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74
119. 죄를 지었으면
어제 저 사람이 가고 난 후.
그때부터 저 사람에 대한 인터넷상에 떠도는 모든 자료를 찾아봤다.
뉴스나 인터넷 기사로 지나가듯 보기는 했다.
그러나 제대로 파악하려면 모든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집에도 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혼자 밤을 새웠다.
부대 증발 사건.
당시에 수백 명과 함께 사라졌다.
증발한 지 8일 후에 홀로 나타난 유일한 생존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글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읽었다.
사실도 있고, 루머도 있고, 추측도 있었다.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실인 것을 골라내는 것도 힘이 든다.
시간의 소비는 끝도 없다.
그 많은 글들에서 정리된 것.
돌아온 그는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조용히 세상을 바꾸고 있었다.
아직 그것을 바꾸고 있다고 말해도 되는지 모른다.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비밀의 물건 앳윌 시리즈.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않았으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윈썸.
자신과는 상관없지만, 철강 특허.
그런 것들을 주목하면서 생각을 확장해 나갔다.
거기에 자율 주행과 관련한 풀 솔루션이라니.
그가 하고 있는 일, 바꾸고 있는 일.
그것은 전방위에 걸쳐 있다.
앳윌과 윈썸은 첨단 IT 분야.
어피션은 화학 분야, 아니 2차 전지 분야.
철강은 말 그대로 철강이다.
그것들을 보는 어느 순간, 가슴이 덜컥했었다.
‘하아.’
제휴를 하겠다고 직접 찾아온 사람.
알려진 회사에서는 자신의 회사 같은 작은 기업이 찾아가도 만나 줄지 만나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찾아왔다.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사람.
그렇게 가게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망해 가는 자신의 회사에 찾아와 협력할 회사를 찾고 있다면서 회사 소개를 해 달라고 했다.
그 빌어먹을 사장 놈.
협상의 유리한 고지?
그 미친놈의 미친 생각이 그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서 날려 버렸다.
이제 틀렸다.
아무런 이유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웃는 모습으로 미안하다고 한다.
매우 정중하지만 정확한 거절의 표시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
“단, 이유담 과장님에게는 기회를 드릴 수 있습니다.”
“네?”
이게 무슨 소리?
방금 전엔 미안하다며 거절의 의사가 분명했다.
그런데 기회를 준다고?
“이유담 과장님, 그리고 이유담 과장님이 믿고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직원이 있으면 한 명 정도 함께해도 됩니다.”
“무슨 말씀이신……?”
말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 말속에 내포된 의미를 몰라서 묻는 것이다.
“스카우트 제의입니다.”
어머낫, 스카우트라니.
잠깐 1분, 아니 30초만 생각해 보자.
사장 놈은 지금까지 몇 달 동안 월급 한 푼 주지 않았다.
하는 말은 씨알도 안 먹힐 소리만 한다.
눈먼 놈 한 명 잡아서 투자를 받으면, 회사는 살아날 것이라고.
헛된 희망을 심어 주며 모두를 꼬드겨 왔다.
제 놈은 종종 단란주점도 간다.
술 먹고 돈은 펑펑 쓴다.
회사가 돈이 없으니 개인 돈일 것이라 생각했다.
개인 돈인지 회사 계정에 부채로 남게 될 것인지는 모른다.
터니테크 사장.
다행스럽게도 자신의 내적 갈등을 이해하는지 아무 말 없이 기다려 주었다.
재촉하지 않는 그 기다림.
처음 만난 5분의 시간.
아마도 그 속에 포함되는 것 같다.
지금 고비로텍에 주주로서 납입한 돈.
버리자.
버려도 된다.
어차피 그대로 회사를 접으면 사라져 버리는 돈이다.
은행 대출.
적은 돈은 아니다.
고비로텍에 있거나 화사를 옮기거나 상관없이 어차피 자신이 갚아야 하는 돈이다.
갚을 가능성은 옮겨야 높아진다.
아니면 신불자로 수년에서 수십 년, 재수가 없으면 평생을 낙인찍혀 살아야 한다.
세상을 바꾸어 가고 있는 사람이 자신에게 스카우트라고 했다.
망설일 필요가 없다.
그 순간 발딱 일어섰고, 자세를 똑바로 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의 탁자에 이마가 닿을 때까지 허리를 숙였다.
“사흘 후, 이 시간에 함께하고 싶은 직원과 같이 한 번 더 와 주세요. 서류는 오늘 돌아가서 메일로 두 분 것을 모두 보내 주시구요.”
“네,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유담이 나갔다.
“직원을 이렇게 쉽게 뽑아도 되나 몰라.”
“프리모바일로 보내야 하는데, 유준기 사장과 협의 안 해도 되나?”
혼자서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유담을 앉은 자리에서 스카우트한 것은 위니의 정보 때문이다.
이유담이 만나기를 청한다고 했을 때.
위니는 조사를 해서 보고하겠다고 했다.
임원 회의가 끝나기 전에 조사가 끝났다고 했다.
위니의 보고에 의하면.
지금까지 고비로텍이 존속하고 있는 이유는 이유담 과장과 그녀가 데리고 일하는 직원 한 명 때문이다.
그 둘의 노력 때문이었다.
그 정도면 스카우트해도 된다.
사장실을 벗어나 아래층으로 향했다.
~똑똑~
태영이 찾아간 곳은 메이스타의 사장실.
“응, 어서 와.”
“밖에 정신없네.”
“그래, 일주일 넘게 쉬어 버렸더니 주문이 얼마나 쌓였는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너도 급한 일 아니면 다음에.”
“음 급한 일은 아닌데, 혹시 투자 좀 안 해 볼 거야?”
자리에 앉지는 않고 책상 옆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네가 돈이 없어서 투자해 달라는 의미는 아닐 테니, 찬스?”
“응.”
“얼마나?”
“오십?”
“그 정도라……면, 가능해. 언제까지 준비해?”
누나도 통이 많이 커졌다.
전역 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실업 급여 받으며 살았다.
레피우스에 50억을 투입하고도 또 50억 투자 이야기에 대답이 쉽게 나온다.
그만큼 벌었다는 의미다.
“한 달 안에.”
“지금도 가능하지만 넘쳐. 엄마도 투자할 거지?”
“그럼.”
“그래, 이제 가라.”
“가기 전에 한 가지 더. 사무실 좀 확장해야 하지 않아?”
“그래, 그렇지 않아도 죽겠다 좁아 터져서.”
“늘려 볼까?”
“나야 좋지. 지금의 세 배 정도?”
“좋아, 추진하지.”
“거기서 신년식으로 점심 한다고 오라고 연락 왔던데?”
“그래, 신년 들어 첫날이니까 점심이나 같이하자고.”
“알았어.”
태영이 사장실을 벗어나 사무실을 지나갔다.
아르바이트하는 학교 친구들도 한쪽에서 정신없이 작업을 하고 있다.
박준혁도 백정연과 나란히 서서 일하고 있다.
사무실을 벗어나는데 박준혁의 어머니 박민서 여사가 조심스럽게 뒤따라 나왔다.
“아들.”
회사의 직원들과 함께 있을 때는 ‘최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그러다 단둘이면 여전히 ‘아들’이라고 부른다.
“네, 어머니.”
“무슨 마법을 부렸기에 내가 이렇게 하루하루가 달라지는지 모르겠는데, 아들 한번 안아 보면 안 돼?”
“제가 안아 드려야죠.”
박민서 여사는 두 팔을 벌려 태영을 안았다.
사실상 태영의 품에 안기는 모습이다.
몸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어 갈 것이다.
‘한 번 더 젊음을 느껴 보세요, 어머니.’
“고마워, 아들.”
습기 찬 목소리다.
“행복하십시오, 어머니.”
“그래, 그래. 준혁이가 사귀는 사람 있으면 꼭 알려 달라고 해서 등짝에 손자국을 세게 내 줬다.”
“어, 저도 그 말씀드리려 했는데요?”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혹시 준혁이가 차를 사자는 말 안 하던가요?”
“그렇지 않아도 그 이야기하더라. 그래서 알아서 하라고 했다.”
“편히 다니십시오.”
“그래, 난 이제 들어가마.”
“네, 어머니.”
“위니.”
박민서 여사가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위니를 불렀다.
[네, 마스터.]“우리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준혁이 어머니를 뒤따르는 사람 없지?”
[네, 없습니다.]“뒤따르는 사람이 있으면 즉시 알려 줘야 해.”
[걱정 마십시오, 마스터.]바이호르미어를 주사한 후.
부모님과 박민서 여사, 누나와 이새봄과 안재희까지 사프캣 한 기를 각각 고정 배치했다.
이새봄과 누나는 젊은 나이이니 의심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과 박민서 여사의 변화를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재희의 얼굴에서 사라진 함몰 자국 역시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다.
아직은 괜한 걱정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그 변화를 인지하면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안전을 지켜 줘야 한다.
***
~웅~
(통화 가능하신가?)
식사를 하고 들어오는데 박주한 회장으로부터 문자다.
그사이에 박주한 회장이 전화를 꽤 여러 번 했지만, 받은 적이 없어서 다음에 통화할 일이 있으면 문자를 보내라고 했었다.
[최 군, 아니 최 사장?]태영이 전화를 걸자 전화벨이 울리지도 않았을 시간에 받는다.
“네, 회장님.”
[한번 안 내려올 텐가?]“뭐 좋은 일이 있으십니까?”
[아니 뭐 별일은 없고, 이쪽에 회가 좋으니 회 한 접시 하면서 최 사장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한 이야기나 좀 들으면 어떨까 해서.]“시간을 빼기가 여의치 않아서 죄송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십시오. 곧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알았네. 그리고 증자 건은 이달 중순 넘기지 않고 마무리될 것일세.]증자와 관련해서 미래철강의 IR 부서에서 연락해 오는 것은 대부분 유제범 부장의 손에서 처리되고 있다.
태영이 해 줄 일은 읽어 보고 서명하는 것이 전부다.
기관의 일도 대부분 유제범 부장이 처리하니 태영이 거기에 매여 있을 일은 없다.
“알겠습니다. 그 일 끝나면 선물 하나 드리지요.”
[그래, 기대하겠네.]***
신년.
각 사를 일일이 방문했다.
패드에 담아서 전달한 업무 방향을 점검했다.
자율 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도 방문했다.
능력은 있으나 존속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몇 개 회사를 더 만났다.
그중의 한 회사를 인수하면서 프리모바일과 합쳐 버렸다.
그 회사도 자본 잠식에 부채도 많았다.
그래도 지분 금액대로 인정해 줬다.
이유담에게는 0.1%에 해당하는 지분 5천만 원을 인정해 주었다.
데리고 온 직원도 2천만 원 인정해 주었다.
일종의 스톡옵션이지만, 선지급 무상이다.
레피우스에도 다녀왔다.
태영이 요청한 연구실은 공사 중이었다.
숲속에 별도로 연구동을 지어 달라고 한 것은 건축 허가부터 시작해서 과정이 복잡하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그렇게 연초의 일정이 바쁘게 흘렀다.
방학이어서 학교를 나가지 않으니 하루를 온전히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
신년 들어 열흘쯤 지나 드디어 자동차가 도착했다.
“드디어 차가 나왔군요.”
태영은 눈앞 지하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를 보자 반가웠다.
미국 F사의 익스플로러.
국내산 RV카와 C사의 퍼시피 카를 놓고 선택 장애가 생겨서 고민을 많이 했다.
최종적으로는 힘과 등판 능력, 그리고 넓은 실내공간을 기준으로 결정했다.
검토한 모든 차는 차박이 가능하다.
수입 대행업체를 통해 구입하면서 개조를 맡겼다.
개조를 요청한 부분이 일반적이지 않아서 차량을 받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 셈이다.
“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영업 담당이 자동차 키를 넘겨준다.
뿌듯하면서 동시에 미안한 표정이다.
“개조를 요청한 부분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죠?”
“네, 없도록 잘 조치했습니다.
“그럼, 인수 절차가 필요합니까?”
“이상 없이 잘 받았다는 확인 정도입니다.”
“네, 고생했습니다.”
차를 인도하고 받았다는 서명이다.
외형적인 이상은 위니가 점검했다.
“유 부장님, 그럼 나는 차가 나온 김에 시승도 할 겸 퇴근합니다.”
“네, 사장님.”
태영은 자동차를 보기 위해 함께 나온 유제범에게 말하고 자동차에 올랐다.
~부웅~
휘발유 차이지만, 아직은 전기 차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마스터.]처음으로 가져 보는 자동차.
도로에 나와 운전하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데, 위니가 불렀다.
“응.”
[김명준이 문자를 보냈습니다.]“읽어 줘.”
[(준비가 끝났다. 아들을 데리러 가고 싶다)라고 쓰고, (사표는 지정일 배달 우편으로 보내고 잠적할 예정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언제 만날지 물어봐.”
[네, 마스터.] [오늘 중에 만나고자 합니다. 항공 티켓이 내일 아침 7시 30분이라고 합니다.]잠시 후에 위니가 답을 읽어 주었다.
“비행기 타려고, 지난번에 제 아들 생년월일하고 이름 알려 주고, 임은이의 동의서를 달라고 한 것이군.”
[네, 그렇습니다.]“아무리 하루 전 저녁 8시 전에 연락하면 된다고 했다고 이 시간에 연락을 해? 어처구니없는 놈.”
[…….]“목적지가 어디야?”
“그 집 주소 찍어 줘.”
[네, 마스터.]“우리도 가자. 차가 나오고, 조금 일찍 퇴근했더니 시간이 잘 맞아떨어졌네.”
[네, 마스터.]“평택에 그 도우미 아주머니 전화 좀 걸어 줘.”
[네, 알겠습니다.]평택의 아파트에 도우미로 얼마간 봐주기로 한 아주머니.
김명준이 도하일을 데려가고 나면, 임은이의 거주지를 따로 해야 한다.
류지현에게 전화해서 그 일이 언제 터질 것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
이제 충분히 익었지 않나?
대체 뭘 하느라 아직도 터뜨리지 않는 거야?
***
도승준과 그 일행이 있는 집 부근에 도착했을 때는 밤이 되었다.
“김명준 도착 예상 시간?”
[폰 위치로 보아, 30분 후에 도착 가능합니다.]폰 위치 추적은 이런 때 참 좋다.
집 담의 뒤쪽에 주차하고, 그 집으로 걸어갔다.
~띵동~
~비잉~
인터폰에서 염기선의 목소리가 들리고, 곧 대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자 현관 앞에 염기선이 패딩 조끼 차림으로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다.
“살이 피둥피둥하네?”
“어서 오십시오. 몸을 움직이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구치소에서 야제의 다른 패거리들에게 맞아 죽지 않으려면 운동을 해서 몸을 만들어 두어야지.”
핀잔을 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의 소파에는 아무도 없고 TV가 혼자서 떠들고 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