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32
077. 실종자(6)
“야, 뭘 중얼거리냐? 빨리 안 따라오고?”
간격이 벌어지자 류지현이 발을 멈추며 태영에게 소리쳤다.
“저게 아무것도 모르면서.”
태영은 속으로 열 받았지만, 내색 않고 따라갔다.
“그리고 원형 베어링을 만드는 곳이 있는지 확인해 줘. 그게 없으면 포인터 핀이나 밀링 핀을 만드는 곳이라도.”
[……네, 찾아서 자료 보내겠습니다.]~덜컹~
조병원이 주차장 표지판을 확인하면서 가는 길에 주차 중인 밴의 운전석 창문이 내려왔다.
“F? from Korea? (F? 한국에서?)”
“Yeah, it’s us. (그래, 우리야.)”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CIA 요원일 것이다.
그래도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냥 맞다고 대답해 버린다.
“Get on. (타.)”
셋은 등산 배낭을 한쪽 어깨에 대충 걸친 채 밴에 올랐다.
“쉿.”
각자 배낭을 놓고 자리를 잡자 태영이 조병원을 툭 치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다음, 조병원의 등산 배낭을 뒤집었다.
“왜?”
“쉿.”
조병원이 묻기에 다시 조용하라는 신호를 했다.
배낭 하단의 끈이 연결된 재봉 부위.
거기를 살짝 벌리자 작고 얇은 장치가 꽂혀 있다.
케이스에 든 것이 아니다.
크기를 줄이기 위해 검은색 몰딩용 에폭시에 담근 것이다.
그렇게 처리하면 두께가 얇다.
부품 표면이 보이지 않으면서 아주 단단한 케이스가 되는 방법이다.
태영은 그것을 빼내지 않고 조병원에게 보여 주었다.
배낭을 메고 다니는 동안에 이 장치가 빠지지 않도록 처리까지 해 두었다.
“뭐……?”
류지현의 놀라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다가 말았다.
조병원과 류지현, 그리고 태영은 각각 다른 방에서 짐 검사를 받았다.
소지품에서 나온 무기가 가장 문제였다.
중국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고 했다.
문서로 그 사실이 이미 통지되었고, 사본도 있다고 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 이유로, 각각 다른 방으로 끌려 들어가 정밀 조사를 받았다.
방이 다르기에 위니로부터 실시간 영상을 받아 볼 때 저걸 봤다.
류지현은 한국 땅 같으면 모조리 성추행으로 고발당할 만큼 치욕적인 몸수색을 당했다.
소지품 수색을 한다면서 남자 보안 요원 놈이 수색 대상 여자의 젖가슴은 왜 잡고서 조몰락거리는 것인지.
류지현과 사이가 좋지 않지만, 그래도 벽을 부수고 옆방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놈을 피 떡이 되도록 뭉개 버리고 싶었다.
그럴 수 없으니 열불만 올라왔었다.
태영의 지갑에 들어 있던 현금 중에 백 달러 두 장을 한 놈이 슬쩍했다.
에이, 더러운 도둑놈 새끼들.
“뭐야?”
“What’s that?”
틈새의 신호 발생기를 본 조병원.
운전석에 타고 있던 CIA 요원도 고개를 돌려서 물었다.
“Signal Device. (신호 발신 장치.)”
“뭐? 그걸 어찌 알아?”
조병원이 태영을 보고 물었다.
“와, 그 개새끼들.”
류지현은 유난히 격하게 반응한다.
원래 한 성격 하기는 했다.
몸수색을 할 때 당했던 수치스러운 기억까지 합쳐진 반응일 것이다.
“It could be in your bag, too. (너의 가방에도 있을 수 있어.)
태영은 대답 대신 CIA 요원에게 말했다.
“What?”
이 위치에 신호 발신기를 꽃아 넣었을 줄은 생각지 못했을까?
다만, 위치로 봐서 작정하고 찾아보기 전에는 눈에 띄는 자리가 아니다.
“야, 그거 빼내.”
류지현이 말하면서 손이 등산 배낭으로 왔다.
~탁~
태영이 그 손을 쳐 냈다.
“아야, 썅.”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일부러 좀 세게 쳐 냈더니 아픈 모양이다.
“Wait, think about it. (기다려, 생각 좀 해 보자.)”
태영의 말에 류지현을 말리던 조병원도 CIA 요원도 행동을 멈추었다.
신호 발생기를 꽂아 넣었다는 뜻은, 뒤를 추적하겠다는 뜻이다.
일행이 중국 국내 항공편을 이용하여 라싸로 간다는 것은 저들도 안다.
그럼, 왜 신호 발생기를 라싸에서 넣지 않고 여기서 넣었을까?
이것은 위치 신호를 전송하는 것이 아니다.
신호 발생기다.
그렇다면 라싸에 도착해서 어딘가로 이동하기 전까지는 제거할 필요가 없다.
“야, 그게 거기 있는 걸 어찌 알았어?”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사이에 류지현이 답답했는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맨날 사람 잡아가 심문하던 버릇인가? 심문하듯 말하네?”
“에이씨.”
류지현이 투덜거린다.
“그리고 어떻게 아느냐는 것이 중요해? 아니면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가 중요해?”
국정원이 사람을 잡아가 심문하는 것을 지금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아, 그건 모르지.
아무튼 얘네들 기를 죽일 때는 역사 속에서 등장했던 그 이야기가 아주 효과적이다.
“이…….”
류지현이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며 분을 참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런 유의 장치를 달았다는 것은 앞으로 우리 뒤를 따라오겠다는 뜻이야. 그렇지?”
CIA 요원은 반응이 없다.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니 무슨 소릴 하냐는 듯 바라본다.
“그래.”
조병원의 대답이다.
“이 장치는 라싸까지는 그냥 달고 가야 해.”
“꼭 그럴 필요가 있어?”
류지현, 얘는 생각을 도통 안 한다.
아니면, 조사실에서 열 받은 것이 아직 가라앉지 않아서인지.
“Is it correct that China has agreed to this investigation? (중국이 이 조사에 동의한 것이 맞아?)”
류지현의 말은 무시하고 CIA 요원에게 물었다.
여전히 저놈 이름은 모른다.
“I don’t know anything about the decision. I have to ask my boss. (그 결정에 대해 내가 아는 바는 없다. 내 보스에게 물어야 한다)”
뭔가 초장부터 꼬인다.
이번 일이 결코 수월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 같다.
대체 CIA는 일을 어떻게 처리한 것일까?
미국과 중국은 서로 간에 아주 앙숙이다.
거기에 한국과 태영은 왜 끼어들게 된 것일까?
“그렇다고 하네. 잘해 봐.”
태영이 시크하게 조병원을 향해 말했다.
그리고 의자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아 버렸다.
“너는 이 일에 아무 상관없는 듯 말한다?”
류지현의 목소리다.
“너희 둘이 내 보호자로 왔잖아?”
“야, 씨.”
“비록 너희 둘이 다 죽더라도 죽는 그 순간까지 날 보호해 줄.”
“하…….”
“후우~”
조병원의 한숨과 류지현의 깊은 숨소리.
이 일을 시작하면서 위험을 염두에 두긴 했다.
시작부터 이럴 줄은 몰랐지만.
태영의 직감에 위험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밴은 쌍류 국제공항을 빠져나갔다.
멀리 가지 않고 공항 인근의 공항 호텔로 들어갔다.
[공항 경비대 무기고, 공안 무기고, 베어링 제작하는 두 곳, 태블릿으로 정보 전송합니다.]호텔 입구로 밴이 들어갈 때, 위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응.”
이 정도 대답이야 쉽다.
그냥 헛기침으로 알아들을 수도 있으니까.
CIA 요원을 따라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방은 복도를 가운데 두고 있는 구조로, 각각 독방으로 배정받았다.
“See you here in 30 minutes. (30분 후에 여기서 봅시다.)”
동행해 왔던 CIA 직원.
방문 앞에서 메모를 한 장씩 건네주었다.
룸 넘버가 적힌 메모다.
“제법.”
방 가운데 칸막이 형태로 세워진 벽이 있다.
그것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침실, 한쪽은 응접세트가 있는 구조다.
제법 훌륭한 방이다.
칸막이는 침실과 응접실을 구분하는 정도이지, 벽은 아니다.
응접세트에 앉았을 때, 침대가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태영은 일단 태블릿으로 무기고와 공안의 무기고 위치를 확인했다.
무기고는 호텔로부터 3킬로미터.
베어링을 만드는 곳은 공단 지역에 있는 듯하다.
태영에게 무기는 필요 없다.
다만, 멀리 있는 대상에게 직접 달려가기보다는 베어링을 무기로 쓰는 것이 좋다.
던지면 총탄의 역할을 할 것이다.
무기는 털어서 조병원과 류지현에게 주면 된다.
라싸로 가는 비행기는 거의 매일 운항한다.
오늘 밤중에 그것들을 구해서, 보안 검색이 끝난 라싸 행 화물 속에 포함시켜 둘 생각이다.
“내일 우리가 타고 갈 라싸 행 비행기에 실릴 화물은?”
훌렁 옷을 벗고 샤워장으로 들어가며 물었다.
[화물 번호, 보관 창고 번호 전송하겠습니다.]“쌩큐 위니, 그 화물은 이미 보안 검사가 완료된 건가?”
[네, 마스터.]성도에서 라싸로 이동하는데 필요로 하는 정보들.
샤워를 하면서도 충분히 들었다.
***
“Joseph?”
쪽지에 표시된 룸으로 올라가자 낯익은 인물이 있다.
안에는 조셉을 포함하여 7명이 있다.
공항의 주차장에서 대기해 있던 그 사람도 있다.
뒤이어 조병원과 류지현이 들어왔다.
우리 쪽 셋이 포함되어도 붐비지 않을 정도로 방은 크다.
“(미스터 최, 다시 만나 반가워.)”
“(나도 반가워.)”
실은 반갑지 않다.
이번 일의 원흉은 이놈일 것이다.
“(앞으로 며칠간 함께할 사이이니 소개가 필요하겠네.)”
조셉이 미소를 띠지 않은 창백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Blake.”
첫 번째 소개한 사람.
처음 만나서 반갑다거나 하는 표시조차 없다.
블레이크가 이름인지 성인지도 모르겠다.
얼굴에서 표정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싸늘하게 굳어 있다.
몸 전체에서 느껴지는 강철 같은 투기만이 팽팽하게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
“Xavier.”
자비에르는 주차장에서 기다렸던 사람이다.
여기서 보니 날렵한 뱀파이어 같다.
“Oswald, And Troy.”
장대같이 큰 키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오스워드.
그 옆에 키가 조금 작은 사람이 트로이다.
트로이 목마의 그 트로이?
모두 성은 이야기하지 않을 모양이다.
“Allison”
날이 잘 벼린 검 같은 기세를 가진 여자.
얼굴 전체에 잘게 깨진 얼음 조각이 자르르 흐르는 것 같다.
“Gili”
역시 짧게 이름만 말한다.
두 여자 중에 앨리슨은 CIA, 길리는 NASA의 연구원일 것 같다.
“Well. Due to the nature of this mission, please call it by code name only. (이번 임무의 특성상 코드 명으로만 불러 주시기 바랍니다.)”
조셉이 저는 소개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새끼들이 말이야.
그럼 우리에게도 코드 명을 붙여서 오라고 하던지.
만일에 일이 터져서, 싸우다가 포로가 되면?
혹시 어딘가로 끌려가서 고문이라도 당했을 때, 이름을 밝히면 안 된다, 뭐 그런 뜻이다.
조셉 설리반이야 이미 만난 적이 있으니 예외로 하고.
다른 일행도 이름을 밝히지 못하겠다는 거다.
“최.”
조셉의 말이 끝나고 태영을 쳐다보기에 성만 말했다.
조병원과 류지현이 태영을 힐끗 쳐다본다.
“Fault.”
“Princess.”
공주라니?
순간적인 눈치라면 작명 센스 굿이다.
여기 모두가 공주님으로 부르게 될 것 아닌가?
조병원이 지은 폴트보다는 훨씬 나아 보인다.
“촌스럽게 폴트가 뭐냐, 폴트가. 진짜 병에 걸리고 싶나?”
“야, 좀.”
그런데 잠깐, 폴트와 프린세스?
공항 주차장에서 말했던 F 와 P가 그거였어?
저희들은 이미 이런 상황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태영에게는 코드 네임을 이야기해 주지 않은 거다.
이것들이 아주 그냥.
생각 같아서는 조병원의 뺨을 잡고 볼에서 뜯어지기 직전까지 당겨 주고 싶었지만, 타인들이 많아서 참았다.
“Lovely princess. (사랑스러운 공주님.)”
블레이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처음엔 싸늘했던 인상이었는데, 류지현이 마음에 들었나?
저도 뜻밖이었다는 의미겠지.
앞으로 항상 공주님이라고 부르려면 조끔 부담스러울 것이다.
“(혹시 너희는 무기를 압수당하지 않았나?)”
다들 인사가 마무리되자 조셉이 조병원에게 물었다.
“(중국 측과 그 문제는 분명하게 처리하지 않았나?)”
조병원이 물었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다는 듯 두 손을 펴서 위로 향하게 했다.
어깻짓까지 했다.
“(분명히 그렇게 협의되었다. 그렇지만, 이곳 사람들은 그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중국 스타일이야. 그거 몰라서 그러는 거 아니지?)”
태영이 한마디 거들었다.
놀라기는, 진짜 몰랐던 거야?
룸서비스로 식사를 했다.
앞으로의 조사 방향을 포함해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도 무기에 대한 문제는 그 누구도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들 말로는 성도의 미국 영사관에 연락을 해 봤지만, 그들도 답답해 죽겠다는 반응이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조병원은 그 자리에서 한국 영사관에 연락을 했다.
고위직과는 통화 자체가 안 되었다.
아무런 책임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미안하다, 우리 위치에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개새끼들, 일을 하는 건지, 쳐 자빠져 놀기만 하는 건지.”
조병원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태영은 피식 웃었다.
***
~띵동~
태영은 류지현의 방 입구에서 벨을 눌렀다.
CIA 측과 이야기를 나누어 봤지만, 뾰족한 방법이 나오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각자의 방으로 가 있을 때, 조병원으로부터 와 달라는 연락이 왔다.
야심한 밤에 남녀가 같은 방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인지.
거기에다 조병원은 ‘공주님 방이다. 좀 보자.’ 그랬다.
지랄.
~딸깍~
문을 열어 주는 조병원의 뒤로 보이는 방 안.
류지현은 팔짱을 낀 채 서성거리고 있다.
“어서 와.”
“왜?”
“질문도 좀 앉고 나서 해라. 야, 류…… 아니 프린세스 정신없으니까 너도 좀 앉아라.”
“네.”
류지현이 입을 댓 발이나 내밀었다.
앙탈하듯 몸을 털고는 소파에 펑 소리가 나도록 털썩 주저앉았다.
“두 사람은 코드 네임을 써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내게 말해 주지 않은 거지?”
“넌 코드 네임이 없잖아? 필요도 없고. 그리고 그 사람들 모두 네 이름은 알아.”
조병원의 설명에 납득하면서도 기분은 나쁘다.
이유와 상관없이 한 대 때려 주고 싶다.
“용건.”
“다들 내려온 뒤에 나 혼자 쟤들 다시 만났거든.”
“그런데?”
“포기하고 돌아가느냐, 아니냐 고민하고 있더라구.”
“이런 상황이 될지 몰랐다는 거네?”
“그래, 그래서 본부와 통화를 해 보고, 지시를 받아 결정한다고 하는데, 느낌상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아.”
“왜?”
“그들 말로는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하더라구.”
“그런데?”
“그 상황을 눈앞에서 목격한 사람도 있는데, 사람은 상관없지만, 흔적은 곧 사라져.”
그렇겠지.
“측정 장비까지 잔뜩 가지고 온 모양인데,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거지.”
가 봤자 아무것도 건지지 못할 거라고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되지만.
“그래서 내게 말하고 싶은 게 뭐야?”
“저들이 끝까지 가자고 하면 갈 거냐고.”
“나야, 돈 받았으니 가자고 하면 가야지.”
“참, 태평이다.”
잠시의 침묵.
“그런데 왜 무기 때문에 그리 고민하는 거야? 무기 없다고 문제가 생기나?”
태영이 물었다.
“거기가 좀 그런가 봐. 그래서 꼭 무기를 소지하고 가려는 것이고, 중국 정부는 소지를 못 하게 막는 것이고.”
무기를 구해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지만,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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