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62
107. 난 뭘 본 거지?
“충성.”
“대대장님, 왜 이러십니까?”
새 회사의 대표들과 만나는 자리다.
식사도 한 끼 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오전 11시에 약재 교환 작업을 한 후에 회사에 갔다.
대회의실 정면에 앉아 있던 박원규는 태영의 얼굴이 보이자 벌떡 일어서서 군대식으로 인사를 했다.
“내가 군에 있을 때는 내가 상관이었으니 사장님이 저에게 경례를 했고, 전역해서 사회에 나와서는 사장님이 상관이시니 제가 인사를 드리는 것뿐입니다.”
논리 참 단순하고 명쾌하다.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이다.
“충성, 저희도 그렇게 인사를 해야 합니까?”
터니엔디 대표로 내정된 송성우가 박원규의 흉내를 내며 말했다.
“인사드립니다. 유병진입니다.”
태성기술 대표로 내정된 유병진이 빙그레 웃으며 인사를 한다.
“자, 모두 앉으십시오.”
세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에 생산 책임자 김경훈 전무, 연구소장 김성태 전무가 나란히 들어왔다.
영업 마케팅의 정우찬 부장, 경영지원 유제범 부장, 경영지원의 재무팀 한지은 팀장, 아웃소싱의 김지열 과장이 줄지어 대회의실로 들어왔다.
이렇게 보니 사람이 제법 모였다.
“안녕, 내가 젤 늦었네.”
누나가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자, 우리 직원들부터 인사를 좀 하지요.”
“네.”
태영의 말에 직원들이 돌아가며 자신의 이름과 직무를 간략하게 말했다.
새 대표로 내정된 세 사람은 이름 정도로 자신을 소개했다.
“박원규 대표님은 제가 군 복무를 할 때, 근무했던 부대의 대대장님으로 제 상관이셨습니다.”
“오, 얼마 전까지 군인이셨군요.”
송성우다.
“다들 아시겠지만 부대 증발 사건이 왜 대대장님 잘못인지 모르겠는데, 그 일에 책임을 물어 전역 조치되었습니다.”
“…….”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제가 새로 발족할 일명 터니가드, 보안 경호 회사의 대표로 모셔 왔습니다.”
~짝짝짝짝~
박수가 나왔다.
“유 부장님은 신속하게 법인 설립 절차를 진행해 주시고, 박 대표님은 최정예 경호팀을 만들어 주십시오.”
“인원은 어느 정도나 해야 할까요?”
“별도로 의논하죠.”
“알겠습니다.”
“‘별하나’라고 아시지요?”
“터니테크 제품의 지역 소매점 아닙니까?”
송성우가 아는 것을 확인하며 물었다.
“네, 맞습니다. ‘별하나’의 수익성이 제법 좋은데, 이들을 탐내는 조직이 최근에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밤의 황제.”
태영의 말이 끝나자 이진기가 다들 알아들을 정도의 큰 소리로 말했다.
밤의 황제.
손유재의 밤의 제왕과는 조금 다르다.
그들의 방해는 아직은 미미하다.
별하나 점포 앞에, 어깨들 여럿이 모여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점포 안에 그런 자들이 들어가서 구경한다면서 몇 시간씩 버티고 있거나.
판매 수량 제한에 시비를 건다.
왜 고객이 사겠다는데, 상점에 물건을 쌓아 놓고 세 개씩밖에 팔지 않느냐는 시비다.
본사의 정책이 그렇다.
그래서 그것을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해도 막무가내다.
가게를 하는 사람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하루 이틀 문을 닫아 놓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신고를 해도, 경찰은 직접적인 해를 입히지 않았다고 단속하지 않는다.
이진기 팀장이 팀원을 이끌고 가서 해결은 한다.
그렇지만 한계가 있다.
그 모든 일을 태영이 가서 해결해 줄 수도 없다.
“그들과의 마찰이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니, 터니가드를 세계 최강의 경호 회사로 만드십시오.”
“넵, 알겠습니다.”
“조직이 갖추어질 때까지는 모든 비용을 유제범 부장에게 청구하면 됩니다. 유 부장이 자리를 비우면, 한 팀장이 처리해 줄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별하나’를 건드리면 전쟁이다.
상대가 누구든 거길 건드리면, 그 대가를 뼈에 새겨 줄 것이다.
“유병진 대표께서는 태성기술 신임 대표입니다. 한국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국내파입니다.”
“와~ 박사님이셨네요.”
~짝짝짝짝~
박사라 소개하자 감탄과 함께 박수가 나왔다.
“태성기술은 가동이 되고 있고 터니테크가 필요한 원료는 태성기술이 아닌 다른 회사에서 공급받고 있습니다.”
“네.”
“태성기술은 보편적인 것이 아닌 가장 중요한 핵심 원료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합니다. 가장 먼저 그 문제를 해결해 주십시오.”
김성태가 유병진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연구소 김성태 전무님이 전임 태성기술 대표입니다. 인수인계는 쉽게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송성우 대표께서는 터니엔디를 맡을 것입니다. 한국대와 MIT를 나오셨고, 석인전자에서 전무로 퇴직했습니다.”
~짝짝짝짝~
다시 박수가 나왔다.
“터니엔디는 우리가 인수한 이후, 모든 설비를 교체하는 작업에 착수해서 가동 중단 상태입니다.”
“아, 네.”
“경비 인력과 관리 조직 일부를 포함하여 최저 규모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업종을 바꾸시는 것입니까?”
“네, 웨슬라와의 계약 연장에 실패하면서 우리에게 매각한 곳입니다.”
“네.”
“더 이상 웨슬라와 비즈니스 할 것도 없으니 현재 터니테크가 만드는 제품의 일부를 터니엔디가 만들게 되고, 차츰 사업을 다각화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세 분의 직급은 모두 전무로 김경훈 전무, 김성태 전무님과 동일 직급이지만, 대표 이사로만 명기될 것입니다. 근무는 새해 1일부터 하시면 됩니다.”
태영은 유제범으로부터 받은 패드를 세 사람에게 각각 전달했다.
“패드에는 앞으로 할 일과 조직 구성에 대한 방향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사장님이 젊으시니 역시…….”
“끝으로, 메이스타와의 관계는 짐작하시는 대로, 저의 누나 회사입니다. 저에게 그 일이 있고 난 후, 다니던 회사에서 권고사직으로 해고되었습니다.”
“저……런…….”
“지금은 터니테크의 모든 제품에 대해, 온라인을 포함한 모든 소매는 메이스타를 통해서만 합니다. 별하나 역시 메이스타에서 보급합니다.”
“공정 거래 위원회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송성우다.
“아들을 잃은 부모가 통곡할 때, 남편을 잃은 아내가 통곡을 할 때, 그놈들이 도와준 것이 뭐가 있다구요?”
태영의 말에 다들 잠시 침묵했다.
언성이 조금 높아진 모양이다.
상견례 겸 인사 소개가 끝났다.
“질문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유병진이다.
“네, 각 사의 고유 업무는 따로 이야기하시고, 고유 업무 이외의 것만 질문하십시오.”
“아, 그럼 따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럼. 제가 오늘 3시까지 가야 할 곳이 있어서 길게 시간을 낼 수가 없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식사하면서 하시지요.”
“여기 가까운 곳에 예약해 두었습니다.”
이미 시간은 12시가 지났다.
유제범의 말에 다들 자리에서 일어섰다.
“메이스타 사장님, 내 방으로 잠깐.”
“네, 사장님.”
태영은 자신의 방으로 가서 윈썸 히터 2개를 꺼냈다.
“자, 이거.”
“쌩큐. 사용법은?”
“거기 어피션12라고 보조 배터리 넣고 스위치 누르면 동작, 간단해.”
“그래, 천천히 보기로 하고, 다들 기다릴 테니 나가자.”
식사 중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가 끝났다.
“대대장님, 잠깐만 보시죠.”
식사 시간이 길었기에 끝나고 회사로 되돌아갈 시간이 나지 않았다.
다들 식당 입구에서 작별을 하고, 박원규를 따로 불렀다.
“네, 이제 대대장 아닙니다. 사장님. 그리고 이렇게 사장님과 일하게 되어서 강제 전역을 시켜준 것을 차라리 고맙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태영에게 가까이 다가온 박원규의 얼굴은 어둡지 않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좋구요.”
“이진기 과장과 이야기는 많이 나누어서 개략적인 방향은 잡고 있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준비하겠습니다.”
“네, 그리해 주십시오. 참고로 우리는 적이 많습니다.”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
“어쩌면 미래에 모두가 적이 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국내의 많은 회사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여,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해서 적을 만들지 않을 생각입니다만, 그래도 적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
“그래서 터니가드는 중요합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거 하나는 꼭 지켜 주십시오.”
“어떤?”
“사단 법인 ‘별이 되어’의 회원들을 건들면 그때부터는 상대를 막론하고 그쪽과는 전쟁입니다.”
“네?”
“지금 이미 ‘별하나’를 건드리기 시작한 조직이 있는 것은 알고 계시죠?”
“들었습니다.”
“이제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도 그런 곳이 생길 것입니다.”
“가능성이 있지요.”
“제 성격대로 다하면, 그들 모두 살려 두지 않습니다.”
“…….”
거기까지 말했을 때, 박원규는 굳은 얼굴로 태영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우리는 법치 국가에서 살고 있고, 법을 준수해야 하는 사람이며, 또한 터니가드에서 그럴 수는 없으니, 그 전쟁에서 그들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십시오.”
“그 정도 결심이시라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이 명확해집니다. 잘 알겠습니다.”
“조만간 특수 방호복을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
오후 3시의 약재 시간.
이 시간에 약재를 교환하고 나면 이후부터는 6시간 간격이다.
“이제 6시간 후에 다시 교환할 것이니, 마음 놓고 주무십시오.”
“그러세.”
걱정이 되어 말했더니 대답은 잘 한다.
정말 잠들 수 있을지, 대답만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밤 9시의 약재 교환.
다시, 새벽 3시의 교환이 끝났다.
컴퓨터 방에는 원래 침대가 없다.
그곳에 야전 침대 한 개를 펴 놓고, 잠시 잠에 들었다.
아침 8시.
거실로 나오니, 김영은이 이불도 덮지 않고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잠들어 있다.
“차라리 편히 누워 주무시지.”
새벽 3시의 약재 교환 때까지도 김영은은 전혀 잠들지 못했다.
이틀 이상 눈을 뜨고 있은 셈이다.
20대의 사람도 이틀을 뜬눈으로 밤을 새우면 힘에 부친다.
50대의 나이로는 견디기 쉽지 않다.
“9시 약재 교환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편히 주무십시오.”
잠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얇은 이불을 덮어 주었다.
“부모의 마음은 이런 것이겠지.”
간혹,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도 있다.
또, 아이를 죽게 만든 비정한 부모들도 있다.
그런 부모는 극소수일 뿐, 대부분의 부모는 지금 김영은과 같거나 비슷할 것이다.
태영의 방으로 들어가서 욕조를 보니, 나신의 이새봄이 편안하게 잠들어 있다.
오늘이 3일째.
그사이에 벌써 몸이 제법 회복되었다.
첫날, 욕조에 몸을 누일 때에 비하면 살이 올랐음을 느낄 수 있다.
“자, 다시 약을 갈아 주마.”
태영은 염력으로 이새봄의 몸을 천천히 부양시켰다.
오히려 김영은과 함께 맞잡는 것보다 더 쉽고 편하다.
이새봄이 깨어 있어도 더 편하다고 했을지 모르겠지만.
효능이 다한 바이호르미어 패치를 어깨에서 떼어 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12시간 정도는 더 붙어 있었다.
~쪼르르르~
욕조의 꼭지를 풀어 그 아래에 받친 수조로 받아 냈다.
마지막에 남은 약재가 작은 소리를 내며 흐른다.
증류수를 이새봄의 몸 위에 흘렸다.
약재가 남은 전신을 깨끗하게 씻고, 욕조까지 세척했다.
증류수를 채우고, 새로운 약재를 넣어 잘 저어 섞었다.
이새봄의 몸이 욕조에 편안에게 안착하도록 천천히 내렸다.
“자, 이제 다시 3시에 올 테니까, 편안하게 자도록 해.”
이새봄이 듣고 있지 못하겠지만, 듣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사용한 약재를 받아 낸 수조를 욕실에 버리고 빈 통을 세척한 후에 방으로 나왔다.
“어, 깨셨습니까?”
이새봄의 앞에 김영은이 서 있었다.
“깼네. 깜박 잠이 들어서. 미안해.”
“괜찮습니다. 좀 더 주무시지 않구요?”
“아니야. 혼자서 되든가? 힘들지 않았어?”
“어찌어찌 되었습니다. 저는 잠시 외출했다가 3시 전에 오겠습니다. 그때, 약재 교환하고 다시 외출을 해야 합니다.”
“알겠네.”
***
“뭐지?”
태영이 외출한 뒤.
김영은은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그 장면을 떠올렸다.
방 안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났다.
시계를 보니 9시가 넘어 있었다.
혼자서 안 되는데.
서둘러 딸에게 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가 벽에 걸린 액자에 반사되어 보이는 모습.
약간은 흐릿한 방 안의 모습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분명 아무것도 받치지 않았는데.”
딸의 몸은 방 가운데, 둥실 떠 있었다.
최 군이 받치고 있나 보다 생각했다.
흐릿하게 반사되어 보이는 모습을 유심히 봤지만, 분명히 아니었다.
혼자서 받친다면, 그렇게 일직선으로 편안하게 떠 있을 수가 없다.
그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딸의 몸을 씻어 내고, 욕조를 다시 씻어 내는 동안.
딸은 아주 편안하게 방 가운데에 둥둥 떠 있었다.
다시 증류수와 약재를 따르고 저은 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딸의 몸이 욕조 안으로 가라앉았다.
“받치는 것 없었다니까.”
당장 달려 들어가서 제대로 확인하고 싶었다.
아니, 붙잡고 그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정말 미친 듯이 궁금했다.
그렇지만,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
냉정한 이성이 자신의 욕구를 내리눌렀다.
가만히 생각해 보자.
그것 외에도 납득되지 않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동영상 일.
비록 듣기만 했지만, 그 일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모두 사라질 수가 있는 거지? 그게 그리 간단한 일이었나?”
자신이 알기로 절대 그렇지 않다.
그래도 최 군이 말해 주었다는 아들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기관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럴 수 있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딸에게서 일어나는 이 일과 관련 지어 생각해 봤다.
과거의 그 일도 최 군이 한 일이라는 생각이 확신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지금.
“이 약재, 이런 방법이 가능하다면 의사들은 왜 이 방법을 쓰지 않는 거지?”
자신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해온 지성인이다.
의료 분야도 상식은 있다.
그래도 이런 방법으로 사람의 몸에 영양을 공급한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딸의 몸을 처음 욕조에 뉘일 때와 비교하면?
차이는 정말 크다.
“몸이 정말 많이 회복되었어.”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다.
그렇게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이 결코 착각이 아니다.
“이틀 만에 이 정도로 회복된다고?”
남편 친구 중에 의사가 있다.
“물어볼까? 아니야.”
“물어볼까? 아니야.”
“물어볼까? 으아아악.”
속이 답답하여 입 밖으로 거듭해서 말해도 비명이 되어 나왔다.
혼자만 본 상황이다.
누구에게 말을 할 수도 없고, 물어볼 곳도 없다.
아니, 말을 하면 미쳤다고 할 것이다.
최 군이 신신당부를 한 데는 이유가 있을 거야.
처음 시작할 때.
집 안에서 본 그 어떤 것도 의문을 갖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고, 물어보지도 말라고 했다.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하아, 대체 난 뭘 본 거지?”
“난, 뭘 본 거냐고?”
“누가 말 좀 해 줘. 제발, 내가 납득할 수 있게.”
거실을 빙빙 돌면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무리 질문을 해 봐도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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