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46
091. 다이나믹 스카이(2)
스위트룸은 이게 좋다.
거실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방이 나누어져 있다.
이 스위트룸은 각국의 정상이나 사절들이 왔을 때 쓰는 수준이다.
재벌 기업의 오너들이 수행원들과 함께 머무르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니 넓고 방도 많다.
류기현은 방 하나를 골라 들어갔다.
“자, 나도 내 방이 있으니 쉬러 가겠네.”
“네, 사장님. 편히 쉬십시오.”
나이 든 사람이 밤을 새는 일은 상당한 체력 손실을 일으키는데 오래 참았다.
***
“이게, 대체.”
류기현은 방으로 들어가며 혼자 중얼거렸다.
몇 시간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자신이 합의하고 서명했음에도 믿어지지 않는다.
도깨비에 홀린다는 어른들의 말이 바로 이거 같다.
“한잠 자고 깨어나면, 꿈인지 사실인지 알겠지.”
새벽 3시.
동생에게 전화를 받을 때까지, 졸린 눈을 비비며 드론의 제어 시스템 앱을 후배와 함께 손질하고 있었다.
시간이 3시인 줄도 몰랐다.
전화를 한 동생으로부터, ‘어쩌면, 오빠의 사업과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일?’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바로 일어섰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마음은 이미 그곳에 가 있었다.
그 대상이 누구인지 물어볼 정신조차 없었다.
살아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
여동생이 공무원으로 직장 생활을 하기 시작한 이후, 단 한 번도 헛말을 했던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시계를 보니 대중교통은 없다.
항상 부족한 자금 때문에 차도 팔아 치운 지 오래다.
망설이는데, 택시비도 준다고 했다.
“가 보자. 한번 들어 보고 죽으나 안 들어 보고 죽으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일어섰다.
“들어 보면 길이 새로 나타날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하며 달려왔다.
택시에 몸을 싣고 오는 동안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처음을 떠올렸다.
언젠가 본 영상으로부터 드론과 관련한 사업에 대해 꿈을 꾸기 시작했다.
회사를 다니는 중이었지만, 짬을 내어 그것에 대한 공부를 했다.
관련 분야의 공부를 할수록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는 거기에 미쳤었지.”
아직 젊고, 결혼은 하지 않았다.
혼자만 책임지면 되는 때.
이때가 아니면 시도해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친구들에게 사업의 비전을 설명했다.
어떤 친구는 꿈 깨라고 했다.
어떤 친구는 미래의 먹거리 사업이 맞을 것이라며 동의해 주었다.
뜻이 맞는 몇 명이 모였을 때,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그 전에 대출을 받았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신용 등급이 높으니까.
대출을 받는 데 유리했기 때문이다.
퇴직금과 대출금, 그리고 아버지께 조금의 도움을 받았다.
친구들에게도 약간씩 투자를 받았다.
회사를 설립하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회사는 동화와는 달랐지.”
그랬다.
그땐 동화처럼 생각했다.
호텔 정문에 마중 나온 동생을 따라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눈앞에 보이는 젊은 친구.
류기현의 기억으로는 증발된 수많은 군인의 무리에서 혼자만 생존했다.
증발된 군인들이 죽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의견은 있다.
그래도 아무도 돌아오지 못하는데, 그는 혼자 살아서 돌아왔다.
“운이 좋은 친구네.”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 젊은 친구보다, 호텔 사장이 더 눈에 들어왔다.
호텔 사장은 돈이 많을 것이니까.
설득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젊은 친구가 보여 준 영상을 보는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자신은 꿈조차 꾸어 보지 못한 상상속의 세계였다.
그건 기술이 아니었다.
그냥 판타지 세상이었다.
“하.”
털썩, 침대에 엎어졌다.
“이제 살 수 있다.”
입에서 나오는 중얼거림과 달리 가슴에서는 열화가 솟아올랐다.
눈에서는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병주야, 우리 이제 살았다.”
지금, 추운 사무실에서 몸을 오그린 채 자고 있을 후배 김병주.
그 후배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나 혼자 여기서 따뜻하고 편하게 자서 미안하다.”
이미 아침 여섯 시가 지났다.
“동틀 때까지만, 그때까지만 자고 일어나자.”
***
조영희는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와 책상에 앉았다.
“그게 정말 가능하다고?”
영상으로 봤지만, 믿을 수가 없다.
터니테크에서 만들어서 시판 중인 제품도 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루에 살 수 있는 수량 제한이 걸려 있어서 대량으로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제품이다.
“그것도 대단하지…….”
모두 다 갖고 싶어 하지만, 그것보다 해외의 수요가 더 많다.
누구나 해외로 수출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해외 수출은 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해외 유통 가능할 정도의 수량을 구입 할 수 없다.
1일 구매 수량에 제한을 두는 특이한 판매 방식 때문이다.
하루에 한 세트의 구입만 가능하다.
딸의 말로는, 학생들이 구매 대행을 한다고 한다.
외국의 수입업자들을 대신해서 구입해 주기도 한다.
가능하면 돈을 많이 주는 수입업자에게 판매한다.
그 아르바이트로 제법 돈을 벌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딸도 알바라고 그 일을 하고 있지.”
중국의 큰손들.
아르바이트 학생에게서 경쟁적으로 사들여 자국으로 가지고 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최 군에게 ‘해외에 정식으로 수출을 시작하면 떼돈을 벌어들일 것인데, 왜 그걸 놔두느냐’고 물었었다.
‘요즘 알바 자리도 많이 없는데, 그렇게라도 학생들이 돈을 좀 벌면 좋잖아요? 당분간 그냥 둘 겁니다.’ 그랬다.
‘그렇게 나가도 우리의 수익은 조금도 줄지 않아요.’라고 했다.
학생들이 구매 대행으로 벌어들이는 것은 그냥 유통 마진을 추가로 붙여서 파는 것이다.
그러니 중간 이윤은 그들이 챙기는 거라고 했다.
오늘 본 것은?
이것은 어떻게 될까?
피워 본 적도 없는 담배가 당겼다.
“10배수는 아무것도 아니지.”
조영희는 지금은 주식 거래가 일어나는 시간이 아니지만, 한번 보고 싶었다.
노트북 화면을 열자 노트북 화면과 동시에 바로 옆에 세워져 있는 대형 모니터가 밝아졌다.
패스워드를 누르고, 들어가서 주식 거래 앱을 실행시켰다.
“미래철강.”
신문에 그 기사가 난 그날 상한가다.
어제도 상한가를 쳐서 계약 전에 비해 이미 70% 정도 올랐다.
액면가가 500원이다.
시가는 액면가 대비 12배다.
인기가 없던, 그래서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그 주식.
그것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은 지금 팔아도 떼돈을 벌어들인다.
그런데 아무도 팔지 않는다.
자신도 상한가에 매수 주문을 넣어 봤지만, 단 1주도 체결되지 않았다.
상한가를 며칠간 이어 갈지 전문가들도 예측이 안 된다고 한다.
그보다는 그 계약의 이면에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일까?
그 특허의 기술적 우위는 대체 뭘까?
자신은 기술 부분을 잘 몰라서 비서실에 조사를 시켰지만, 그들도 잘 몰랐다.
“한마디도 안 했어.”
미래철강제 독점 실시권을 주기로 한 특허에 대해 슬쩍 물었었다.
대답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그 어떤 유도 질문에도 요령껏 피해 갔다.
어제, 박주한 회장과 통화를 했다.
박주한 회장은 질문을 피해 가지 않았다.
최 군이 말해 준 것이 많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도 잘 모른다고 하면서, ‘난 최 군을 믿어요.’라고 했다.
돈에 욕심나서 알아보려는 것은 아니었다.
한 비행기로 같이 갔었다.
함께 만났던 박주한 회장이 잘 되는 것을 보니 상대적인 상실감이 미약하게 들었을 뿐이다.
그래서 슬쩍 던져 보았다.
하고자 하는 사업 부분에 자신이 관련되어 있는 일은 없었다.
류지현의 말을 듣고,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일을 진행시켰다.
“그 기술들은…….”
하아.
“그 기술의 정체는 대체 뭐지?”
제품이 나와서 하늘을 날기 시작하면?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질 것이지만, 분명히 자신처럼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
“내년 여름까지는 드론과 관련해서 말을 꺼내지 말라고?”
투자와 관련해서 자신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여름이 될 때까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있으라는 요구만 했다.
그때까지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투자해서 반년 후에 수익이 발생한다고 해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반년이야 기다림도 아니지.”
다이나믹 스카이에 3.5배가 투자되었지만, 10배 넘게 수익을 보게 될 것이다.
그 비행기 안에서 최 군을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딸을 소개해 주면 좋겠는데, 여자에게는 관심도 없는 듯하고…….”
아깝다.
“주위에 미녀가 깔렸는데 쳐다보지도 않고. 휴…….”
그건 조금, 아니 아주 많이 아쉽다.
***
긴 밤이었다.
류기현이 방으로 들어갔다.
조영희 사장까지 떠나고 나자 거실에는 다시 적막이 맴돌았다.
남녀가 단둘이 호텔 방이라니.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
“잘 자라. 나도 잔다.”
태영이 그 적막을 깨우듯, 류지현에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야.”
“왜?”
뜬금없이 부른다.
“숙녀에 대한 배려도 없이 치사하게 네가 먼저 들어가냐?”
류지현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니, 너는 또 왜 그러는데?
“뭘 어떻게 해 주기를 바라?”
“너 진짜 연애는 하니?”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내 연애사를 네가 왜 걱정해?”
“에잇, 정말 말을 말자.”
류지현의 머릿속을 열어 보고 싶다.
재벌 남친도 있다면서?
그런데 나이 차이가 무려 8살이나 나는 연하남을 유혹하고 싶은 마음이 드냐?
남친하고 사이가 나빠졌나?
“쓸데없는 생각 말고, 들어가서 잠이나 자라.”
***
“사장님, 주문한 것 가지고 왔다는 손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서실 대신 이름 지은 수행 팀 심다윤 대리다.
금요일 오후.
드디어 기다리던 장비들, 어머니에게 드릴 컴퓨터를 만들 것들이 온 듯하다.
아주 중요한 일부의 소재를 확보하지 못해서 출력하지 못하고 외주 형태로 만들었다.
여러 가지 보드 중에 BIOS 보드와 디스크 메모리 보드, 시스템 진단 보드는 출력했다.
“대회의실로 들어오라고 해요.”
오전에는 류기현과 조영희 사장과 다이나믹 스카이 관련한 일을 모두 마무리 지었다.
회사로 돌아왔을 때 그들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보안 경호팀의 이진기를 선두로 몇 사람이 들어섰다.
제이유로직의 진은석 대표를 위시해서 3명이다.
박스에 포장된 컴퓨터 랙이 카트에 실려 있고, 카트가 4대다.
수량은 모두 15세트.
메티1 컴퓨터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진은석은 직원 두 명과 함께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네, 어서 오십시오. 만드는 조건이 까다로웠을 텐데, 고생하셨습니다.”
진은석과 직원이 가지고 온 박스가 회의 테이블 옆에 차근차근 내려졌다.
여분의 보드가 든 상자는 테이블에 내려졌다.
박스 한 개를 열자 6인치 패널이 차근차근 꽂힌 랙이 보였다.
“파워 올릴까요?”
“잠시만요.”
태영은 사장실에서 가져다 둔 박스를 열었다.
그곳에는 15개의 BIOS보드, 15개의 디스크 메모리 보드, 그리고 2개의 시스템 진단 보드가 있다.
E레벨의 7D 프린터로 출력해 낸 보드들이다.
BIOS보드 1개와 디스크 메모리 보드를 랙의 빈자리에 꽂았다.
“전원 올려 주세요.”
~위이이이잉~
진은석이 패널 한쪽의 버튼을 누르자 팬 소리가 낮게 들렸다.
각 보드의 패널에 불이 들어왔고, 팬 소리는 이내 사라졌다.
시스템 진단 보드를 비어 있는 한곳에 꽂았다.
“어? 전원 ON 상태에서 막 꽂아도 됩니까?”
전원이 인가된 상태에서 진단 보드를 꽂는 것을 본 진은석이 물었다.
“네, 상관없습니다.”
[각 세션 동작 이상 없습니다.]“음.”
위니의 답을 듣고, 진단 보드를 뺐다.
잘 만들어진 듯하다.
“사징님, 제가 실례되는 질문인데요.”
“네.”
순서대로 차근차근 메티1을 시험하는 중에 진은석이 물었다.
“저는 대체 이 장비가 어떤 용도인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아서요. 혹시 뭔지 알 수 없겠습니까?”
“그냥 컴퓨터입니다.”
“컴퓨터요?”
“네.”
“이게 어찌? 아 메인보드에 옥타 코어 CPU를 2개씩 꽂아서 그 보드가 16개 되기는 하는데요…… 이해가 안 되어서.”
음, 안 되기는 하겠다.
랙으로 구성된 컴퓨터에 CPU 보드가 16개.
CPU 보드마다 옥타 코어 CPU가 2개씩이다.
자신은 IT 분야 경력이 20년이 넘었는데, 들어 본 적이 없다.
구동은 될까?
OS는 있을까?
있다면 뭘까?
어떤 용도로 쓰는 것일까?
그 어떤 것도 납득이 안 된다.
에이, 만들어 달라고 했으니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되는 거지.
“진 사장님.”
“네, 사장님.”
“이 보드 두 개가 불량인데, 점검을 좀 부탁합니다.”
2개의 보드가 불량을 일으켜서 예비용으로 만들어 온 보드를 꽂자 그것들은 이상이 없었다.
불량 보드는 제조 과정에서 결함이 있을 수 있으니 수리하면 된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네.”
“이게 컴퓨터라면, 제가 제조해서 시중에 공급할 방안이 없을까 해서요…….”
진은석이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다.
“음…… 아마 쉽지 않으실 것입니다.”
“혹시 왜 그러시는지요?”
“설명 드리기는 좀 어렵구요. 동작을 시키는 것이 불가능할 것입니다.”
문제는 컴퓨터를 구동시키는 중요한 축.
BIOS와 OS다.
지금 대부분의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몇 종류의 OS가 전 세계의 컴퓨터에 사용 중이다.
주문해서 만들기는 했지만, 가장 중요한 BIOS와 OS는 그들에게 없다.
“아…… 방법이 없겠습니까?”
“그 전에, 이거 만드는데 들어간 돈이 얼마인지 아시지요?”
“네? 네에.”
“양산을 한다고 가정하면 원가 비중이 어느 정도나 될지 대략적인 계산은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진은석은 이런 분야에 전문가이다.
이미 15대를 만들었으니 양산을 했을 때, 원가가 어느 정도 될지 대략적으로는 나온다.
“네, 대략은…… 나오지요.”
“그럼 로열티, 양산 비용, 제조 경비, 그리고 적정한 이윤을 붙여야 하고, 이런저런 비용이 추가되면 금액이 조금 더 올라가죠?”
“…….”
“그 많은 돈을 지불하고 살 곳이 있겠습니까?”
“아…….”
외주를 주었으니 투입된 비용이 얼마인지 뻔히 알 거다.
그리고 BIOS 보드와 디스크 메모리 보드는 제이유로직에서 만들지 않았으니 진은석도 가격을 모른다.
만들 수도 없다.
그냥 떠보는 것이리라. 용도가 궁금했을 테니까.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