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76
121. 광기의 살인마
바이호르미어를 사용하는 것이 맞나?
“하.”
암으로 죽어 가는 중인 임은이.
갈등과 함께 한숨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볼 때마다 사용하게 되면, 가진 것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리고 그들이 달라진 모습을 의아하게 생각할 집단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한다.
“결국 자신의 이야기는 안 하고…….”
도승준과 무슨 사이냐고 물었었다.
임은이는 자신의 이야기도, 두 사람과의 관계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직, 도승준이 왜 지금 같은 사람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끝냈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도승준은 오늘 서울로 보냈다.
경찰에서 손유재 관련 일에 대해 기자 회견을 하면, 그 이후에 자수하라고 했다.
도망칠지, 자수할지 모르겠지만, 도망쳐 봐야 곧 잡힌다.
자수를 하건 체포가 되건, 자신의 선택으로 벌인 일에 대한 벌을 받게 될 것이다.
도승준이 자료를 태영에게 넘겨주어서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다.
임은이는 살려 낼 수 있을 거다.
연구실이 만들어지면 길어야 한 달이면 된다.
‘이제라도 제대로 살아볼 기회를 만들어 드리리다.’
속으로 그렇게만 말했다.
“신정현, 너도 이제 조금만 기다려.”
신정현의 어머니, 그리고 임은이.
두 사람에게 바이호르미어를 주사해 주지는 못하지만, 다시 살아볼 기회는 줘야지.
레피우스에 만들어질 태영의 연구실.
연구는 태영이 하는 것이 아니다.
위니가 가진 자료에서 해당 약을 출력하는 것이다.
치료제를 IT 회사나 기계 회사에서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바이오 회사에서 만들어야 한다.
“신약 개발 과정이 길고도 길지.”
위니가 조사해서 요약으로 알려 주었었다.
신약 개발.
시작부터 승인까지 10년에서 15년.
많은 기간이 소요되는 프로젝트다.
개발 기간, 이건 통상 몇 년이 걸린다.
그다음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 임상 시험에 2~3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이 1, 2, 3단계로 나뉘어 있다.
1단계 임상 시험에 임은이를 대상으로 선정한다고 해도, 전 임상 시험 단계의 3년이 지난 뒤에 가능해진다.
그때가 되면 납골당에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둘 수는 없으니 불법인 줄 알면서 하는 거다.
***
~웅~우우웅~
박주한 회장이다.
문자로 보내지 않고, 전화를 했다.
“최태영입니다.”
[날세, 최 사장.]“네, 이렇게 일찍 웬일이십니까?”
[증자 건, 마무리해야 하니 한번 봐야지?]여기에 행정적인 마무리가 필요한 모양이다.
인수가액을 납입한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서울로 오십니까?”
[그래, 올라갈 테니 식사 한번 같이하세.]“네, 오실 때 연락 주십시오. 또 좋은 소식도 드리겠습니다.”
[그래? 기대되네.]***
“박 전무, 이게 사실일까?”
국제조선 구종길 부사장.
아침 회의를 마친 후에 몇 명의 임원들과 다시 마주 앉았다.
믿을 수 없는 의향서가 메일로 왔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의향서를 보낸 회사의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만, 사기 메일은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박일환 전무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가장하고 대답했다.
“사기 메일이 아니다?”
“네, 이 일에 대해서 문의하라고 명시한 터니테크는 들어 보셨지요?”
“거긴, 워낙 소문이 무성한 회사잖아?”
“의향서에서 표시한, 선박 제조에 사용할 소재는 특수강 ‘미드나니움’인데, 터니테크가 보유한 특허입니다.”
“그…… 기억나네.”
“미래철강이 그 특허의 독점적 실시권 계약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해양 탐사선이 그렇게 커야 할 이유가 있나?”
“탐사선의 목적이나 용도를 떠나 크기는 큽니다. 그렇지만 발주자가 원하는 것을 우리의 기준에 맞춰서 맞다, 아니다 할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거, 다른 데도 갔겠지?”
“네, 저희 외에도 두 곳에 더 갔습니다.”
“3대 조선사에 모두 보내진 의향서라…….”
“성인중공업 홍 전무는 버릴 것처럼 말 했습니다.”
국내 굴지의 조선 회사.
오늘 그 몇 곳의 임원 회의에서 공통적으로 오가는 이야기다.
“길이 750미터짜리, 건조 가능한 도크가 있나? 그걸 떠나서 구조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나?”
“도크도 함께 발주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기본 도면은 왔지만, 아직 구조와 선체 내구성, 물리역학 측면에서 검토할 단계는 아닙니다.”
“그렇지, 그건 맞아. 그리고 도크에 대한 내용이…….”
“계획 중인 7척을 모두 건조한 후, 도크도 인수하는데, 원한다면 임대해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지불 보증은?”
“계약이 되면, 보증 같은 번거로운 절차를 사용하지 않고, 매년 초, 당해 연도 공정에 해당하는 비용을 선지급하겠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허, 통 크네. 그럼 그건 문제없고, 건조했다고 해도 파나마나 수에즈는 통과가 불가능하고, 접안 가능한 곳이 없는데 말이야.”
“그보다는 탐사 요원들의 숙소와 관련한 부분인데, 그곳은 5성 호텔 급으로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
“이 부분은 건설사와 협업해야 하거나, 크루즈선 제조 부분에 선두인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크루즈선 제조사들과 협업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호화, 아니 초호화 탐사선이군. 우리도 타 볼 수 있을까?”
구종길은 이 배들이 완공될 즈음에 자신이 현업에서 은퇴할 나이가 된다.
혹시 탐사선 운영 회사를 만들면, 지원해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내가 미쳤지.’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승선식 할 때…….”
“자, 그건 터니테크에 연락해서 확인해 봐. 아니야 약속을 잡아. 나도 함께 만나도록 하지.”
“네, 알겠습니다.”
“아, 한 가지 더.”
“네.”
“미래철강과는 사전 협의가 필요하지 않나?”
“조강 능력이 낮은 회사입니다.”
“그래, 회사 규모가 작지.”
“이 의향서에 답을 하고 계약 문제가 현실화되면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
~웅~
(통화 가능하니?)
식사를 하고 들어오는데 어머니로부터 문자다.
태영은 폰을 꺼내 들었다.
[안 바빠?]“식사하고 들어가는 길입니다.”
[응, 혹시 미래철강하고 무슨 일이 있니?]“왜요?”
[어제 예상외로 많이 올랐는데, 오늘 끝을 모르고 올라가고 있다.]“아, 에런이 대형 선박 몇 척을 발주하겠다고 국내 조선사에 의향서를 보냈거든요.”
[그런다고 미래…… 잠시만, 혹시 선박 건조에 사용할 강판이 미드나니움이니?]“네, 맞습니다.”
[며칠간 상한가 바람이 불겠구나. 알았다.]“네, 어머니.”
현베스트가 매입한 주식이 총주식의 20%를 넘는다고 했다.
“무슨 일 있습니까?”
[박유진이 전화 와서 찾아오겠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네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박주한 회장과의 약속은 오전.
점심식사를 함께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네, 가겠습니다.”
연말연시 연휴 때였다.
가족들과 나누던 대화 중에 잠시 박유진의 이야기가 나왔다.
다시 찾아오면 너무 매정하게 대하기 어렵다는 어머니의 말씀이었다.
내쫓긴 입장이니 매정해야 할 상대다.
그렇게 25년이 흘렀다고 해도 언니는 언니다.
그래서 혹시 또 찾아오면 태영에게 맡겨 달라고 했었다.
***
다음 날 오전 열 시.
세상이 발칵 뒤집히는 소리가 온갖 매체를 장식했다.
TV는 그것을 생중계했다.
류지현이 말한 그날이다.
“드디어 나오는 거야?”
시신 발굴 현장.
목장과 건설 회사 가설 구조물의 야외 적재 창고에 동시에 발굴이 진행되었다.
모든 지상파와 종편에서 전파를 탔다.
손유재가 두 손에 수갑을 차고 이동하는 장면이다.
얼굴은 가려지지 않았다.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모자를 씌워서 끌고 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TV 화면 속의 손유재는 웃고 있다.
마치 기분이 아주 좋다는 표정이다.
리포터의 흥분한 목소리로 시작되는 현장 중계.
수많은 시신이 발굴되는 모습이 TV에서 흘러나왔다.
압송 현장과 발굴 현장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광기의 살인마’라는 제목은 화면에 계속해서 떠 있다.
다른 방송에서는 ‘극악무도한 살인마’다.
방송사마다 극악함을 최대로 강조한 단어들이다.
그래도 그것으로는 모두 나타낼 수 없다.
저렇게 시신이 묻힌 지역을 포클레인으로 파내려면 영장이 이미 나와서 시작했다는 말이다.
겨울이니 현장은 꽁꽁 얼어 있다.
그곳을 깊이 파서 하얗게 백골이 된 모습을 흐릿하게 처리해서 보여 준다.
아직 부패가 진행 중인 시신도 있다.
그것을 본 리포터가 구토를 하며 카메라를 피해 나갔다.
그러자 데스크로 화면이 돌아왔고, 아나운서는 열변을 토해 냈다.
언제 데려왔는지 범죄학 교수와 프로파일러가 데스크 한쪽에 앉아 있다.
그들이 주고받는 공허한 대화 뒤에 다시 화면은 현장으로 바뀌었다.
구토가 가라앉은 리포터가 마이크를 들고 현장을 생중계한다.
흥분으로 톤은 더욱 높아졌다.
사람들이 경찰청 기자 회견장으로 모여들었다.
고함 소리가 가감 없이 흘러나왔다.
가족 중에 누군가가 행방불명된 이후에 찾지 못한 사람들은 모두 모여든 것 같다.
“위니.”
[네, 마스터.]“목장의 건물들은 수사관들이 다 뒤집었지? 숨겨진 USB 같은 건 찾지 못했어?”
[네, 찾지 못했습니다. 워낙 잘 숨겨 두어서, 워쳐를 목장 곳곳에 배치해 두지 않았으면 역시 알아내지 못했을 것입니다.]손유재의 부하들도 모르는 위치.
심지어 심복이었던 쌍열 형제도 모르는 곳.
손유재가 직접 넣는 것을 워쳐가 전송해 왔었다.
그사이에 그 자료들을 가져올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괜히 발각이라고 되면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수사팀에서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수사진에서 발견하면, 그냥 그쪽이 가져가도록 두고, 발견 못 하면 다음에 천천히 우리가 가져오도록 하지.”
원본은 잘 숨겨 두고, 또 일부를 빼서 류지현에게 주면 좋아할 테지.
숨겨진 위치를 류지현에게 알려 줄까?
[네, 마스터. 그리고 지금 도승준과 염기선이 경찰서로 들어가고 있습니다.]“그래, 그럼 자수하는 것 보고, 유치장에 들어가면 를 회수…… 아니다, 임은이 씨에게 적당하게 상황을 알려 줘야 하니까 그냥 당분간 둬.”
[네, 마스터.]“손유재 옆에 계속 붙여 둬.”
손유재가 면회 과정을 통해 부하들에게 다른 범죄 지시를 할 수 있다.
대상은 태영이 되겠지만, 도승준이 될 수도 있다.
~우웅~
[류지현으로부터 전화입니다.]전화 오는 신호에 위니가 알려 준다.
TV 볼륨을 무음으로 바꾸었다.
“왜?”
[왜가 뭐냐? 왜가?]“잡담 금지. 왜 전화했는데?”
[보고 있지?]“뭘?”
좀 전까지 TV에서 나오는 ‘광기의 살인마’를 보고 있었고, 지금도 음성이 나오지 않는 화면을 보고 있다.
[너, 지금 TV 안 보고 있어?]“뭐 하러 봐? 결말 뻔하고, 대충 하는 척하다 말겠지, 뭐.”
[이번에는 좀 달라, 많이 달라. 대통령 특별 지시도 있었고, 검찰이나 경찰에서도 단단히 벼르고 있어.]에이, 믿을 수 있는 말을 해야지.
절반은 거짓말 아닌가?
“글쎄, 글쎄다.”
약을 좀 더 올려 줄까?
뒤집어지게.
[거기다 지금 시민들 들고일어난 거 안 보여?]“안 보여. 우리 이곳은 아주 조용한데.”
[야, 그러니까 TV 좀 보라니까. 이번에는 절대 그냥 지나갈 수 없어.]“믿어도 돼?”
[그럼, 믿어도 돼.]“진짜?”
[진짜 맞다니…… 너…… 뭐 더 있지?]말을 하다 말고 확 바뀐다.
눈치는 또 있어서.
“그럼 좀 더 줄까?”
[야~~~~~]“에이, 귀청 떨어질라. 고함은 왜 질러?”
하긴, 고함 지를 만하다.
준 자료가 다일지 아닐지 궁금함은 있었겠지만, 묻지는 않았다.
그런데 대놓고 더 줄까 하고 물으니까.
[고함 안 지르게 생겼어? 얼마나 더 있어?]“그나저나 네 주위에 지금 아무도 없어?”
[지금 주차장, 차 안이야. 지금 간다. 너, 딱 기다려.]왜 주차장에 있어?
혼자 세상이 떠나가라 웃으려고?
아니면 윗사람들의 질문을 피해 가려고?
“와 봐야 나 없어. 허탕 칠 거야.”
[야, 이씨, 기다려. 기다리라고. 그렇지 않아도 주변에서 외압 들어온다고 말 많은데, 네가 뭘 가지고 있는 줄 몰라도 그놈들 입을 막으려면 있어야 해.]외압이 들어와?
이런 상황에서도?
정신 줄 놓은 놈들? 아니구나. 살려는 발버둥이겠지.
“저녁에 와. 사무실로.”
[몇 시?]전화를 끊었다.
크로스백을 걸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간을 말하지 않았으니 해 떨어지기 전부터 와서 죽치겠지.
이제 박주한 회장과 만나러 가야지.
***
박주한 회장과 관련자들이 모여서 3자배증 유상증자 건을 마무리 지었다.
형식적인 절차여서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은 일이라고 했다.
“다들 먼저 올라가. 나는 최 사장하고 잠시 따로 할 이야기가 있어.”
예약된 식당 건물 앞이다.
다른 임원들은 먼저 올려 보냈다.
“자네, 그때 미국행, 거기서 만들어진 일인가?”
조선 3사에 보내진 의향서 이야기다.
궁금증을 꾹꾹 눌러 놓고 있던 눈빛을 태영도 이미 알고 있다.
“네, 맞습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중에 한 명입니다.”
“대단해, 대단해. 오늘 우리 주가가 얼마인지 알지?”
“모르는데요.”
알고 있지만, 박주한 회장의 기분을 업 시켜 주기 위한 말이다.
“그때에 비해 무려 10배가 뛰었어. 10배, 그리고 오늘도 상한가야.”
3자배정 유상증자를 위해 ‘신주 발행 계획 신고’를 한 그날을 기준으로 제법 많이 올랐다.
“아, 축하합니다.”
1% 이상 보유한 주요 주주가 9명.
한마디로 그들은 떼돈을 벌었지만, 더 오를 것이다.
“그보다 미드나니움에 대한 문의가 끝도 없어.”
“아직 제품이 없는데요?”
“그러게, 그러게. 물건은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주가가 10배라니. 그나저나 그 최종 설비는 언제 설치해 줄 예정인가?”
“2분기 중반쯤 될 것입니다.”
“알았네, 고마우이. 그리고.”
“네.”
“조영희 사장이 축하 전화를 하면서 부러워 죽겠다고 하던데, 거긴 뭐 없나?”
“거기…… 음, 뭐든 하나 해 드려야죠.”
“그래, 부탁함세.”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