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52
097. 결정의 시간(1)
입구에서의 소란은 간혹 발생하는 일이기는 하다.
다만, 오늘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규칙을 지켜 주십시오. 다시 경고합니다~
보안 경호 책임자 이진기의 목소리다.
위니가 알려 준 정보가 있어서 입구에서 소란 떠는 저들의 정체는 알고 있다.
초당 인건비 계산해서 한 달 치를 청구하겠다고?
“협박을 지랄같이 하는군, 개새끼가.”
태영의 입에서 나온 말에 김희종의 표정이 뜨악해졌다.
물론 김희종을 향한 것은 아니다.
바깥의 소란은 소란일 뿐, 소란의 내용이 그들에게 들리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기분은 나쁠 거다.
“실례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좀 나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그런…….”
민규인이 왜 나가느냐는 표시를 한다.
그딴 사소한 일에 나서려 하느냐는 뜻이겠지.
저는 그런 일을 해 본 적이 없으니.
회사로 들어서는 복도.
보안 경호팀 직원 여섯.
반대편에 탄탄한 체격의 날렵한 몸을 가진 검은 양복 여덟이 서서 대치 중이다.
“보안 경호팀의 방호복이 급선무야.”
이런 대치 상황에서도 다치지 않을 수 있는 방호복을 생각하고 있다.
이런 짓거리가 생기니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이 팀장, 웬 노숙자들이요?”
그들을 보고 나가며 일부러 제법 큰소리로 물었다.
“노숙자들?”
대꾸한 사람은 회의실에서 들었던 그 목소리다.
티엘 그룹 오영배 회장.
태영도 언론에 나온 저 사람의 얼굴을 봤다.
계열사가 백 개도 넘는 정말 큰 기업 집단의 오너다.
그런데 그게 뭐?
그런 큰 기업 집단의 오너이면 그런 식으로 협박 공갈해도 되나?
“아, 안에서 듣기로 노숙자들이 집단으로 몰려와 주정에 패악질을 하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하, 뭐라?”
오영배의 반응이 재미있다.
‘이 가소로운 놈이 뭐라고?’ 하는 수준이다.
“양복 입고 있는 것을 보니 말을 정정해야 할 것 같아. 자해 공갈단으로.”
뒤에서 회의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닫혀 있으면 고함을 질러야 들리지만, 문을 열면 대화 소리도 들린다.
태영을 만나고 싶다면서 복도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뒤쪽엔 아무도 없다.
티엘 그룹 회장 보디가드들이 모두 내쫓았다.
위니는 이들이 쫓아내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내 주었었다.
자신들의 움직임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으려 한 짓이겠지만.
그래도 깨끗하기는 하다.
“말을 조심해라. 다치고 싶지…….”
수행 비서로 보이는 자가 먼저 나섰다.
“뭐 인마?”
수행 비서로 보이는 자의 말이 끝나기 전에 오영배가 나서며 태영에게 삿대질을 했다.
“아, 개 짖는 소리가 잠깐 들린 것을 보니 개들도 끌고 다니는구나.”
태영이 귀를 후볐다.
영화에 나오는 건달 같은 행동이다.
사무실 안에서 직원들이 낮게 웃는 소리가 들린다.
터니테크의 직원들은 이런 모습을 종종 본다.
그래서 입구에서 이런 트러블이 생겨도 별로 움츠러들지 않는다.
재미있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복도에서 대기 타는 사람들도 있어서 이 모습을 봐야 함께 웃어 줄 텐데, 그것이 조금 아쉽다.
“하, 새끼가 진짜 웃기는 놈이네 이거?”
오영배가 기가 찬다는 듯, 한마디 던지고는 피식피식 웃으며 슬금슬금 다가왔다.
“내 초당 인건비가 네 초당 인건비의 열 배는 될 텐데, 어디 한번 건드려 봐. 일 년쯤 입원해 버릴 거니까.”
태영은 오영배가 했던 말에 조금 더해서 그대로 돌려주었다.
오영배가 눈앞에까지 다가와 허리를 살짝 굽히고 눈을 맞춘다.
그러고 보니 키가 상당히 크다.
물론 키가 크다고 힘이 세거나 머리가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와, 너 씨바.”
손이 올라오더니 마치 태영의 눈을 찌를 듯이 건들거린다.
“자꾸 너, 너 하지 말고.”
“뭐?”
“네가 날 언제 봤다고 너냐?”
“야, 나이가…….”
“늙은 게 자랑이냐?”
“와, 뭐 이런 게 있어?”
아, 나이 드신 분들이 저 안에 많은데, 그들도 모욕으로 느낄까?
“그 손가락, 내 눈을 찌르려는 모양인데, 안 내리면 분지른다.”
“와, 진짜 돌아 버리겠네.”
“할 말 없으면 꺼져라. 안에 손님 기다리니까.”
“존만 한 게 새파란 놈이 반말에다…….”
“반말은 네가 먼저 했다. 그러니 개소리 말고 꺼져.”
대한민국 땅에서 자신에게 ‘꺼져라’고 말하는 새파란 애송이가 있다.
대체 저놈은 무슨 배짱으로 저따위 소리를 하는 걸까?
이대로 묵과하면 자신의 위신이 말도 안 된다.
수행 비서와 보디가드들이 보고 있으니 더더욱 안 된다.
반드시 무릎 꿇고 빌도록 만들어야 한다.
저 안쪽에 보이는 몇 명의 얼굴.
고개를 내밀고 이 상황을 보며 재미있게 웃고 있는 놈은 사준전자 사장 김희종이다.
그 꼬라지가 재수 없다.
저놈들이 보고 있는 이 상황이 정말 창피한 일이다.
눈앞에 있는 이놈이 만든 사달인데, 정말 미치게 짜증이 난다.
~비잉~
그때 엘리베이터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오는 사람들은 신윤희 부사장 일행이다.
또각또각 단화의 뒷굽 소리와 묵직한 구둣발 소리는 모두 합쳐서 일곱.
“여긴 출입할 수 없습니다.”
오영배 보디가드의 말이다.
신윤희 부사장도 한 성깔 한다.
그런 신윤희의 앞을 막았으니,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다.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오영배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너흰 누구야?”
목소리는 신윤희 부사장이다.
바로 언성이 높아졌다.
“그건 알 것 없고, 여긴 못 지나갑니다.”
“못 지나가?”
신윤희의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 보디가드들 사이로 보였다.
“최 사장, 이것들 누구야? 누구인데 이따위 짓을…… 아, 거기…….”
태영과 시선이 마주친 신윤희.
바로 옆에 오영배를 발견했다.
말을 잠시 멈추더니 인상을 팍 구겼다.
“오영배 회장님? 이 물건들은 그쪽이 데리고 온 개들이오?”
보디가드들의 인상이 확 구겨졌다.
태영이 개들이라고 할 때도 그러긴 했다.
저들이 신윤희의 앞을 막았다.
지금 저 정도 하는 것도 오영배를 봐서 참는 거다.
보디가드가 신윤희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본다.
심지어 그중에 둘은 신윤희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뒷골목 건달 흉내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하.”
오영배가 한숨을 쉬는 사이.
태영은 오영배를 지나쳐 신윤희의 앞으로 갔다.
지나가는 것을 보디가드 둘이 막으려 들었다.
그 정도의 제지에 막힐 태영이 아니다.
~탁~빡~
손을 올리는 것을 쳐 냈다.
그냥 지나갈 수 있었지만, 이런 것은 바로 응징해야 한다.
“으윽.”
손목에 금이 갔을 거다.
막으려 하던 둘 중에 한 명이 멈칫한다.
신윤희의 앞을 막고 있는 둘.
“비켜라.”
신윤희가 소리쳤지만, 둘은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힘이 있으면 밀치고 가 보든가 하는 모습이다.
태영이 그중 한 명의 뒤에 섰다.
“건드리기만 해 봐.”
돌아서지 않고 말했다.
신윤희를 위협하고 있는 보디가드들은 키가 크다.
등을 보이고 있는 자의 귀가 보이고, 마주 보는 자의 턱이 보였다.
둘의 사이를 뚫지 못하는 모습으로 비칠 것이다.
“개들이라서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구나.”
“네가…….”
등을 보이는 자가 태영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돌리며 팔을 올렸다.
태영의 손가락이 팔을 올리는 자의 옆구리를 스쳐 지나갔다.
“끅.”
작은 비명과 함께 그자의 몸이 멈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뒤로 넘어갔다.
~꾸웅~
그 옆에 있던 자가 넘어지는 동료를 살피지 않고 태영을 향해 팔이 훅 날아왔다.
그자의 옆구리에도 태영의 손이 스치고 지나갔다.
“끄으…….”
고된 신음이 나왔다.
~꾸웅~
그리고 그자도 바로 무릎을 꿇었다.
등을 보이던 자는 뒷머리를 바닥에, 옆에 있던 자는 무릎을 꿇은 후에 이마를 바닥에 찧었다.
복도가 크게 울렸다.
“가시지요.”
신윤희를 향해 팔을 내밀었다.
“고마워, 최 사장.”
둘이 쓰러졌지만, 여전히 앞을 막는 보디가드.
“비켜라.”
그들에게 작게 말했다.
“…….”
“…….”
태영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들의 보스는 아니니까.
“몽둥이가 약이라 하더니 맞는 말이야.”
이들은 지금까지 몸으로 막고 있다.
그래도 아직 직접적인 손찌검을 하지는 않았다.
선제공격은 태영이 했다.
이들이 위협했으니까.
그러나 CCTV에 찍힌 모습은 제풀에 넘어진 것으로 보일 것이다.
지금부터 이들이 선제공격을 하게끔 하고, 그것을 태영이 방어하면 된다.
“비켜 드려.”
그때 오영배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 말에 즉각 반응이 왔다.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길이 쫘악 갈라졌다.
“음, 역시 개들이라 먹이를 주는 주인의 말은 알아듣는다는 말이지?”
비아냥거려 주기는 해야지.
인상을 일그러뜨린다.
화가 났다는 표현의 몸짓이 보였다.
그래도 앞을 막지는 않았다.
신윤희 일행과 오영배의 곁을 지나는 중이다.
“이 회의에 나도 참석하겠다.”
오영배의 말이 들려왔다.
신윤희 부사장을 일행이 회의실로 들어갔다.
태영이 돌아섰다.
“넌, 약속된 멤버가 아니야. 참석 자격이 없어.”
따라 들어오려는 오영배를 막았다.
“그래도 참석하겠다.”
“네가 하자면…….”
“최 사장.”
그때 신윤희가 태영을 불렀다.
“네, 말씀하십시오.”
“참관만 하게 해 주자. 불쌍하잖아?”
불쌍해?
“뭐요?”
오영배는 어처구니없어 하며 벌컥 화를 낸다.
시선이 신윤희에게 갔지만, 신윤희는 고개를 돌렸다.
“싫으면 말고.”
신윤희는 자신에게 벌컥 화를 내는 오영배에게 한마디 던졌다.
이런 때, 신윤희와 싸우게 하면?
재미있긴 하겠지만 말려야지.
“시끄럽고. 두 가지 조건을 약속하면 참관하게 해 주지.”
“뭔데?”
태영의 말에 오영배가 물었다.
이렇게 얌전하게 수긍하기도 하나?
의문이 들었지만, 뭐 어때.
“첫째, 발언권이 없다.”
“이…….”
“싫음 말고, 신 부사장이 저리 말하지 않았으면 참관도 시켜 주지 않았을 거야.”
“……좋다.”
생각보다 쉽게 수락한다.
다음 요구가 어떤 것일지도 모르고.
“두 번째는 뭐냐?”
“둘째, 저놈들.”
손가락으로 보디가드들을 가리켰다.
“저놈들 뭐?”
“모두 일렬로 벽을 보며 무릎 꿇고 두 손 들고 있어야 해. 회의 끝날 때까지.”
보디가드들의 인상 봐라.
아, 이거 찍어 두었다가 영화사에 팔면 돈 되려나?
“받아들이기 싫으면 그냥 가면 돼.”
쉽지 않을 거다.
보디가드에게도 자존심은 있다.
고용주를 가드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런데 이게 애매한 상황이다.
위급 상황이 아니면, 고용주의 명령을 어길 수 없을 거다.
“하…….”
오영배는 한 대 칠 기세다.
어디, 한 대 치기만 해 봐.
한 대를 맞은 후에 정당방위를 빙자한 뭇매가 얼마나 아픈지 알게 해 줄 테니까.
물론, 대한민국에서 정당방위는 인정되지 않는다.
익히 알고 있다.
강도가 칼로 찌르면 그냥 찔려야지, 칼 든 강도에게 부상을 입히면 가해자가 된다.
쉽게 말해 네가 죽더라도 강도를 때리면 안 된다는 거다.
정말 거지같다.
그래도 태영은 피해 갈 방법이 있다.
“전체, 벽을 보고 일렬.”
그때, 오영배 대신 한 명이 소리쳤다.
제 보스의 난감한 표정을 본 한 명이다.
제법 눈치가 빠른 자다.
보디가드들이 그 명령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쓰러진 넷은 몸을 일으키며 이마에 뽈록 솟아오른 부위를 문지른다.
뒤통수로 바닥을 때린 자도 지금 정신없다.
그중에 한 명과 명령을 한 자가 서로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눈을 맞춘 자의 위치가 대략 이들의 우두머리일 것이다.
눈을 맞추었던 자의 시선이 보디가드 무리를 한번 스윽 훑고 지나갔다.
그들은 신속하게 벽을 보고 한 줄로 섰다.
“모두 손들고 무릎 꿇는다. 실시.”
그자는 오영배의 지시 이전에 태영의 요구에 대한 조치를 했다.
칼 군무는 아니어도 착착 무릎을 꿇고 손을 들었다.
이제 재미 끝이다.
젠장.
“되었네, 그럼 들어와.”
“하, 씨파…… 내가…….”
불만이 많은 투덜거림과 거세진 콧김.
정말 자존심이 상한다는 몸짓이다.
자신을 대신해 명령을 내린 자에게 손짓을 한 후, 태영을 따라 들어왔다.
보디가드들에게 명령했던 자가 뒤따라 들어왔다.
“너는 들어오라고 한 적이 없는데?”
“저는 수행 비서입니다.”
“난 한 명을 불렀어. 네가 들어오면 네 보스가 나가야 해.”
그리고 오영배에게 나가라고 손짓했다.
“한시도 회장님 옆을 떠나면 안 되는지라…….”
수행 비서의 말이다.
“그건 네 문제이지 내 문제가 아니야.”
“야, 야.”
오영배다.
외 1명으로 해 달라는 요구인데.
흠.
“좋다, 대신 너도 회의실 안에서 벽 보고 무릎 꿇고 손들고 있어.”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기분 나쁜 기척이 잠시 스치고 지나갔지만, 대답은 한다.
“아이구, 김 사장님. 어려운 걸음 주셨네요.”
신윤희와 함께 온 일행 중에 한 명이다.
태영이 본 적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어서 오시오. 최 사장님.”
김희종과 최 사장이라고 불린 사람.
별로 화기애애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 자리의 주인인 태영은 젖혀 두고 지들끼리 잘 논다.
오영배가 회의실로 들어서고, 비서도 들어왔다.
“아이구, 오 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오 회장님. 유 상무도 어서 오시오.”
수행 비서라고 했던 자의 직급이 상무인가 보다.
그러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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