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39
084. 바이호르미어 주사
“범인.”
역시 작게 물었다.
자동차 소음으로 둘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다행이다.
[불법 체류 외국인입니다. 화물 트럭은 24톤 대형이며, 훔친 차량입니다. 사고 후 범인은 즉시 고속도로를 벗어나 보행으로 도망치려 하기에 팔다리를 못 쓰게 만들었습니다. 아직 경찰에 잡히지 않았지만, 그것은 움직일 수 없어서 그렇습니다.]“수색 안 해?”
[단순 사고, 범인은 도주로만 발표했습니다.]“사주한 자가 누구.”
[손유재입니다.]역시 위험한 냄새가 난다 했는데, 아주 고전적이고 악랄한 방법을 썼다.
반드시 수십 배로 되갚아 주마.
원래 묵었던 호텔에 도착해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자 둘 다, 호텔 들어가서 깔끔하게 정리하고 와. 시간은 30분 준다. 객실에 들어가지 말고, 공용 구역에 있는 것들을 이용하고. 특히 배설.”
“에잇, 더럽게 꼭 그렇게 지적해야 해?”
조병원이다.
“장거리 갈 건데, 공개된 장소에 못 가니 그게 가장 중요하지. 만일을 위해 봉투도 준비하고.”
“윽.”
류지현이 기어이 코를 잡는다.
“위니, 1시간 동안 호텔의 모든 CCTV 정지.”
[네, 마스터.]통신이 되니 이렇게 좋은데.
***
“아, 이래서 침낭을 가져간다 했구나.”
“그래.”
오늘, 광저우로 가는 비행기.
그곳에 탑재된 화물칸에는 이미 화물 컨테이너가 실려 있었다.
위니가 공항의 전산 시스템을 해킹해서 보여 준 내용을 살폈다.
오늘 광저우로 가는 비행기로 그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를 모두 죽이라고 의뢰한 쪽에 추적할 근거를 남기지 않아야 했다.
그래서 항공 티켓을 끊지 않고, 화물 컨테이너 속에 숨어서 가는 거다.
이 비행기는 오늘 밤 광저우에서 하루를 보내고 내일 다시 라싸로 되돌아간다.
화물은 내일 화주에게 인도된다고 서류에 표시되어 있었으니 밤에 나오면 된다.
어찌 되었거나 정상적인 비행이 아니다.
화물칸 속에 숨어 있어야 하기에 하루를 지체하게 된다.
절반이 비어 있는 화물 컨테이너를 열고 거기에 세 사람의 침낭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 들어가 있도록 했다.
냄새 좀 나고, 춥기는 할 것이다.
그래도 윈썸 히터가 있다.
무임승차 좀 하면 어때.
***
“비즈니스 클래스라니, 내 생애에 이런 호사가.”
“최태영, 우리 회사로 오지 않을래? 너 딱 현장 요원인데.”
조병원이 비즈니스 클래스에 감탄하고 있을 때, 류지현이 물었다.
이것들이 목숨을 구해 주었더니 헛소리나 하고 있다.
지들이 편안하게 지낼 때, 디테미어 1기를 설치하고 오느라 잠을 설쳤는데.
“안 가.”
“왜?”
“시급 5만 불에 겸업 허용하면 생각은 해 볼게.”
“말을 말자.”
그래, 불가능한 조건을 내밀어 놔야, 얼마나 비싼 몸인지를 알지.
그래야 다음에 뭔가 부탁할 때는 비싼 몸인 줄을 알지.
저 둘은, 광저우 바이윈 공항에서 저희들의 여권에 어떻게 출국 도장이 찍혔는지 모른다.
또, 표를 어찌 산 것인지 모른다.
속으로 의심이야 하겠지만, 못 보았으니까.
“그러니까 저놈에게 쓸데없는 소리는 왜 하냐?”
조병원이 기내 서비스로 주는 작은 보드카 병을 잔에 따르면서 한마디 한다.
하필 조병원과 태영 사이에 류지현이 앉아 있어서 한 대 때려 주지도 못하고 있다.
그냥 참아 주지, 뭐.
“그래도 혹시나 해서요. 거기다 겸업이라니, 더해서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생각해 보겠다니. 미친 거죠.”
아무튼, 티베트에 갔던 성과는 전혀 없이 싸움만 했다.
거기에 조병원과 류지현에게 보여 주지 말아야 할 것만 보여 주었다.
아주 영양가 없는 여행이다.
그나마 사고가 났기 때문에 8일로 예정되어 있던 일정이 6일로 줄어든 것은 잘된 일이다.
***
“어서 오너라.”
누나의 집으로 가니, 아버지가 문을 열어 주신다.
“네, 다녀왔습니다. 많이 안 다치셨어요?”
“난 괜찮다. 타박상 정도이니까. 네 엄마도 괜찮고. 다만 네 누나가 깁스를 했다.”
“왔니?”
거실로 들어서자 누나는 팔에 그물망 깁스를 하고 소파에 앉아 있다.
그 옆에 어머니도 앉아 계셨다.
깁스라고 말하긴 했지만, 가볍게 감싼 정도다.
외부에 부딪쳐도 아프지 않도록 만든 안전망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서 와.”
누나는 엄살을 부리는 목소리다.
“소식은 들었습니다. 이만하길 다행입니다. 범인은 잡혔습니까?”
처음 보고, 듣는 것처럼 할 수밖에 없다.
“경찰에서는 아직 못 잡았다고 하는구나. 사고 나자마자 차를 두고 도망을 쳤다는데, 도난 차량이라고 하더라.”
“그러니 버리고 도망갔겠지요.”
“그러게.”
“병원에서는 뭐래요?”
그 질문으로 간략한 설명을 들었다.
사고 이후 병원에서 누나의 집으로 함께 와서 같이 있었다고 했다.
“상처를 조금 빨리 낫게 하기 위해서 제가 준비를 좀 해 온 것이 있거든요.”
바이호르미어를 주사할 기회가 없어서 애를 태우고 있었는데, 기회가 아주 잘 만들어졌다.
“처방약 말고 다른 거? 괜찮은 거니?”
어머니는 걱정이 되시는 모양이다.
“아들이 어련히 알아서 할까? 뭔 걱정도 팔자야.”
“처방을 받아 와서 약을 먹고 있는데 중복될까 싶어 그런 거지. 뭔 걱정은.”
아버지의 말씀에 어머니가 대답했다.
“아무 상관없는 겁니다. 누나부터 줄 테니까 누나 방으로 가.”
“왜, 거실에서 먹으면 안 돼?”
“먹는 약이 아니고, 주사 패치인데 몇 시간 동안 가만히 있어야 하거든.”
누나와 함께 누나의 방으로 들어갔다.
누나를 침대에 얌전히 눕게 한 뒤, 어깨 부분의 실밥을 뜯고 바이호르미어 패치를 붙였다.
~툭~
바늘이 있는 압점을 누르자 바늘이 패치를 밀고 나오며 미세한 소리가 났다.
“아야.”
“따끔하지?”
“그래, 따끔하네.”
“편히 누워 있어. 그럼 금방 회복돼.”
“그래, 고마…….”
말을 맺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이제부터 이틀을 내리 자게 될 것이다.
28세기의 최첨단 과학 기술과 의료 기술이 총동원되어 탄생한 주사제, 바이호르미어.
150세 전후까지 20대의 젊음을 유지한다.
그 어떤 병에도 면역성이 있다.
거기에 사람의 몸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손상되었든지 상관없이 완벽하게 재생하고 복원시켜 준다.
치명적인 부상 부위, 또는 심각하게 손상된 부위는 48시간 안에 복원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도 안방 침대에 나란히 누우시게 한 후, 주사 패치를 붙였다.
두 분은 나이가 있어서 20대의 몸이 되는 데는, 3년 정도에 걸쳐서 천천히 돌아올 것이다.
가져온 패치 50개 중에 방금 3개를 사용했다.
남은 것은 47개.
2개는 사용할 사람이 예약되어 있다.
고려에 최소 10개 이상 가져가는 것으로 예정하고 있으니, 35개는 사용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도 누구에게 쉽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것을 만들 수 있을까?”
비록 세상이 뒤집힐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가능성 여부도 따져 보지 않았다.
[가능합니다. 문제는 구현해 내는 기간입니다.]“원료와 소재들, 기술도 있어야 하는데?”
[소재 기술, 원료 확보, 펨토 기술 구현과 원소 매핑 기술이 가장 중요합니다. 펨토 기술의 구현 방법과 원소 매핑 기술은 제 데이터베이스에 있습니다.]문제는 소재와 원료라는 거다.
소재가 있어야 펨토 기술의 구현이 가능하고, 원소 매핑을 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 수 있다.
확보가 가능할까?
그다음에 기본 원료의 확보다.
과연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다음 단계는?
만드는 것이 잘 하는 짓인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수준을 몇 단계 낮추어 만드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것 역시 정말 필요한가 하는 답이 먼저다.
“편히 주무십시오.”
두 분은 이미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들었다.
“혹시 동생 생기는 거 아냐?”
거실로 나가며 괜한 걱정이 되었다.
생기면 또 어때.
아버지와 어머니는 앞으로 나이 들어 보이는 화장법을 익혀야 할지도 모른다.
“위니.”
[네, 마스터.]“조셉 일행 어찌 되었는지 알아?”
[어제 이후 워처로부터 더 이상 정보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 이전까지의 내용은 이미 보고 드린 바와 같이, 12명의 적과 교전에서 길리와 오스워드가 사망, 셰르파 전원 사망, 트로이 부상입니다.]조셉에게 워처 한 기를 붙여 두고 왔다.
그래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젠 생존자가 조셉과 앨리슨, 블레이크, 그리고 부상당한 트로이다.
병력의 숫자는 전투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적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인원이다.
부상자도 있었으니 쉽지 않은 전투였을 것이다.
그 후의 내용은 모르는 상태에서 하루가 흘렀다.
오지는 통신 상태가 좋지 않다.
통신 가능 지역으로 들어오기 전에는 소식을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조셉과 앨리슨, 블레이크, 그리고 트로이가 살아서 귀환할 가능성은?
상상하거나 단정하지 말자고 고개를 저었다.
“방송에 나온 것 없지?”
[네, 그렇습니다. 전 세계 어떤 언론에서도 보도되지 않았습니다.]의뢰자가 언론에 풀지 않는 이상 취재원도 갈 수 없는 곳이다.
그러니 당연히 아무도 알 수 없고, 그 땅에서 감추고자 하면 모든 것을 감출 수 있다.
“그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이 없는데, 왜 죽이려 할까?”
이것이 태영이 가지는 의문이다.
위니가 그쪽의 정보 파악이 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위니에게 질문하는 것은 아니다.
요는, 뭘 감추고자 해서 죽이려 드느냐 하는 것이다.
태영이 첩보 요원도 아니고, 정부 요원도 아니니 관심 가질 필요는 없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거기 남겨 둔 워처 회수될 가능성은?”
[그들이 생존해서 통신이 연결되는 곳으로 이동하면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마스터가 그곳에 가야 합니다. 아니면 소실됩니다.]조셉에게 붙여 둔 워처는 조셉의 벨트에 있다.
정보를 보내 주는 것과 제어를 하는 것은 다르다.
워처의 제어 거리는 250Km이다.
적어도 태영이든, 위니든 그 거리 안에 있어야 회수가 가능하다.
아깝다.
비록 단 1개일지라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중요한 자산인데.
“폴트.”
전화를 걸고 조병원이 받자 냅다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시끄럽고, 조셉 일행 소식 알아?”
[몰라.]질문이 조병원의 머릿속에 들어갈 사이도 없이 답이 나온다.
“정말이야?”
[그래.]“생각은 하고 답하는 거야?”
그래도 함께 갔었으니 양국 간에 뭔가 정보 교환이 있었을 것이다.
그 이후의 정보도 나름대로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기본 아닌가?
[위에서도 궁금해하더라. 그렇지만 들어오는 정보가 없다.]어쩔 수 없나?
그냥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기에는 찝찝하지만, 태영이 다시 가 볼 수도 없다.
[그리고 웃기는 이야기지만…….]“웃기는 이야기?”
[너희는 어찌 살아왔느냐고 묻더라.]허! 어떤 놈이 한 질문인지 입을 찢어 줘야 하는데.
“그따위를 질문이라고 하는 놈은 우리가 죽기를 바란 거야?”
[그러니까.]“그놈을 그냥 놔두었어?”
[나는 파견 온 입장이고, 상급자인데 어떡하냐?]“에이, 진짜. 상급자고 나발이고 그놈 아가리를 찢어 줘야 하는데.”
본심이 비속어와 함께 입 밖으로 나와 버렸다.
상급자이건 아니건, 사선을 넘어온 사람들이다.
그 과정을 한낱 장난거리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난 복귀하련다.]“복귀?”
[그래, 파견 나왔지만, 그딴 소리나 하는 놈이 내 위에 있는 것도 짜증 나고…….]“참, 나.”
[이번 일을 겪어 보니 내 적성도 아닌 것 같아서 갈등했는데, 보고서 가지고 또 지랄을 하니까, 그냥 복귀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밖인 것 같다.
사용한 단어가 익숙하다.
이번 임무에 대한 보고서가 모두 거짓일 필요는 없다.
태영의 비밀을 드러내서는 안 되기에 오는 중에 일부를 재구성했다.
흔히 말하는, 대부분의 진실에 약간의 허구를 가미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완벽한 진실로 보이도록 하는 과정이었다.
두 사람이 말을 잘 맞추기도 해야 했고, 연습도 필요했다.
비정상적인 경로로 왔기에 대기 시간은 길었다.
그 긴 시간 동안 논리적인 약점이 드러나지 않도록 철저히 검증하고 보완했다.
그러니 보고서에 약점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분위기를 딱딱하지 않게 하기 위한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비아냥거리는 것이다.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 성격 이상한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규율이 엄격한 조직일수록 파견자는 서러운 곳이니까.
“그래 잘 가.”
[그리고 하난 알고 있어라.]“또 뭘?”
[내가 복귀 신청한다고 했더니 프린세스가 자기에게 담당 배정을 해 달라고 하더라.]“대체 왜?”
담당이 왜 필요한지 몰라도, 참으로 불편할 것 같다.
조병원에게는 ‘시끄럽고’라거나, ‘그 입 닫아라.’ 하고 말할 수 있다.
류지현에게 그러기는 좀 그렇지 않나?
같은 단어라도 남자가 받아들이는 느낌과 여자가 받아들이는 느낌은 다르다.
거참, 신경 쓰이는 일이다.
[함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와서 그럴 거라는 생각이 맞는 말이지만…….]“만은 또 뭐야?”
[음…… 아마도 널 좋아해서?]“미친.”
[내가 떠날 때, 그 말 그대로 전해 주마. 어감까지.]“지랄을 하세요. 그나저나 민간인에게 왜 담당을 배정해 두는데?”
[난들 아나? 위에서 까라면 군소리 말고 까는 것이 우리 같은 조직이야.]“이거 민간인 불법 사찰이지?”
[그게 뭐든, 이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따지고 싶으면 새 담당에게 따져. 아니면 고소를 하든지.]“그러지.”
[그렇지만 파견자 밑에 있었던 프린세스도 덩달아 힘들었을 테니, 걔는 좀 봐주고.]국정원 같은 기관에서 할 일이 없어 태영에게 담당을 붙이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태영이 워낙 큰 사건 속에서 혼자 살아 돌아왔다.
당시에는 군인의 신분이었으니, 그 일을 조사할 곳은 군사 경찰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것도 태영의 추정이다.
전역을 하면 군의 손을 떠나야 한다.
만일 이때,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으면?
당시 조사관의 손에 일을 들려서 파견을 보낸다.
그 사람이 복귀할 때 일은 두고 복귀하는 방법인가?
조병원이 어떤 변명을 해도, 과정을 유추해 보면 그렇다.
그건 그렇다고 하고, 류지현은 왜?
공항에서 헤어질 때 류지현이 했던 행동을 떠올려 보았다.
‘고맙다.’
‘뭐가?’
‘그 말을 못 한 것 같아서.’
‘됐어.’
‘그리고, 그거.’
‘그거 뭐?’
‘네가 돌아온 것과 상관있지?’
‘약속, 어길 셈이야?’
‘지켜. 다른 곳에서 떠벌리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나도 추정일 뿐, 아는 건 없어.’
‘진짜?’
‘너희가 다른 사람들에게 늘 거짓말한다고, 다른 사람들도 거짓을 일상으로 하면서 살지는 않아.’
‘대체 우릴 뭐로 보고?’
‘꿀 빠는 정원?’
마지막에는 그렇게 놀렸었지만, 류지현은 화를 내기보다는 피식 웃기만 했다.
전 같으면 벌컥 화를 냈을 것이다.
이전과는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내 잠만 자는 것처럼 행동했다.
잠들지 않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태영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공항에서 작별을 하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몇 번이나 돌아보았다.
“에이, 설마.”
헛웃음이 나왔다.
설마라는 말을 떠올린 것 자체가 미친 생각이지.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 거 미안하지만, 그건 부모님에게도 말 못 하는 거니까 말해 달라고 하지 마라.”
태영은 옆에 류지현이 있는 것처럼 말했다.
오래 자리를 비웠기에 회사 일은 그냥 쌓여 있다.
그 공백을 메우느라 당분간 바쁠 거다.
복귀하는 조병원도, 류지현도 다시 만나기는 힘들 것이다.
사적으로 얽힐 필요는 없으니, 더 좋은 거지 뭐.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