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37
082. 돌아가는 길(1)
‘저격병은 어디 있지?’
고개를 돌려 찾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일단 나중에 처리하기로 하고, 백팩에서 베어링이 든 천 가방을 꺼내 한 주먹 쥐었다.
총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핑~피비비비빙~
그대로 아래의 병력을 행해 쏟아 냈다.
베어링이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날아갔다.
~아악~아아악~으아아아~
다시.
~피비비비빙~피비비빙~
~아악~아아악~으아아아~
총을 들고 움직이는 사람이 없을 때까지 작은 가방 한 개에 있던 모든 베어링을 쏟아 냈다.
~아악~아아악~으아아아~
비명은 쉴 새 없이 나왔고, 두 갈래 중에 한쪽 갈래의 무장 병력이 모두 바닥을 뒹굴었다.
통증은 어떨지 몰라도 베어링에 머리가 뚫리지 않은 이상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탕~타다다당~
~투다다다~
조셉 팀과 다른 쪽 갈래의 무장 병력 사이에 총격전이 시작되었다.
이제부터는 베어링 대신 총이 필요하다.
바닥으로 착지한 후 조병원이 있던 곳으로 갔다.
지금 공격해 온 쪽이, 공항에서 무기를 압수한 쪽과 정보 교류가 있었다면, 놈들은 지금 당황하고 있을 수도 있다.
총기류는 모두 압수했으니 쉽게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아니라면, 분실된 총기에 대해 이쪽의 소행으로 의심했을까?
“나야.”
태영은 시야가 환하지만, 두 사람은 어둠 속에 있기에 실수할 수도 있어서 소리쳤다.
태영을 향해 총을 쏘면 안 된다.
“어디 갔다 와?”
“입 좀 다물고 있으라는 말을 뭐로 들었어? 지금 전투 중이야. 그게 궁금해?”
이쪽으로 공격해 올 것이 아니기에 태영도 한마디 했다.
“에익.”
“나 따라와.”
“어디로?”
“여기 묻어 버릴까?”
아무리 전투 경험이 없다 해도 그렇지.
이런 상황에서 할 질문이야?
군사 경찰이란 대부분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보직이다.
‘왜?’라는 의문이 항상 따라붙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해해 주고 싶어도 이런 상황은 화가 난다.
“참아. 따라갈게. 잘 안 보이니 천천히 가.”
그래, ‘어디로?’라고 질문할 것이 아니라, 천천히 가자고 하는 저 말이 맞지.
넌 전역해라.
아니다, 조병원이 전역하면 태영이 불편해질 수도 있으니 그건 취소.
류지현이 태영의 옷자락을 잡았다.
천천히 이동하는데 따라 뒤에서 두 사람의 발소리와 옷이 당겨지는 힘도 느껴진다.
~탕~타당~
눈앞에 검은 그림자가 보이자마자 바로 방아쇠를 당겨 둘 모두 머리를 뚫어 주었다.
적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뒤로 날아갔다.
“헉!”
“흐억!”
뒤에서 류지현과 조병원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조병원은 군인, 류지현은 국정원에 근무한다.
사격 연습은 많이 해 봤을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 전투를 해 봤을 리가 없다.
해외에서 암약하는 블랙 요원들도 총격전을 할 일은 좀처럼 없다.
국내에서 근무하면서 총격전은 상상도 안 해 봤을 것이다.
그나마 어두워서 피가 터진 처참한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지.
~타당~타다다당~
다시 넷.
태영은 류지현을 한쪽으로 밀고 어깨를 눌러 자세를 낮추게 했다.
총구의 불빛을 조금 멀리 떨어진 적이 봤을 것이니 위치를 바꿔 주어야 했다.
태영은 환히 앞을 보는데, 조명탄을 켜지 못하는 적은 암흑천지에서 싸우는 것이다.
당연히 전투는 일방적이다.
~탕~타다당~
다시 셋이 쓰러졌다.
작은 바위가 가리고 있는 곳으로 둘을 데리고 갔다.
그러곤 둘의 머리를 눌러 엎드리도록 했다.
총소리가 자꾸 나니 조병원도 말이 사라졌다.
전방의 발자국 소리.
추정해 봤을 때, 적은 셋 정도가 아직 살아 있다.
소리 없이 동료가 죽어 나가니 이제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
암흑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는 심적인 안정감이 있을 것이다.
소리를 내지 않으면 괜찮으리라 생각하겠지.
태영이 류지현의 귓가에 입을 가져갔다.
호흡이 닿았는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려 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그러면 성 추행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전투 중이다.
다시 귀를 잡고 당기자 상황을 인지한 류지현이 가만히 있었다.
“여기서 둘 다 꼼짝 말고 있어.”
귓가에 대고 작게 말하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둘을 그대로 두고 바위를 벗어났다.
그리고 바로 몸을 공중 부양해서 낮게 비행했다.
어둠 속이어서 류지현과 조병원이 볼 수 없다.
그것이 공중 부양 비행을 가능하게 해 준다.
그래도 저격병이 볼 수도 있으니 몸을 낮춘 것이다.
~탕~타당~
순간순간 위치를 바꿔 가며 둘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 주었다.
이제 남은 적은 느낌상 하나다.
신음 소리.
조셉 팀의 누군가가 적의 총에 맞은 것 같다.
그래도 이제는 남은 적이 하나이니 안심이다.
베어링으로 쓰러트린 적들이 있는 곳으로 비행해 갔다.
이들의 숨통을 모두 끊어 주어야 한다.
살려 두면 성가셔진다.
숨소리가 들리는 자.
아직 살아 있는 적들을 찾았다.
~뚝~
~뚜둑
그들의 머리를 잡고 고개를 뒤로 꺾어 주었다.
“$%&xx&.”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신음인지, 고함인지 들려왔다.
마지막 한 명.
반항하지 못하도록 팔다리를 모두 분질렀다.
그사이에 대치 중인 곳에서 몇 번의 총소리가 들렸다.
총소리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호흡이 있는지 들었다.
아무리 숨소리를 내지 않으려 해도 이곳에서는 호흡이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일상이 아니고, 고산 지대의 험한 산악에서 전투 중이기 때문이다.
없다.
한참 동안 그대로 계속 주의를 기울였다.
~부스럭~타닥~
들릴 듯 말 듯 미세한 발자국 소리.
둘이다.
‘저격병?’
그곳으로 저공비행을 했다.
맞다, 두 명.
총신이 긴 총을 들고 있는 앞쪽의 한 명이 저격병, 그 옆이 관측병이다.
~탕~탕~
두 명의 머리에 차례로 구멍을 내 주었다.
그리고 조셉 팀과 대치 중인 적의 후측 면으로 이동했다.
~탕~
남은 적의 머리에 총탄을 먹여 주었다.
소탕이 완료되었다는 것을 알려 줘야 한다.
“(조셉.)”
“(최? 위험해.)”
조셉이 긴박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모두 죽은 것 같다. 안심해도 될 것 같다.)”
“(폴트와 프린세스는?)”
“(무사하다, 그쪽은?)”
“(자비에르가 사망했다. 길리는 부상이 심하다.)”
대답을 한 조셉이 주머니에서 손가락만 한 랜턴을 꺼내 불을 켰다.
“(셰르파들은 어떤가?)”
태영은 살려 둔 한 명의 탄띠를 잡고 조셉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한쪽에 조병원과 류지현의 실루엣이 보였다.
“(셰르파 둘이 사망, 한 명 부상이다.)”
자비에르의 사망에 슬퍼할 시간은 없다.
그들도 그것을 안다.
태영은 잠시 생각했다.
적 32명 중에 1명 남고 모두 사망했다.
미국 쪽 조사팀 1명이 사망, 1명 부상, 그리고 셰르파 2명 사망, 1명 부상.
헬기를 부르지 않은 이상 부상자 중에도 사망자는 나올 수 있다.
상황은 심각하지만, 헬기를 부르지 못할 것이다.
이 일이 밝혀지면 어찌 될까?
태영은 재빨리 생각을 정리했다.
분명히 미국과 중국 정부에서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를 하게 될 것이다.
한국? 끼어들지 못할 거다.
미국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태영과 조병원, 류지현은 신병 억류가 확실하다.
무조건이라고 봐야 한다.
재판?
그런 형식을 거쳐 봐야 소용없다.
몇 달간의 논란 후에 법이라는 이름을 빌려서 감옥으로 보내질 것이다.
그리고 조사 반복, 조사 반복으로 몇 년은 묶일 것이다.
정보를 차단하고 언젠가는 땅속에 흔적 없이 묻힐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 묻어야 할까?
묻으면 조병원과 류지현도 묻어?
섬?한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고개를 털었다.
부상자를 치료하느라 바쁜 상황이지만, 정리는 해야 한다.
“(조셉, 블레이크 이쪽으로.)”
“(왜?)”
“(차후 대책.)”
“(알았다. 오스워드, 앨리슨 정리를 부탁해.)”
태영은 포로로 잡은 자를 계속 붙들고 조병원이 있는 곳으로 가서 둘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한곳으로 이동했다.
한국 측의 대표는 공식적으로 조병원이니 함께 있어야 한다.
공중에서 내려다본 지점 중에 오목한 장소.
백팩에서 작은 주머니 등을 꺼내 바닥에 놓았다.
“(대책을 말해 봐.)”
“(사실 나는 아직 어떻게, 왜,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라는 것에 대한 생각 없다.)”
“(그럼, 이놈을 조사해서 우리를 공격한 이유를 파악한 후에 생각하자.)”
“名稱.(이름.)”
“…….”
중국어로 물었지만, 모르는 체한다.
그러나 잠시 움찔한 동작은 어찌하지 못했다.
주머니에 든 금속제 볼펜 케이스를 꺼냈다.
“(모른다고 하지 말고.)”
볼펜 앞부분의 뾰족한 곳을 좌측 눈동자 앞으로 가져갔다.
“(대답 안 하면 이것을 눈 안으로 밀어 넣겠다.)”
주변에 둘러선 모두는 중국어를 알아듣지 못한다.
다만, 태영이 하는 행동에 대한 의미를 짐작했다.
마치 악마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이것들이 죽음에서 구해 주었더니, 시선이 뭐 이따위야?
그렇게 시작된 20여 분간의 심문.
즉각 불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아는 바로는 의뢰를 받았다고 한다.
의뢰라니.
통역을 해서 설명해 주지는 않았다.
이자는 의뢰를 받고 움직이는 사조직 부대의 일원이라고 했다.
주로 티베트 독립을 위해 싸우는 조직이 의뢰 대상이라고 한다.
며칠 전에 이 의뢰가 접수된 것으로 안다는 것이다.
그래서 태영 일행도 티베트의 저항 조직으로 알았다고 한다.
“사설 부대라니.”
“(왜?)”
“(기다려 봐, 마저 확인하고 한꺼번에.)”
홍건적도 아니고, 홍위병도 아니고, 민병대도 아닌, 이 시대에 이런 이상한 조직이라니.
국제 사회의 비난이나 문제 제기를 피해 가기 위한 수단인가?
용병?
과거 유럽의 전쟁사는 용병의 전쟁사로 느껴질 정도로 용병이 많이 등장한다.
국가와 국가 간의 전쟁을 용병이 대신했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명칭이 바뀌어도 그것은 전통처럼 이어지고 있다.
그것은 현재의 민간 군사 조직인 PM(Private Military)으로 변화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PM 조직은 합법과 불법을 포함하여 엄청난 숫자가 있다.
조직은 기업화되어 전 세계의 분쟁에 깊이 개입해 있다.
분쟁 지역이 많기도 하고.
민간 군사 기업의 비즈니스는 전쟁이다.
학생은 공부를 하고, 직장인은 회사에서 일하는 것처럼, PM의 일은 전쟁이다.
전쟁이라는 이름에는 당연히 죽음이 포함되어 있다.
군사 기업이니 지극히 정상적인 논리가 맞다.
일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납득이 불가능한 논리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의뢰 내용은?)”
“(다 알지는 못한다. 다만…….)”
자신은 지휘관이 아니어서 내용 전체는 모른다고 한다.
죽은 적들의 등에는 야전삽이 있다.
그건 이 의뢰를 마친 후에 파묻기 위해서 준비한 것이다.
“(뭐라는 거야?)”
대충 끝이 난 것 같으니, 여태까지 심문 과정을 지켜보던 블레이크가 물었다.
“(PM 집단인데, 우리 모두를 죽여서 발견되지 않도록 묻고, 장비와 서류는 회수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고 한다.)”
사조직 부대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답이 PM이니 그렇게 말했다.
“PM?”
“(맞아, PM.)”
“(나머지는?)”
“(그 내용이 전부야. 자신이 아는 것은 다 말했다고 해.)”
“(티베트에서 PM이라니.)”
“(이제 대책을 생각해 봐. 참고로.)”
“(말해 봐.)”
“(지금까지의 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아마도 중국에서 온 의뢰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들은 결코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할 거야.)”
“(아마 그렇겠지?)”
“(그럼, 너희가 공식 루트를 통해서 이 일을 항의한다고 해도, 우리 모두는 중국 땅을 벗어나지 못하고 감옥에 가거나, 심하면 처형될 가능성이 높아.)”
조셉의 중얼거림에 태영이 말해 주었다.
“(사람이 많이 죽었으니까.)”
“(그래. 그래도 너희는 몇 달 또는 몇 년간 감옥에 있다가 미국 정부의 힘으로 풀려날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린 아니야. 알지?)”
“(정말 그렇게 예상하는 거야?)”
“(몰라서 묻는 것은 아니지? 저들이 우리 모두를 죽여서 묻으려고 했다는 사실을 놓고 역으로 생각하면 답은 명확해.)”
“(…….)”
블레이크가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도 다 들었지?”
태영은 조병원과 류지현에게 물었다.
둘 다 영어는 하니까.
“넌, 중국어도 해?”
조병원이 물었다.
여하튼 조병원 다운 질문이다.
“지금의 논점은 그게 아니잖아? 정신 안 차릴 거야?”
태영은 고함을 지르듯 말했다.
“들었어. 그럼 어찌해야 해?”
류지현의 질문이다.
확실히 조병원보다는 류지현이 보직에 더 어울린다.
“내 생각에는 이들 모두 땅에 파묻고,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곳을 떠나서, 의뢰자가 이 사태를 알아차리기 전에 조용히 출국해야 해. 그것도 내일 동이 트기 전에.”
“그게 가능해?”
“모두가 떠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우리 셋이라도 출국해야 해.”
“그렇게 구분하는 이유는 아까 그 이야기?”
“그래, 저들의 국적은 미국. 미중 간의 세력 구도를 봐도 저들을 함부로 붙잡아 두지는 못할 것이지만, 우리 셋은 달라.”
“아, 씨발. 그래서 힘이 있어야 해.”
조병원의 입에서 욕이 터져 나온다.
사실이라서 공감이 된다.
“최태영.”
류지현이 불렀다.
“왜?”
“네, 말에 1000% 공감. 결론이 났으면 행동할 때잖아?”
“잠시 기다려 봐. 저들의 대책을 들어 보자고.”
조셉과 블레이크를 가리키며 답했다.
“좋아. 그런데 공가 공항에서 한국으로 가는 직항 편은 없어.”
“그래?”
“성도로 나가야 하는데, 공가에서 성도 가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문제는…….”
“문제는?”
“여기서 성도까지 동트기 전에 갈 수 없어. 가더라도 거기서 새벽에 출발하는 비행편이 없어.”
정말 그렇다.
짜증스럽기는 하지만, 류지현의 말은 모두 정확한 사실이다.
혼자 같으면 그냥 한국까지 알아서 가면 된다.
아, 아니구나.
출입국 기록 문제도 있구나.
중국 출국과 한국 입국 기록이 있어야 한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