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38
083. 돌아가는 길(2)
“(아래에 도착하는 대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자. 그래야 무사히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
그들의 회의가 끝난 후, 조셉이 말했다.
정확하게 해석하자면, ‘이제 너희들 알아서 가라.’ 그 말이다.
나쁜 놈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너희를 책임지지 못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결정해 준 것이 훨씬 좋다.
그렇다고 좋다는 표시를 할 수는 없다.
이 결론은 미국 조사 팀 모두가 모여서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이다.
그들도 위기감은 느낀 모양이다.
상대가 누구든 발각되기 전에 벗어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팀을 슬림화해서 각자 도생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결론이다.
“(그럼, 아래에 가서 흩어질 것이 아니라, 여기서 흩어지자.)”
조병원을 대신하여 태영이 대표로 나섰다.
이 일은 비록 소규모 국지전이지만, 전쟁이다.
그래서 조병원에게 계속 맡겨 둘 수가 없다.
류지현도 그 뜻에 적극 동의했다.
“(어찌하려고?)”
“(지금 이 시간부로, 이 땅 안에서 너희와 우리는 모르는 사이다.)”
“(오케이.)”
조셉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다가 고개를 돌렸다.
“Joseph. (조셉.)”
“…….”
태영의 부름에 조셉이 말없이 돌아보았다.
“You know There’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 알지?)”
“(…….)”
조셉이 잠시 동안 태영을 바라보았다.
답은 하지 않고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시기에 적절한 말은 아니지만, 그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태영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을 껐다.
“자, 짐 꾸리는데, 조금 가다가 모두 파묻고 갈 거니까 중요한 것은 꺼내서 백팩이나 주머니에 넣고, 나머지는 모두 배낭에 넣어.”
조셉 일행이 멀어지자 태영은 정리를 시작했다.
“그래.”
“저 사람들, 동료의 시신은 적당한 곳에 가매장한다고 하니까, 준비에 시간이 걸릴 거야. 나는 그사이에 내 일을 좀 하고 올게.”
“어디로? 뭐 하러?”
“조병원, 때때로 질문을 하기보다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 내가 했어, 안 했어?”
“아씨, 알았어.”
몸을 돌려 베이스캠프를 벗어났다.
이곳에는 미약한 조명이라도 있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눈앞에 손을 내밀어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하다.
먹구름이 끼어 있어서 별빛조차 보이지 않아, 더욱더 깜깜한 것이 한편으론 고맙다.
고개를 꺾어 버린 적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야전삽 몇 개를 뽑아 들었다.
몽골에서도 땅을 많이 팠는데, 또 파게 된다.
~파파팍~
손쉽게 발견되지 않도록 거의 10미터는 넘는 깊이로 땅을 파냈다.
~획~투둑~
~휘익~투둑~
고개가 꺾인 시신들을 던져 넣었다.
그리고 그 위를 파낸 흙과 돌덩이들로 덮었다.
10분이면 충분했기에, 동산이 하나 만들어졌다.
동산이 도드라져 보이지 않도록 적당히 밟고 주변 정리를 했다.
새벽에 비가 내려 주면 흔적이 사라져서 더 좋을 텐데.
총격전으로 사망한 적들의 시신이 있는 곳으로 갔다.
역시 한곳을 파기 시작했다.
이쪽에서 흙을 파내거나 말거나 CIA 일행은 신경 쓰지 않는다.
철수를 위한 짐을 꾸리는 중이니 저기도 정신없을 거다.
사망한 자비에르는?
부상이 심한 길리는?
셰르파들은 또 어찌?
그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태영이 신경 쓸 문제는 아니다.
적의 시신을 모두 묻었다.
깊이가 워낙 깊다.
시신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중장비가 없으면 파 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야전삽 하나만 들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준비 끝?”
둘 다 배낭과 침낭, 그리고 텐트를 모두 정리해 두었다.
“내려가지.”
“그래.”
태영은 배낭에서 중요한 물건을 백팩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점검했다.
위성 전화, 태블릿, 스마트폰, 보조 배터리, 히터, 소형 랜턴, 윈썸 히터, 권총 PR-1과 셀레네, SG-7 안경집이 들어 있는 작은 천 주머니, 베어링 그리고 생수 등 반드시 가져가야 하는 것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수건 하나를 꺼내 목에 둘렀다.
가지고 가야 할 필수품과 침낭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파묻을 것이다.
그래도 여기에 묻을 수 없으니 일단 가지고 이곳을 떠나야 한다.
“(조셉, 우린 간다.)”
“(그래, 바이.)”
블레이크와 오스워드, 앨리슨, 트로이까지 차례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조셉은 자동차 키 한 개를 건네주었다.
“(미안해, 최.)”
앨리슨이 태영을 꼭 껴안고 속삭이듯 말했다.
“(괜찮아. 몇이라도 살아남고자 하는 거잖아.)”
“(이해해 줘서 고맙다.)”
“(조셉, 바이.)”
“(바이.)”
간단간단하게 인사를 끝냈다.
저들에게 한국팀 3명의 전투력은 형편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저들의 팀 회의에서 나온 말이다.
못 들었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태영은 들었다.
“둘 다, 배낭과 총 모두 내놔.”
태영의 요구에 둘이 배낭을 건네주는데 총은 주지 않는다.
“이건 우리가 들게.”
“그래, 가자.”
태영이 앞장섰다.
모든 짐을 한 손으로 들어 어깨에 메고는 다른 손에 총과 랜턴을 들었다.
뒤에서 조병원이 뭔가를 구시렁거렸다.
돌아가는 걸음을 재촉했다.
어제 낮.
차량이 더는 올 수 없는 곳에서 이곳 베이스캠프까지 4시간 30분이 걸렸다.
어제는 낮이었다.
지금은 밤이니 6시간에서 7시간은 걸릴 것이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새벽인데, 6시간 걸려서 도착하면 대낮이 된다.
그럴 수는 없다.
“정지.”
20분쯤 내려가다가 섰다.
파묻기 좋은 곳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기 백팩과 침낭을 제외한 모든 짐을 파묻고 간다. 총까지도.”
“총은 가져가야 하지 않아?”
“가져가서 어디 쓰게?”
“그…….”
야전삽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둘을 여기 파묻지 않고, 살려서 한국 땅으로 데려갈 거다.
그러기 위해선 능력을 조금은 내보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납득을 하지 못할 것이니까.
태영의 비밀에 대해 입을 다물어 줄지에 대한 걱정은 된다.
그렇다고 비밀을 지키기 위해 둘을 여기에 묻어 버릴 수는 없다.
“이리 줘.”
땅을 파내고 난 뒤에 배낭에서 침낭을 분리하고는 모두 구덩이에 던져 넣었다.
둘 다 아깝고,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어쩔 수 없다.
“탄띠는 두고 탄창 모두 풀고 침낭은 백팩에 함께 묶어.”
우선 태영부터 총과 탄창, 탄창 집 등을 모두 집어 던졌다.
조병원이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냥 빼앗아서 집어 던져 버렸다.
“백팩 조사 좀 하자.”
권총이 한 개 부족한 것 같다.
“에이, 자.”
조병원이 권총과 탄창을 주었다.
그것들도 모두 집어 던졌다.
“또 나오는 거 있으면 그 순간부터 나하고 남이야. 명심해.”
“그래.”
마지막 것까지 집어 던지고, 삽을 들었다.
“하나만 묻자.”
삽을 든 채로 가만히 서 있자 조병원이 물었다.
“물어.”
“너, 시신도 파묻었냐?”
“그래.”
“20분 만에 그 많은 시신을?”
“그래.”
“……허!”
포로로 잡은 자를 심문할 때 옆에서 우리를 공격한 인원이 몇 명인지 이 두 사람도 들었다.
“지금부터 똑똑히 들어. 그리고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말해.”
“남들에게 알릴 수 없는 내 비밀. 봤지?”
“봤어.”
이 둘이 알고 있는 것은 ‘속도가 빠르다’, 그리고 ‘힘이 좋다’ 정도일 것이다.
나머지는 모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러니 모른다고 봐야 한다.
“오늘 너희 둘을 살려서 한국 땅으로 데려가기 위해, 너희에게 내 비밀을 모두 내보인 거야.”
“…….”
“나 혼자 같으면 그냥 가 버렸으면 돼. 너희 둘은 여기서 죽겠지만. 그렇지?”
“그래, 인정.”
“그래서 죽을 때까지, 그 비밀을 남에게 말하면 안 돼. 알아?”
“지키지 않으면?”
“목숨을 걸어.”
대답 대신 그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알지?”
“…….”
조병원은 묵묵부답.
“틀림없이 그럴 것 같네. 약속 안 하면 우리를 묻기 위해 저 구덩이를 아직 덮지 않고 있는 거야?”
류지현이 랜턴으로 구덩이를 비추며 물었다.
“맞아.”
“하! 무서운 놈이네. 진짜 우리를 거기 함께 묻으려고?”
태영의 대답에 조병원이 혀까지 차면서 물어왔다.
저놈은 이 상황에서도 정신 못 차리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묻어 버릴까?
정말 사람을 갈등하게 만든다.
“잔소리 말고, 약속할 거야 말 거야?”
“약속할게.”
“그래, 나도.”
류지현은 약속한다고 하고, 조병원은 ‘나도’라고 했다.
“‘나도’라고 얼버무리지 말고 제대로 말해.”
“나도 네 비밀을 지킬 것을 약속한다고.”
“타인은 물론이거니와 부모, 형제, 아내와 남편, 자식에게도 해당돼.”
“그래.”
“명심해. 이건 지금까지 했던 경고와는 다르다.”
“음.”
“너희가 약속을 깨는 순간, 24시간 안에 세상 아무도 모르게 너희 둘 다 흔적을 없애 버릴 수 있다. 그건 정확히 알고 있어라.”
대답을 듣고 끝까지 한 소리를 했다.
그런 다음 흙을 퍼서 구덩이를 메우기 시작했다.
일이 끝나고, 야전삽을 공중에 날려 버렸다.
대충 던졌지만 수 킬로미터는 날아갈 것이다.
“둘 다 랜턴 끄고 이리 와. 가까이.”
두 사람이 랜턴을 끄고 비척비척 가까이 왔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탄띠를 풀라고 하지 않았다.
탄띠를 잡자마자 당겨서 태영의 몸으로 바짝 당겼다.
“윽.”
“흐읍.”
둘이 가볍게 비명을 질렀다.
둘을 끌어 올려 어깨에 걸치는 순간 내달리기 시작했다.
“우아아악.”
“흐으악.”
둘의 입에서 비명이 나왔다.
공중 부양으로 날아갈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무리 약속했다고 해도 너무 많은 것을 내보여서는 안 된다.
“입 닫고 조용히.”
“아아아…….”
“으아아아아…….”
태영이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계속 소리를 질렀다.
이해한다.
속도를 높였다.
가능하면 충격이 심하지 않도록 조절했다.
자동차를 주차한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10분이면 도착한다.
동절기용 등산 파카를 입었으니 웬만한 추위는 견뎌 낼 수 있다.
“으아아아아…….”
류지현보다 조병원의 비명이 더 크다.
조병원은 두 팔로 태영의 팔을 잡았고, 류지현은 목을 감았다.
에이, 누구를 죽이려고 그래?
워낙 놀라서 무엇이든 잡아야 할 테니 그건 봐주기로 했다.
“시끄럽다. 입 안 다물면 그냥 놔 버린다.”
비명 소리에 귀가 아파서 결국 큰소리를 냈다.
두 사람은 그 상황에서도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노력은 했다.
“내 옷에 토하지 마라.”
조병원이 토할 것 같은 몸의 떨림이 전해진다.
‘불빛?’
자동차를 주차한 곳이 보이는 지점에서 속도를 줄이는데 불빛이 보인다.
모닥불을 피워 놓고 총을 든 두 사람이 앉아 있다.
심문하면서 다른 곳에 대기 병력이 남아 있는지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이 이제 생각났다.
우리 일행이 타고 오지 않은 대형 트럭 두 대.
전술 차량으로 보이는 지프 두 대가 주차되어 있다.
트럭의 짐칸에는 갑피가 둘러쳐져 있다.
속도를 더 늦춰서 걷는 속도로 줄였다.
“적이야. 조용해.”
“총…… 없는데.”
태영이 조용히 말하자 류지현이 걱정스러운 투로 말했다.
“읍, 커흡.”
조병원은 한쪽으로 엉금엉금 기어가더니 기어이 토한다.
에이, 정말.
토하는 소리 때문인지 모닥불 곁에 있던 적이 잠시 이쪽으로 돌아봤다.
적과의 거리는 대략 40미터이지만, 이곳은 지대가 높고, 저쪽은 지대가 낮으니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베어링 2개를 꺼내서 머리를 겨냥하고 던졌다.
~피이이이~
~털썩~털썩~
두 명의 적이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잠시 기다렸다.
~딸깍~
역시, 밖에 있던 둘이 쓰러진 것을 알고 자동차 안에서 두 명이 더 나온다.
다시 베어링 2개.
~피이이이이이~
다시 둘이 쓰러졌다.
잠시 기다리며 더 나오는지 살폈다.
“이제 없는 모양이지만, 일단 내가 먼저 가마. 랜턴으로 손짓하면 와라.”
“그래, 알았다.”
속도를 확 내서 자동차 옆에 도착했고, 트럭의 갑피 내부를 보았지만 사람은 없다.
의자 아래에 짐들만 가득하다.
트럭의 운전석 문을 열어 보았고, 전술용 지프의 문을 열어 보았다.
다행히 아무도 없다.
랜턴을 들어 불빛으로 둘을 불렀다.
“넷을? 총도 없이?”
달려온 류지현이 물으면서 쓰러진 적의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만졌다.
얘는 피를 겁내지 않는다.
“여기가 뚫렸네. 뭐로?”
태영은 베어링 한 개를 류지현의 손에 올려 주었다.
“이걸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태영을 바라보며 물었지만, 설명 대신 트럭 짐칸에서 삽을 찾아냈다.
구덩이 하나를 파서, 넷을 묻고 피가 흐른 흙도 구덩이 깊은 곳으로 먼저 집어넣었다.
~삑~
자동차 키의 버튼을 누르자 밴 한 대가 소리를 낸다.
“둘 다, 저기 타라.”
트럭과 전술 지프의 타이어에 구멍을 내는 것이 옳은가 잠시 망설였다.
저쪽 팀이 이동할 때 어느 차량이 유리할지 알 수가 없으니 그냥 두기로 했다.
***
[마스터.]라싸 시내로 들어오자 위니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통신이 된다는 뜻이다.
“나중에.”
뒷좌석에 조병원과 류지현이 있어서 대답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차량의 소음이 있으니 거기에 묻어서 작게 말했다.
[그럼 보고만 드리겠습니다.]“음.”
[오늘 오전, 누님과 부모님이 부친이 인수키로 한 회사를 가 보기 위해 이동하던 중, 화물 트럭에 받혔습니다.]“으음?”
이건 놀랄 일이다.
[받으려는 의도를 알고, 사프캣으로 타이어 펑크를 냈지만, 대형 트럭이어서 관성으로 밀려 완벽하게 막지 못했고, 누님과 부모님이 경미한 부상을 입었습니다.]경미한 부상?
“어느 정도?”
작게 물었다.
심각하면 이 둘을 여기 버려두고 바로 날아갈 생각이다.
[누님이 전치 3주, 부모님은 전치 2주 진단인데, 두 분은 타박상과 찰과상, 누님은 반 깁스를 했습니다.]통신이 안 되던 사이에 발생한 일이다.
짜증이 치밀었다.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이다.
누나의 부상 정도로 보아 지금 즉시 둘을 버려두고 한국 땅으로 달려갈 필요까지는 없다.
문자를 하든, 통화를 하든 했으면 좋겠는데, 역시 뒤쪽의 둘이 신경 쓰인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