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59
104. 건들면 전쟁이야
“최 사장, 갑자기 왜 잘 쳐?”
“몸 풀렸으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두 번째 오는 사람이 그게 가능해?”
“세 분이 운이 없나 보네요, 뭐.”
“야, 이거 뭔 이런 일이 있냐?”
태영의 말도 안 되는 대답에 일행인 윤 부사장과 박 전무를 향해 말했다.
“누가 이기든 이번 판은 16배인데. 혹시 이글이라도 하면 32배입니다, 회장님.”
“파5 홀이지?”
“네, 맞습니다, 회장님.”
“알바트로스 나오면 64배인가?”
“네.”
“내가 알바트로스 한번 만들어 보자. 아무도 말리지 마.”
오영배가 모두를 향해 호기를 부린다.
“기대하겠습니다.”
일행 둘은 열심히 아부를 한다.
“최 사장.”
“말하셔.”
“백에 돈이 많지 않던데, 이번에 승부 나면 현찰 좀 마르겠다?”
점수가 1점 차에 16배이면 1천6백만, 2점 차이면 3천2백만 원이다.
1등은 2, 3, 4등에게 받고, 4등은 1, 2, 3등에게 줘야 한다.
“좀 뽑지, 뭐.”
캐디들도 흥미진진한 표정이다.
누군가가 우승을 해야, 팁을 받을 수 있다.
4홀부터 지금까지 계속 비기니까 팁도 없다.
그 대신 쌓인 것이 많으니, 승부가 나면 팁도 커질 것이다.
“자, 흥미진진한 한판을 해 보자고.”
‘그래, 알바트로스로 먹여 주지.’
태영은 씩 웃으며 티 박스에 올라섰다.
~깡~푸슈슈슈슈~
드라이버에 정통으로 맞은 공이 제트 엔진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와, 나이스 샷.”
“최 사장님, 나이스 샷입니다.”
그린에서 제법 가까운 곳에 안착했다.
“오, 이번에 잘 맞았네요.”
“뭔 드라이버 비거리가 그따위야?”
캐디들은 환호하고 세 사람의 얼굴은 썩어 들어갔다.
“땅이 얼어서 굴러갔으니까.”
저들의 실력이 갑자기 느는 것은 아니다.
~깡~쐐애애애액~
태영의 볼이 있는 곳 부근에 왔을 때, 윤 부사장과 박 전무는 3타째, 오 회장은 4타째를 칠 차례다.
“최 사장은 세컨 샷이지?”
“맞아요.”
“조졌네. 이번 판은 최 사장이 먹는 판이 될 것 같은데, 이게 지금 말이 돼?”
그러니까 좀 잘하지.
“3번 아이언 주세요.”
캐디 인월이 태영의 골프백에서 3번 아이언을 꺼내 주었다.
“야, 그걸로 치려고? 프로도 아니면서?”
“프로 아니니까 미친 짓 하는 거지.”
태영이 포즈를 취하자 모두 부근에 와서 섰다.
~휭~딱~쐐애애애애~
“어? 어어어어? 저거 뭐여?”
그린에 떨어진 볼은 이제 녹기 시작한 그린 위를 도르르 굴러 깃발 꽂힌 자리로 굴러갔다.
~땡그랑~
거리가 있어서 소리가 작았지만 홀 컵에 볼이 굴러 떨어지는 소리.
사위가 조용하니 그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야, 씨. 알바? 알바트로스?”
“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오영배의 질문에 캐디가 대답했다.
“야, 씨. 이번 판 무효.”
역시 오영배답다.
“지랄을 하세요.”
태영을 두고 내기에서 돈을 따려고 하다니.
미친 거지.
알바트로스를 눈앞에서 본 오영배의 멘탈이 흔들렸다.
오영배는 트리플 보기로 6점 차, 윤 부사장과 박 전무는 각각 더블 보기로 5점 차가 났다.
계속 비겨 오면서 16배인 것이, 알바트로스로 64배가 되었다.
오영배 3억 8천4백, 다른 두 사람은 각각 3억 2천.
“아, 이게 뭐야?”
“뭐긴, 억 소리 나는 거지.”
수입이 쏠쏠하다.
저들이 가방 속에 가진 현찰로는 어림도 없다.
“부족한데.”
지갑에 든 자기앞 수표를 꺼내 본 오영배가 중얼거렸다.
“일단, 나머지는 클럽 하우스 가서 주든지 끝나고 퀵으로 보내 주지.”
세 사람이 자기앞 수표를 내밀었지만, 현찰로 바꿔 달라고 했다.
비록 안 받기는 했지만, 지갑에 저 정도의 돈을 넣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까?
무식한 놈들.
“자, 팁.”
받은 현찰 중에서 캐디들에게 각각 다섯 묶음의 팁을 주었다.
모두에게서 볼 뽀뽀를 한 번씩 받았다.
“고마워요.”
“안녕히 가세요.”
아쉬운 듯 윈썸 히터를 만지작거린다.
“이거 진짜 안 되나요?”
캐디 선정이 정말 아쉬운 듯 물었다.
“네, 미안해요.”
“흥, 칫.”
삐친 표시를 한번 하고는 마지못해 준다.
팀도 많이 줬는데, 그러면 안 되지.
“회장쯤 되면서 떼먹을 거 아니지?”
홀 아웃하면서 오영배에게 툭 던졌다.
“아, 씨발, 안 떼먹어.”
욕쟁이 자식 같으니라고.
인코스로 가기 전에 모두 ATM으로 모였었다.
ATM에서 빼낼 수 있는 돈은 금액 제한과 회수 제한이 있다.
돈통의 크기도 한계가 있다.
“내가 다시는 너하고 내기 골프를 안 친다.”
샤워를 끝내고 식당으로 나란히 걸어가던 중.
오영배가 태영의 어깨를 부서져라 때리며 하는 말이다.
“난 내기하자고 한 적이 없고, 겨우 두 번째 필드에 나온 사람에게 지고는 무슨.”
“그래, 그래. 너 잘났다.”
“나도 나 잘난 줄 알고.”
“하, 씨발놈.”
대답을 얄밉게 하니까 밉기는 하겠지.
그래도 어찌 그리 욕일 입에 달고 사니?
“아까 그 윈썸 히터라는 거, 내가 하면 안 되냐?”
“그건 이미 안 된다고 말했고, 다른 거나 하지?”
“뭘?”
“세계 통신 시장을 먹는 꿈?”
“야, 그거 불가능해.”
“알아. 그러니까 지상 통신망이 아니라 위성 통신, 세계 단일 통신망으로.”
“기술이 안 돼. 투자가 커서 요금도 너무 비싸고.”
“그 정도는 나도 알지. 이리듐 프로젝트인가 그건 완전히 말아먹고, 영국에 있는 그 회사가 거의 유일한 위성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정도는.”
이리듐 프로젝트는 전 세계에서 받은 투자금 5조 원을 밀어 넣고 망했다.
“알면서?”
“지금 일반 이동 통신 단말기 수준.”
“뭐? 스마트폰?”
“위성 통신용 스마트폰, 통신 요금도 지금의 스마트폰 수준, 그걸로 전 세계를 커버하면?”
“그 정도면 지상 통신을 제공하는 모든 회사를 압살하고도 남지만.”
“남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안 되는 걸 해 보라고 하는 줄 아나?”
“절대 안 되는 거야, 그건.”
“패배 의식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구만.”
“야, 씨발. 그건 패배 의식이 아니고, 불가능한 도전이야.”
“그럼, 오 회장님하고 같이할 일은 없어.”
“야.”
“왜?”
“아, 씨바. 너 지금까지 반말하고, 반말하고, 또 반말하고 그럴래?”
“내가 뭐랬는데? ‘너’라고 하면 무효라 했어? 안 했어?”
“아, 진짜. 아, 진짜.”
“됐고.”
“그래, 그럼 다시는 ‘너’라고 안 하마. 한번만 더하면 영원히 말을 까도 된다.”
“그럼 좋아, 평대로. 알았죠?”
“그래, 그래. 이래야지.”
“별…….”
지랄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윈썸, 진짜 안 돼?”
“안 돼요. 그러니까 꿈 깨시고, 나머지 통신사들 연합체나 꾸려 봐요. 내가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해 줄 테니까.”
“넌 뭐야?”
“넌?”
“야, 이건 ‘너’가 아니잖아.”
“그것도 포함.”
“알았어, 알았어.”
“그런데 몰라서 물어요?”
“그게, 어찌 터니테크가 위성 통신 솔루션을 줄 수 있는가 묻는 거냐고?”
“줄 수 있다니까.”
“그렇다 치고?”
“국내파만 모으면 안 되니까, 선두 국가 통신사들 10개쯤 모으고, 협의체를 만들면 되겠지, 뭐.”
동문서답이겠지만, 질문에 대한 대답보다는 대안을 이야기했다.
“말이 쉽…… 아니, 아니구나. 하긴 앳윌도 윈썸도 말이 안 되지. 씨바.”
“이제 뭐가 감이 좀 와요?”
“그래.”
“외국은 국가당 한두 개 정도만 참여시키고, 국내는 기간 통신 사업자들 중소 회사도 지분을 조금이라도 좀 주시고.”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보여 줘 봐.”
“하긴, 입만 털어서 된다면 세상에 안 될 일이 없으니까.”
“그래, 바로 그 거야.”
“내년, 가을쯤.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시기 가을?”
“그걸 구현하려면 뭘 좀 만들어야 해서, 1월 하순에 국내 사업체들 모아서 자리 한번 만들어 봐요. 시스템 소개하고 설명해 줄 테니까.”
“소개 자료 줄 거야?”
“상대를 설득하려면 뭐가 있어야 할 거 아니오? 자료하고 영상도 준비해 줄 테니까.”
“그건 그렇다 치고 내가 부른다고 오겠냐?”
“그것도 못 하면 능력이 없는 거지.”
“꼭 비유를 해도. 씨발놈이.”
“능력이 안 되면 빠져도 되고.”
“다른 건 더 없어?”
뭔가 아쉬움이 남는 모양이다.
“그냥 그것만 해요.”
“그, 단…….”
단말기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다가 만다.
폰 시장이 크지.
지금의 스마트폰 단말기와는 완전히 다른 단말기가 될 테니까.
만일 위성 통신이 활성화되고, 단말기를 만들지 못하면 그곳은 바로 파산하게 된다.
“참, 중국 안 돼.”
“중국은 왜?”
“그냥 싫을 수도 있지. 뭐 꼭 이유가 필요한가?”
“그래도 뭐든 있을 거 아냐?”
“그놈들은 돈지랄을 잘하니까, 잘 만들어 놓고 나중에 그거 없으면 안 되는 시기가 왔을 때 가입비로 한몫 크게 당기게.”
“하, 이 도둑놈. 그래도 그 계획은 마음에 든다.”
***
이한봄과 이새봄을 함께 만나기로 한 식당.
“이새봄.”
룸에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고 들어서다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식탁 앞에 앉아 있는 이새봄의 얼굴.
이새봄의 이름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건 뭐가 잘못되었다.
뭔가가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머리를 때리고 지나갔다.
“최 군?”
지난번에 이미 한번 본 적이 있는 이새봄의 어머니.
김영은이 습기 가득한 목소리로 태영을 불렀다.
그 옆에 앉은 점잖아 보이는 장년의 남자.
말하지 않아도 이한봄의 아버지인 이찬용이다.
“오……빠…….”
들릴 듯 말 듯 모깃소리처럼 작은 소리다.
그렇게도 작게 태영을 부르는 이새봄의 얼굴.
뼈 위에 가죽을 바른 것처럼 보인다.
저 얼굴이, 그렇게도 예뻤던 이새봄이라고?
그 어떤 여자에게는 마음을 주지 않겠다고 했던 그 결심마저도 잠시 흔들리게 했던 이새봄.
그때의 그 눈이 부실 것 같은 아름다움은 어디로?
태영의 가슴을 떨리게 했던 그 예쁜 모습은 어디?
‘흡.’
숨이 턱 막혔다.
[마스터, 저 사람 이새봄. 생체 활동 지수가 지나치게 낮습니다.]태영의 손목에 시계 브리비가 있다.
위니가 브리비를 통해 이새봄의 몸 상태를 파악했다는 것이다.
“어떤데.”
정말 조심스럽게, 아주 작은 말로 물었다.
[100시간 이내 사망 확률 30%, 170시간 이내 100% 사망입니다.]‘헉, 뭐?’
속으로 정말 깜짝 놀랐다.
위니가 브리비를 통한 진단이니 틀림없을 것이다.
100시간이면 4일, 170시간이면 1주일이다.
바르르 떠는 이새봄의 앙상한 몸.
김영은이 그 떨리는 몸을 안았다.
이한봄이 자리에서 일어섰고, 이찬용도 일어나 태영의 곁으로 왔다.
이한봄은 태영의 팔뚝을 아프도록 잡았다.
이찬용이 비틀거리다가 바닥으로 털썩 무너졌다.
“내 딸, 봄이…… 좀 살려 주게…….”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태영의 옷자락을 잡고 말했다.
이건, 이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찬용의 모습도 이새봄의 저 모습도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어찌 사람이 저리될 수 있다는 말인가?
저 상황이라면, 사진이라도 찍어서 보내 주지.
그리고 오라고 해야지, 왜 애를 데리고 식당으로 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한봄의 손을 떼어 내고 이새봄의 옆으로 갔다.
식탁 위에 한쪽 팔을 올리고 있는 이새봄.
눈물을 흘리고 있는 김영은.
상사병에는 약이 없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태영은 이새봄의 의자 옆, 바닥에 무릎을 대고 앉았다.
“이새봄.”
“나 오빠 봤으니…… 이제 되었…….”
태영의 얼굴로 손이 올라왔다.
이새봄의 눈에 흐르는 눈물은 이미 눈물이 아니다.
“위니, 바이호르미어 주사하면.”
이새봄의 손 위에 손을 얹어 잡으며 위니에게 급하게 물었다.
생각나는 것이 그것밖에 없다.
[바이호르미어를 주사하면 사망 확률은 제로가 됩니다. 다만, 정상적인 회복을 위해 많은 보완 조치가 필요합니다.]망설일 필요가 없다.
살려야지.
일단 살리고, 회복을 위한 조치를 하면 된다.
“봄아, 미안하다.”
“아…… 아니요. 난 괜…….”
“두 분, 봄이 좀 데리고 가겠습니다. 한봄아, 택시 좀 부르고, 나 따라와라.”
“으……으응, 우리 차 지하에 있어.”
그렇지. 부모가 같이 왔으니 차를 가지고 왔을 것이다.
“왜, 애를 어디로?”
김영은의 질문이다.
“이대로 두면 봄이 죽습니다. 빨리 조치…….”
“병원에서도 링거밖에…….”
“방법은 저에게 있습니다. 두 분은 오시지 말고 제가 한봄이와 함께 새봄이를 데리고 가겠습니다.”
“아버지, 키 주…….”
이한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찬용이 자동차 키를 넘겨주었다.
생각 같아서는 이새봄을 안고 그대로 공중 부양으로 비행을 하고 싶다.
그래도 4일, 최대 7일의 시간이 있으니 그것은 참았다.
날씨가 춥기도 하고, 사람들이 놀라 뒤집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봄아, 이제 내가 너 안고 갈 테니까 내게 몸을 맡겨. 걱정하지 말고…….”
“응……으응, 오빠.”
이새봄이 힘없는 고개를 끄덕였다.
뺨을 따라 흐르는 눈물을 보니 가슴속을 무언가로 찌르는 것 같다.
의자를 당겼다.
워낙 마른 몸이니 주의해야 한다.
쉽게 안아 올릴 수 있도록 의자의 방향을 바꾸었다.
의자에 걸쳐 둔 이새봄의 패딩 코트를 어깨에 감싸 주면서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
등 뒤로 패딩 코트가 넘어갔다.
앞부분을 겹쳐서 잘 싸맸다.
몸이 얼마나 말랐는지,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저 먼저 가겠습니다.”
“아, 아니 우리도 가세.”
“아닙니다. 두 분은 지금 오시지 말고,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태영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왔다.
7층에 있는 식당이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나오자 2대가 모두 1층에 있다.
“계단으로 간다.”
말을 하며 엘리베이터에서 멀찍이 떨어진 계단으로 달려갔다.
“그래.”
뒤에서 이한봄의 대답이 따라왔다.
~쿵~삐걱~
문 닫히는 소리 뒤에 다시 열리고 이한봄의 발소리가 들렸다.
계단에는 사람의 흔적이 없다.
다행스럽게 이한봄이 아직 한 층 위에 있다.
태영은 그대로 공중 부양으로 날았다.
“위니, 주변에 빈 택시 좀 찾아줘.”
지하 주차장까지 가서 차를 빼서 나오는 시간이 아깝다.
[건물 앞에서 사람이 내리는 택시가 있습니다.]“오빠 품이…… 너무 편안해…….”
“그래, 네가 이 지경인 줄도 모르고 정말 미안하다.”
바쁘기는 했다.
그래도 이새봄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할 정도로 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태영이 1층에 도착했다.
4층에서 이한봄의 발소리가 들렸다.
계단실을 벗어나 건물 앞, 사람이 내리고 문을 닫는 택시 앞으로 달려갔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