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81
126. 아버지의 눈물(1)
“왜 그러십니까?”
박 개가 조백려에게 물었다.
“아아압, 음. 아파요.”
조백려가 손바닥으로 배를 누르고 쓸면서 얼굴을 찡그린다.
아프겠지.
속이 뒤집어 지고 있을 거다.
그러니까 사과를 먼저 했었어야지.
“으으읍, 컥.”
점심 먹은 것을 토할 기세다.
“야, 의사 불러.”
허.
119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의사를 불러?
전담 주치의가 있다는 말 같은데, 역시 돈이 좋기는 좋다.
“몸이 안 좋은가 봐. 이야기를 계속하기는 틀렸네?”
“야, 나중에 내가 연락할게.”
변성준이 조백려를 부축하면서 말했다.
“그래, 연락하지 말고.”
태영은 몸을 일으켜 문을 열었다.
“으읍, 그냥은 으으으, 아, 안 돼, 무우……우시한 대가는…….”
조백려가 고통으로 몸을 뒤틀면서 자신의 소파 손잡이 아래쪽을 꾹 눌렀다.
무시한 대가?
개소리를 또 듣게 된다.
~삐잉~
바깥쪽에서 들리는 날카로운 소리.
~타다다다닥~
밖에 있는 보디가드 둘이 달려온다.
“넵, 왜 그러십니까?”
“저자, 으읍…… 잡아.”
“잡아?”
“하…… 한곳 마, 안 부르트…… 커억…… 줘.”
속을 건드려서 아픔이 어느 정도인지 태영은 당해 보지 않아서 모른다.
그 고통을 참아 내며 하는 말이, 그냥 보내 줄 생각이 없는 듯하다.
“안 돼, 저 애들로는 상대 안 돼, 멈춰.”
변성준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훙~쐐액.
한 명의 주먹이, 또 다른 한 명의 발이 날아왔다.
~탁~
발은 몸을 돌려 피하고, 주먹은 왼손으로 막았다.
“분명, 너희가 먼저 공격했다. 변성준.”
“아, 안 돼. 멈춰.”
변성준이 소리쳤으나, 보디가드는 그의 말을 듣는 것 같지 않았다.
박 개가 희미한 미소를 흘리며 너 어디 죽어 봐라 하는 표정이다.
“박 개, 너도 똑바로 봐. 너희들이 먼저 공격한 거야.”
~뿌드득~
막은 왼손을 틀어 주먹을 잡아 돌려 꺾었다.
뼈가 뒤틀리며 관절이 어긋나는 소리가 났다.
“으아아아아아악.”
~타다다다닥~
바깥쪽에 남아 있던 셋이 달려오는 소리다.
[마스터, 류지현의 전화입니다. 이번이 열 번째입니다.]조백려가 있는 이 방에 들어오고 얼마 후부터 류지현의 전화는 계속 왔다.
중간에 문자도 두 번이나 왔다.
그렇지만 조백려와 그 무리들과 이야기하느라 답을 하지 않았다.
지칠 줄 모르고 전화해 대는 것으로 봐서 중대한 일이 있는 것 같다.
“영상 통화로 전환.”
녹화는 처음부터 하고 있었으니, 말하지 않아도 된다.
[네, 마스터.]그사이에 세 명이 가까이 왔다.
태영은 주머니에서 전화를 꺼내 앞을 비췄다.
[야, 거기 지금 뭐야?]류지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응, 법치 국가 대한민국에서 변호사 입회하에 집단 폭행을 당하는 중이야.”
태영은 몸을 움직여 피하며 여기 있는 사람들을 비춰 주었다.
계속 박 개라고 부른 변호사의 얼굴.
조백려와 변성준도 비춰 주었다.
[지구대에 연락할 테니, 그거 얼굴 보이게 계속 비춰. 건물 이름 뭐야?]“테헤란로 선릉역 부근 조담 빌딩 23층, 전용 엘리베이터 있다.”
이런 일에는 도움이 되네.
모조리 때려눕힌 후에 경찰서 들락거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그때, 엘리베이터 룸의 한쪽 계단실 문이 열리며, 짧은 머리의 남자들이 우르르 밀려 들어왔다.
조백려가 입국할 때, 일행이 아닌 것처럼 함께 입국한 중국인들 12명.
의자 팔걸이에 붙은 버튼을 누를 때, 저들도 부른 모양이다.
그들 모두는 손에 도검을 꺼내 들었다.
저 도검은 법에서 정하는 흉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그중 몇은 쿠크리를 들었다.
“(조져 버려.)”
태영은 통화 중인 폰으로 조백려 등의 얼굴을 비추느라 안으로 들어와 있다.
그 무리들 중에 셋이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 중국 조폭들 보이지?”
[그래, 보여. 3분만 기다려 봐. 지구대가 출동했으니까. 얼굴 다 찍어.]“열심히 녹화도 하고 있는중.”
이 재미있는 상황에 웃음이 나온다.
대답을 하며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비췄다.
“머추…… 으읍…… 멈추라고 해, 으으윽.”
조백려가 여전히 고통스러운 얼굴로 손을 들었다.
“(멈춰요, 모두. 지금 한국 경찰이 출동했으니 빨리 몸을 피해요.)”
엽아혜가 중국 조폭들에게 소리 질렀다.
그 말에 셋이 잠시 멈칫했다.
타깃을 두고 그냥 돌아갈 수 없다는 약간의 미련?
“어이 왜? 피하는 거야?”
“개새끼.”
태영의 말에 반응한 자는 박 개다.
“너 말이야. 반드시 변호사 타이틀을 떼게 해 주지.”
그 말을 하는 사이에 세 명의 중국 조폭은 뒤로 물러나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나머지가 독사눈을 하고 태영을 노려보며 서 있었다.
“이놈들도 한패야. 아직 내게 손찌검은 안 했지만, 폭력배 맞아. 중국인들이고.”
전화기를 들어 그들 모두를 비췄다.
~쐐액~
한 명의 손이 전화기를 낚아채기 위해 날아왔다.
~꽝~
몸을 피하며 발을 걸어 바닥에 처박았다.
“바보 아냐? 이걸 빼앗길 것 같아?”
태도로 봐서 분명히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한다.
“이놈들에게 워처 2기, 사프캣 한 기를 붙여 놔.”
[네, 마스터.]작게 중얼거리는 말에 위니가 재빨리 대답했다.
안이나 밖이나 모두 소란스러워서 태영이 중얼거리는 말소리는 들리지 않을 거다.
들어도 상관은 없다.
어차피 무슨 뜻인지 모를 테니.
고성능 마이크와 촬영 장치가 들어 있던 벽시계는 태영이 이미 부숴 버렸다.
“逃?? 公安?了 (모두 피해라, 경찰이 온다.)”
한 명이 중국어로 소리쳤다.
도망은 무슨?
어림도 없다.
“엘리베이터 1층에 잡아 둬.”
[네, 마스터.]위니의 이름을 부르고 말하지 않아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저들은 엘리베이터로 오지 않았다.
계단실로 연결되는 문은 방화문, 즉 철제문이다.
계단실로 통하는 문의 도어 핸들을 빠각 부쉈다.
이제 계단실 문도 열리지 않는다.
남아 있는 도피로는 두 곳.
엘리베이터가 아니면 창문이다.
엘리베이터는 절대 오지 않는다.
여기는 23층.
창문이 열릴지는 모르지만, 열려도 뛰어내리면 모두 호박처럼 깨진다.
~꽝꽝꽝~
계단실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요란하다.
“(문이 고장 났다.)”
“(칼로 열어.)”
철제 방화문이라는 것이 공구로 여는 것도 간단치 않다.
소방대원이 화재 진압을 위해 진입 시에 사용하는 공구를 사용해도 시간이 제법 걸린다.
“(엘리베이터 왜 안 오는 거야.)”
“(왜 1층에서 오지 않아? 1층에 연락해 봐.)”
정말 분위기 한번 소란하다.
“(온다.)”
그렇게 기다리던 엘리베이터가 올라오고 있다.
아주 좋아하는 표정들이다.
방화문을 열려고 하던 자들도 손을 놓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몰려들었다.
오는 사람들이 경찰인데.
***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류지현은 단둘이 되자마자 질문을 했다.
“뭐가?”
“그놈들이 왜 떼거리로 네게 덤빈 거냐고?”
모두가 경찰서에 연행이 되었고, 태영이 조사를 마치고 나온 후다.
류지현의 말 때문에 태영은 빨리 조사를 끝내고 나올 수 있었다.
조백려는 병원으로 실려 갔다.
박 개라 부른 변호사는 신분을 이용해 재빨리 도망쳤다.
결국 잡혀 들어간 사람은 보디가드들과 중국에서 건너온 조폭이다.
중국 조폭들도 태영을 협박한 수준일 뿐, 실제로 폭행하지 않아서 금방 풀려날 것이라고 했다.
“그런 질문 말고, 왜 그리 애타게 전화했는데?”
“널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어.”
~삑~
류지현은 경찰서 주차장에 세워 둔 자동차 문을 리모컨으로 열었다.
“나 여자에 관심 없는데?”
“내가 전화를 열 번도 더 했는데, 여자이겠냐? 너 그러고 여친은 있어?”
“전부터 늘 하는 말이지만, 네가 왜 내 연애사에 관심이 많아?”
“어이구, 말이나 못하면.”
“됐고, 아무튼 오늘 쌩큐다.”
그래도 감사 인사 정도는 해 주는 것이 좋지.
“어차피 네가 힘이 없어 당할 것도 아닌데, 뭐. 가자.”
“어디로? 왜?”
“우리 회사. 안전 가옥.”
“나 지금 피곤한 거 안 보여?”
“그래도 가야 해. 우리 단장님이 너 좀 보재.”
“단장?”
“그래.”
“단장은 계급이 어찌 돼?”
“우리 회사에 대해서는 그런 거 묻는 거 아니야. 이름도 알려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그리니 그냥 조용히 가자.”
“안 가면?”
“내가 곤란해지겠지. 이렇게 나와서 돕기까지 했는데.”
“짤려?”
“말을 해도 꼭.”
그러는 사이에 자동차 앞에 도착했다.
아주 튼튼해 보이는 SUV 차량이다.
영화 속의 요원들이 타는 것과 비슷하다.
“타라.”
에이, 이렇게 된 바에 가 주지 뭐.
“원래 안가의 위치를 가르쳐 주면 안 되지만, 널 보자는 분이 상관없이 데려오라고 해서.”
조수석에 앉자마자 설명을 했다.
“앞으로 내가 종종 이용해도 되냐?”
“미쳤어?”
“몰랐어?”
“말을 말자, 말을.”
“말시킨 사람도 너고, 날 보러 온 사람도 너야.”
“주의 사항.”
그때부터 류지현은 지금 가는 장소에 대한 보안 유지와 단장을 대할 때의 예의와 말투 등에 대해 시시콜콜 이야기했다.
“오늘 그렇게 전화를 한 것도, 그분이 오늘만 시간이 나기 때문이야.”
“오늘만? 그 정도로 바빠?”
지난번에 온 류지현의 상급자들은 그리 바빠 보이지 않던데.
“그 정도만 알고 있어.”
무슨 비밀이 그리 많은지.
차는 강남구 일원동의 어느 장소로 갔다.
마치 개발을 하다가 중단한 것 같은 모습.
차량의 통행도 거의 없고, 인적도 없으면서 공단 지대 같은 모습을 보이는 곳.
지상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 주차장 소유자의 것으로 짐작되는 건물.
건물 이름도 없고, 외관은 거의 공장 같았다.
창문은 아주 작거나 거의 없다.
건물 주변으로 특별히 담을 쌓아서 구분하지 않았고, 철조망 같은 것도 없다.
한쪽은 나무로 우거져 있고, 다른 한쪽은 야외 변전소가 있는 공장 같은 건물이 차지하며, 그 사이에 도로가 있다.
“들어가자.”
그다지 넓지 않은 출입구.
건물 벽 안으로 약간 들어가서 오목한 곳이 출입구다.
카메라로 보이는 장치와 카드를 대는 것으로 보이는 장치들이 있었지만, 류지현은 벨을 눌렀다.
“누구를 찾아오셨습니까?”
스피커에서 아주 친절한 여자의 목소리가 물어왔다.
“프린세스.”
“출입 승인.”
“동행인 1인.”
“출입 승인.”
~철컥~철컥~철컥~
마그네틱 솔레노이드 소리가 세 번 철컥거린다.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소리다.
~덜컥~
그리고 EM락 해제되는 소리가 들렸다.
류지현이 문을 밀었다.
“공주라고 해야지.”
“여긴 내 홈그라운드야. 잊지 마라.”
인적이 없는 복도를 따라 걸으며 농을 치자 은근한 협박을 한다.
“어디 홈그라운드 이점을 가진 사람에게 시비를 걸면 어찌 되나 볼까?”
“쓸데없는 소리 말고.”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서 끝에 보이는 문.
~똑똑~
{누구?}
“류지현입니다.”
여기서는 코드 네임을 말하지 않네?
{들어와.}
~딸깍~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의 깔끔한 인테리어다.
안쪽으로 제법 큰 책상에 스탠드 조명.
그 앞쪽으로는 회의실 테이블 같은 탁자와 양쪽으로 의자 여섯.
“데려왔습니다.”
그제야 모니터 옆으로 고개를 내민 중년의 남자가 있다.
몸 전체에서 흐르는 예리한 기도와 얼굴에서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고생했어. 자넨 잠시 후에 내가 부르지.”
류지현의 추방령이다.
“그럼, 대화 나누십시오.”
류지현이 나갔다.
“거기 앉지.”
테이블을 가리키며 자신은 책상에서 일어나 테이블로 돌아 나왔다.
앉으라고 했지만, 의자 옆에 서 있었다.
저 사람이 앉은 후에 앉으면 된다.
그런데 예리한 기도와 달리 눈빛이 묘하게 슬퍼 보인다.
괜한 기분인가?
“내 아들의 이름은 권지혁이라고 하네.”
이렇게 데려와서 미안하다는 말도 없다.
거두절미하고 아들의 이름을 말한다.
[권지혁은 증발한 군인 중에 한 명입니다.]증발 군인?
그리고 그 군인의 아버지?
가슴속에서 호수의 얼음이 갈라지듯 찌잉 하는 소리가 났다.
“함께 오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몸을 예리한 칼로 베이는 느낌을 참으며 90도로 인사를 했다.
초면에 반말한다고 인상 쓸 수도 없는 상대다.
이름도 몰라야 하는 막강한 힘을 가진 국가 공무원이지만, 그 일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다.
“괜찮아. 이미 일 년이 다 되어 가는 일인걸.”
말은 그렇게 하지만, 눈가에 습기가 맺혀 있다.
“…….”
저렇게 전사같이 강인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잃어버린 아들은 가슴속에 응어리진 슬픔이다.
“앉게.”
“네.”
태영은 조심스럽게 단장의 맞은편에 앉았다.
“내 아들을 본 적이 있는가?”
“죄송합니다.”
본 적이 없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나?”
왜 ‘별이 되어’ 회원으로 참여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때 물어왔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전우들의 이름은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
단장이 눈도 깜박이지 않고 태영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전우, 전우라.”
전쟁에 참전하지 않았는데 전우라고 해서 그런가?
“오늘 부르신?”
“나는 내일, 출국하네.”
“네?”
그걸 태영에게 말할 필요는 없는 일인데.
“그리고 돌아오는 데 오래 걸릴 거야.”
“…….”
해외 파견 뭐 그런 것인가?
“내가 이 자리에 있지만, 보훈처의 행위나 나라에서 하는 증발 군인의 후 처리에 대해 일언반구 말하지 않았네.”
“…….”
“단지, 사단 법인의 승인에는 조금 힘을 보태 주었네.”
“네.”
“아, 생색내고자 하는 이야기는 아니야. 아무도 모르니까.”
“네, 감사합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