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47
092. 컴퓨터 설치
“포기하는 것이 맞네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불량 보드는 확인해서 수일 내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네, 부탁합니다. 대금 지불은 오늘 해 드리겠습니다. 불량 보드는 신속히 처리 부탁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진은석이 인사를 하고, 직원들과 함께 사장실을 나갔고, 태영은 사장실에서 배웅했다.
“이 팀장님.”
박스와 어질러진 잔재들은 다 치워졌지만, 이진기가 혹시 치울 것이 있는지 사장실을 확인한 후에 나가려는 걸 불러 세웠다.
“네, 사장님.”
“이거.”
그리고 쪽지 하나를 내밀었다.
“박원규? 이분은 누구입니까?”
쪽지에 있는 것은 이름과 전화번호다.
“지난번에 별도 법인으로 보안 경호팀을 꾸려 독립하라고 했더니 경륜이나 경험으로 봐서 사장까지는 아니라고 했죠?”
“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없습니다. 세상 물정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기도 하구요.”
“그분, 내가 있던 부대 대대장이었습니다. 지금은 전역했는데, 본인의 의사는 아니었구요.”
“그럼, 그 일에 대해……?”
말끝을 맺지 않고 의문 표시를 했다.
제 입으로 말하기 조금 그렇다는 뜻이다.
“네, 아마도 생각하는 그것이 맞을 겁니다.”
“수송 책임자는 연대장이었는데, 계급도 낮은 대대장에게 무슨 책임이…….”
“글쎄, 나도 납득이 안 되지만, 그쪽 세상의 질서나 규칙 같은 것은 잘 모르니까.”
“네, 하긴.”
“아무튼 그분 지금 인테리어 회사에 잡일꾼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하아…… 젠장.”
이진기도 나라를 위해 몸 바쳤던 군인이다.
전역하게 된 이유도 아름답지 못했다.
그래서 상당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다.
잡일꾼이라는 말에 흥분해서 저런 말이 입에서 나오는 것이다.
태영도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싶었다.
“이 팀장이 대표를 하기에 부족하다 생각되면, 그분을 대표로 모셔 오세요. 가능하면 나는 내세우지 말고.”
“……그래도 되겠습니까?”
“우리 계열사나 관련 회사가 자꾸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알죠?”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보안 경호팀의 조직도 확충되어야 해요.”
“…….”
“언제까지나 터니테크에서 외부에 파견 나가는 형태를 취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
“아닌가요?”
“맞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부탁합니다.”
“사장님 이야기하지 않고, 그분을 만나 뵙겠습니다. 그렇지만 사장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구요.”
이진기가 구호 없이 거수경례를 하고 물러났다
***
토요일 오전.
오늘은 1시간 또는 2시간 간격으로 5명의 임원 면접이 예정되어 있다.
태성기술과 터니엔디의 대표를 뽑기 위한 면접이다.
형식적이지만, 적정한 간격을 두어 서로 만나지 않도록 시간을 조정했다.
주말 면접은 어쩔 수 없다.
현직에 있는 지원자도 있기 때문이다.
태영 역시 방학을 하기 전까지는 평일에 시간을 내기가 곤란해서 취한 방법이다.
어머니에게서 전달받은 이력서와 김경훈 전무로부터 받은 이력서.
그 외에 박주한 회장으로부터 전해 받은 이력서도 있다.
사단 법인 차기원 회장이 추천한 사람을 포함하여 모두 10명이다.
“사장님, 오늘 면접 예정인 조홍태 씨가 오셨습니다.”
수행 팀 대리 심다윤이다.
“응, 들어오시라고 해요.”
“네, 사장님.”
면접.
힘들고 긴 이틀이 예상된다.
김경훈 전무와 김성태 전무가 면접에 배석했다.
***
“이진기?”
“네, 대대장님.”
이진기는 명함 대신 이름만 이야기했다.
그리고 박원규에게 ‘대대장님’이라는 호칭을 썼다.
이진기가 받은 첫 느낌은 아주 좋은 지휘관이었을 것이라는 거다.
사람이 얼굴에서 느껴지는 것이 다는 아니다.
그래도 40대가 되면 그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의 성품이 만든다고 한다.
그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틀림이 없다.
“난, 전역한 사람이오. 그런데 왜?”
“저는 한 회사의 보안 경호팀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를 고용한 사주께서 보안 경호 업무를 전담하는 회사를 새로 만들라고 하더군요.”
이진기는 말을 돌리기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이런 일은 숨김없이 말하는 것이 좋으니까.
“그래요? 그런데?”
“새로 만들 회사에 대표님으로 모시고 싶어서 뵙자고 했습니다.”
“……?”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하는 의문 부호가 얼굴에 그려졌다.
“그분께서는 위험에서 저를 구해 주고 채용해 주신 분인데, 그분이 대대장님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날 어찌 알고?”
“그분은 대대장님과 가까운 곳에 있었던 사람입니다. 가능하면 꼭 모시라고 했습니다.”
약간의 블러핑이 들어 있으면 어때?
그 정도는 거짓말이라고 볼 수 없는 것 아닌가?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덥석 그렇게 하겠다는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얼마 전까지 군인이어서 사회 물정을 잘 모른다고 해도, 그 말에 ‘그럽시다’ 할 사람으로 보이오?”
그래, 저렇게 물어보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다.
“아닙니다. 결코 그런 뜻으로 드린 말씀이 아니라, 그분께서 가능하면 자신을 내세우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셔서…….”
“흐음, 누군데요?”
“답을 들으면 반드시 수락해 주셔야 합니다. 군인의 약속으로.”
이건 베팅이다.
반드시 모시려면, 이 정도의 베팅은 필요하다.
“……그러지.”
잠깐 생각한 박원규는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머릿속으로는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도 그 정도의 약속은 해야 할 것 같았다.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최태영.”
“…….”
박원규는 말없이 이진기를 바라보았다.
“……그놈…….”
“……이제 그놈이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곧 회장님으로 불릴지도 모릅니다.”
“정말이오?”
“네, 새 회사를 설립할 분이십니다.”
군인의 약속으로 수락했다.
이제는 윗사람이 된다.
그러니 ‘그놈’이라 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하, 그렇군. 윗사람을 그놈이라 부르면 안 되지.”
“…….”
“언제부터 가면 되오?”
“저에게는 말 놓으셔도 됩니다. 저는 특전사 부사관 전역입니다. 그리고 대표 아래 직입니다.”
“그러지.”
역시 명쾌하고 빨라서 좋다.
“지금 하시던 일 정리하시는데, 1주일을 잡고, 다다음주에 이리 오시면 됩니다.”
그러면서 명함을 내밀었다.
“그때부터 법인과 조직의 구성 등과 관련해서 모든 업무가 시작될 것입니다.”
“1주일도 길지.”
이진기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수락하시면 전하라고 했습니다.”
“뭔데?”
“현재의 일을 정리하는 1주일간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급여 지급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급여성 경비입니다.”
박원규는 힐끗, 봉투를 보았다.
“5백?”
“그보다는 훨씬 많습니다. 대표님의 급여는 그것의 2배 정도가 1주일분으로 보시면 거의 맞을 것이라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아, 이건 물으면 대답해 주라 하셨는데, 제가 너무 빨리 말씀드렸군요.”
“허…….”
자신은 일당 10만 원의 일용직 잡역부다.
1주일 동안 죽도록 해도 70만 원인데, 1천만 원이 넘는 돈이 1주일분이라고?
부족한 복무 기간으로 인해 연금을 받을 수 없어서 일시금으로 받았다.
그 돈으로는 서울에서 집을 구하는데도 벅찬 금액이었다.
가진 능력이란 지휘관의 능력인데, 퇴직 사유로 인해 그런 곳에 취업은 불가능했다.
따지고 보면 특별한 기술이 없는 셈이다.
당분간, 잡역부 신세를 면치 못한다.
그렇게 한 달에 20일 전후로 일해서 월간 2백 전후의 소득이 전부다.
그조차도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 사장이 자주 불러 주기 때문이다.
자신이 일 처리를 꼼꼼하게 잘한다고 말은 하지만, 사장의 아들이 군복무 중이다.
아마도 그로 인한 배려일 것이다.
생활의 궁핍함은 말할 것도 없고, 가장의 책무와 위신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아내도 식당 서빙 일을 하고 있다.
자신은 새벽에 일을 나가고, 아내는 낮에 나갔다가 자신이 잠들어 있을 때 집에 들어온다.
대부분 아내가 들어올 때 잠에서 깬 적이 없을 정도로 곯아떨어진다.
그렇게 둘이 벌어서 아이들 학비 대기도 빠듯하고, 살아가는 것은 팍팍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1주일에 저 돈의 2배?
‘최태영.’
속으로 이름을 한번 불렀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대략은 안다.
생활에 쫓기어 정신없이 살아도 들리는 것은 있으니까.
***
“여러분의 휴일을 망쳐서 미안합니다.”
일요일 오후, 면접이 끝나고 저녁 식사 자리다.
“우리보다 이 친구들이 고생했죠.”
유제범 부장과 총무팀 2명, 수행팀 2명이 함께 휴일에 출근했다.
“아, 저희는 괜찮습니다. 그냥 기다리다가 면접장에 안내한 것 외에는 없는데요.”
“아무튼 내가 아직 학생이다 보니, 주중 시간이 늘 부족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게 해서 미안해요.”
“아닙니다, 사장님. 그 대신에 수당도 두둑하게 주시고, 크리스마스 땐 다른 사람들보다 하루 더 쉬게 해 주시지 않습니까?”
“아무튼 고생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다 좋다니, 태영도 좋기는 하다.
아무리 여유 있게 수당을 준다고 해도, 휴일에 불러내 일을 시키는 것은 가능한 한 없애야 한다.
학생이라는 핑계를 언제까지 쓸 수는 없다.
“자, 맛있게 먹읍시다.”
“네, 사장님.”
한우는 늘 먹는 사람을 기쁘게 하니, 그 시간만이라도 기쁘면 좋지.
식사 시간은 제법 길었지만, 식사가 끝나고 자리를 파했을 때도 시간은 저녁 8시를 넘지 않았다.
“유 부장님, 차비 현금으로 다 지급했죠?”
“네, 다 지급했습니다.”
“자, 그럼 잘들 가요.”
다들 보내고는 터덜터덜 걸어서 탄천 산책로로 접어들었다.
제법 추위가 매섭고 바람도 차갑지만, 오히려 상쾌한 기분이 든다.
어둠에 묻힌 겨울의 강변.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마른 풀잎이 서로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정겹다.
그 사이를 뚫고, 자동차의 소음이 달려든다.
날이 춥고 밤이기에 행인은 눈에 뜨이지 않는다.
“위니.”
[네, 마스터.]“위니가 가진 데이터 기준으로 누가 적합해?”
태영은 말도 안 되는 질문이라고 생각하면서 물었다.
보행로에 잡힌 살얼음이 태영의 움직임에 작은 소리를 내며 부서진다.
이따금 바닥에 얼어붙은 얼음에 살짝 미끄러지기도 한다.
“충성도는 왜 포함시키지 않아?”
위니의 말을 중간에 자르고 물었다.
[충성도에 관한 한 모든 면접자가 기준 이하이기도 하지만, 이 시대를 기준으로 일반론에서는 충성도를 평가 기준 중의 하나로 보는 곳은 없습니다.]“그래?”
[그렇지만 일반론과 재벌 집단의 기준은 다릅니다.]“어떻게?”
[재벌 집단의 경우에는 충성도를 첫 순위에 올리는 곳이 아주 많습니다.]“내가 고려 시대에 살다 와서, 나도 충성도 같은 것을 고려하는가 봐.”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상황에 따라 지휘관의 기준은 많이 다르다고 봐야 합니다.]“그렇기는 하지.”
[마스터에게 그들이 생각하는 기준으로는 아직 충성도를 기대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그래.”
[데이터베이스를 기준에 대입해서 본다면, 태성기술에는 3번과 6번, 터니엔디에는 7번과 9번이 가장 적합합니다.]“참고하지.”
[네, 마스터. 그리고 뒤에 12명의 사람이 붙은 것은 알고 있으시죠?]“그래, 알고 있어. 회사를 나설 때 길 건너편에서 쳐다보던 그놈도 붙어 있네.”
[맞습니다.]“직원들에게 따라간 자들은 없어?”
[타깃은 마스터입니다.]“손유재?”
[그렇습니다.]“손유재에게 워처 하나 보내서 감시 영역에 포함시키고, 과거 행적부터 샅샅이 조사 좀 해 봐.”
[손유재는 별명이 밤의 제왕인데, 야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밤의 제왕? 야제?”
트럭 사건 발생 후, 제대로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일부를 조사해 둔 모양이다.
[그렇습니다.]“제왕이 있으면 황제도 있겠네?”
[네, 황제도 있습니다. 손유재에 대한 것만 보고 드리겠습니다.]“그래.”
[젊은 시절에 유흥 주점 바텐더로 발을 들여 놓은 이후, 뛰어난 머리와 추진력, 빠른 상황 판단과 강한 주먹으로 유흥 주점 한곳을 장악한 뒤론 그 방향으로 승승장구했습니다.]“많이 조사했네?”
[현재는 단란주점 6개, 중급 규모의 호텔 두 개, 건설 회사 2개와 목장 1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목장은 뜻밖인데…….”
[조사 과정에 손유재의 심복이 남겨 둔 기록 중에 ‘묻었다’라는 부분이 있었습니다.]“묻었다?”
[네, 정보가 충분하지 못해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혹시, 사람을 살해 후에 묻었다고 보는 거야?”
[건설 회사와 목장을 운영하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묻어 버리기에 적합한 장소로 보는 거야?”
[그렇습니다. 실종자 중에 손유재와 경쟁 관계에 있던 사람이 제법 많이 있지만, 실종 후에 아직 찾아내지 못했습니다.]“그게 정말이라면 아주 대책 없는 놈이네. 더 찾은 것이 있어?”
[디지털 자료는 아주 빈약하여 찾아내기가 어렵습니다.]“디지털 자료가 없다고?”
[네, 그렇습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오프라인의 디지털 자료일 것입니다.]“그럴 수도 있겠네.”
자료를 오프라인화 했으면 위니가 찾아내지 못한다.
그것이 치명적 단점이다.
[워처나 사프캣을 붙이지 않았기에 아날로그 자료 또는 오프라인 자료는 입수할 수 없었습니다.]그렇다면 입수가 불가능 하지.
“또 이상한 건?”
[손유재가 운영하는 호텔에는 방마다 숨겨진 카메라가 1개에서 3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료는 손유재와 연관된 네트워크상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카메라가 온라인이 아닌가?”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영상 확인이 불가능하고, 내용을 복사하는 것 또한 불가능했습니다.]“그럼, 촬영 후에도 오프라인으로?”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그럼 워처를 더 붙여.”
[네, 수일 전에 방문한 목장에 하나를 상주하게 하고, 심복에게도 붙여 두겠습니다.]이제는 뒤따라오는 사람들이 가까이 접근하여 발자국 소리가 태영에게도 들려왔다.
“그런데 목장에 대한 의심 말이야.”
[네, 마스터.]“땅속에 묻혀 있다면 파 보기 전에는 찾을 수가 없는 거잖아?”
[장비를 만드시면 됩니다. 제가 가진 자료 중에 그런 기능을 가진 장비가 아주 많이 있습니다.]“내 기억 속에 니펜트라고 하는 장비가 있는데, 위니가 가진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것이 그 비슷한 것인가?”
니펜트.
서기 2285년 이전에 만들어진, 라일리 닐슨(Rylie Nelson)이 소유했던 장비다.
송나라 장군부의 호장고에서 태영이 건져 냈었다.
[니펜트는 원소를 확인하고 분포량을 측정하는 수준이지만, 제가 말씀드린 지오프로는 형상을 확인하는, 현대 기술로 비교하자면 컬러 3D MRI 같은 것을 말합니다.”“지오프로? 그럼 필요한 소재들과 가공 방법을 내 태블릿으로 보내 줘.”
땅속이 컬러판이라 해도 흙의 색상이겠지만.
[네, 마스터.]발자국 소리는 더욱더 가까워졌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