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54
099. 해결사의 승부수(1)
“그런데 거기 그 정도 투자할 가치가 있는 거야?”
“그 정도?”
“자본은 모두 잠식되고 빚만 잔뜩 남은 자본금 1억짜리 회사를 갑자기 3백억 짜리로 만들었잖아?”
“그 주식 누구에게도 팔거나 양도하지 말고, 잘 가지고 있어.”
“……왜?”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겨.”
“……어른? 떡?”
“그냥 믿어 봐.”
“어째서 네가 어른…….”
류지현이 한 소리 하려는데 마침 파스타가 나왔다.
뭔가 조금 더 따지려고 하던 류지현의 시선이 파스타로 이동했다.
“많이 먹어. 그렇게 떠들려면 먹어 둬야지.”
“체중 조절해야 해.”
“그건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니까.”
“참 밉살스럽게 말해. 알아?”
“알아.”
투덜거리면서도 식사는 잘 한다.
“두 사람, 어찌 된 거야?”
식사를 끝마쳐 갈 때, 류지현이 물었다.
제 상관 이야기다.
그날 태영에게 ‘개새끼, 대체 넌 뭐냐?’라고 했던 자.
류지현에게는 ‘야, 너는 정리하고 내일 자세히 보고해.’ 했던 자.
그 두 사람은 그날 병원으로 갔고, 아직도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걸 왜 내게 물어?”
“너 말고 물어볼 사람이 없잖아?”
“아무튼, 나는 몰라. 그러니 앞으로도 내게 묻지 마.”
“알았다. 그래도 다음에는 너 혼자 처리하고 입 싹 닦지 말고 내게도 언질을 좀 줘.”
태영의 부정에 상관없이 류지현이 말한다.
그 둘을 태영이 어찌했다고 믿는 거야?
대체 저 믿음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넌 일 안 하고 이렇게 놀아도 돼?”
“일 시킬 사람이 회사에 못 나오고 있는 것을 알면서 물어?”
“농땡이 피워서 좋겠다.”
“오영배는 왜 왔어?”
“그건, 정보 캐는 거야?”
“야, 너하고 나 사이에 그렇게 말해야겠냐?”
“너하고 내가 어떤 사이인데?”
“아우, 주먹이 운다, 정말.”
류지현이 주먹을 쥐고 잠시 흔들었다.
그 모습을 보니 쟤가 저런 귀여운 구석도 있었나 싶다.
“밥 먹었으면 가라, 이제. 나 바쁘다.”
“야, 사지에서 살아서 함께 귀환한 사이 아니냐? 그리고 사장이 대체 왜 바쁜데?”
“잊었어? 둘이 묻어 버리려 했던 거?”
“아니, 기억이 너무 생생해.”
“그러니 잘 지키라구.”
***
“변명할 거 있어?”
야제 손유재는 자신의 앞에 꿇어앉은 자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없습니다.”
목발을 옆에 놓고 구부러지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구부리고 앉은 상어 도승준.
실패했다는 보고만 했다.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야제의 그늘 아래서 뒤처리를 전담해 왔다.
이젠, 버려질 것을 알고 있다.
그나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으면, 가족들과 아무도 모르는 시골로 가서 살면 된다.
하지만 그럴 수 있을 가능성은 없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손유재.
야제의 곁에서 오른팔과 왼팔의 역할을 하는 쌍둥이 방귀열과 방주열.
일명 ‘쌍열형제’.
야제가 자신을 내버려 둬도, ‘쌍열형제’가 자신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결론은 한 가지다.
자신이 보스 손유재의 곁을 지키면서 뒤처리를 해 온 기간이 길다.
그냥 칼잡이 역할이었지만, 칼이 낡고 부러졌다.
손유재의 비밀과 ‘쌍열형제’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신도, 자신을 따르던 부하들도 모두 병신이 되어 대적할 방법이 없다.
정상적인 몸으로 대적해도 승부는 단번에 끝난다.
그러니 결론은 정해져 있다.
부하들 중에 일부는 목숨을 건질 것이지만 자신은 아니다.
“은퇴해.”
“……알겠습니다.”
도승준은 손유재와 방씨 형제, 그 누구의 시선도 마주치지 않았다.
부스러질 것 같은 고통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두 다리가 부러져 깁스를 하고 있다.
무릎을 꿇을 때에 수분이 걸리지만, 몸을 일으키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기선아, 잘 해라. 네가 잘 해야 내 아내와 아이들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그러니 제발.’
도승준은 염기선이 심부름을 잘 해 주기를 빌고 또 빌었다.
‘쌍열형제’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비록 둘을 보고 있지 않아도 그들의 고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느껴진다.
‘손유재, 이번 상대는 네가 어찌해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
“이봐요.”
“아, 이봐, 이봐요.”
류지현을 보내 놓고 회사로 돌아왔다.
입구에 한 명이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바닥에 대고 있다.
이진기가 일으켜 세우려 애를 쓰는 중이다.
수행 팀 직원도 옆에서 일어나라고 했지만, 일어날 생각을 안 했다.
“염기선, 흐윽…… 염기선입니다.”
그자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자신의 이름만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다.
[마스터, 저자입니다.]위니가 알려 주어서 이미 알고는 있다.
“염기선이라고 합니다. 제발. 흐으으윽…….”
“염기선.”
태영은 옆에 서서 염기선을 불렀다.
“……네…… 네? 네? 네? 아…….”
멈칫하다가 몇 번의 대답을 거듭하면서 고개를 들었다.
얼굴은 온통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다.
“아…… 아, 제발, 제발…….”
여전히 무릎을 꿇고 앉아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제발’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때, 5번 얼굴이었습니다. 지금의 마스터와는 다릅니다.]위니가 알려 주었다.
얼굴은 못 알아보지만, 일요일 밤의 타깃이 태영인 것은 알고 왔다는 것이다.
“들어와.”
“흡, 네 넵. 사…… 사…… 삼사합니다.”
말이 헷갈리고 뒤섞여서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삼사합니다, 로 발음한다.
정신이 없거나 혀가 꼬인 것이거나.
무릎을 꿇은 자세로 오래 있었는지, 제대로 일어서지 못한다.
삐걱삐걱 소리를 내듯 겨우 몸을 일으켜 어기적어기적 회의실로 따라 들어왔다.
직원들은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못 해서 파티션 너머로 계속 고개를 내밀며 갸우뚱거렸다.
하긴 자신의 이름만 반복적으로 외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 무슨 일인가 할 것이다.
“이 팀장, 들어와요.”
“네, 사장님.”
“혹시 경찰에 알렸나요?”
“아닙니다. 그냥 무릎을 꿇고 이름만 말하고 있어서 경찰에 알리기도 뭣하고 해서요.”
“그럼 알리지 말고 그냥 두세요. 수행 팀에도 그렇게 언질을 주고.”
“네.”
이진기가 회의실을 나섰다.
염기선은 회의 테이블 옆에 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사, 사려주시시오. 사, 사, 사자님.”
염기선이 눈물을 닦아 내며 태영을 향해 말했다.
“뭘? 누구를?”
“제, 저. 사, 사어 혀……이…… 좀…….”
“자세히 말해 봐.”
“사, 사어 혀이미 야, 야제에게 부려 가느데……을 거 같…….”
“야, 네가 그렇게 말을 더듬으면 내가 어찌 알아들어?”
~찰싹~찰싹~
염기선은 두 손을 들어 자신의 볼을 세차게 후려쳤다.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 짓이다.
그런데 금방 얼굴이 벌겋게 부풀어 오를 정도로 세차게 때렸다.
“야…… 야제가 상어 형님을…….”
“상어가 누군데?”
뻔히 알지만 일부러 다시 물었다.
“그, 그날 보스.”
“아, 날 치러 왔던 니네 보스?”
“흡, 네, 네, 그 시패 이믈…… 가제 은퇴……, 상어 혀이머 가족드이 위허해……, 부며 따, 따에 무더어…… 이…… 이건, 사어 혀이미 둔 증거 자료이…….”
완전히 횡설수설이다.
여전히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자 볼을 후려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럼에도 말이 끌리고, 문맥도 맞지 않고, 부분 부분이 끊어졌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USB 한 개를 꺼내 태영에게 내밀었다.
“뭔데?”
“사려 주십시오. 제발, 상어 혀니믈 사려 주십시오. 부타 드리미니다.”
여전히 발음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상어가 간 곳이 어디야?”
“야제의…… 사무실…….”
“주소.”
“네, 소파구 00로 174, 제와비디 30층.”
아까 했던 말 중에 상어를 은퇴시키려 한다고 했다.
그리고 땅에 묻으려 한다고도 했다.
그것은 상어를 죽여 묻는다는 의미 같다.
이들을 살려 줘?
그럴 필요 없는데.
그래도 손유재가 더 문제지?
그럼 살려 보자.
생각을 정리하자 망설일 이유가 없어졌다.
“잠깐 기다려.”
태영은 염기선을 그대로 두고 밖으로 나가 이진기를 찾았다.
“네, 사장님.”
“보안 경호팀 외부 업무 준비, 3개의 팀으로 하는데 1개의 팀은 예비입니다.”
“네, 사장님.”
“신속히 준비시키세요.”
“넵.”
이진기가 답을 하고 워키토키를 손에 잡으며 바로 움직였다.
회의실로 들어섰다.
염기선은 여전히 꿇어앉아 있다.
도승준이 상어다.
그날 신분증을 빼앗으며 이름을 봤다.
모두 액화 질소 가스를 뿌려서 얼음으로 만든 후에 밟아서 분질러 버렸다.
다른 자들은 기억 못 해도, 도승준과 염기선은 기억한다.
그날의 태도로 봐서 쉽게 고개를 숙일 자는 아니었다.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을까?
죽음이 확정되어 있어서 그럴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상어는 저 USB를 태영에게 보내며 승부수를 띄웠다.
문맥이 맞지 않는 염기선의 말로 유추해 보자.
가족을 구해 달라고 했다.
염기선은 상어를 구해 달라고 했다.
두 대상에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가족을 구해 달라는 뜻이 맞을 것 같다.
“위니, 사프캣 보내고.”
[네, 마스터.]“혹시 내가 신경 못 쓰는 사이에 상어에게 위해를 가하는 자가 있으면 수단 가리지 말고 막아.”
[네, 마스터. 도착 예정 시간은 47초 후입니다.]“네? 네?”
태영이 혼잣말처럼 하는 중이다.
염기선이 자신에게 하는 말인 줄 알고, 물어왔다.
“상어의 가족은 어디 있어?”
“주랑구 며목동 000-00입니다.”
“이름.”
“네, 네?”
“이름을 부르고 찾아야 할 거 아니야?”
“하이리, 이르미 도하리이미다.”
“사진 있어?”
“어, 어…… 그날…… 그, 포으 바꾸느 바야메…….”
태영이 빼앗은 폰에는 사진이 있다는 말이다.
그 폰은 태영이 빼앗아서 USIM을 빼낸 후에, 잡다한 물품 통에 대충 던져두었다.
“알았어. 넌 여기 기다리고 있도록.”
“네, 넵.”
염기선을 회의실에 두고 태영은 밖으로 나가며 이진기에게 전화를 했다.
[넵, 사장님.]“출동 팀 꾸렸나요?”
[아직 몇 명이 오지 않았습니다만, 곧 도착 예정입니다. 팀장들은 다 모였습니다.]“한 팀은 송파구, 또 한 팀은 면목동, 주소는 보낼 테니 지금 출발시켜요. 송파구는 싸움이 있을 수도 있지만, 가능한 한 피하고.”
[네, 사장님.]“빌딩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사진 보낼 테니, 사진의 도승준이라는 사람이 나오면 태우고 나중에 유 부장이 보내는 주소로 데리고 가요.”
[넵, 다른 팀은 어디로 보냅니까?]“면목동은 도하일이라는 아이와 그 애 엄마를 구해 오면 되고, 지금은 사진이 없으니 이름을 불러서 찾고, 사진 확보되면 사진 보내 줄 테니. 그리고 그쪽도 이동 위치는 같은 곳으로.”
[넵, 알겠습니다.]이진기와의 통화가 끝났다.
“위니, 면목동에도 사프캣 보내 줘. 그 주소로.”
[네, 마스터. 제왕빌딩에 곧 사프켓 도착합니다. 지침을 주십시오.]“일단 영상을 보내 줘. 그리고 도하일 사진 찍어서 보내 주고.”
[넵, 지금 면목동으로 사프캣 출발합니다.]태영은 사장실로 들어가 컴퓨터에 USB를 꽂았다.
“비밀번호?”
파일 탐색기를 띄워 그쪽을 선택하자 비밀번호를 원하는 창이 열렸다.
USB에도 보안 기능이 적용된 것 같다.
아무나 열 수 없도록 조치를 취했다는 말이다.
자신을 구해 주면 비밀번호를 알려 줄 생각인 것일까?
“위니, 이거 해제 좀 해 줘.”
[네, 마스터. 비밀번호 000으로 변경시켰습니다.]1초도 걸리지 않았다.
“고마워.”
[마스터, 제왕빌딩에 사프켓 도착했습니다. 영상 전송합니다.]그 순간 위니가 보내 주는 영상이 들어왔다.
“그래.”
영상에는 손용인을 면회 갔던 손유재, 일명 ‘야제’가 보인다.
그 앞쪽에는 상어 도승준이 목발에 의지해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 몇 사람이 서 있는데, 얼굴이 거의 똑같이 생긴 자 둘이 야제와 가까운 곳에 서 있다.
형제라고 했던 그자들이다.
아직 상어를 죽이려는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웅~
이진기의 전화다.
[전원 도착, 임무 하달했고, 지금 출발합니다. 목적지까지 30분 정도 소요될 것 같습니다.]사프캣과의 시간차가 너무 크다.
“일단 그리 가고, 위치 변하면 알려 줄게요.”
[넵, 사장님.]형제 중 한 명은 야제의 옆에 남아 있고, 한 명이 움직였다.
상어의 뒤로 장정 셋이 따라붙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 다른 층으로 이동한다.
다른 층에는 힘을 제법 쓸 것 같은 장정들 몇이 지키고 있다.
그 층에는 엘리베이터가 아예 없는 모양이다.
복도를 따라 들어가 한곳의 문을 열었다.
사무실처럼 보이기는 한다.
상어를 그 안으로 들여보냈다.
셋이 눈짓을 하더니 외부에서 문을 잠근다.
외부에서 잠그도록 된 문손잡이다.
불을 끈 후에 그들은 다른 곳으로 갔다.
“위니, 방 안에 무슨 가스 투입구 같은 것 있나?”
[없습니다. 환풍구는 있고, 그 환풍구의 공조 시스템은 빌딩 내의 모든 곳과 연결되어 있습니다.]그 말은, 그 방에만 가스를 투입하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영상 보내는 거 중지하고, 변화가 있으면 즉시 알려 줘.”
[네, 마스터.]탐색기에 보이는 USB의 폴더들.
147개의 폴더와 11개의 문서 파일, 그리고 3개의 스프레드시트 파일이 있다.
폴더는 모두 사람의 이름으로 시작된다.
사람의 이름 뒤에 익숙한 단어들이 붙어 있다.
“이게 뭐야?”
사람 이름 뒤의 단어는 국토부, 통신부, 행정부, 국회의원, 경찰서, 검사, 판사, 변호사 같은 명칭들이다.
회사명으로 보이는 단어도 있다.
“하, 재미있네.”
그중에 한곳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다시 21개의 서브 폴더가 있다.
서브 폴더 명은 일자로 시작한다.
일자 뒤에 당연한 것처럼 주 폴더에 있는 사람의 이름이 있다.
남자 이름이다.
“위니.”
[네, 마스터.]“이거, 우리고 얻고자 했던 내용이잖아? 그래서 워처도 보내 놓고.”
[맞습니다.]얻고자 하는 내용의 전부일지는 모르지만, 틀림없다.
“보답을 해 줘야겠네.”
[마스터를 죽이려 했던 자입니다.]“그건 이미 갚아 줬으니, 확보하려고 했던 자료에 대한 보답만 생각하자구.”
[네, 마스터.]보답을 뭐로 해 줄까?
그 생각을 하면서 폴더 이름을 살폈다.
주 폴더에는 없던 이름이 추가되어 있는데, 대부분 여자 이름이다.
끝부분에 장소 명칭으로 보이는 단어가 붙어 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