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86
131. 터니엔디의 시작
“흑, 흐으으응.”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크게 소리 내어 운다.
그것도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딸이나 아들이나 하나 더 낳을걸. 흐으으으응.”
중얼거림과 울음이 섞였다.
뒤로 돌아가서 안아 드릴까 생각했지만, 가만히 두었다.
“흐으응, 흐으으응.”
울음소리가 잦아드는 데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입양…….”
그 말을 꺼내다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길이 태영에게 돌아와 말을 멈추었다.
이정아는 50세가 넘었을 것이다.
그 나이에도 입양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래, 입양.”
“네?”
“손주 같은 아들이나 딸로 키우면 되지. 그렇지?”
“네, 어머니.”
얼떨결에 대답했다.
“너도 동생처럼 생각해 줄 거지?”
“그럼요. 그런데 단장님하고 의논…….”
“그 인간? 그 인간이 안 한다고 해도 내가 할 거야.”
이제 자살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
‘휴.’
속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도 단장님에게 알려 드리기는 하셔야죠.”
“그래, 말은 해 줘야지. 너 오늘 정말 잘 왔다. 너 오늘 여기서 자고 가도 되냐? 2층에 지혁이 방 있는데.”
“그럴까요?”
“그래, 하룻밤만이라도 내 아들처럼 자고 가라.”
“알겠습니다. 그럴게요.”
***
손이 얼굴을 더듬는 느낌.
태영은 모로 누워 있고, 여기는 권지혁의 방이다.
여자의 손길.
이정아다.
느낌상 침대 언저리에 앉아서 손으로 얼굴을 더듬고 있다.
몸을 일으켜야 하나?
잠시 갈등이 생겼지만, 가만히 있었다.
“지혁아, 이제 떠나보내 줄게.”
혼자 중얼거리듯 나오는 말.
그럼 가만히 있자.
그냥 자는 것처럼 가만히.
“너 대신, 입양을 해서 키우더라도 네가 엄마나 아빠를 원망하면 안 돼. 알지?”
속삭임처럼 조용하게 하는 말이다.
호흡이 느껴질 정도로 얼굴이 가깝다.
~쪽~
눈 아래쪽의 볼에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진다.
그리고 손끝으로 얼굴을 살금살금 만진다.
“네가 돌아오지 않으니 엄마가 입양이라도 하려는 거야.”
“그러다가 네가 돌아오면?”
~휴~
한숨을 쉰다.
“엄마가 조금 더 힘들겠지만, 아들이나 딸이 하나 더 생기는 거지.”
“지혁아,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네 친구를 자고 가라고 했다.”
“오늘 하루만 지혁이 너라고 생각해도 되지?”
느낌이지만, 편안하고 따뜻하다.
태영의 어깨를 살금살금 만지다가 토닥토닥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잘 자라, 아들.”
그 말을 끝으로 침대가 살짝 움직였다.
몸을 일으키는 것이다.
자박자박 발자국 소리 후에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소식이 없을 때 우리 어머니가 이러셨을까?’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났다.
자식을 잃은 부모는 다 같겠지만, 권지혁의 어머니도 집착이 강한 것 같긴 하다.
부모의 마음은 비슷하지 않을까?
단지 외부로 표현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
“어, 회사로 바로 안 갔어?”
집에 들어가자 냉수 잔을 들고 식탁 옆에 서 있던 이새봄.
잔을 내려놓고 쪼르르 달려왔다.
“응, 옷 좀 갈아입고 가려고.”
~쪽~
신발도 벗기 전에 목에 매달려 입을 맞추고 떨어진다.
~딸깍~
“왔는가?”
손님방에서 나온 사람은 김영은, 이새봄의 어머니다.
“아, 네. 어머니 오셨습니까?”
어머니라 부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이 집에 드나드는 사람도 꽤 많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이새봄에게 ‘오늘부터 1일’이라고 하면서, 해 주지 못한 말이 있다.
‘그래도 네 집은 구해서 나가야 해.’
그 말을 했어야 했는데, 깜빡했다.
이게, 당시에 말하지 않으면 다시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사귀기로 했다며?”
“아…… 네.”
“고마워. 봄이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사귀기로 한 것을 결혼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말한다.
지난해 말, 그 상황에서 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어쩌면 그런 기대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제, 오빠가 집에 못 들어온다고 해서 엄마에게 연락했어. 괜찮지?”
그럼 괜찮다고 하지, 이 상황에 아니라고 하니?
“그래, 나 옷 갈아입고 출근해야 해.”
“응.”
***
“이정아, 괜찮아?”
터니엔디로 이동 중에 물었다.
[네, 조금 전에 길을 나섰고,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로 ‘별이 되어’가 있는 주소가 찍혔습니다.]“다행이다.”
신경 쓸 일이 자꾸만 늘어나는 것 같아 문제다.
일주일만 워처를 붙여 두었다가 회수하면 될 것 같다.
[조셉과 앨리슨이 연오진이라는 곳까지 이동했습니다.]“어느 방향이야?”
[린즈 동쪽 250킬로 지점입니다.]“자동차가 다니는 길이 있어?”
그 정도 거리라면 차량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네, 포장이 아주 잘 된 길입니다.]“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남쪽으로 내려올 수 있나?”
[린즈에서 히말라야를 넘을 수 없으니 우회한 것으로 보입니다.]“거길 넘는 것은 불가능하지.”
“린즈 인근에 공항은 없었나?”
[린즈 남쪽에 닝치 공항이 있었는데, 그쪽으로 방향을 잡지 않았습니다.]“알았어. 인도로 접어들면…….”
다시 알려줘, 라고 해야 하는데 너무 매정하게 느껴진다.
거기는 완전한 산악 지역이다.
[드론을 보내서 구해 낼 수 있습니다.]“드론?”
[네, 소재 레벨 1이 완성되어 드론 출력에 제약이 없어졌습니다.]“이거 조금 생각해 보자.”
드론은 접어서 야간에 날려 보내면 발견하기 쉽지 않다.
위성으로 촬영하기도 쉽지 않다.
“어느 정도면 가능하지?”
[군용 DTM-05 모델이면 가능합니다.]화물 수송용 드론의 경우 사람이 탑승했다고 가정하지 않는다.
화물용을 타고 중국에서 오면, 탑승자는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군용은 군인이 탑승했음을 가정한다.
“거리는?”
[3,300킬로미터입니다.]“사양이 어찌 돼?”
[수송 중량 5톤, 최대 속도 950Km, 72시간 비행 가능합니다.]갈 때는 최대 속도로 달릴 수 있다.
3시간 반이면 간다.
올 때는 탑승자를 생각해서 최대 속도로 달려서는 안 되니, 절반으로 줄이면 7시간이다.
“세 가지 문제가 있네.”
[통신과 해명 외에 더 있습니까?]“통신, 해명, 외교 마찰. 이렇게 3가지지.”
[네.]“항로 조정을 잘하면 3번째는 문제가 아닐 수 있는데, 해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통신이 불안정합니다.]그것은 위니가 더 잘 안다.
“통신이 끊어지면 오히려 보내지 않은 것만 못해.”
위성 통신 시스템을 갖추면 문제가 없지만, 그것은 일순간에 해결할 수 없다.
[통신이 가능할 때 항로 지정이 완전하면 가능합니다만, 성공 확률이 떨어집니다.]“그래, 일단 생각 좀 해 보자.”
[네, 마스터.]아직 생존하고 있다.
끈질긴 생명력이다.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 지역을 넘어서면 그냥 둬도 살아 돌아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터니엔디.
“어서 오십시오.”
로비 입구에는 다섯이 서 있다가 인사를 한다.
먼저 도착한 김경훈 전무.
대표로 임명된 송성우와 잔류하기로 결정한 정길한.
그 뒤에 서서 고개를 숙이는 젊은 남자 사원과 여사원.
송성우가 새로 뽑은 비서실 직원이다.
“네, 안녕하세요.”
“올라가실까요?”
“인룸과 기성은 설치 중입니까?”
“2시간 정도 지나면 완료될 것 같습니다.”
“김 과장과 신 대리 포함해서 동행한 생산부 직원도 현장에 있습니다.”
인룸 프로와 기성 시스템은 초기의 인연으로 계속 함께 일하고 있다.
2층 대표실 앞의 회의실로 함께 이동했다.
“회사가 많이 깨끗해졌습니다.”
“관리 직원들이 고생한 덕분입니다.”
“정 상무님은 직급을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구요?”
정길한에게 물었다.
“대표님이 전무인데, 제가 전무 이사라면 말이 안 되지요.”
“아, 네.”
미래이오티 시절의 임원들은 송 대표 취임 전에 정길한만 남아 있었다.
일부는 박주한 회장이 미래철강으로 데리고 갔고, 일부는 퇴직했다.
돈을 횡령한 변영인은 해고되었다.
“사업부장들 출근 통지하셨지요?”
“네, 두 분 모두 3월 출근으로 했구요, 김윤수 이사는 설치 현장에 있습니다.”
김윤수는 1사업 본부장으로, 생산 기술 부장에서 내부 승진했다.
메이스타로 공급되는 것은 모두 1사업 본부에서 만든다.
자동차 사업 본부는 정길한이 맡고, 물류와 제휴 두 부분은 외부 영입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똑똑~
향후 사업과 진행에 관한 대화 중에 들려온 노크 소리.
“대표님 설치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비서의 전언이다.
“가시지요.”
“네, 가죠.”
일행은 깨끗하게 정리된 공장으로 갔다.
12개 동의 넓은 공장동은 이미 정비가 잘 되어 있다.
오늘 프린터의 베이스가 설치된 장소는 1사업 본부 생산동이다.
출입 대기실 앞으로 모였다.
지문 인식을 통과해야 들어가는 장소다.
이 시스템은 모두 메티1이 관리한다.
메티1은 담당자의 실수 또는 착오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휴먼 에러를 바로잡아 준다.
“못 들어가는 사람 있나?”
“없습니다.”
송성우의 말에 다들 웃으며 대답한다.
오늘은 지문에 상관없이 출입이 가능하지만, 송성우의 조크다.
한 명씩 출입구를 통과하자 청청 구역 이전 단계의 깨끗한 공간이 나타났다.
이름은 입구 대기실.
이곳은 클린룸 클래스와는 무관한 공간이다.
그렇다고 해도 일반 회사의 사무실만큼 깨끗하다.
상쾌한 공기가 흐른다.
김윤수가 젠하우스 1호 앞에서 직원 한 명과 기다리고 있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고생 많아요.”
“네, 사장님. 시스템 설치 완료되었습니다. 에어 샤워실로 통과해 주십시오.”
직원들이 많아졌을 경우를 대비해서 에어 샤워실 출입구가 7개다.
김윤수 이사의 말에 따라 모두가 각각 에어 샤워 출입구 한곳을 열고 들어갔다.
생산실과 벽을 하나 사이에 둔 내부.
준비실로 클린룸 규격 ISO 5 클래스다.
인룸 프로와 기성 시스템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다.
옆으로 김지열과 터니테크 상산부에서 온 직원도 기다리고 있다.
“가방은 젠하우스 1호에 가져다 두었습니다.”
“그래요.”
소재들이 정돈되어 쌓여 있는 창고 구역과 원료 투입 구역.
그 옆으로 직원들의 사무 공간과 휴식 공간이 있다.
포기 영역으로 구분된 생산실에 직원들의 흐릿한 실루엣이 보인다.
“청정도 어때요?”
“젠하우스는 3, 젠룸은 2를 유지 중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7D 프린터를 볼 사람의 숫자는 15명.
15명을 시작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태성기술에서 6명, 터니테크 17명이다.
이 정도면 이젠 비밀 유지가 힘들다고 봐야 한다.
“고 이사.”
“네, 대표님.”
“들어가지.”
“네, 모두 들어가십시오.”
여기서 젠하우스로 들어가는 과정은 양손 지문과 안면 인식이다.
통과하면 에어 샤워 부스가 열린다.
오직 한 명씩 통과가 가능하다.
누군가가 출입구를 열어 주고 타인이 대신 들어갈 수 없다.
지문을 떼지 않고 출입자와 지문 인식 장치가 에어 샤워 부스 안으로 들어가서 문이 닫힐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것은 누군가가 외부인을 들여보낼 수 없도록 하는 기술적 장치이다.
“고 이사, 원료 세팅했나요?”
“네, 사장님.”
“그럼 기다려요.”
김지열이 프린터 헤더가 든 가방을 가지고 왔다.
30개의 젠룸.
오늘은 그중에 7곳에 장착하고 시험 생산을 한다.
1번 젠룸.
“김 전무님, 그리고 세 사람 앞으로.”
“네, 사장님.”
생산의 김경훈 전무, 안봉성 과장, 김채인 사원, 그리고 아웃소싱의 김지열 과장이다.
“자, 패드.”
7D 프린터 설정을 위한 전용 패드로 태성기술에서 돌아온 이후에 출력한 것이다.
크기는 스마트폰보다 작다.
“네.”
김경훈이 대표로 받았다.
“이거 없으면 아무 소용없어. 사용법은 모두 배웠죠?”
“네, 사장님.”
직원들의 대답이다.
태영이 매번 다닐 수는 없다.
그래서 7D 프린터의 스타트와 설정, 그에 따르는 일을 해 주는 앱이 다운로드 되어 있다.
“로그인 하겠습니다.”
~빙~
작은 소리와 함께 패드가 켜지고 희미한 빛이 올라오자 김경훈이 그 빛에 손목을 가져다 댔다.
낮은 소리가 들려왔다.
한쪽에서 은은한 연두색 빛이 넓은 범위로 켜졌다.
김경훈이 그 위에 얼굴을 가져갔다.
음성이 나왔다.
김경훈이 얼굴을 떼자, 작은 홀로그램 스크린이 솟아올랐다.
{와, 저게 뭐야?}
{저거 영화에서나 보던 건데, 저게 뭐지?}
{홀로그램 맞지?}
{그래 홀로그램 맞아. 저게 어떻게?}
프린터의 이름도 갑자기 지은 것이다.
세상에 7D 프린터라는 이름 대신 젠프린터로 알려질 것이다.
“이어 세트 4개 동시 사용 허가를 요청한다.”
“허락한다.”
김경훈이 패드를 젠룸 1번의 평판 위에 놓았다.
그때부터 김경훈이 프린터에 헤더를 장착하는 과정이 시작되었다.
이어 세트를 낀 세 사람은 말소리가 들리니 웃다가, 묘한 표정이었다가 한다.
김경훈이 2번 젠룸으로 이동했다.
“안봉성 과장, 나와 에어 세트 바꾼다.”
“네, 전무님.”
“잘해. 손 떨지 말고.”
“네, 전무님.”
부서 직원에게도 경험을 시켜 주려는 배려다.
안봉성이 2호와 3호, 김채인이 4호, 5호, 그리고 김지열 과장이 6호와 7호를 세팅했다.
헤더를 장착하고 설정하는 동안 생산부 직원들의 끝없는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태성기술에서의 들었던 웅성거림과 비슷하다.
“시뮬레이션 시작합니다.”
패드에서 음성이 나오자, 1번 헤드셋을 받은 김경훈이 터니엔디 직원들에게 말했다.
패드에서 여러 가지 수치가 움직이고 있다.
그것을 시작으로 모든 프린터의 시뮬레이션이 진행되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