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6
046. 왜구 정벌(6)
“추정 사망자는?”
사망자 추계는 중요한 사항이 아니기에 대충 현황만 파악하라고 했었다.
“부상자 9백 명, 사망자 1천 명입니다.”
많이도 죽었다.
생포한 놈들도 너무 많지만, 이 전투 선단에 거의 4천 명이 왔다는 소리이다.
상갑판에 올라서서 지휘하는 거의 모든 지휘관들을 사살했기에 지휘관들은 대부분 살아남지 못했다.
복장으로 봐서 지휘관으로 보이는 놈들이 몇 없는 것 같았다.
“저 배들은 바로 물이 넘쳐 들어와서 침몰할 것 같은데.”
최세헌이 우리와 50미터쯤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왜선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부상자들을 몰아서 태운 왜선은 거의 뱃전까지 물이 찰랑찰랑 올라왔다. 실제로 뱃전으로 물이 살짝 넘어가기도 했었다.
“그렇죠, 그리되라고 일부러 저리한 것인데요.”
태영이 무심하게 대꾸했다.
“식량이며 물이며 배 안의 모든 것들을 치워 버리고, 왜구들만 태운 데다 노까지 빼앗아 버리다니.”
“저들이 고려 해안으로 침략해서 죽어 가야 할 고려의 양민들 대신 죽는 것이니 억울할 건 없지요. 전투란 자신들이 승리하면 적이 죽는 것이고, 자신들이 패배하면 자신들이 죽는 것이니까요.”
“……으흠.”
태영의 말에 최세헌은 침중한 헛기침을 했다.
“바람만 조금 불면 침몰할 것입니다.”
노까지 압수했으니 바람 따라 흐르다가 운이 좋으면 육지를 만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모두 수장될 것이다.
상관없다.
고려 해안의 어느 마을인지는 모르겠지만, 약탈을 가던 놈들을 잡았으니 이놈들을 모두 노역에 투입한다고 하면 노역병이 너무 많아진다.
포로로 잡은 숫자가 율촌과 사포의 인구를 합친 것보다 더 많아지지만, 할 일 또한 많으니 어떻게 해결을 좀 해 봐야겠다.
“모두들 수고했다. 점심도 먹지 못하고 고생들을 했는데, 이제 모두 식사를 하고 사포에 도착할 때까지 푹 쉬도록 한다.”
태영도 목이 약간 잠겼지만, 일이 마무리되었다는 점에서 편안했다.
사포에 도착하면, 또 저들을 모두 수용소로 보내는 데까지 두 시간은 걸릴 것이다.
해룡호에 매달린 배가 워낙 많은 탓에 속도가 제대로 나오지도 않을 것이고, 그러니 무리하게 증기 터빈을 가동시킬 필요가 없고, 바람에 의존해서 사포로 가려면 오늘 밤은 어차피 해룡호에서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식사를 마친 태영은 우두머리로 보이는 복장의 왜구 서른 정도를 불러내었다.
밤은 깊어서 사위는 깜깜하고,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은 마치 쏟아질 듯 환했다.
저렇게 아름다운 별들 아래서 또 많은 왜구들이 취조 중에 죽어 갈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참으로 잔인한 것인가 보다.
갑판의 한쪽에 모두 무릎을 꿇려 놓고, 그 중의 한 명만 전혀 다른 쪽에 꿇어앉혔다.
갑판의 이곳저곳에 있는, 장작을 넣은 철제 통속에서 불이 활활 타올라 주위가 환한데 그 불길로 인해 봄철이지만 밤바다에서 느껴지는 추위가 한결 물러난 듯 훈훈한 기운이 감돌았다.
“어디서 왔나?”
왜어에 능숙한 4중대 3소대장 이막동을 시켜 취조를 하게 했다.
“…….”
그러나 입을 다문 채 한쪽에 꿇어앉은 동료를 쳐다본다.
“다시 한번 묻겠다. 답을 안 하면 너 말고 다른 놈에게 물어보겠다. 어디서 왔나?”
“…….”
역시 답을 하지 않자 이막동이 태영을 쳐다보았다.
“나한테 물어보지 말고 해. 결정은 자네가 하는 거야.”
“네, 알겠습니다.”
취조를 시작하기 전에 지시했었다.
‘2년 전에 왜구들이 사포에 와서 어떻게 했는지를 생각해라. 그리고 이들도 고려 땅에 상륙했으면, 고려의 사람들을 처참하게 도륙했을 것이다. 그곳이 사포일 수도 있고, 다른 곳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지금과 같지 않은 상황일 때 이들이 사포에 상륙했다고 생각해 봐라. 그럼 이들이 어찌했을지.’
그 말을 했을 때, 이막동의 눈에 파란 번갯불이 어렸던 것 같다.
그래도 한번쯤 더 확인하는 것이리라.
태영이 마지막으로 이막동에게 한마디 더 했었다.
‘포로의 숫자가 너무 많아.’
이막동은 왜구의 등 뒤에 서 있는 병사에게 눈짓을 했다.
“갑판 끝으로 데리고 가 바다에 던져 버려라, 그 옆의 한 명도 같이 던져.”
“네.”
병사 네 명이 왜구 두 명을 질질 끌고 뱃전으로 가서는 곧바로 바다로 던졌다.
초봄, 바다는 춥다.
아무리 수영을 잘 해도 저체온으로 인해 살아남지 못한다.
태영은 한쪽에 끌려 나와 있는 왜구들을 바라보았다.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망설임 없이 바다로 던져 버리자 무척이나 놀란 모습이었다.
다시 하나가 끌려 나왔다.
“어디서 왔나?”
“…….”
왜구는 약간 겁에 질린 모습으로 이막동을 쳐다보았다.
대체 왜 대답을 않는 것일까?
버티는 것인지, 겁을 먹어서 그러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된다.
“말하기 싫다는 거로군. 좋아, 소원대로 말 안 해도 되도록 해 주지.”
이막동이 다시 눈짓을 하자, 이번에도 한 명이 추가되어 뱃전으로 끌려간 왜구 두 명이 바다로 던져졌다.
“어디서 왔나?”
“치, 치쿠젠.”
다음 왜구에게 이막동이 질문을 하자, 벌벌 떨던 왜구가 입 밖으로 낸 말이다.
단 한 번의 질문에 대답이 없으면 바다로 던져지기가 한 번 더 있고 난 뒤에 즉시 답이 나왔다.
치쿠젠?
거기가 어디지?
태영이 눈이를 돌아보았지만 눈이도 고개를 가로젓는다.
눈이가 그린 세계 지도는 현대의 지도이다. 그래서 고대의 일본 지명과는 차이가 날 수 있었다.
이어지는 질문에서 더듬거리기는 했지만, 북쪽으로 곧장 올라오다가 아침에 동이 틀 때에 서북 방향으로 행로를 변경했단다.
“규슈.”
말한 것을 토대로 위치를 짐작하면 규슈가 맞을 것 같았다.
“규슈, 거기가 어디에요?”
“왜국은 네 개의 큰 섬과 자잘한 작은 섬으로 되어 있는데, 네 개의 큰 섬 중에 가장 남쪽에 있는 섬이 규슈입니다, 지난번에 돌개몰 쪽에 왔던 와카마쓰도 규슈 북쪽 끝에 있는데, 거기는 왜국에서 가장 큰 섬인 본슈와 지척인 곳에 있어요.”
정하연이 의문을 표하자, 태영의 말에 바로 실마리를 찾은 눈이가 바로 답해 주었다.
“하.”
입에서 탄성을 내지른 사람은 최세헌이다. 그렇게 탄성을 지르고는 눈이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눈이는 그 눈길을 받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 왜 우리 비서실 병사를 그리 쏘아보십니까?”
“아, 아니 쏘아본 것이 아니고, 여인의 몸으로 어찌 왜국을 저리 잘 알까 싶어서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쳐다본 것이오.”
태영의 핀잔에 최세헌이 반색하며 변명을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눈이를 여러 차례 돌아보았다.
눈이가 고려 땅 전체를 손금 보듯 환하다고 하면 얼마나 놀랄까?
이놈들이 이렇게 고려 땅을 부지런히 침략하는데,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일본을 침략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니다. 있었네.
아직은 도래하지 않은 미래이긴 하지만, 원 간섭기에 여몽 연합군이 일본 정벌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던 침략사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고려의 뜻이기보다는 몽골의 뜻이었다.
그 외에 왜구가 너무나 극성을 부려서 대마도를 정벌하기 위해 침략한 적이 몇 번 있기는 하다.
그에 반해,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것은 초대형 전쟁이 두 번에, 왜구의 침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이 많다.
조선 시대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으킨 임진왜란은 전 국토를 전쟁의 참화 속에 빠트리고 무려 6년간이나 전쟁을 했다.
물론 몇 백 년 뒤의 이야기이다.
그다음이 한일 합방으로 무려 36년간이나 통치한 암흑의 역사가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대규모로 침략한 외에도 왜군과 대마도 왜구들의 침략과 약탈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태영의 기억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려 말기 우왕의 재위 14년 동안 왜구의 침입이 378번이나 있었다고 역사에 기록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 정도면 1년에 27번이나 침략을 했으니, 한 달에 평균 2번 이상 왜구와 왜군들이 고려 연안을 침략하고 약탈했다는 이야기이다.
그것이 재위 기간 중에 가장 많은 횟수여서 그렇게 기록되었을 테지만, 그 외에도 왜구의 침략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았다고 했다.
전 국토가 왜구에게 유린당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갔다고 했다. 그런데 역사에는 왜구라고 나와 있었는데, 왜구가 아니라 왜군이었다니.
왜구는 대마도를 중심으로 한 해적 집단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니다.
2년 전의 돌개몰 침략이나 지금 이들이나 모두 대마도의 왜구들과는 상관이 없으니 왜군의 침략이 맞다.
이렇게 상황 판단을 하자 앞으로의 진행을 대충 그려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충성!”
사포에 도착하여 해룡호에서 내리자 김웅겸이 중대원들을 데리고 해안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경례를 한다.
“별일 없었나?”
“네, 평소처럼 조용했습니다.”
“음, 잡아 온 왜구가 많고, 나포한 배들이 많으니 정리를 잘해 줘.”
“네, 배가 무지하게 많던데, 대체 몇 척이나 됩니까?”
“병선이 19척, 어선들이 15척이니 모두 34척이나 되네.”
“배만 해도 아주 부자네요.”
“일단 정리해서 그 중에 일부를 돌개몰과 달구곶으로도 보낼 수 있도록 해.”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번에 못 가서 서운했지?”
“서운했지만, 다음에는 소장이 갈 것이니 상관없습니다.”
***
“돌아가신다고요?”
최세헌이 돌아가겠다고 한다.
성가신 존재가 떠나겠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인데, 뭔가 모르게 조금 서운한 느낌이 든다.
“그렇소이다. 생각 같아서는 조금 더 있고 싶으나, 떠나야 할 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소이다.”
최세헌의 얼굴이 웃는 얼굴인 것으로 보아 웃으며 들으라는 말인 것 같다.
“훈련시켜 달라고 하시더니 마음이 왜 바뀌었습니까?”
“사실 그것을 포함해서, 한두 가지의 부탁을 드렸으면 하는데 들어주실 수 있겠소이까?”
“무슨 부탁인지 들어 봐야 대답을 할 수 있겠지만, 크게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 거 맞지요?”
“하하하. 그렇게 딱 자르지 말고, 내 부탁을 들어주면 나도 대장님의 부탁 두 가지를 들어주겠소. 그 중의 하나는 이미 반쯤은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지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현감의 입단속. 가다가 한 번 더 확실하게 다짐을 받아 놓도록 하지요.”
최세헌이 단속을 한다고 현감의 입이 가만히 있을까?
그런데 현령과 현감이 같은 건가, 다른 건가?
“일단 말씀을 해 보시지요.”
“흠, 첫째, 혹시 내 가족들을 이리 보내면, 받아 줄 수 있겠소?”
“가족이요?”
옆에 있던 정하연이 더 놀란다.
“그 말은 소작을 주고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의 농지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농지를 구입하는데 소요되는 은자는 준비해서 보낼 수 있소. 다만, 이것은 가족들의 의견도 들어 봐야 하기에 가능성만 타진하는 것이오.”
태영의 질문에 최세헌의 대답이었다.
돈은 준비해 보낼 테니 그 돈에 해당하는 농지를 팔아서 그들이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는 정도를 해 달라는 말이다.
그런데 가족의 의견을 들어 본다?
가장이 명령하면 듣는 시대인데 별종이네.
“그리고요?”
“두 번째, 무관 두 명을 반년 정도 보내서 내 휘하의 장졸들을 여기 사포의 병사들처럼 훈련시켜 줄 수 있겠소? 물론 당연히 총에 대한 부분은 제외하고 하는 말이오.”
“그리하지요.”
“정말이오?”
태영이 너무 쉽게 대답한다 생각했는지 반색을 하며 되묻는다.
가족들이 사포로 내려오면 일종의 인질도 되는 셈인데, 그걸 반대할 이유는 없다.
“정말입니다. 약조하지요.”
“그럼 대장님의 부탁을 들어 보도록 하지요.”
“간단합니다. 사포의 비밀에 대해 발설하지 않을 것, 두 번째는 전국에 있는 동소와 철소의 현황을 구해 줄 수 있습니까?”
“첫 번째 것은, 내 가족들까지 보내려 하는데 그 비밀을 어찌 사방에 알리겠소? 그건 걱정 마시오. 두 번째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오. 몇 곳은 알고 있기는 하나, 모두 관내도에 위치해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오. 아마도 영남도와 산남도 지역의 것이 필요할 테지만, 10도의 것을 동소와 철소뿐만 아니라, 모든 소의 현황을 구해 주겠소이다.”
관내도는 뭐고, 영남도와 산남도는 또 뭐지?
그리고 10도라니?
이거, 고려사를 배울 때 나왔던 것인가?
에이, 정말 헷갈려.
정하연의 얼굴을 바라보자 고개를 끄덕인다. 혹시 모르면 나중에 설명해 주겠다는 의사 표시이다.
그런데 동소와 철소뿐 아니라 다른 소들도 알려 주겠다 하니 그건 정말 마음에 든다.
그렇잖아도 종이 같은 것들을 구하기 힘들어, 그것들을 구하기 위해 거제와 부산포에 가서 사 오게 한 것이 여러 번이었다.
“가림아, 그것 가져오너라.”
최세헌이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리는데, 정하연이 가림이를 불렀다.
“네, 여기 준비해 두었습니다.”
“별장 나리, 이거 선물입니다.”
“그게 무엇이오?”
맛있게 대접을 받았던 곶감은 이미 하인의 등짐 속에 있기에 최세헌이 물었다.
“거울이라는 것입니다.”
정하연은 깨어지지 않도록 잘 포장된 작은 거울을 가림이에게 받아서 최세헌에게 건네주었다.
“아, 이 비싸고 귀한 것을 선물로 주시다니, 정말 고맙소이다.”
“사포나 율촌에서는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물건이지요.”
서양은 모르겠지만, 고려 땅에서는 아직까지 동경을 사용하는 시대였다.
그 동경마저도 일반 서민들은 구할 수도 없지만, 반질반질하게 윤을 낸 동판을 거울로 사용하는데 평면이 고르지 않고, 선명하게 보이지도 않아 언제나 윤을 내어 주지 않으면 거울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거기에 비해 이 거울은 평판의 유리에 은을 융착시켜서 만든 거울이라, 은이나 알루미늄을 융착시킨 현대의 거울과 같다.
비록 두 손바닥을 펼친 정도의 크기로 작은 거울이지만, 이 시대를 기준으로 보면 그 가치를 환산하기 힘들 정도이다.
“여기서야 그렇지만, 여길 벗어나면 이 세상에 그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은 물건이지요. 심지어 황궁에서도 들어 본 적조차 없을 귀하디귀한 물건입니다.”
최세헌이 무언가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대답을 하다가 말을 이었다.
“혹시? 아니, 아니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아니오.”
정하연이 다시 물었지만, 아니라는 말만 한다.
“안에 두 개가 들어 있으니 꼭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있거든 하나를 선물해도 됩니다.”
“그래요? 정말 감사하오이다.”
정하연의 말에 최세헌은 정하연에게, 그리고 태영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하며 고개까지 숙였다.
이건 남자를 위한 선물이 아니고, 여자를 위한 선물이다.
물론 남자라고 거울을 안 보는 것은 아니지만, 남자는 가꾸는데 정성을 들이지 않아도 여자는 다르다.
시대를 막론하고, 진정 필요한 일이 있으면 그 사람의 아내를 공략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는 글을 어느 책에선가 읽은 것 같은데, 정하연의 뜻대로 여자가 필요한 물건을 선물하자 정말 저리 좋아할 수가 없다.
그러니 저 거울을 받는 여인은 얼마나 좋아할까?
***
“상윤아.”
“네, 나리.”
최세헌은 사포를 벗어나자 자신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하인 상윤을 불렀다.
그동안 자신과는 함께 다니지 못하고, 사포 관아에 항시 떼어 놓고 다녔었다.
“이곳, 참으로 살기 좋은 곳 아니냐?”
“…….”
상윤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주인을 뒤따라 발걸음이 느려졌다.
“왜 대답이 없느냐?”
“소인의 입으로 어찌?”
“그래, 개경에 가서도 그래야 하느니라. 이곳에서 본 어떤 것도 거기 가서는 말하면 안 되느니.”
“네, 나리.”
“명심해야 하느니라.”
“네, 명심하겠습니다요. 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