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63
108. 자수하도록 해
최 군이 약재를 교환하고 자리를 비운 사이.
사용 후의 약재를 욕실로 가져가서 버리고 통을 씻는 중에, 그때 일어난 것처럼 딸의 옆으로 갔다.
그 과정을 전혀 본 적이 없는 것처럼 태연을 가장하고 혼자서 가능했느냐고 물었다.
혹시 설명을 해 줄까 하는 기대를 했지만, 그 기대는 그냥 기대로 끝났다.
“얘는 언제쯤 잠에서 깰까? 맞아. 4일 정도 잠을 잘 것이라고 했고, 오늘이 3일째이니 하루는 더 있어야 하는구나.”
스스로 생각해 봐도 정신이 없다.
“이거 꿈 아니지?”
~짝~
꿈인 듯해서,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한 대 때려 봤다.
아프다.
분명 꿈이 아니다.
***
“이남욱 그 인간, TV에 나온 그 일이 오빠가 말씀하신 그거죠?”
안재희의 질문이다.
예약해 둔 렌터카를 타고, 박준혁의 모친 박민서 여사에게 바이호르미어를 주사했다.
다시 이새봄의 약재를 갈아준 뒤다.
안재희를 픽업해서 평택 쪽으로 이동할 때, 물어왔다.
안재희를 데려고 가고, 데려오고.
내일도 한 번씩은 들러서 확인해야 하기에 자동차는 필요했고, 아예 연초까지 몇일간 빌렸다.
“맞아.”
“죽을 정도인가요?”
“죽지는 않을 거야. 아마 식물인간?”
“그 정도라도 아버지의 복수로는 충분해요.”
두 주먹을 불끈 쥐는데, 어감으로는 차라리 죽지 하는 느낌이 배어났다.
태영도 죽일까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사프캣이 따라붙었으니 마음만 먹으면 그 정도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
마침 확실하게 증명된 가해자도 있다.
죽이는 것은 간단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식물인간 상태로 살아 있는 것이 제대로 된 복수를 하게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을 바꿨다.
“그래, 네 마음이 그러면 되었다.”
“비록 아버지께는 말씀 못 드리지만. 그리고 엄마나 동생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죠?”
“그래, 너만 알고 있도록 해라.”
“어떻게 손은 쓰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속이 후련해요.”
“나는 별로 손쓴 거 없어.”
“그럼요?”
“그냥, 상간녀의 내연남과 함께 찍은 동영상과 이남욱을 털어 먹자고 모의하는 음성 파일을 이남욱의 폰으로 보내고 반응을 기다렸지.”
“이 부사장 성격이 급해서 바로 반응했을 것 같은데요.”
안재희 아버지의 회사에 있을 때, 이남욱은 부사장이었다.
안재희도 기억하고 있다.
“그랬으니 그 지경이 되었겠지? 그 이후의 일은 네가 TV에서 본 것처럼 격분한 이남욱이 상간녀를 마구 구타했고, 구타를 견디지 못한 상간녀가 과도로 이남욱을 찌른 거지.”
“와이프를 버리려는 상간남 주제에, 상간녀에게 남자가 있다고 구타를 하다니, 미친 놈.”
“원래 애증 관계는 치사한 거야.”
유부남이고 나이도 많은 주제에.
어린 상간녀가 미혼에 사귀는 남자가 없기를 바라다니.
정말 제대로 미친 사고방식이 아닐 수가 없다.
“아버지가 그 뉴스를 감옥에서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보면 어떤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아마 보게 될 거야.”
“그렇겠죠? 면회 안 오나 하고 기다릴 수 있는데, 면회는 새해에 가려구요.”
“그래라.”
“정말 감사해요, 오빠.”
“어쭈, 이젠 오빠라는 말이 술술 나오네.”
“그럼요. 이제는 저도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데.”
태영이 너무 확실하게 그었던 선을 적당히 허물었고, 이남욱의 일도 있으니 그럴 것이다.
“다행이다.”
“네, 그런데 동영상 이야기와 음성 파일 이야기는 말로만 하고, 영상이 방송에 나오지 않던데요?”
“그런 건 내보내지 못하지.”
“음성은 틀어 줘도 될 텐데.”
“글쎄, 조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틀어 줄지도.”
“오빠가 풀어 버리면 안 돼요? 너튜브 같은 곳에?”
“왜? 날 형무소 보내고 싶어?”
“아……, 그 문제가 있었구나, 그럼 풀지 마세요. 궁금해하지 않을 테니.”
“나중에 도착해서 너에게는 음성 파일을 살짝 들려줄 수도 있다.”
“감사해요, 오빠. 그리고 그 영상과 음성 파일은 어떻게 확보하셨는지 궁금하지만, 안 물을게요.”
허, 정곡을 찔렸다.
숨기는 것이 있는 것은 알아요.
그렇지만 눈 감아 드리죠, 하는 말 같다.
얘는, 태영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다.
태영이 말하는 일련의 과정을 되짚어 보면, 어디에서 상식적이지 않고, 순리적이지 않다는 것은 충분히 알 것이다.
“그래, 물어도 안 가르쳐 줄 생각이다.”
“참, 오빤 이상해요.”
“뭐가?”
“모든 것이 다요.”
“모든 것이 다라니?”
그러게.
남들이 보면 모든 것이 다 이상하긴 할 거다.
사람은 누구나 주관적 관점에서 바라보니까.
안재희가 느끼는 저 의문점을 태영은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저도 그 이상안 말해 주지 않을래요.”
“아쭈, 너 밀당도 제법 한다?”
“밀당 아닌데. 그런데 병원을 어디 지방 병원으로 가요?”
“맞아. 평택.”
“평택에 더 좋은 병원이 있어요?”
“그럼, 가 보면 알아.”
***
“자, 들어가자.”
차는 부지런히 달려서 터니엔디의 사택과 기숙사용으로 매입해 둔 여러 아파트 중의 한곳에 도착했다.
가구와 이부자리, 생필품들은 준비되어 있다.
손님이 와서 며칠간 사용해야 한다고 하고 유제범 부장을 시켜 이미 준비해 두었다.
‘안가로 써야겠어.’
이새봄에게 오후 3시에 교환해 준 약재.
이제 내일 새벽 3시로 간격이 늘어났기에 비교적 시간 여유가 충분하다.
내일 새벽 3시와 오후 3시, 그렇게 두 번만 더 해 주면 끝이 난다.
그리고 그다음 날 새벽에 이새봄은 잠에서 깨어날 것이다.
“무슨 병원이 아파트 안에 있어요?”
“그러게, 정말 이상한 병원이지?”
~비비빙~
도어 록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 보일러를 적정하게 올려 두었는지 집 안은 훈훈하다.
“시간을 절약하자.”
“뭘 준비하면 돼요?”
“여름용 민소매 입고 왔지?”
어깨 부위를 뜯어 내지 않으려고 미리 민소매를 입으라고 했다.
“네.”
“겉옷 벗고, 민소매 입은 상태로 안방 침대로 가자.”
“헤, 이상해.”
“뭐가?”
“그냥 이상해요.”
“이상할 것 하나도 없다.”
“모두가 이상한데?”
꼬박꼬박 말대답을 하면서 겉옷 상의를 벗고 민소매 차림이 되었다.
단지, 어깨 부위부터 소매가 없는 것을 상상하고 말했는데, 몸에 쫙 달라붙어서 탱크톱처럼 보이는 끈 소매 차림이다.
바지 끝자락을 당겨 올리더니, 양말을 벗어서 상의 옆에 얌전히 놓았다.
그리고 안방으로 가서 침대 속으로 쏙 들어갔다.
“어깨 내놓고.”
“넵.”
“자, 이거 어깨에 붙일 건데. 조금 따끔해. 그리고 좀 오래 잘 거야.”
“여기가 병원이요?”
“그래.”
“하긴, 내 얼굴 함몰된 거 잘못 손대면, 시력을 잃은 수도 있고, 뇌 손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하던데, 오빠가 낫게 해 준다고 할 때, 이상하긴 했어요.”
이 똑똑한 놈 앞에서는 진실 99%에 거짓 1%만 섞어도 들통이 난다.
어떤 것도 속일 수 없다는 말이다.
태영은 평범한 두뇌의 소유자다.
안재희 이전에 이렇게 뛰어난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다.
마주칠 일이 없었으니.
그래서 이렇게 예리하다는 것에 대해 생각도 못 했다.
“그래서 겁나?”
“아뇨. 오빠 말은 믿어요. 무조건.”
그러면서 이불 밖으로 나온 손의 엄지를 척 내민다.
“엄마에게는 며칠이나 여행 간다고 했어?”
“삼 일이요.”
“충분해.”
“오빠가 혹시 시간이 좀 더 걸릴 수도 있다고 하기에, 여행 갔다 와서 독서실로 바로 갈 테니까, 기다리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
“혹시 제가 늦게 깨어나거나, 안 깨어나면 오빠가 엄마에게 연락 좀 해 주세요.”
“안 깨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아뇨. 그렇지만 오빠에게 미리 말은 해 두는 것이 좋으니까요.”
“걱정하지 마라. 그리 늦지는 않을 거니까.”
“넵.”
태영은 이불 밖으로 나와 있는 안재희의 어깨에 바이호르미어 패치를 붙였다.
“시원해요.”
“그렇지?”
“따갑지 않은데요?”
~뽁~
안재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압점을 눌렀다.
“앗, 따가워. 오빠…… 따가…….”
안재희는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편안하게 내쉬는 숨소리.
태영은 함몰된 부위를 손으로 만져 보았다.
말랑하게 만져지는 부위가 얼굴의 다른 부분과는 감촉이 다르고 탄력도 다르다.
피부의 일부가 거뭇거뭇한 것이 괴사 현상으로 보인다.
“잘 자라.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세상이 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안녕하십니까.”
염기선이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안재희가 잠든 아파트와 도승준이 도피해 있는 주택과의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다.
안재희가 잠든 모습을 얼마간 보다가 도승준이 몸을 피해 있는 집으로 갔다.
“잘 있었어?”
“넵, 잘 있습니다.”
염기선의 목소리 때문인지, 2층에서 도승준과 임은이가 내려왔다.
아무래도 염기선은 태영의 방문을 알리기 위해 소리를 지른 것 같다.
임은이는 도승준의 몸에 기대어 조심스럽다.
“안녕하십니까?”
“……오셨……습니까.”
“몸은 괜찮아?”
두 사람의 인사를 받고 도승준에게 물었다.
“네, 괜찮습니다.”
그날 태영을 향해 발차기를 하다가 정강이도 부러졌는데.
깁스를 하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사람이 야제에게 불려 가 그런 상황까지 되었는데, 괜찮을 리가.
“평택에 있는 개인 정형외과에 이틀에 한 번씩 외진을 나오는 것으로 합의를 해 두었으니까 내일부터 월, 수, 금으로 올 거야. 시간은 병원 업무 종료 후.”
낮에는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고 해서 퇴근할 때 잠시 들렸다가라 했더니 좋아라했었다.
“가, 감사합니다.”
“임은이 씨의 약은 본인이 움직일 수 없는 정도라는 걸 이유로 정형외과 의사가 기존의 처방대로 대신 약을 받아올 겁니다.”
“가, 감사합니다.”
약이라고 해도 계속적인 치료를 위한 약이 아니라,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진통제가 거의 대부분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들었다.
“그날 준 자료들 중 일부만 일단 경찰에 넘겼는데, 이미 조사가 시작되었어.”
다시 도승준에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
“뉴스에는…….”
“원래 덩치가 크면, 불쏘시개를 많이 넣어야 하고, 끓는데도 시간이 걸려.”
“네.”
“네 사람이 여기 있다는 것은 당분간은 비밀이지만, 야제가 체포되는 것은 뉴스에 나올 거야. 그럼 그때, 적당한 기회를 봐서 자수하도록 해.”
“…….”
대답을 미룬다.
“왜?”
“이 사람, 떠나는 것을 보고 자수하면 안 되겠습니까?”
임은이.
죽음을 앞두고 몸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살아서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불과 3~4개월.
그나마 거동이 가능한 기간은 그 기간 중에 반쯤일 것이다.
“애는?”
“…….”
아비가 감옥에 가고, 엄마가 생을 마감하면 아이는 고아원 직행이다.
친부가 판사면 뭐 해?
“나도 법을 잘 몰라서 자수를 하고 야제의 죄를 밝힌 것으로 정상 참작이 될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된다고 해도, 경로 우대석에 앉을 나이가 되기 전에는 나오지 못할 거야. 알지?”
태영의 말에 임은이는 사색이 되었다.
도승준이 야제의 치부에 대한 뒤처리 담당 중에 한 명이었기에 지은 죄가 크다.
사형 언도를 받아도 실제 집행은 하지 않겠지만, 최소한 무기 징역형이 될 거다.
“…….”
“둘이 혼인 신고는…….”
[두 사람이 서류상으로는 부부가 아닙니다. 동거인으로 되어 있습니다.]그때 위니가 알려 왔다.
“안 하고 살고 있지?”
“……네.”
임은이의 대답이다.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살인자의 아내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등장하게 되면, 죽어도 편히 죽지 못해요. 그러니 안 한 것이 다행이지.”
“……네.”
“염기선.”
“네, 넵.”
“그때 너도 같이 자수해.”
“네, 알겠습니다.”
“임은이 씨.”
“네, 네.”
“언론에 나오기 시작하면, 비록 임은이 씨는 지은 죄가 없고, 환자임에도 기자들은 개떼처럼 달려들어서 물어뜯을 것입니다.”
“……네.”
생각 안 했겠지.
“그게, 형무소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아픕니다.”
“…….”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이 상황.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생명.
도승준의 체포와 구금.
그리고 자신의 아이.
이런 것들이 전혀 정리되지 않고 실타래처럼 얽혀서 머릿속이 하얄 것이다.
“이렇게 합시다.”
“……네?”
“지금, 임은이 씨 몸으로 아이를 보살필 수 없어요. 자신의 아이이니 어떻게 하든 보살펴 주고 싶겠지만, 아이는 친부에게 보내야 합니다.”
“아, 안……. 그런데 어떻게?”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그리고 어찌 알았는지 궁금한 것이다.
“중요한건 어찌 알았느냐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고아원으로 가게 됩니다.”
고아원이라는 말에 2층 한번 도승준 한번, 태영을 한번 바라본다.
“네.”
“내가 친부에게 데려다주죠.”
“가, 감사합니다.”
“일단 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될 때까지는 함께 있고, 도승준이 자수하기 위해 움직이면 내가 데리고 갈 테니까. 그리고 임은이 씨도 도움을 받아야 할 것 아닙니까?”
“…….”
대답을 대신해서 눈물만 흘리고 있다.
“여기 가까운 곳에 보살펴 줄 곳이 있으니, 도승준이 자수해서 가고 난 뒤, 그곳으로 모셔 드리겠습니다.”
“……네.”
사택용으로 사 둔 집 한곳을 택해서 쉬라고 하고, 도우미 한 사람을 붙여서 보살피게 하면 된다.
사망이 예정된 환자들이 요양원으로 가는 방법을 많이 택한다.
그래도 요양원으로 보내면 안 된다.
***
집으로 돌아와 차가 주차장으로 들어가니 차단 바가 올라가지 않았다.
스피커 옆에 있는 호출 버튼을 누르니 ‘네.’라는 말이 들려왔다.
“거주자인데요, 렌트한 차를 임시 주차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관리 사무소에 가서 임시 차량 등록을 하십시오.”
대답과 함께 바가 열렸다.
차가 나오면 또 등록해야 한다.
“이놈의 차는 계약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안 나와?”
괜한 불평이 터져 나왔다.
“에이, 일들 하는 것 보면…….”
이왕에 불평했으니 한마디 더 했다.
이유는 다른 데 있지만.
“그나저나 물으면 뭐라고 대답을 하지?”
오늘 아침 9시.
약재 교환 시간에 김영은이 잠든 것을 보았다.
며칠 만에 잠든 모습이다.
힘없는 걸음걸이와 코 아래까지 내려온 다크 서클.
그런 모습을 보아 왔었기에, 깨울 수가 없었다.
결국 혼자서 일을 처리했다.
그런데 그게 문제를 일으켰다.
이새봄의 몸을 공중 부양시켜 놓고, 사용한 약재를 빼내는 중이었다.
[마스터.]“응.”
[이새봄의 모친 김영은이 방금 깨어났는데, 이리 오려 하다가 마스터가 일하는 모습이 액자에 비쳐서 그것을 보고 있습니다.]‘헉, 큰일 났다.’
생각은 했지만, 갑자기 염력을 거두어서 이새봄을 떨어트릴 수도 없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