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34
079. 실종자(8)
무기 가방을 들었다.
지게차의 이동 방향을 사각으로 잡았다.
화물을 공항 밖으로 실어 낼 자동차들이 주차해 있는 곳으로 갔다.
경비가 지키고 있는 문으로 나가려면 서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없는 서류다.
“소란이 필요한데. 위니.”
[……네, 마스터.]“내가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차 몇 대 추돌시킬 수 있지?”
주머니에 반쯤 꽂아 두었던 장갑을 끼며 물었다.
[……소란이 필요하시다면, 불을 지르는 것이 어떻습니까?]“어디에?”
그때, 아이미어에 지도와 함께 적색의 위치 표시가 떴다.
[……여기 다른 곳으로 실어 갈 화물이 있는 곳입니다. 화재가 쉽게 일어날 수 있고, 화물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면, 창고 입구와 정문이 허술해질 것입니다.]“좋아. 시작하자.”
잠시 기다리자 소리 없이 연기와 불길이 솟아올랐다.
~왜애애애애앵~
~왜애애~
사이렌 소리와 동시에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불길을 보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자동차 몇 대도 불길이 일어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태영은 화물차들 사이에 주차된 소형 밴 트럭에 무기를 싣고 밖으로 이동했다.
출입구에 선 경비원이 손을 들었지만, 염력으로 경비원을 묶어 놓고 그대로 달려 나갔다.
사이드 미러로 보이는 경비원의 표정이 재미있다.
주택가 사이로 빠져 산자락 아래까지 달렸다.
이곳의 산들도 몽골의 산과 비슷하다.
“위니, 얼굴 복구.”
[……네, 마스터.]간지러움을 느끼며 자동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무기가 든 가방만 꺼낸 후 장갑은 벗어 던졌다.
시동은 그냥 걸어 두었다.
가방을 들고 구릉과 계곡 사이로 날듯이 달려갔다.
자동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빠른 속도.
장애물도 상관없다.
단지, 먼지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속도를 조절했다.
***
10분 후.
조병원과 만나기로 한 마을 강퇴진.
강가에 숲과 나무가 우거진 곳으로 이동해 가방을 던져 놓고 주저앉았다.
조병원 일행이 이곳까지 오는데 30분 이상 걸릴 것이다.
“그나저나 설명을 어찌하지?”
무기가 든 가방을 보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저것이 그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다.
문제는 구해 온 방법을 설명할 길이 없다.
“걱정하면 뭐 해? 우기는 수밖에 없지.”
그래도 걱정은 걱정이다.
“우기는 놈이 이기는 거지. 정치인들이 늘 하는 수법이잖아?”
생각을 그리 정했다.
백팩 속에 넣어 둔 손가방을 꺼내, 베어링 한 봉지를 뜯어서 부어 넣었다.
손가방이 작지만 베어링도 작기에 가방 한 개에 한 봉지가 들어갔다.
두 개의 손가방에 모두 채웠다.
그러고 나니 할 일이 없다.
~띠리리리~
한참 동안 시간을 죽이고 있는데, 백팩 속에서 소리가 들린다.
위성 전화?
전화벨 소리가 촌스럽기도 하지.
“음.”
통화 버튼을 누르고 낮은 소리만 냈다.
[야, 너 살아 있어?]“살아 있냐니? 무슨 질문이 그따위야? 내가 죽기를 바란 거야?”
[야야, 걱정되어서 그런 거지. 그나저나 우리 방금 공항을 벗어났는데, 여기 완전히 아비규환이야.]“왜?”
[공항 내 건물 한곳에 불이 나서 소방차 출동하고, 안전 요원들 총출동하고 아주 난리 났다. 넌 어디냐?]“강퇴진.”
[뭐? 왜 거기 있어?]“왜? 여기서 만나기로 했잖아? 빨리 와.”
시계를 보니 조병원과 헤어지고 40분이 지나 있었다.
[다들 너 어디 갔느냐고 난리인데?]“기억력이 올챙이야? 어서 오기나 해.”
[아주 번개네, 번개. 아무튼 간다. 기다려.]통화 종료를 눌러 전화를 끊고, 전화기를 보았다.
위니와 통신 상태 체크를 해야 하는데, 그걸 잊고 있었다.
“위니.”
[……마……트……말……간…… 잘려……니다.]역시, 예상대로 통신이 심각한 문제다.
강퇴진의 통신 환경이 어떠한지 모르겠지만, 벌써 말이 잘려서 들린다.
대략 해석해 보면, ‘마스터 말씀이 중간중간 잘려서 잘 들리지 않습니다.’ 정도다.
공항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곳을 벗어나자마자 바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위성 전화를 들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위성 전화를 요청했던 것이다.
위니와 통신하기 위한 방안은 만들어 두고 왔다.
태영의 책상 옆 보조 테이블 안에 위성 전화 중계 장치를 준비해 두고 왔다.
“위니.”
[……네, 마스터. 이제 잘 들립니다. 위성 전화 상태는 양호합니다.]“다행이다. 앞으로 통신이 잘 안 될 수 있으니까 참고하도록 하고, 연락은 위성 전화로 할 테니까.”
[……네. 마스터, 한 가지 중요한 보고 사항 있습니다.]“응.”
[……손용인의 병실에 그의 부친이 다녀갔습니다.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곳에서 불러 주시면, 대화 내용과 영상을 전송하겠습니다.]손용인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
성격이 독한 놈이기에 만일을 대비해서 워처를 붙여 두고 있었다.
하필 이곳에 와 있을 때, 애비가 찾아오다니.
통신이 원활하지 않고, 귀국 일정을 조절할 수도 없는 곳이다.
“그래? 손용인 애비는 어디 있다가 이제야 나타난 거야?”
[대화의 내용으로 봐서, 베트남에서 가벼운 범죄로 구치소에 수감되어 조사를 받았습니다.]“그래?”
[네, 조사 후 무혐의로 구치소에서 나오자 즉시 귀국했고, 도착 후 병원부터 찾아갔습니다.]“그래, 일단 영상을 보고 판단하자. 그리고 인태프를 심어 두도록 해. 느낌이 안 좋아.”
이놈들은 베트남이 도피처야?
손용인이 하는 모든 행동.
애비에게서 배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병실에 와서 부친이라고 밝힐 때 인태프는 심었습니다. 또한, 주요 활동 지역과 회사들의 현황도 파악해 두었습니다.]“잘했어.”
***
“What the hell are you? (넌 대체 뭐냐?)”
“What the hell? (대체?)”
조셉과 오스워드의 비명이다.
그들이 타고 온 밴으로 가져간 가방이 반쯤 열리자 내지른 소리다.
“Don’t ask. Don’t ask me. (묻지 마, 묻지 마라.)”
태영은 미리 협박을 좀 할까 하다가 그냥 그 정도만 했다.
“Ahh…….”
조셉이 다시 입을 열려 했다.
엄지와 검지로 조셉의 아래위 입술을 한꺼번에 잡았다.
“Did you tell me not to ask? Didn’t you? (묻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몇 번 흔들며 묻지 말라고 강조했다.
말이 끝나고 놓아주었지만, 그래도 화를 내지는 못하지.
~철컥~
다른 차에 타고 있던 앨리슨.
총 한 정을 꺼내 들고 노리쇠를 당겨 보았다.
“Bullets? (총탄은?)”
현실적인 질문이다.
태영이 손가락으로 다른 가방을 가리켰다.
“So hot. (멋져.)”
앨리슨은 엄지척을 하고는 총탄이 든 가방 쪽으로 갔다.
“Oh, there are grenades too. (오, 수류탄도 있어.)”
가방을 열자마자 수류탄부터 꺼냈다.
“진짜, 너 뭐냐?”
조병원이 손가락 끝으로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물었다.
“아프다.”
“진짜 뭐냐고?”
“아프다니까.”
“야이 씨.”
“그리고 몰라서 물어? 전역하기 전에 그렇게 열나게 취조해 놓고?”
취조는 다른 사람이 했지만, 한 무더기로 취급했다.
“하! 이걸 고마워해야 하는 거야? 아니면?”
“고마워하면 돼.”
“허?”
“혹시나 너희들이 반항 한번 못해 보고 죽을까 염려되어서 구해 왔다.”
“그건 잘했다.”
“이거 돈 받는 것이 맞는데, 그나마 참는 줄 알아라.”
“흥, 나중에 한국 가서 두고 보자.”
류지현이 콧방귀를 뀌는 소리가 들린다.
“널 여기 묻어 버리고 갈 수도 있어.”
“방금 한 말 취소.”
태세 전환 빨라서 좋다.
총을 구해 줘서 그런가?
“너희 둘이 같이 묻어 주면 저승 가서 고맙다고 할 거냐?”
조병원에게 물었다.
조병원이 류지현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
“야이 씨.”
“왜? 둘 다 솔로 아냐? 같이 묻어 주면 얼마나 좋아?”
“난 끌어들이지 말지?”
류지현이 뒤에서 한마디 톡 쏜다.
“그 말은 네가 먼저 했거든. 기억 안 나?”
그래, 티베트에서 묻어 줄 수도 있다는 말을 자신이 했으니까.
“…….”
입을 다문다.
“머리가 나쁘거나, 제 생각밖에 할 줄 모르거나.”
결국 속을 긁는 소리를 한마디 더 했다.
불꽃이 나올 것 같은 눈길이지만, 눈만 돌리면 되는걸.
“Relax, princess. (진정해.)”
그때, 블레이크가 태영과 류지현의 기 싸움을 무마시키려는 듯 말했다.
“Good.”
바렛 복제판으로 보이는 저격 총을 한번 툭툭 친 블레이크가 태영에게 엄지척을 하며 웃는다.
어쨌거나 무기를 구해 줘서 고맙다는 거겠지.
“Although, unauthorized.”
전후가 생략된 단어, 불법 복제품이라고 한다.
중국은 IT 부분에서 숨 쉬듯 해적질을 하고 있다.
무기에서도 로열티 한 푼 지급하지 않고 그대로 복제하여 사용한다.
그들은 모든 지적 산업 부분에서 해적질을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역사와 문화, 예술 분야도 훔쳐 가려고 기를 쓴다.
그 모든 것을 무단으로 복제해서 사용하는 집단이니 무기의 불법 카피는 일도 아니지.
“Next plan? (다음 계획?)”
태영은 조셉을 향해 단문으로 물었다.
“(이건 생각지도 못해서…….)”
총에 대한 것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말이다.
맹하긴.
“(원래 계획이 있었을 것 아냐?)”
무기를 압수당하고 난 후에 계획의 수정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해서 물었다.
“(일단 오늘 라싸에 가서 셰르파를 구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야.)”
“(셰르파?)”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은 자동차로 갈 수 없어.)”
고달프게 생겼지만, 태영에게는 아무 상관없다.
셰르파를 대동해서 가야 한다면 저들이 힘들어질 것이다.
“(라싸에 도착하면 가능한 한 외출을 삼가 줘. 그리고 신호 발생 장치 제거하는 것은 거기 가서 의논하기로 하고.)”
저들의 가방에 붙은 신호 발생기도 호텔에서 확인했고, 제거하지 않았다.
그런데 외출을 삼가라고?
거기까지 가서 그 유명한 포탈라궁을 구경도 하지 말라는 말이야?
몇 가지 전달 사항, 해야 할 일들을 이야기한 후에 무기는 자신들의 짐으로 덮어서 감추었다.
“저거 주인이 누구야?”
자동차가 출발해서 다리를 건널 때, 조병원이 물었다.
“성도 공항 경비대.”
“성도?”
“맞아.”
“와, 그런데 저 정도면…… 그럼, 무기고를 털었단 말이야?”
“맞아.”
“어떻게? 그게 가능한 이야기야? 그것도 혼자서? 아, 그보다 언제?”
“새벽에.”
“와, 씨. 이놈 진짜.”
“더 이상 묻지 마. 이제 대답 안 해 준다.”
“성도에서 여기까지 어찌 싣고…….”
“묻지 말라니까. 꼭 한 대 맞아야 그만하는 애들도 있는데, 너도 때려 줄까?”
“야이 씨, 기가 막혀서 그렇지.”
“그럼, 귓구멍 막아.”
“저거 무게가 엄청난데, 혼자서 들 수나 있어? 그리고…….”
“입.”
태영은 최병원의 아래위 입술을 잡아서 흔들었다.
“으으읍, 으읍.”
의문이 많겠지.
“퉤퉤, 에이 더러워.”
입을 놔주자 침을 퉤퉤 뱉는다.
태영은 머리 받침대에 기대며 눈을 감았다.
여기서 라싸까지 자동차로 1시간은 가야 한다.
옆에서 조병원이 간혹 한 번씩 옆구리 찌르며 물어오건 말건 모든 것을 못 들은 척했다.
류지현은 아닌 척하면서 계속 돌아본다.
저도 신기하고 납득이 안 되겠지.
설명할 수 없다.
논리적이고 상식적으로 변명이 불가능하다.
그런 때는 그냥 이렇게 시치미 뚝 떼고 배 째라고 할 수밖에 없다.
***
산꼭대기에 보이는 유명한 포탈라궁.
그것을 보며 대로를 자동차가 스쳐 지나갔다.
가로수 사이로 보이는 온통 하얀색 벽.
도로에서 보기에는 지붕 부분만 적색이다.
“중국의 문화 혁명이 이곳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모양이네.”
포탈라궁은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문화 혁명?”
태영의 중얼거림에 조병원이 물었다.
“그래.”
한국의 대학 입시 역사 시험에 중국 역사는 들어 있지 않다.
아, 그건 모르겠다.
세계사를 선택하면 배우나?
태영은 공부한 적이 없다.
그러니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개인적인 흥미로 찾아보지 않는다면, 중국의 문화 혁명 같은 것을 알 리가 없다.
태영도 중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흥미가 일어 조금 찾아봐서 알게 된 것이니까.
“그게 영향을 미쳤으면, 포탈라궁과 무슨 상관인데?”
“중국 암흑의 역사인 문화 대혁명으로 형성된 사조직인 홍위병에게 모택동이 시킨 일 중에 최악의 사건.”
“오래된 네 가지 구태 파괴.”
대답은 뜻밖에도 류지현으로부터 나왔다.
“그게 뭔데?”
“구 사상, 구 문화, 구 풍속, 구 관습의 파괴와 완전한 말살.”
조병원의 질문에 류지현이 설명하듯 대답했다.
“뭐?”
“그 일로 중국 고대 문화 유적, 문화 서적, 예술품이나 풍속들은 모두 태워지고 부서졌지.”
“허, 그게…….”
“문화 혁명 당시에 이미 티베트는 중국에 합병되어 있었으니까, 그게 영향을 미쳤다면 포탈라궁도 남아나지 못했을 거야.”
태영의 말에 류지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우리나라 것을 저희들 거라고 주장하면서 훔쳐 가려고 하는 게 그 일과 무관하지 않겠네?”
뭔가 느낀 바가 있는지 조병원이 물었다.
“맞을걸. 그놈들 머릿속을 까 본 적이 없어서 단정은 못 하지만.”
“그렇지?”
“중국이 이제 경제적으로 먹고살 만해졌으니, 과거에 찬란한 역사와 전통이 있었다는 것을 좀 내세우고 싶을 거야.”
“음! 그건 그렇지.”
“역사 속에 살아 있어야 할 문화와 문화재를 지들 손으로 모조리 파괴하고, 풍속이나 관습도 없앴으니 남아 있는 것이 없잖아?”
“아, 그래서 이웃 나라의 것을 도둑질하려고 발버둥을 치는, 그런 건가?”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겠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공자의 유교 사상도 문화 혁명의 한 자락인 비림비공 운동이 시작되면서 공자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비판하고, 파 헤쳐지고 부서졌어.”
“그럼 중국에는 유교가 없는 거야?”
“말살한다고 청소하듯 정리되는 것은 아니니까 흔적은 남아 있겠지.”
“그렇지.”
“유교의 발원은 중국이지만, 이제는 한국에서 수입해 가야 하지 않을까? 과한 억측이지만.”
“그리되는 거야?”
모르지, 그걸 어찌 알아?
“중국 같으면 그렇게 주장하고도 남죠.”
류지현이 한마디 보탠다.
그런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자동차는 부지런히 달렸다.
포탈라궁은 지붕도 제대로 볼 틈을 주지 않았다.
도착한 곳은 거대한 철 구조물 위를 유리로 덮은 건물이다.
전통과 현대가 적절하게 어우러진 입구의 문 위에 인터컨티넨탈 호텔이라고 씌어 있다.
“여기가 숙소인 모양이네.”
‘무기를 어떻게 옮기나?’
걱정이 무색하다.
무기를 실은 차는 사람만 내려 주고 휭 하니 다른 곳으로 가 버린다.
유리 구조물의 좌우에는 백색의 건물이 앞뒤로 각각 두 개씩이다.
그건 뾰족한 삼각형 모서리를 세운 형태로 서 있다.
그곳이 객실이 있는 건물인 모양이다.
땅은 넓고 볼 일이야.
저렇게 어마어마한 부지에 으리으리한 건물의 호텔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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