말을 해도.”
그때 눈앞에 그림자 하나가 다가왔다.
“뭔 이야기를 그리 재미있게 해요?”
조병원이 말한 강한아, 아니 류지현이다.
고개를 들고 보니 화장하지 않은 수수한 얼굴이다.
방금까지 예쁘다고 강조해서 그렇게 느껴지나?
조병원의 말처럼 예쁘기는 하네.
그래도 이새봄이 훨씬 더 예쁜 것 같은데?
사람마다 자기 스타일이란 것이 있으니 다 같을 수는 없겠지만.
“조병원이 싱글이라는데, 알아? 그리고 강한아에게 꽂혀서 다른 사람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는데, 혹시 그것도 알아?”
~탁~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병원의 손이 날아왔지만, 슬쩍 막아 냈다.
“류지현이 강한아 빼박이란 말도 하던데.”
그러자 두 주먹이 동시에 날아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피하고 막았다.
“에이, 남자들이란.”
류지현은 한마디를 뱉어 내며 고개를 돌렸다.
“여자들도 그렇더구만. 뭐 거기서 남녀를 구분하냐?”
한마디 한 태영이 탑승구를 가리켰다.
“야, 인마. 류지현은 애인 있다고. 그것도 재벌 아들이야.”
류지현과 적당하게 거리가 떨어지자 조병원이 냉큼 한마디 한다.
“그래.”
“알고 있었어?”
“방금 말했잖아?”
“어이구, 내가 말을 말자.”
***
4시간 반이나 걸린 비행.
~우웅~우웅~웅~
여러 개의 톡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비행 중에 온 것이리라.
(최태영, 꼭 좀 만나자. 동생 문제다. 진짜 중요해.)
마구 넘기며 대충대충 보는 중에 이한봄에게서 온 톡이 있었다.
여러 번 연속해서 보냈고, 몇 번이나 중요함을 강조했다.
(나 지금 중국. 10일쯤 걸릴 거야.)
그렇게 회신을 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지?
“시간 맞춰.”
조병원의 말에 1시간 늦추어 중국 표준시로 맞추었다.
“이 넓은 땅에 단일 표준시라니.”
참 공산주의다운 발상이다.
연변은 서울보다 더 동쪽에 있다.
그래도 서울보다 1시간 늦다.
그런 쓰잘머리 없는 생각을 하면서 걸었다.
“문제 안 될까?”
“문제 될 것 같았으면 두고 오지 왜 가져왔어?”
무기 이야기다.
조병원과 류지현의 무기는 보안 요원이 와서 압수해 갔다.
공문 보내서 승낙을 받았다고 항의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나마 구금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그 말이 그 사람들에게 통할 거라고 그렇게 따지냐?”
태영이 조병원에게 투덜거렸다.
“그럼 안 따지냐?”
“대체 거기서 그것 때문에 지체한 시간이 얼마냐?”
“공문 주고받았고, 혹시나 해서 사본도 가져왔어.”
조병원이 화난 표정을 풀지 않고 진지하게 말했다.
“저거 분명히 안 돌려줄 거야.”
태영도 장난스러움을 접었다.
“어찌 알아?”
“뻔하지. 되놈들을 그리 몰라?”
“그러네. 혹시 CIA도 무기를 압수당했을까?”
“그럴걸.”
“그럴 거라고?”
“당연하지.”
“거기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데, 무기 없이 가면 안 되는데.”
조병원이 백팩에서 위성 전화를 꺼내 들었다.
“This is F and P. (여기는 F와 P다.)”
[Choi, with you? (최, 함께?)]“He also come. (그도 역시 왔다.)”
바깥의 소란스러움에도 수화기를 통해 들리는 상대의 말은 지극히 생략된 어법이다.
“가지.”
전화를 끊은 조병원이 공항 카트를 밀었다.
류지현과 태영은 그 뒤를 따랐다.
이런 때 ‘어디로?’ 하고 묻는 것은 바보다.
주차장 어딘가에 CIA이든 NASA든 누군가가 차에서 대기 중일 테니까.
“위니, 감시자 있어?”
[……감시자는 없습니다.]미국에서 통신할 때처럼 그렇진 않지만, 그래도 미세하게 딜레이가 생긴다.
놈들이 신호 발생 장치를 심었다.
하긴, 총기가 나왔다.
그래서 보안 요원들이 거의 열 명쯤 왔다.
등산 배낭과 동계 침낭을 뒤집어엎었고, 심지어 칼로 등산 배낭 내부의 천을 찢기까지 했다.
신호 발생 장치 같은 것을 심을 수 있는 시간과 기회는 충분했다.
위니와의 대화를 위해 일부러 간격을 벌렸다.
“알았어. 인근에 군부대나 경비대 같은 곳 몇 개소 확인해서 무기고 위치 알려 줘.”
[……네, 자료는 태블릿으로 전송해 드리겠습니다.]“태블릿 위치 발각 염려는 없나?”
[……그것도 조치해 두겠습니다. 그리고 마스터, 곳곳에 있는 CCTV에서 안면 인식 앱으로 분석되어 정보 전달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뭐?
“지울 수 있지?”
[가능합니다.]“내가 중국 땅에서 움직이는 동안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지워 줘.”
[네, 마스터.]이거 생각해 볼 문제이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