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7
047. 천연두를 말하다
“개경으로부터 일천오백 리나 떨어진 이 작은 고을에 있는 호장이 세상을 바꾸고 있구나. 여기서 바뀌어 가고 있는 이 물결이 언제쯤 개경 땅에 도착할 수 있을지, 아니면 영원히 개경 땅에는 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참으로 부럽기 짝이 없구나.”
최세헌이 혼잣말처럼 했고, 자신에게 대답을 듣고자 하는 것이 아닌 줄은 알지만, 그래도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는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속으로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가자. 갈 길이 멀다.”
“네, 나리.”
최세헌은 다시 한번 사포 쪽을 돌아본 후에도 한참 동안 사포 방향을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출발하기 전에 네가 받은 그 물건은 안방마님이 참으로 좋아할 것이야.”
상념에 잠긴 상윤의 귀에 주인 나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상전을 따라 생전 처음으로 개경 땅을 떠나 먼 길을 왔고, 그곳에서 새로운 세계를 보았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고, 노비로서는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호사도 누려 보았다.
불과 며칠에 지나지 않지만, 글을 배우고 노래라는 것도 배웠다.
[이곳에서는 종이나 노비라는 말을 아무도 쓰지 않아요. 그리고 이곳에는 노비도 없고, 종도 없어요.]글을 가르쳐 주는 어여쁜 선생님이 했던 말이다.
별장 나리가 왜구들 약탈 가는 곳에 합류한 사이에 자신은 학당에서 살다시피 하고, 학당이 파하면 농장에 가서 일을 도왔다.
그런데 그곳에 있는 그 누구도 자신을 노비라고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반말을 했지만, 나이가 어린 사람은 아무도 반말을 하지 않았다.
분명히 비단옷을 입은 양반집 자제인데도 자신뿐만 아니라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는 비록 남루한 옷을 입었어도 아무도 반말하지 않았다.
어여쁜 여선생님에게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건, 적은 사람이건 아무도 반말을 하지 않았고,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개경에서는 양반집 아씨들에게나 할 법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어여쁜 여선생님이 2년 전에는 노비였단다.
[사포의 모든 사람들이 그분에게 가면 고개를 숙이고 존경을 표하는 연구 소장님은 2년 전까지 사포 관아의 관노였어요.]그 말은 정말 충격이었다.
노비 상윤의 심장을 덜덜 떨리게 만들 정도로.
상윤이 있을 때, 철소에서 학당에 온 아이들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 아버지는 이 세상에서는 없는 물건을 만들었고, 또 만들고 있다면서 자랑스러워하는 이야기를 듣고 이해할 수가 없었다.
비록 노비인 자신도 여기 오기 이전에는 철소의 사람들을 무시했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철소에서 일하는 자신의 아버지를 어찌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까 했었지만, 나중에 그 연유를 듣고서야 알았다.
이곳에서는 능력이 있으면 신분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양반과 평민, 하인과 노비의 구분이 없이 모든 사람들이 같은 학당의 같은 교실에서 똑같이 글을 배우고 있다는 것은 상윤에게 있어서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부러웠지만, 자신은 이곳 사포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그나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으로, 글을 배울 때 나누어 주었던 책 한 권과 선생님에게 부탁드려서 받은 또 다른 책 두 권을 가슴속에 고이 품어 가고 있었다.
개성으로 돌아가면 이 책을 그 누구에게도 절대로 보여 주어서는 안 되고, 자신이 보는 것을 들켜서도 안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상윤도 사포 방향을 한번 뒤돌아보고는 말없이 자신의 상전을 따라 힘없는 발걸음을 떼었다.
개경으로 가는 길이 한없이 멀고 힘들 것 같았다.
***
“대장님, 두창에 걸린 소를 발견하면 보고하라고 하셨지요?”
사포에 있던 유일한 의원 강성호가, 집무실에 앉아 새로이 만들어야 할 여러 가지들을 검토하고 있는데 보고할 것이 있다고 하면서 찾아왔다.
과거에는 천연두로 인해서 죽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이 할이 넘는다고 알고 있는 태영이 사포에 온 그해 가을에 강성호에게 시켰었다.
“그랬지?”
“목장에서 연락이 와서 가 보니 두창에 걸린 소가 있었습니다.”
“그래?”
“와, 그거 정말 잘되었네요. 그토록 기다리시더니 이제 해결되는 것인가요?”
정하연이 옆에 있다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비서실의 다른 병사들은 무슨 영문인지를 모르고 멀뚱한 눈으로 태영을 바라보았다.
“대장님, 두창에 걸린 소가 그리도 중요합니까?”
강성호 역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 물어왔다.
“강 의원, 사포와 율촌에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마마를 앓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네, 스물세 해 전에 사포와 율촌에 크게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참으로 많이 죽었지요.”
“그래서 사포와 율촌의 나이 많은 사람들 중에 얼굴이 얽은 사람들이 많았구만.”
“그렇습지요. 그때 모두 다 마마를 앓고 나은 사람들입니다.”
마마, 천연두에 걸리면 온몸에 수포처럼 물집이 생기고, 그걸 긁지 않을 수가 없으니 그 상처의 딱지가 떨어진 곳이 옴폭 패여서 얼굴 전체가 보기 흉할 정도로 얽게 된다.
조선 시대의 위인들의 초상화를 보면, 대충 교과서에 실린 사진 정도로는 잘 구분이 되지 않지만, 큰 사진을 보면 얼굴이 얽은 표시가 난다.
그 사람은 천연두를 앓고 나았다는 말이다.
얼굴이 얽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피해가 컸는가?”
“소인의 기억으로는 칠백이 넘는 사람들이 앓았고, 삼백 이상이 죽었습니다.”
“삼백 명 이상이 죽어?”
“네, 아주 말이 아니었습니다. 골짜기 골짜기마다 시신이 산을 이루고, 시신이 썩어서 나는 냄새로 살 수가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왜? 시신을 묻지 않았나?”
“마마로 죽은 시신은 묻지 않는 것이 풍습입니다.”
허허. 이런.
이런 미련한 사람들을 봤나?
“삼백 이상이 죽었으면, 너무 많이 죽었는데.”
이런 시골에서 그 정도 죽었으면 정말 많이 죽기는 했다.
“네, 대장님. 마마가 한번 유행을 하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죽어 나가는 바람에 아주 씨가 마른 동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두창이 걸린 소를 발견하라고 한 이유가 그 마마 때문인데.”
“그럼 큰일 아닙니까? 또 엄청난 사람들이 죽을 텐데.”
생각하는 바가 이렇게 다르다.
강성호는 마마가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고, 태영은 예방 접종을 할 것을 생각하고 있다.
“나한테 마마를 앓지 않게 하는 비법이 있는데.”
“네?”
“마마를 앓지 않게 하는 비법.”
“마마를 앓지 않게 하는 비법이라니. 세상에, 그 말씀이 진짜입니까?”
강성호가 거의 펄쩍 뛰는 모습으로 반문했다.
“그래, 진짜.”
“어찌 그리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하십니까? 마마가 얼마나 무서운 병인데 그걸 앓지 않게 하다니요. 나라님이 그 말씀을 들으시면,”
그다음 말은 하지 않았다.
“나라님이 들으면, 날 죽이라 하겠지? 혹세무민한다고?”
“…….”
“대답을 해 봐. 어떻게? 내 말이 맞아, 틀려?”
“네, 대장님. 맞습니다.”
강성호가 쭈뼛쭈뼛하다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건 나라님이 무식해서 그런 거야.”
“아이고, 대장님. 큰일 날 말씀입니다. 그 말을 개경 손님이라도 있을 때 했다면, 정말 큰일 날 일입니다.”
“강 의원은 내가 오기 전에 총이 뭔지 알았어?”
“…….”
“몰랐잖아? 그리고 계란을 따뜻한 방에 넣고 굴려서 한꺼번에 수백 마리의 병아리로 부화시키는 것도 알았어?”
“…….”
“몰랐지?”
“……네, 감히 대장님 말씀을 의심하다니,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소인도 무식해서 그걸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입니까? 마마를 앓지 않게 하는 비법이 있다는 것이?”
강성호가 얼굴이 벌게진 상태로 물었다.
“맞아, 그래서 아무도 죽지 않을 수 있어.”
“하, 세상에. 세상에.”
강성호는 연신 감탄사를 발했지만, 표정으로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정 실장은 마마를 앓고 지나갔나?”
“저는 앓지 않았습니다.”
“그럼, 잔디나 눈이는, 가림이는?”
태영이 고개를 돌리며 이름을 부를 때마다 고개를 가로젓는다.
“별이는 어떠니?”
마침 집무실을 정리하고 있던 별이에게도 물었다.
“대장님, 소인도 앓은 적이 없습니다요.”
“자네들은?”
역시 비서실 소속의 남자 병사 셋에게 질문을 하자 그들도 아니란다.
“그럼, 강 의원은 지금 강 의원에게 배우고 있는 의생들과 의무병들을 모두 불러 모으게. 의무병들은 대대장에게 말하면 즉시 보내 줄 거야.”
“네, 대장님.”
의원과 의생들, 의무병이 모였고, 그 외에도 중대장 이상을 참석하라고 해서,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학당으로 모였다.
지휘관들이 의학 지식은 없지만, 관리를 하기 위해서 부른 것이다.
“모두 모인 건가?”
“네, 대장님.”
“오늘 모이라고 한 것은 마마라는 병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마마는 지금부터 천연두라는 이름으로 부르겠다.”
아직은 천연두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전일 것이다. 그리고 용어의 통일이 필요해서이기도 하다.
마마라는 이야기를 하자마자 다들 놀란 듯 팔을 문지르는 의생도 있었다.
“알다시피 천연두가 유행하면, 한 마을에 작으면 일 할, 많으면 절반이나 죽어 나가는 무서운 전염병이다.”
모두 다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워낙 무서운 병이라는 것을 어른들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병이 또한 천연두이다.”
“……?”
강성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성호뿐 아니라 다른 의생이나 의무병들의 눈빛 또한 다르지 않았다.
“사람이 걸리는 천연두는 마마라고 하지만, 두창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소의 두창과 사람에게 걸리는 두창은 아주 비슷한 병이지만, 대단히 큰 한 가지 차이가 있다.”
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그래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읽는 중에 들어 있던, 상식 수준밖에 되지 않는 정도의 내용이라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많을 것이지만, 여기서야 누가 감히 반박을 할 것인가?
의원과 의무병들을 둘러보면서 말을 이었다.
“소의 두창은 소를 죽음으로 몰고 가지 않지만, 천연두는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사실 태영도 잘 모른다.
태영은 의대생도 아니었고, 의료 지식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그냥 상식으로 아는 수준에 약간의 상상력이 가미된 것일 뿐이다.
“…….”
다들 대답이 없고 멀뚱멀뚱 서로를 바라보다가 혹시 강성호는 알까 하여 돌아보았지만, 강성호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천연두에 걸리면 고열을 동반한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그 사람 이마 위에서 계란을 구워도 될 정도이다.”
태영의 말에 소리 내어 웃지는 않아도 웃음이 번졌다.
“사람 몸의 온도는 정상적일 때 36.5도이다. 그건 가르쳐 주었으니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감기에 걸리면 그 온도가 높아져서 38도나 39도로 올라가게 되는데, 어린아이들이 경기를 하게 되면 40도까지 올라간다.”
“…….”
이것도 의생이나 의무병들에게는 가르쳤던 것이다.
“사람의 몸은 두뇌와 신경 계통을 비롯하여 대부분은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40도가 넘어서기 시작하면 이 단백질 성분이 슬슬 굳어 가기 시작한다.”
“…….”
시선을 태영에게 향해, 침을 꿀꺽 삼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가 42도를 넘어서면 거의 굳어 버린다. 두뇌가 굳어 버리면 어찌 되나?”
“죽습니다.”
“맞다. 죽는다. 감기도 열을 내리는 것이 중요한데, 천연두에 걸리면 감기보다 더 고열에 시달리게 되고, 고열이 발생하면 그 열을 발산하기 위해 몸에 수포가 생기게 된다.”
“…….”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맞는 것 같은데, 의료 지식이 얕아서 맞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극심하게 체온이 상승하면 뇌를 포함하여 모든 신경 계통이 굳어서 죽게 된다. 설사 죽지 않고 나아진다고 하더라도 뇌가 반쯤 굳어진 상태이기에, 바보가 되거나 말을 못하거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은 후유증이 남게 된다.”
“아, 그래서 종미 애비가 그리된 것이구나.”
강성호가 누군가 생각난 듯 말하는 것을 보니 후유증이 있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몸이 스스로 체온을 내리기 위해 수포를 만들어 체온을 낮추려고 노력을 하는데, 그 결과로 얼굴이며 몸에 심한 흉터 자국을 남겨서, 우리는 그 사람들을 곰보라고 부른다. 물론 그 흉터 자국은 수두를 앓아도 남게 되지만, 천연두가 남기는 흉터와 수두가 남기는 흉터 자국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쯤은 여러분들도 알고 있지?”
“네.”
사실 사포나 율촌에는 얼굴이 얽은 곰보가 꽤 많다.
“천연두와 수두는 전염성도 높고, 걸리면 고열과 수포가 생기는데, 둘 다 한번 앓고 나면 평생 다시는 앓지 않는다. 그것도 알고 있나?”
서로를 쳐다보는 모습이 거기까진 모르는 의생들도 있는 듯했다.
“거기서 가장 큰 차이가 있다.”
“…….”
태영이 잠시 말을 끊자 모든 시선이 태영의 입을 향했다.
“수두로는 좀처럼 사람이 죽지 않지만, 천연두는 걸리면 열 중에 셋 정도는 죽는다. 더 심하면 열 중에 다섯은 죽는다.”
태영이 살고 있던 현대는 이런 병으로 죽기는커녕 감기 앓듯 지나가는데, 의료 기술의 발달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이런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
“내가 소의 두창을 발견하면, 즉시 보고하라던 것을 기억하겠지?”
“네.”
“소의 두창이 발생해서 농이 생긴 부분이 두창 병균 덩어리이다. 즉 천연두 병균 덩어리이다.”
“그럼 큰일 아닙니까?”
“왜?”
강성호의 말에 태영이 묻자 어쩔 줄을 몰라 한다.
“…….”
“두창은 전염성이 아주 높아서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바로 전염이 되기 때문이지?”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 목장에…….”
“강 의원이 발견했다는 소가 두창에 걸린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하던가?”
“열흘쯤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목장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 천연두에 걸린 사람이 있나?”
“……음, 없습니다.”
“바로 그거야. 소의 두창은 사람에게 전염이 되지 않는다. 다만, 두창으로 생긴 고름이 사람의 상처에 들어가면 천연두에 걸리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사람에게 전염된 두창도 천연두가 분명하지만, 대부분 앓았는지 아닌지도 모르게 앓고 지나간다.”
“아. 아…… 그렇군요, 그렇군요.”
“이제 이해가 되었나?”
“네, 대장님. 이제 알았습니다. 천연두를 앓지 않은 사람의 몸에 작은 상처를 내고, 그곳에 소 두창의 농을 살짝 뭍이면 자신도 모르게 살짝 천연두를 앓게 되고, 그다음에는 영원히 걸리지 않는 것이군요. 맞습니까?”
“역시 똑똑해.”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강성호는 상당히 똑똑하다.
나이는 많지만, 의학에 관해서는 머리가 기가 막히게 돌아간다.
수군거리는 소리들이 교실 안에 울려 퍼졌다. 방금 말한 것들을 서로서로 이야기하느라 그런 것이다.
“자, 너무 작은 양을 쓰면 앓지 않게 되어 소용이 없고, 너무 많은 양을 쓰면 심하게 앓게 된다. 그래서 적정량을 써야 하는데, 어느 정도가 적정량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것을 알아내어서 천연두를 앓지 않은 마을 사람들에게 접종을 하는 것이 강 의원과 의생, 그리고 의무병들이 할 일이다. 알겠는가?”
“네, 대장님. 알겠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해열제도 만들어야 한다. 들판에서 쉽게 채취가 가능한 풀들 중에 해열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들이 아주 많이 있다.”
태영은 그 이후에도 무려 세 시간 동안이나 설명을 했다.
언젠가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하여 노벨상을 받은 중국의 교수 이야기도 기억이 나서,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제를 저온 추출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생긴, 중국에 대한 관심이라서 기억을 하고 있는 것들이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주후비급방(?後備急方)인가 하는 응급 처치 방법에 대한 것을 기록한 책에 나와 있던 치료제 추출 방법이라고 했던 것 같다.
열대 지방의 여행에서는 필수적인 것이 말라리아 치료제이고, 해열제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천연두의 치료에도 해열제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태영은 윗도리를 벗고 어깨에 새겨진 천연두 예방 접종 자국을 보여 주었다. 아마도 태영이 이렇게 예방 접종을 한 세대로는 거의 마지막에 가까운 세대일 것이다.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천연두가 근절되어서 예방 접종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