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89
134. NA54(3)
“야제가 아들의 복수를 하겠다고 도승준을 시켜 날 잡아 오게 했습니다.”
“오빠가 실패한 일이군요.”
“네.”
“…….”
“실패의 책임을 묻기 위해 야제가 부르자, 염기선을 시켜 야제가 저지른 죄를 폭로할 수 있는 자료를 내게 보냈습니다.”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구해 내셨지요. 사장님이.”
“네, 알다시피. 그리고 그 자료 때문에 나도 한시름 놓았지요.”
“…….”
“도승준이 날 공격했지만, 자료를 넘겨 준 보답은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를?”
“도승준에게 갚을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대상이 임은이 씨로 바뀐 것입니다.”
“……그.”
임은이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또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를 한다.
여기까지도 복잡한 과정이었다.
임은이를 해외로 보내고, 직업을 갖게 해 주는 일이 아직 남아 있다.
“감사합니다.”
“내일 도우미 아주머니 오거든 내게 전화를 주세요.”
선불로 지급한 돈.
소개받을 당시에 말한 금액의 2배를 주었다.
기한을 채우지 못했지만, 돌려주지 않아도 되니, 일을 그만두라고 하면 된다.
책임을 다하지 않았지만, 그 정도 선에서 마무리할 것이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여전히 도승준과의 관계를 본인의 입으로 듣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젠 상관없다.
밤은 깊었고, 배는 고프고, 갈 길은 멀고.
그래도 부지런히 가자.
***
임은이는 전송을 하고 문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
자신의 삶은 3개월 정도 남아 있다.
통증은 갈수록 심해졌고, 진통제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죽기 전에 아들의 얼굴을 한번 볼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나 보고 싶다.
도우미 아주머니.
처음 10일 정도는 늘 함께 있었다.
고통으로 비명을 지를 때면, 마치 친엄마처럼 함께 아파해 주었다.
돌아가신 친엄마 대신 ‘엄마’라고 부르고 싶었다.
그러나 허락해 줄지도 모르고, 딸이 먼저 죽는 슬픔은 너무나 아플 것이기에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런데, 마치 엄마 같았던 분이 어느 순간부터 귀를 막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비명을 그만 지르라고 소리쳤다.
그만 울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자신이 지르는 비명을 견뎌 내지 못하는 것이다.
스스로도 견디기 힘든데, 당연하다.
도우미 아주머니는 퇴근하고, 견딜 수 없는 지독한 아픔에 비명을 질러 대던 그 시간.
남편과 자신과 아들을 보호해 주었던 그가 왔다.
들어오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일어날 수가 없었다.
온몸을 찢어 내는 것 같은 아픔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입으로 알약 한 개가 들어오고 물이 넘어왔다.
여전히 아픔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송곳으로 찌르고 우악스러운 힘으로 찢어발기는 듯한 아픔이 사라졌다.
통증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잠이 들었는지 몰랐다.
지극히 짧은 순간이지만, 꿀맛처럼 편안한 잠에 빠졌었다.
그 사람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천천히 나오라는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이 움직여서 미끄러져 내려갔지만, 여전히 허리 아래를 덮은 이불.
이불을 들어 보니 정상적으로 입은 옷과 아랫자락이 종아리에 걸쳐 있는 치마.
처음 이 집에 데리고 왔을 때도 그랬지만, 조금도 여자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하긴 통증에 비명을 지르는 사람이 여자로 느껴질 수는 없을 것이다.
“고맙습니다.”
살 수 있다고 한다.
언제부터 흘린 눈물인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앞가슴이 다 젖었다.
남들이 알면 안 되는 약.
“살 수 있다고 하는데…… 비밀을 지키는 것이 무엇이 어렵다고.”
아들을 만날 수도 있는데.
***
“다녀왔어? 밥은?”
거실에 앉아 있던 이새봄이다.
밤 10시가 지났는데, 식사를 물어온다.
“아, 이제 먹어야 해.”
“그래? 그럼 내가 차려 줄게.”
1일이라고 한 후, 한 번도 저녁을 함께하지 못했다.
“고마워.”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고 나오니 식탁에 음식이 차려져 있다.
“뭘 이렇게 많이 준비했어?”
“흠, 그냥.”
씩 웃으며 윙크를 하는 모습.
요즘 들어서 이새봄의 웃음에 가슴이 철렁하는 일이 잦다.
“오빠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음, 그건 맞네.
이새봄과 밥을 함께 먹어 본 기억이 몇 번이나 될까?
몇 번 있기는 하다.
주로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였지만.
“고마워, 그리고 난 아무거나 잘 먹어.”
처음으로 이새봄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낯이 조금 화끈거리기는 했다.
“피, 그런 게 어디 있어?”
“여기.”
대답을 하면서 감자 짜글이를 한입.
적당하게 썰어 넣은 감자에 된장과 김치, 스팸에 돼지고기까지 들어가서 어우러진 맛이다.
“음, 맛있네.”
“맛있어? 그럼 자주 해줄게. 언제든 말만 해.”
“네가 해 주는 밥을 먹으면 돼지가 되기 십상인데.”
“피, 집에서 저녁 먹은 적이 몇 번이나 있다고.”
“그건 그렇네. 그나저나…….”
“응?”
“집 아직 못 구했어?”
집을 구하지 않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 물었다.
“음, 우리 사귀기로 했는데에…….”
말 늘이기는.
뭘 말할지 뻔하다.
“그런데?”
“그냥 여기 살면 안 돼?”
“왜 그러고 싶은데?”
“그야, 오빠가 여기 살고 있으니까.”
거참, 우문현답이다.
“명답이네.”
“그렇지?”
“그래, 알았다. 그리하자.”
오늘, 임은이의 애처로운 모습을 봐서 마음이 심란하다.
마음속으로 그 핑계를 대면서 대답했다.
“와, 오빠 진짜, 진짜지?”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이라니.
진즉에 그러라고 할 걸 그랬나 싶다.
“그래, 진짜다.”
아니나 다를까?
쪼르르 달려와 등 뒤에서 끌어안는다.
물컹한 느낌이 등에 느껴진다.
이새봄에게서만 나는 특유의 체취가 안개처럼 퍼지면서 코끝을 파고들어 왔다.
‘흡.’
이새봄이 이렇게 몸을 접촉해 올 때마다 풍겨 오는 이 체취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자, 이제 앉지.”
“으응.”
~쪽~
기어이 볼에 입맞춤 한번 하고 떨어진다.
그 정도 선에서 타협을 하는 수밖에.
태영과 이새봄이 티격태격하지 않는 상황.
식사를 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 집에 평화가 찾아왔다.
그것으로 만족하자.
“아 참, 차 안 사?”
“힝, 면허가 없어.”
“왜 안……? 아, 그렇지.”
이런 실수를 하다니.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얼굴을 내보이는 것은 극도로 꺼리는 이새봄이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 같고, 자기만 쳐다보는 것 같고, 수군거리는 것 같고.
아마도 그럴 것이다.
“…….”
울 듯한 표정으로 말을 잃어버린다.
“명절에 어디 안 가?”
명절까지는 열흘 이상 남아 있지만 어색함을 깨려고 물었다.
“……음, 생각 안 해 봤는데, 왜?”
“명절에 일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집에 못 올 거 같아서.”
명절이라고 해야 제사도 없고 차례도 없다.
아버지는 부모님이 누구인지 모른 채 고아로 자랐으니까.
그러니 가족끼리 모여서 식사하는 정도가 전부다.
“그렇게 일이 바빠?”
“집중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 못 오는 거야. 거리가 멀기도 하고.”
“어디서 일하는데?”
“평택.”
“그럼…… 나도 거기 같이 가면 안 돼? 방해 안 할 테니까.”
같이?
태영이 집에 못 들어온다 했다고 김영은을 불렀었지?
집으로 김영은이 계속 오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얼굴을 보일 수가 없어서 면허를 못 따고 있다는 것.
파모니 졸을 주사하면 얼굴 변형이 가능하다.
여분도 있다.
그렇지만, 이걸 어떻게 설명하기가 힘들다.
수많은 약재들이 속속 오고 있다.
그것으로 피부처럼 보이게 하는 마스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마스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겠다.
“그래, 그럼.”
시도해 볼 필요가 있어서 그러자고 대답했다.
가능 여부는 위니에게 물어보면 된다.
“이야~ 짱 좋아.”
양손을 들고 만세 하듯 팔을 들어 몇 번을 뻗어 올린다.
너무 좋아한다.
이새봄의 웃음에 간혹 가슴이 떨린다.
그래도 완전한 여자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른 곳에서 오래 살다 온 시간의 간극을 넘어선 현실 패치가 아직 부족한가?
많이 현실과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전히 부족한 모양이다.
언제쯤 이새봄이 여자로 느껴질까?
“명절 당일에는 부모님에게 인사하고 와서 갈 테니까 그렇게 알고.”
“으응, 알았어.”
***
“어서 와.”
누나의 사무실.
“시간 되지?”
“응, 당연히 되지.”
회의실로 들어갔다.
“커피 좀 준비해 줘.”
누나가 비서실에 말하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오늘은 웬일?”
“두 가지인데.”
“응.”
“터니엔디 옆에 물류와 배송을 겸하는 배송 센터를 검토해 봐.”
“배송 센터? 여기는 사무실만 두고?”
“아니, 양분하는 거지.”
“……?”
“며칠 전 터니엔디에서 시간이 조금 남아서 주위를 둘러보니 그 인근에 작은 필지의 빈 공장과 공터가 많아.”
“거기를?”
“터니엔디에서 양산이 시작되면 물량이 늘어날 텐데, 그것을 매번 이쪽으로 실어 나르는 것보다 물류 배송 센터에서 바로 발송하는 체계를 갖추면 좋을 것 같아서.”
“아, 그건 맞네. 그럼 여기 배송 직원들과 택배 하는 사람은?”
“그러니까 직원도 많고, 아르바이트 학생도 많은데, 일이 사라지면 그들도 문제가 생기니까, 일을 분산하는 방법까지 검토해야지.”
“좋아, 그건 뭐 생각해 보자. 그전에 우리는 제조 회사가 아닌데, 거기 입주가 가능해?”
산업 단지에는 사업자 등록증의 업태에 ‘제조’가 없는 경우에 입주가 안 되는 곳이 많다.
공장 등록증이 없는 경우에도 입주가 안 될 수 있다.
그것을 말하는 것이다.
제조사는 물류 센터와 동시에 배송은 필수이다.
그러니 배송 센터의 입주는 가능할 것이다.
“생각이 있으면, 그건 저쪽에 맡겨 확인하라고 하면 되지 뭐.”
“그렇게 하자. 그리고 두 번째는?”
그때 커피가 들어왔다.
“고마워요.”
비서는 볼이 발그레한 모습으로 생긋 웃고 회의실을 나간다.
“쟤, 너에게 관심 많은 거 알아?”
“방금 나간 비서?”
“응.”
“꿈 깨라고 해.”
“꿈도 못 꾸니? 자주 얼굴 보는데, 쟤도 똑똑해. 거기다 예쁘기도 한데?”
관심이 없어서 예쁜지 아닌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사귀는 사람이 생겼어.”
“그래? 누구?”
“알지? 집에 방 한 칸 차지하고 있는.”
“아, 이새봄, 그 애 정말 예쁘더라. 그 애 옆에 서면 전부 쭈그리지.”
“아무튼 꿈 깨라고 해.”
“한번 꽂힌 것이 쉽게 빠질지 모르겠지만, 포기하는 것은 내 마음이 아니어서.”
“저만 손해일걸?”
“말은 해 줄게.”
“두 번째는 개발팀하고 이야기를 좀 많이 나눠 봐.”
“무슨 일인데?”
“앱스토어하고 포털 사이트를 만들어 볼까 해.”
“그게 가능한 일이야?”
“가능하도록 만들면 되지.”
“뭔가 계획이 있구나?”
“맞아. 조금 더 구체화되면 이야기해 줄 테니까, 개발팀과 이야기해서 그쪽의 전문가를 채용하는 방법도 생각해 봐.”
“음, 먼저 내가 공부를 좀 해야겠네.”
“아주 많이 공부해야 해.”
“내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봐서, 내가 대주주가 되어라, 그리고 경영을 생각해라 그 말이지?”
“어이쿠, 우리 누나 똑똑해졌네.”
“이게, 누나를 놀리고 있어.”
주먹을 쥐고 눈앞에서 몇 번 흔든다.
그래 봐야 누나가 아니라 귀여운 여동생 같다.
“아무튼, 전문 경영인이 필요할지도 몰라.”
“공부하면서 생각해 볼게.”
“드론 관련 시스템 회사 사장이 연락할 거야.”
“거긴 너하고 관계있는 회사?”
“망해서 다 넘어진 곳을 인수해서 살려 냈지.”
“프리 모바일 같은 곳?”
“비슷해.”
“나는 지분 좀 안 줘?”
“그럼 증자해야 하는데, 거기 3.5배수로 들어온 사람이 있거든?”
“내가 액면으로 들어가면 안 되는 자리구나.”
“맞아. 꼭 참여하고 싶으면 내 지분을 좀 넘겨줄게.”
태영이 관련된 회사 중에 상장 법인이 없으니 그런 일은 아주 편하다.
“액면으로?”
“누나인데, 더 붙이지도 못하지 뭐.”
“쌩유.”
“너무 쉽게 준 거 같아.”
조영희 사장에게 양해를 구하기는 해야 한다.
이해해 주겠지.
누나라고 하는데 뭐.
소형 물류 부분의 사업이 본격화되면 증자가 필요하니까 적당한 때를 잡아서 증자를 겸하는 것도 좋고.
“네가 하는 것을 보니 잘될 것 같아. 회사 이름이 뭐야?”
“다이나믹스카이.”
“이름 좋네.”
“그리고 9층에 세 곳이 안 판다고 했다는 것 들었지?”
“응, 거기에서 멈추라고 했다면서?”
“이젠 기회가 끝났으니까.”
***
“어서 오너라.”
오늘 다시 레피우스에 왔다.
비서의 안내로 사장실로 들어가자 아버지가 환하게 반긴다.
“네, 아버지.”
“할 일이 남았어?”
“제 연구실에 안 들어가 보셨지요?”
“들어가 봤지.”
“어제 제가 잠갔거든요.”
“잠가?”
“네, 가 보시겠습니까?”
“그래, 가 보자. 다른 사람 데려가도 되나?”
“아뇨. 일단 아버지만 보시지요.”
“그래.”
조금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커피 잔을 입으로 가져가신다.
“왜, 보여 주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까?”
“예전에 같이 일하던 회사의 직원들을 좀 데려왔다.”
아, 그래서.
“일단 가시죠.”
“그래, 가자.”
아버지도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