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61
106. 봄이 어찌 되었어?
“내가 어찌해야 하는가?”
“한봄이가 사 오는 것을 이용해서 피부로 영양을 공급해 줄 것입니다.”
“피부로? 그게……?”
“화장품 같은 것을 얼굴이나 몸에 발라 피부에 영양을 공급하지 않습니까?”
결국 그것과 개념이 비슷한 것이다.
완전히 다르기는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비슷하니까 설득용으로 적절하다.
“그게 가능해?”
“네.”
“그래서? 아니, 그리고?”
“한봄이가 사 온 것을 배합해서 욕조에 그것을 풀고 그 안에 봄이를 눕혀야 합니다.”
욕실에 있는 그 욕조가 아니라 이한봄이 사 올 것이다.
각종 효소와 약 성분이 풀어진 그 물의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해 줘야 한다.
곁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만, 시작하면 최소 70시간 정도 계속해 주어야 한다.
“알몸으로?”
“……네.”
“그래서…… 알겠네. 그런데 나 혼자 가능할까?”
이 부분에 조금 문제가 있다.
아무리 이새봄의 몸이 말라서 가볍다 해도 한 사람이다.
김영은 혼자의 힘으로 안전하게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비밀을 지켜 줄 도우미를 부르실 수 있으면, 몰라도 아니면 혼자서 하셔야…….”
“그 사람에게 설명하고, 설득을 시켜야 하고?”
“…….”
맞지.
누나나 어머니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지만, 그도 쉽지 않다.
도움을 받으려면 정말 수많은 설명을 해야 하는데, 설명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납득을 해야 하는데…….”
“…….”
김영은이 중얼거리며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가만히 있었다.
“가능하지 않을 거야. 혹시 신고라도 하면…….”
“…….”
신고하면 골치 아파진다.
마치 딸을 학대하는 엄마로 비칠 수도 있으니까.
고민해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일이다.
“방법은 하나뿐이네.”
한참 동안 가만히 있던 김영은이 결심한 듯 말했다.
“있습니까?”
“자네가 같이하면 되네.”
“네?”
반가운 마음에 물었더니 청천병력 같은 말을 한다.
“봄이가 했던 말이 있네.”
“어떤?”
“봄이는 자네가 아니면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네.”
“네? 그…….”
아, 정말.
“자네가 결혼해 주지 않으면 그냥 조용히 떠날 거라고 했네.”
떠나? 어디로?
“그…….”
하, 대체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거야?
떠난다는 저 말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왜 이리 불안해지는 거지?
“그리고 아픈 사람이 몸을 좀 보이기로서니, 어떤가?”
말문이 막힌다.
그리고 또 말을 막은 것은 김영은의 눈가에 맺힌 물기다.
그걸 손바닥과 손등으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 비벼 닦고 옷에다 문지른다.
요즈음은 남녀가 자신의 벗은 몸을 보여 준 것으로 어떠한 약속을 해야 하거나 하는 시대가 아니다.
막말로 원나잇 후, 쿨하게 안녕하고 모르는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대이니, 그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태영이 잠시 다른 시대에 살다 와서 생각을 더 하는 것일 수는 있다.
앞에 앉은 이새봄의 어머니 김영은?
김영은은 어머니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다.
태영이나 이새봄이나 지금 대학생들은 Z세대나 MZ세대이지만, 김영은은 X세대라고 불리는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다.
완전히 다른 세상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자신과 함께 딸의 벗은 몸을 보게 된다.
“안 되겠나?”
말이나 행동과는 다른 간절한 눈빛.
“…….”
“부탁하네.”
“그리……하지요.”
“그래…….”
“다만, 그렇다고 해도 저와 봄이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떤 약속도 드릴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선을 그어 대답했다.
이새봄의 회복이 우선이니까 승낙한 거다.
“상관없네. 지금이 조선 시대도 아니고.”
***
이한봄이 도착했을 때.
태영의 방 가운데는 아무것도 없다.
침대를 벽에 기대 세워 공간을 확보했다.
거실이 태영의 방보다는 넓다.
거기에 준비하면 되지만, 그건 안 될 일이다.
이새봄의 아버지나 이한봄이 와서 보면 안 된다.
지금 이새봄이 누워 있는 방에 그 기구들을 놓기에는 좁다.
캠핑용 접이식 야전 침대를 펼쳤다.
그 위에 3단으로 접힌 단단한 매트를 펼쳐서 깔았다.
다리가 열 개나 달린 캠핑용 야전 침대다.
이것은 아주 튼튼하지만, 폭신한 천 매트여서 단단한 매트를 깔아서 폭신함을 없앴다.
그 위에 간이 욕조를 올렸다.
아래쪽에는 물 회수용 수조를 놓았다.
거실에는 태영이 주문한 수많은 약품과 식품, 각종 원료와 효소들이 쌓여 있다.
이 모두는 허가 없이, 처방 없이 구입이 가능한 물품들이다.
“넌 가라.”
“왜? 좀 보자.”
“너 있으면 안 돼. 그러니 가라.”
“아, 왜?”
“이한봄, 너 안 갈래?”
김영은이 나섰다.
“저 가야 해요?”
“그래.”
김영은이 이한봄의 등을 떠밀어 보냈다.
아무리 여동생이라도 보여 줘도 되는 것이 있고, 아닌 것이 있지.
“이제 어머니도 봄이 옆에 가 계십시오.”
“그러세.”
태영은 각종 약재와 약품을 위니가 알려 주는 대로 섞고 기다리고 다시 섞었다.
그 모두를 마치는데 1시간 30분이 걸렸다.
이한봄이 사 온 14개의 유리병에 그 모두를 균일하게 나누어 따랐다.
한 개를 남겨 두고 모두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야전 침대 위에 놓인 간이 욕조.
증류수 한 통을 욕조에 부은 후에, 냉장고에 넣지 않은 병 안의 약재를 부었다.
소형 모터 펌프로 순환 시험을 하면서 온도 제어 장치로 온도 확인을 했다.
“이제 데려갈 겁니다.”
손님방으로 가서 김영은에게 말했다.
“그러세.”
김영은이 이불을 걷어 내자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이새봄의 나신이 누워 있다.
태영이 약재를 준비하는 동안 김영은이 한 일이다.
바로 안아 들기가 애매하다.
“음…….”
“방문이 좁아 둘이 안고 가기에 애매하니, 자네가 안아 들게.”
“……네.”
어쩔 수가 없다.
공중 부양으로 띄워 올리면 아주 좋은데, 김영은이 있으니 그것도 참아야 한다.
어깨와 목 아래에 한 손을 넣고, 일으켜 엉덩이를 받쳐 올리며 공중 부양시켜 편안하게 해 주었다.
김영은은 이새봄의 발을 잡고 따라왔다.
발끝부터 천천히 욕조에 눕혔다.
약 성분이기는 해도 수분이다.
몸을 담그고 며칠을 지내게 되면 피부 트러블이 생긴다.
그것은 바이호르미어의 효과로 모두 해결되고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
김영은이 이새봄의 곁을 떠날 줄 모르고 서 있다.
거실에 있던 1인용 소파 한 개를 옮겨서 김영은이 편히 앉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저쪽 방에 있겠습니다.”
“고생했네.”
태영은 컴퓨터 방으로 가서 의자에 털썩 앉았다.
도우미를 부르지 않기로 한 후.
김영은은 이 모든 것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왜 며칠을 자야 하는지.
어떻게 그리 오래 잘 수 있는 것인지.
정말 이새봄이 잠든 것은 맞는지.
깨어나기는 할 것인지.
이렇게 하면 건강이 회복될 수 있는 것인지.
어머니의 입장에서 본다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일 것이다.
얼굴 표정과 눈빛으로 끝없는 질문을 했다.
그래도 입 밖으로는 단 한마디도 내지 않았다.
그 인내와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웅~
[태영아.]“응, 누나.”
[일이 있어서 당분간 회사에 못 나온다고 했다면서?]“응, 내일은 잠시 출근할 거야.”
[그래? 그럼 내일 잠깐 얼굴 보기로 하고, 내가 링크 하나 보낼 테니 그거 보고 난 뒤에 전화 좀 해 줘.]“알았어.”
폰을 들고 누나가 보낸 링크를 따라간 SNS.
윈썸 히터를 든 몇 사람의 얼굴과 잔뜩 자랑을 한 글들이 보였다.
“아, 캐디들.”
깜빡했다.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기에 일어난 일이다.
[응, 태영아. 봤어?]전화를 하자마자 바로 받는다.
“봤어.”
[그거 뭐야?]“히터인데 내년 가을에 내놓을 물건이고, 아직 생산 못 해.”
[왜?]“재료 부족, 생산 시설 부족.”
[그럼 샘플로 만들어 본 거야?]“응.”
[나 줘. 샘플 그거.]“뭐 하려고?”
[일단 좀 써 보고 자료도 만들고.]“그거 오프라인으로 ‘별하나’ 통해서 팔 건데?”
[내보내는 것은 우리를 통해서 내보낼 거지?]“맞아.”
[그러니까 광고도 좀 해 줘야지. 그리고 개인 휴대용은 그쪽 통해 공급하고, 가정용이나 업소용, 사무실용은 우리가 온라인으로 하자.]“음…… 좋은 방법이네. 내일 출근하면 줄게.”
[그래, 그리고 준혁이 연말연시 휴가 때, 보라카이로 간다는데, 넌 어디 안 가?]터니테크와 메이스타의 연말연초의 휴일은 해외여행을 다녀와도 될 만큼 아주 길다.
박준혁을 멀리 휴가 보내기 위해 거짓말을 좀 했다.
보라카이로 가면 일정이 최소한 5일 이상은 될 것이다.
그럼, 안심하고 박준혁의 어머니인 박민서 여사에게 바이호르미어를 주사해도 될 것 같았다.
“나 바쁜 사람이야. 난 그렇다 치고, 누나는 사귀는 사람 없어?”
[나도 바빠, 끊어.]대답할 사이도 없이 전화는 끊어졌다.
누나도 참 바쁘게 산다.
(사장님, 윈썸 히터 때문에 방문객이 있습니다. 저희는 설명을 어찌해야 할까요?)
통화를 끝내고 그사이에 온 톡을 살피다가 정우찬 부장에게서 온 것을 보았다.
일이 이렇게 번지기도 한다.
(그냥 무시해 버리는 것이 좋은데, 샘플로 만들어 본 것일 뿐, 양산 계획은 아직 없다고 답해 주세요.)
(네,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웅~~우우웅~
~우웅~웅~우우웅~
끝없이 오는 전화와 문자와 톡들.
직원들이나 이미 아는 사람들의 것이 아닌 것은 모두 무시해 버렸다.
***
[마스터, 조백려가 오늘 저녁에 입국했습니다.]밤이 깊었을 때 위니가 알려 온 내용이다.
“혼자?”
[일행이 아닌 것처럼 분산해서 입국했지만, 일행인 중국인 12명이 함께 왔습니다.]“뭔가 계획을 세우고 온 모양이지.”
[그들의 신체 능력과 행동으로 봤을 때, 일반적인 사회인이 아닙니다.]“주먹질 좀 하고 다닌 거야?”
[칼질 좀 하고 다녔을 것으로 보입니다.]“재미있네. 그동안 중국으로 도망가서 잠잠하더니 예상보다 빨리 돌아왔네.”
귀화 중국인 조백려.
한국의 음악에 빠지고, 연예인을 동경해서 어릴 때 유학을 왔다.
한국에 살았기에 한국어를 한국인처럼 유창하게 구사한다.
그러다 국적을 정해야 할 시점에 한국 국적을 택했다.
한국인 혼혈도 아니고 조선족도 아니다.
중국에 있는 조백려의 아버지는 중국 공산당 간부이면서 동시에 사업가이다.
그런 사람의 딸이 한국 국적을 택했다.
이상한 일이지.
조백려는 동경하던 나라에서 생활하며 성인이 되었다.
대학 졸업 후, 몇 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며 직장의 생리를 익혔다.
그 이후에는 산업 스파이가 되었다.
꽤 많은 산업 정보와 기술들을 중국으로 빼 갔지만, 당한 쪽에서는 당한 줄도 모른다.
여기까지가 위니가 확인한 조백려에 대한 일반 내용이다.
[조백려의 중국 내의 동선 보내 드릴까요?]“아니야, 그거 볼 시간이 없어. 다음에.”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사실 위니가 있어서 수많은 일들이 빠르게 처리되고 있다.
위니의 도움이 없이는 태영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일들을 처리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살아온 시간의 비율만큼 시간이 단축되기는 하지만, 절대 시간은 소요된다.
“NASA나 CIA 쪽에서는 움직임이 없어?”
[미국 쪽의 움직임은 체크하지 말라고 하셔서 모니터하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하긴, 그들의 연말은 꽤 긴 휴가 시즌이다.
이남욱의 사건은 TV를 통해 대부분을 보았다.
안재희를 만나면 아마 그것을 물어올 테니, 어떻게 답할지 생각해 두면 된다.
손유재의 일은 일의 덩치가 큰 만큼 아직 언론에 한 줄도 발표되지 않았다.
류지현은 하루에 한 줄 정도로 요약한 상황을 알려 온다.
[이새봄에게 가야 할 시간입니다.]“그렇네. 가야지.”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김영은은 이새봄이 누워 있는 욕조에 손을 넣어 온도를 점검하고 있다.
“여전히 많이 궁금한데…… 대답 안 해 줄 거지?”
“……죄송합니다.”
첫날이어서 4시간에 한 번씩, 욕조의 내용물을 교체한다.
저녁 7시에 교환을 할 때였다.
‘이게 무엇인지 알면 안 되겠나?’ 하고 물어왔다.
아주 조심스럽게.
‘설명이 어렵습니다.’라는 정도로 답했다.
말해 줄 수 없다는 뜻이다.
“내 딸이지만, 참 예뻤는데…… 어찌 이리 되었는지.”
“……욕조에서 걸어 나올 때는…….”
“때는?”
“기억하고 계시는 정도에는 못 미칠지라도, 거의 회복된, 예쁜 따님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자, 약재 교체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세. 자네가 정말 고생이 많네.”
“…….”
태영은 육체적으로 거의 지치지 않으니 고생이라고 할 것도 없다.
그래도 김영은은 벌써 많이 지쳐 있다.
***
퀭한 두 눈.
아침에 다시 얼굴을 대면한 김영은.
눈 아래까지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다.
잠을 전혀 못 잤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전혀 주무시지 않은 모양이군요.”
“……잠이 오지 않아. 잠들 수도 없고.”
어제 아침에 눈을 떠서 지금 24시간째 잠들지 않았다는 말이다.
“센서가 있어서 봄이가 움직이면 바로 벨이 울리도록 되어 있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되는데.”
“나도 알아. 그래도 애가 이 지경인데, 엄마가 편히 잠들 수는 없지.”
식당에서 마주친 김영은의 모습도 회사에 찾아왔을 때와는 달랐다.
제법 수척한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더 수척해졌다.
“오늘은 어제 말씀드렸듯이 제가 잠시 출근을 해야 합니다.”
“그래.”
“일보고 바로 돌아올 테니까, 그때까지 어려우시더라도 혼자 계셔야 합니다.”
“혹시 잠들면 큰일인데.”
그래서 잠을 좀 자 두라고 했는데, 잠들지 못한 것이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걱정은 안 되는데…….”
얼굴이 돌아가서 숨이 막히는 일은 없도록 받침이 만들어져 있다.
얼굴이 약재 속에 잠겨 들지도 않는다.
불의의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안전장치는 다 해 두었으니까.
“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제 폰으로도 연락이 올 것이기 때문에 즉시 달려올 수 있습니다.”
위니가 알려 줄 것이다.
아이미어 영상으로 언제든지 볼 수 있다.
걱정은 하지 않지만, 주의를 상기시킬 필요가 있을 뿐이다.
“오늘 오후부터는 6시간 주기라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내일 오후부터는 8시간, 그리고 12시간…….”
“출근해도 다음 순서 시작하기 전에 돌아올 것이니까, 걱정 마십시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