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35
080. 실종자(9)
“위니, 영상 보내 줘.”
배정받은 방에 들어가서 위니를 불렀다.
[……네, 마스터.]“오, 통신 상태 좋네.”
[네, 양호합니다. 영상 보냅니다.]이제부턴 손용인과 그 애비의 대화를 들을 차례다.
“미래이오티는 별문제 없어?”
[임원 중에 변영인이 자재를 수차례 빼돌렸습니다. 통화 내용 녹음과 거래 현장의 영상은 모두 기록해 두었습니다.]임원들이나 직원들의 부도덕함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매각하기로 결정한 회사는 주인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부의 임원들에게 그렇게 인식될 수 있다.
회사가 도산할 지경이었다.
매입 의사를 피력하는 상대가 나타났음에도 유난히 매각을 반대하는 임원이 있었다.
그것이 태영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5기의 워처를 미래이오티에 두었다.
임원들의 전화기에는 인태프와 트랙스를 심어 두도록 했다.
“박주한 회장이 묵인했거나, 동조했나?”
[박주한 회장은 모르고 있습니다. 며칠 전부터 줄곧 철강에 가 있습니다.]“철강 임원들의 폰에도 인태프와 트랙스 심어 두고, 모든 통화는 녹음하도록 해.”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임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매각을 결정했는데, 사적으로 자재를 빼돌려 개인이 착복하는 것은 아주 나쁜 짓이다.
반드시 그에 합당한 대가를 주거나 받아야 한다.
철강에도 대주주가 될 예정인데,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된다.
“영상 열어줘.”
[네, 마스터.]태영은 손용인과 그의 애비인 손유재의 대화 내용을 들었다.
병원 입원실에서 나눈 대화.
그리고 자신의 회사로 돌아가서 직원들에게 한 지시.
집으로 돌아가 각처로 통화한 내용까지 모두 들었다.
“이놈은 진짜 골치 아픈 놈이네.”
통화량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통화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내용은 생략되고, ‘그것’이라거나 ‘그들’이라거나, ‘그때처럼’ 같은 이야기가 많았다.
또는 ‘그렇게’라는 단어가 사이사이 들어갔다.
그 의미가 무척이나 위험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말의 이면에 숨겨진 뜻.
행간에 숨어 있는 의미를 모두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위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완벽한 사이코패스.”
손유재를 굳이 규정하자면 그렇다.
“안 좋은데.”
그런 놈이 나타났는데, 하필 이렇게 멀리 와 있다.
그런 상황에서 손유재가 무언가 음모를 꾸미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태영은 계략과 음모에 능하지 않다.
또, 심리전에도 그다지 능하지 못하다.
군에 가기 전에는 그런 일 자체를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
고려에서나 28세기에서 계략이나 음모를 꾸며야 할 필요가 없었다.
힘이 없었다면, 그런 쪽으로 머리를 굴려 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강력한 힘이 있었기에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그런 일에 능숙하지 않은 것이다.
“위니.”
[……네, 마스터.]“내가 멀리 와 있으니까, 이놈이 어머니, 아버지, 누나를 대상으로 무언가 일을 꾸미면, 적극 방어해.”
[네, 마스터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적극 방어로 변경합니다.]“녹음 녹화는 지금처럼 계속하도록 하고.”
[네, 마스터.]위니에게 그렇게 시켜 놓고도 답답함이 완전하게 해소되지는 않는다.
혹시, 부모님이나 누나를 인질로 무언가를 노릴까?
아니면, 주서현 씨를 인질로 잡아서 무언가를 획책하려 한 것처럼 주변인을 노릴까?
“보호 규칙 박준혁과 준혁이 어머니 포함.”
위니의 답을 듣고 창가로 가서 커튼을 젖혔다.
히말라야와는 다른 분위기다.
티베트 고원의 깎아지른 산들이 늦은 오후의 햇살과 함께 눈에 들어왔다.
***
호텔 주차장에 트럭과 승합차가 모여 있다.
여긴 모두 지상 주차장이다.
땅이 넓으니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 필요도 없다.
자동차 옆에는 8명의 셰르파가 모여 있다.
얼마나 멀리 가기에, 얼마나 많은 짐을 가지고 가야 하기에 셰르파를 이렇게 많이 고용한 걸까?
왜 헬기를 동원하지 않은 걸까? 하는 의문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 일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티베트의 스카이라인만 구경했다.
“무기를 실은 차는?”
어제 사라진 이후에 여전히 나타나지 않고 있기에 조병원에게 물었다.
“뒤따라올 거란다. 넌 춥지 않아?”
조병원이 등산용 패딩 파카의 목 부분 지퍼를 바짝 올리며 대답했다.
조병원과 류지현 모두 추위를 대비해 완전 무장을 했다.
거기에 비해 태영의 옷은 조금 부실해 보였다.
“춥지, 왜 춥지 않겠어?”
“Now, Let’s go.”
조병원의 질문에 대답하는 사이.
오스워드가 조셉과 블레이크에게 말하고 자동차에 올랐다.
조셉이 조병원에게 타라는 손짓을 했고, 태영의 옷에 대한 대화도 끊겼다.
“그래, 가지 뭐. 설명해 줄 생각은 없는 듯하니.”
“가자.”
백팩에서 물병이 출렁거리는 소리가 났다.
모든 음식물과 장비는 저쪽에서 준비했을 것이다.
태영은 비상용으로 에너지 바와 식수를 준비했다.
“$%^&***.”
통역이 셰르파들에게 소리쳤다.
셰르파들도 지정된 차량에 오르자 차는 곧 출발했다.
호텔을 떠난 자동차 행렬은 라싸 시내를 통과하여 동쪽으로 달려갔다.
“신호 발생기는 잘 가고 있겠지?”
조병원이 태영에게 물었다.
“열심히 달려가고 있겠지.”
CIA의 배낭에 붙은 신호 발생기와 조병원의 배낭에 붙었던 신호 발생기 이야기다.
신호 발생기를 받아 아침 일찍 라싸 시내로 나와 화물을 운송하는 곳 부근에서 기다렸다.
동갈이라는 곳으로 간다며 서로 간에 인사를 하고 흩어지는 화물차의 짐칸에 넣어 두었다.
“동갈은 어느 방향이야.”
“서쪽.”
태영은 창밖의 맑은 하늘을 보며 대답했다.
창문을 여니 차가운 바람이 밀려들어 온다.
“추워, 문 닫아.”
조병원이 투덜거린다.
도로와 나란히 흐르는 강의 절반은 얼음으로 덮여 있다.
강을 끼고 나 있는 도로를 따라 차는 달렸다.
간혹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사라져 갔다.
이런 고산 지대의 산골짜기에도 사람들이 빈틈없이 살고 있다.
산도 높고, 추위는 극심하다.
한국의 산골과 산들은 이곳에 비하면 순한 양이다.
십여 채의 민가가 있는 곳.
거기서 차는 포장된 길을 벗어났다.
라싸의 호텔에서 출발한 지 2시간이나 지난 후다.
그리고 비포장도로를 달렸다.
“욱.”
“토할 거면 내려서 걸어와.”
류지현이 멀미를 하는지 얼굴이 하얗다.
비포장도로가 주는 충격이 큰 모양이다.
“읍! 네 얼굴에 쏟아 주마.”
그 상황에서도 류지현이 한마디 쏘아 냈다.
여하튼 대단해.
자동차가 정차한 건 비포장도로를 달린 지 30분이 지나서다.
“(여기서부터 걸어야 한다.)”
조셉이 조병원에게 와서 전달하는데, 셰르파들은 이미 차에서 내려 자신들이 들고 갈 짐들을 내리고 있다.
“무지 춥네.”
조병원이 머리에 비니를 둘러쓰면서 허공에 입을 후 불자, 입김이 허옇게 나온다.
사방을 둘러봐도 주위는 모두 험난해 보이는 산이다.
그 험난한 산 위에 하얗게 쌓인 눈이 마치 앞날의 고생을 예견하는 듯하다.
“짐이 묵직하니까, 걸으면 금방 땀이 날 거야.”
조병원의 배낭 위에는 텐트까지 얹혀 있어 무게가 꽤 많이 나간다.
“야, 텐트는 몇 살이라도 젊은 네가 메고 가야지.”
“내기에서 졌으면 그냥 곱게 메고 가시지? 아니면 나는 상관없으니 텐트 버리고 비박하든지.”
“안 돼요. 무슨 남자들이 텐트 하나를 가지고.”
조병원과 옥신각신하고 있는데 류지현이 독사눈으로 째려본다.
조병원 저거, 국방부 소속으로 파견이지?
류지현의 상관이 맞기는 한 거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셉이 위성 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Xavier.]“How Far is? (어디쯤?)”
[10 minutes.]“Ok, then in 20 minutes. (좋아, 그럼 20분 후에.)”
조셉이 전화를 끊고 오스워드에게 고개를 끄덕한다.
그것을 신호로 오스워드는 셰르파들에게 짐을 배분했다.
그리고 10분 후에 출발하겠다고 한다.
두 팀으로 분리시킬 모양이다.
새끼들이 말이야, 우리에게는 계획을 알려 주지도 않고.
그들이 서둘러 출발했다.
10분이 지나자 자비에르의 자동차가 도착했다.
“가자.”
소총은 바렛을 닮은 저격 총을 포함하여 7정, 권총은 10정이다.
소총은 20정이나 가지고 왔는데?
역시, 이놈들에게 돈을 받고 팔았어야 했나?
부르는 것이 값이었을 텐데.
CIA와 국정원 요원들에게 소총과 권총을 배분했다.
태영에게도 소총 한 정이 지급되었다.
NASA 요원으로 보이는 두 사람에게는 권총을 지급했다.
저격 총은 블레이크가 들었다.
체격을 봐도 가장 잘 어울린다.
“소총 필요 없는데.”
“너 제대로 총 쏠 줄 모르지?”
총이 필요 없다는 태영의 말에 조병원이 툭 던진다.
“총알 한 방 맞아 볼 거야?”
“아프니까, 참자.”
아프기는, 죽는 거지.
자비에르는 탄창에 탄을 채워 둔 모양이다.
소총 탄창 5개와 권총 탄창 3개를 각각 건네주었다.
“그거 다 가지고 따라갈 수 있겠어?”
“약골 아니거든.”
태영의 말에 류지현이 톡 쏜다.
등산용 패딩 바깥으로 맨 탄띠에 권총과 탄창을 꽂았다.
등에 배낭을 짊어질 것이다.
그래서 소총을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결국 줄을 목뒤로 걸어서 가슴 앞으로 오게 했다.
“그 말, 꼭 기억해 둬.”
태영이 한마디 해 줬다.
“흥.”
반응은 예상한 대로 나왔다.
태영도 저렇게 메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목적지가 어딘지 몰라도 류지현이 저것을 모두 들고 갈 수 있을까?
선두는 블레이크.
그 뒤로 앨리슨과 길리가 서고, 트로이가 뒤를 따랐다.
자비에르는 조병원과 류지현에게 손짓을 하고, 그다음에 태영에게 가라고 한다.
자비에르가 후미를 맡겠다는 의미다.
차량을 지키는 사람이 없는데, 누가 훔쳐 가지 않을까?
이곳은 숲이 없는 민둥산이다.
자동차를 위장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냥 구불구불한 지형이 시야를 가려 주는 정도다.
비포장도로를 지나오면서 남겨진 바퀴 자국을 보고 누구든 뒤따라올 수 있다.
티베트 사람들 성향은 모르겠지만, 태영이 인식하는 중국 사람은 모두 떼도둑 놈에 떼강도다.
또 신호 발생기는 다른 곳으로 보냈지만, 그들이 뒤쫓아 온다면?
이 많은 사람이 이동하면서 흔적을 숨기기는 불가능하다.
시간이 조금 지체될 뿐이지 추적은 가능하다.
어찌 되었거나, 태영은 상관없다.
시작된 산악 등반, 고난의 등반이 시작되었다.
“(10분간 휴식.)”
2시간 동안 등반한 후에 10분간 휴식.
고산 지대여서 산소량이 부족하다.
등에 멘 짐의 무게도 있고, 이동 속도도 느리고 금방 지친다.
“헉, 헉, 허윽…….”
모두가 가쁜 숨을 내쉬면서 배낭부터 풀어 던진다.
등산 배낭과 거기에 들어 있는 각종 상비품, 동계 침낭까지 합치면 30킬로는 가뿐히 넘는다.
소총과 5개의 탄창에 총탄이 가득 들었다.
권총에 권총 탄창 3개까지 더해진 사람도 있다.
그 무게가 상당하다.
조병원과 류지현, 그리고 태영의 배낭에는 생수병도 들어 있다.
각각 5백 밀리리터 생수 세 병이다.
무언가를 들고 이동해 보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물이다.
“너… 흐윽! 넌 무겁지 않아?”
큰 숨 한번 헐떡거리지 않는 태영에게 조병원이 물었다.
“무겁지.”
“전혀, 흐윽. 그래 보이지 않는데?”
“표시만 안 나는 거야.”
“야, 최태영.”
류지현이 태영을 부르면서 소총을 내밀었다.
들어 달라는 소리다.
“너 약골 아니라고 큰소리친 거 잊었어? 그리고 그 말 기억해 두라고 했을 텐데?”
“봐주라. 흐억, 죽을 것 같다.”
“공짜가 어디 있어?”
“아씨, 정말.”
“아, 알았다. 알았다. 뭔 성질이? 총은 네가 들고 배낭을 내놔.”
“흐억, 배낭이 얼마나 무거운데 두 개를 가지고 갈 수 있어?”
아직도 숨을 고르지 못하고 거칠게 내쉬는 중이다.
그 모습으로 태영을 쳐다보는데 얼굴에 열이 올라서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쓴 것 같다.
그렇게 보니 조금 안쓰럽기도 하고, 또 조금 섹시해 보이기도 하고.
그래도 배낭이 소총 10개 무게는 넘는다.
제 딴에는 생각해서 하는 말이긴 하다.
“그냥 아무 말 하지 말고 내놓기나 해라.”
“너 정말 연애는 하니?”
“내 연애사를 네가 왜 걱정해?”
“여자에게 그따위로 말하면 어느 여자가 좋아하겠냐?”
“깔렸어. 너만 내 말투를 불편하게 느끼는 거야.”
류지현과의 첫 만남에서 받은 인상 때문이다.
태영이 속을 박박 긁어 주니 류지현이 그리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잘났다. 말을 말자, 말을 말아. 아무튼 배낭은 고맙다.”
고맙다는 말도 할 줄 아는구나.
“조병원, 텐트 날 주고.”
“야, 나도 죽을 것 같긴 하지만, 네가 배낭을 두 개나 드는데, 텐트까지 너에게 떠맡기기는 양심에 찔린다.”
“알았어. 네가 들어.”
“야, 야. 어찌 한번을 거절을 안 하냐?”
배낭에 매달린 텐트를 푸는 걸 보니 양심이 없는 거네.
배낭 두 개, 텐트, 소총에 탄약.
태영의 배낭에는 다른 사람은 없는 베어링 5천 개가 더 추가되어 있다.
이미 전체의 무게가 100킬로그램이 넘는다.
그다지 신경 쓰일 무게는 아니지만.
“(휴식 끝, 출발합니다.)”
다시 2시간 30분을 걸었다.
커다란 바위가 반쯤 하늘을 가리고 있는 넓은 평지.
오스워드와 셰르파가 보인다.
주변에 짐도 보인다.
셰르파들은 고산 지대에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적응이 되어 있어서 덜 지치겠지?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들도 지쳐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눈에 보이는 곳의 절반은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다.
하늘을 절반쯤 가린 바위가 바람을 제법 막아 준다.
그렇다면 추위를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장소다.
“Our ends here? (목적지가 여기야?)”
조병원도 퍼졌고, 류지현도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퍼져 있다.
먼저 와서 한숨을 돌리고 배낭 위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는 오스워드에게 물었다.
“(아니, 조금 더 가야 하지만, 아주 가깝다.)”
“(그럼 왜?)”
“(여기가 베이스캠프다.)”
대답에 이미 갈 곳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뜻이 들어 있다.
그러고 보니 오는 길이 험하기는 해도, 사람이 다닌 흔적이 보였었다.
앞서간 셰르파가 있어서 그러려니 했었다.
이 평지로 진입한 반대 방향으로 사람들이 이동한 흔적이 보였다.
“(그럼, 숙영 준비하면 되나?)”
“(그래, 여기서 조사 지역으로 왔다 갔다 할 것이다)”
“(알았다.)”
오스워드가 그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삐뚤빼뚤한 줄이 바닥에 그어져 있다.
한쪽에 영문 K가 있는 것을 보니, 거기가 세 사람을 위해 배정된 자리인 듯하다.
하늘을 쳐다보니, 경사진 바위 그늘 안쪽이다.
태영은 둘을 놔두고 텐트를 펼쳤다.
세 사람이 합숙해야 하는 텐트이기에 큰 것을 준비했다고 하더니 정말 크긴 하다.
천은 나풀나풀 날릴 정도로 얇다.
텐트 살은 카본으로 된 것이다.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한 재질들이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