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0
050. 거울과 망원경(3)
“You do not seem to be an England, but you do know English?”
태영을 찬찬히 훑어본 노랑머리 외국인의 말이다.
저 말이 넌 ‘영국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데, 영어를 할 줄 아니?’ 하고 묻는 게 맞지?
이 시대로 와서 영어는 써 본 일도 없고, 쓸 일도 없었으니, 그렇잖아도 못하는 영어가 더 안 나오긴 한다.
“A little, And, I’m not an Englishman.”
이거도 이렇게 쓰는 말이 맞기는 맞나?
맞거나 말거나 뜻만 통하면 되는 거지, 뭐.
옆에 선 정하연과 김웅겸을 비롯한 사포 병사들의 시선이 강하게 느껴졌다.
신기하겠지.
“그런데 어디서 잉글랜드어를 배웠습니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은데, 말이 통하지 않아서 어려워하지 않았나요?”
불과 몇 마디 하지 않았는데, 조금은 더 자연스럽게 말이 나온다.
“아, 그렇지요. 여기 이 접시를 다량으로 구매하고자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는데,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군요.”
태영이 보니 백자 접시인데, 12장의 꽃잎처럼 만들어 보기에도 상당히 고급스런 접시였다.
“잠깐 기다려 보세요.”
노랑머리 외국인에게 말을 하고는 상점 주인에게 고개를 돌렸다.
“여기 이 손님이, 이 백자 접시를 다량으로 사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구입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데요.”
“아, 물건을 물어보는데, 말이 안 통하여 답답하긴 했습니다. 이 물건은 하북의 윤자촌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지금은 금나라가 지배하고 있어서 더 이상은 들여오기가 쉽지 않소. 이건 오래전에 구입해 두고 팔고 있는 물건입니다.”
태영은 그대로 통역해 주었다.
“그럼 얼마나 구할 수 있는지 물어봐 주시겠소?”
“우리 상점에 있는 건 200여개 정도가 전부인데, 명주의 다른 상회에서 보유하고 있는 수량이 제법 있을 것이나, 내일까지는 확인이 가능합니다.”
“혹시 이걸 들여온 상단이 있나요?”
“네, 제법 큰 규모의 상단에서 들여왔지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덕분에 30여 분 정도가 소요되었고, 몇 가지 정보를 확인한 뒤에 일은 끝났지만, 거래가 성사된 것은 아니다.
영국 상인은 좀 더 많은 양을 구입하기를 원했지만, 돈을 가지고 나온 것은 아니었고, 명주 상인은 내일 날이 밝으면 다른 상인들을 수소문해서 수급 가능한 수량을 확인해 두겠다고 했다.
조나단 스미스(Jonathan Smyth)라는 이름의 이 영국 상인은 태영을 만나기를 정말 잘했다며, 몇 번씩이나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자신은 잉글랜드 동부의 캠브리지 지역에 위치한 작은 도시의 자작이라고 했다.
자작이라면 공후백자남으로 불리는 귀족의 서열 중에 밑에서 두 번째에 해당하는 별 볼 일 없는 귀족층이다.
그리고 고마우면 돈이나 물건으로 때우라고, 말로 때우지 말고.
말이 나온 김에 태영은 거울과 망원경에 대해 짧게 설명하고 견본을 보여 주었다. 물론, 명주 상인에게도 보여 주고 설명을 해 주었다.
가격을 듣고는 무척 놀라기는 해도, 꼭 사고 싶단다.
태영이 예성관의 이름을 말하자, 명주 상인은 어디인지 안다면서 스미스와도 사흘 후에 그곳에서 만나자고 했다.
이 사람들이 통역비도 안내고 통역사를 시킨단 말이지.
***
“대장님, 그건 어디 말인가요?”
그게 어디 말이냐고?
여태까지 긴 시간 동안 답답함을 참으며 기다려 주었던 정하연이 드디어 물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답답했을 것이다.
“음, 영어라고 하는데, 여기서 해룡호로 두 달쯤 가면 있는 나라야.”
“두 달이요?”
실제 거리는 직선거리로 따져서 10,000킬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희망봉을 돌아서 바닷길로 가면, 거의 30,000킬로가 나오지 않을까?
재 봐야 알겠지만.
하지만 먼 대양으로 나갔다가는 물과 음식물, 연료를 수급할 수 없으니 해안선을 따라갈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뱅뱅 돌게 되면, 30,000킬로가 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정하연의 입장에서는 이곳 명주까지 이틀 정도 걸렸는데, 두 달이 걸린다 하니 어처구니가 없었을 것이다.
주위에 있던 김웅겸이나 다른 병사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그것도 기상이 좋아야 두 달이고, 먼 바다로 나가면 기상이 어찌 변할지 모르지만, 그런 것까지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응.”
“그럼 저 사람들이 두 달 동안 배를 타고 이곳에 왔다는 거군요.”
“아니지. 저 사람들의 배는 해룡호와는 완전히 다르니까, 거기서 여기 오는데 아마 네 달이나 다섯 달은 걸렸을걸.”
잔교 옆에 붙어 있는 큰 배들 중에도 범선의 규모라고 볼 수 있는 배들은 없었던 기억으로 봐서, 아직은 본격적으로 범선이라는 배가 활성화되기 이전의 시대일 것이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게 된 것도, 범선이라는 대형 선박의 건조 기술이 발전하고 항해술이 발달한, 대항해 시대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본다면, 앞으로 몇 백 년은 더 있어야 제대로 된 범선이 만들어질 것이다.
물론 콜럼버스는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한 인종 학살자이다.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조금씩 중국사를 읽다 보니, 유럽의 역사 같은 것도 조금씩 보게 되었을 때, 안 내용들이다.
그 내용에서 유럽인의 기준으로 보면 콜럼버스는 영웅이지만, 인류 역사적 측면에서 본다면 더없이 잔인한 학살자라고 했다.
물론 콜럼버스 혼자서 저지른 일은 아니지만, 스페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가서 저지른 극악의 흑역사이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했을 당시,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 수가 8천만 명으로 추정되었는데, 100년이 지나는 사이에 90퍼센트인 7천만 명 이상의 원주민이 죽었다.
그 정도이면, 그야말로 대학살이다.
그들은 누가 단칼에 인간의 몸을 두 동강 낼 수 있는지 내기를 한다든가, 창으로 단번에 머리를 부수는 내기를 하면서 사람을 죽였단다.
또, 아이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 물속에 빠트려 허우적거리다가 죽는 모습을 보고 희희낙락하기도 했다.
원주민을 화형에 처하는 일에도 살아 있는 채로 개의 먹이로 던져 주었다는 등의 일들은, 모두 대항해 시대라고 말하는 신항로 개척 시대에 유럽, 특히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이베리아 반도에 있던 나라들이 자행한 끔찍한 기록이다.
물론, 신대륙에는 없던 전염병인 천연두 같은 것들도 함께 건너갔다.
신대륙에는 그런 질병 자체가 없던 곳이기에, 그것에 대한 면역성도 없고, 치료 방법도 전혀 몰랐던 원주민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그렇게 죽음을 당한 것은 직접 죽인 것이 아니다.
천연두 같은 질병은 스페인의 탐험가들이 고의적으로 천연두를 앓던 사람들이 사용한 담요나 옷가지 같은 것을 원주민에게 선물하고, 한 달쯤 뒤에 다시 오면 마을 전체가 사라졌었다는 기록도 있었다.
그것은 전투가 벌어져서 발생할 수 있는 자신들이 입을 피해를 완전하게 피해서 저지른 일이니, 직접 손을 써서 학살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여전히 그들이 몰살시킨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콜럼버스를 가장 잔인한 학살자라고 하는 이유는, 콜럼버스가 상륙한 바하마 제도에는 콜럼버스의 상륙 당시에 20만 명이 살았지만, 20년 후에는 200명만 살아남았을 정도로 거의 인종의 씨를 말렸으니 그렇게 불리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는 않다.
콜럼버스 상륙 20년 만에 그곳 인구 0.1퍼센트만 살아남고 모조리 죽였다는 것은 세계 역사상 그 어떤 침략사에도 없는 가장 잔혹한 역사이다.
그 내용을 놓고 히틀러와 비교를 해도, 그 잔인성과 인종 학살에 대한 부분은 히틀러는 가히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극악하기가 이를 데 없는 수준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
그런데 대항해 시대는, 정말 우습게도 동유럽의 절대 강자였던, 지금의 터키에 해당하는 강력한 국가인 오스만 제국이 지배하는 지중해를 피해서, 향신료인 후추를 구하기 위해 인도로 가기 위한 원정에서 시작되었다는, 아주 아이러니컬한 배경이 있다.
그래서 지금도 카리브해 인근을 서인도 제도라고 부르고 있지만, 그들은 후추를 구하기 위해서 인도를 향해 갔는데, 인도로 가지 못하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게 된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그래서 인류의 역사는 작고 사소한 것에서 출발해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낳는가 보다.
“네다섯 달. 그럼 여기서 일을 마치고 가면, 1년이 지나가 버린다는 계산이 되는군요.”
콜럼버스를 생각하며 잠시 상념에 잠겼는데, 정하연의 말이 들려왔다.
“그래, 그런 셈이지.”
“일행 중에 여자는 아무도 안 보이는데요?”
“왜?”
“나는 당신하고 그렇게 오랫동안 떨어져서는 못살아요. 그런데 1년이라니.”
맞아, 그럴 거 같아.
“그래, 알아.”
“그런데 그곳, 그렇게 멀리 떨어진 그 나라의 말을 어찌 아느냐구요?”
그렇지, 정작 궁금한 것은 이것이었지.
“저기, 저기인가 본데요. 대장님.”
김웅겸의 말로 인해 정하연의 질문에 대한 답이 잠시 미루어졌고, 앞을 바라보니 한자로 쓰인 간판이 숙수가 알려 준 객잔이 맞는 것 같다.
뜻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서 저녁이 좀 늦기는 했지만, 그게 대수랴.
상행에 나왔으니 물건을 살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려면 상점을 기웃거리며 소개를 하는 것도 좋고, 이곳 명주의 상단과 만나는 방법도 좋고, 식사 시간에 괜찮은 식당에 가서 이야기를 꺼내 놓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공대생인 데다, 이 시대의 상행은 당연히 모른다.
거기다가 상단에 동행해서 물건을 어찌 파는지 본 바도 없으니, 이런 경우를 보고 맨땅에 헤딩한다고 하는 것이 딱 맞는 것 같다.
아무튼 무데뽀 정신이 제일 필요한 상황이다.
뭐, 못 팔아도 상관없지만, 여기 나온 병사들과 사포에서 기다리고 있을 병사와 물건들을 만드느라 고생한 주민들에게 상행 보너스를 좀 두둑하게 주려면, 아주 비싸게 많이 팔수록 좋은 것이다.
***
“대장님,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명주에 도착한 지 사흘째 되는 날이다.
이틀은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상단을 수소문하면서, 상점 몇 곳에 들러 거울을 소개한 것이 전부였다.
영국 상인 조나단 스미스가 오기로 한 날이긴 한데, 벌써 왔나?
“손님?”
“네.”
이틀 동안 제대로 된, 변변한 상단은 만나질 못했다.
이 모든 것이 정보의 부족으로 생기는 현상이지만, 며칠간 시일을 두고 지내다 보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태영이 정하연과 함께 접객당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에는 역시 조나단 스미스와 유기 상점의 그 중국인을 위시해서 여섯 명이 와 있는데, 그 중의 한 명은 선풍기를 돌리고 있었고, 한 명은 그 앞에서 시원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접객당 가운데 놓인 테이블 위에 도난 방지 줄에 매달린 거울과 망원경, 그리고 쌍안경이 있고, 그 옆쪽에는 유리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한 견본 문틀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한 사람은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비춰 보면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아무리 설명을 한다 해도 눈으로 보는 것이 가장 좋기에 미리 전시를 해 둔 것이고, 현령이 하는 짓을 뻔히 봤기에 도난 방지 줄로 매어 둔 것이다.
“어서 오십시오.”
여기 와서 며칠 지나는 사이에 제법 몸에 익은 중국식 인사를 했다.
“Good Morning Mr. Choi.”
영국 상인 스미스도 일어서서 중국식 인사법으로 인사를 해왔다.
며칠 전의 이야기에서 플랜태저넷(Plantagenet) 왕가가 잉글랜드를 지배하고 있다고 했었으니 아직 영국이라는 국가는 없는 셈이지만, 그래도 태영에게는 영국이라는 나라 이름이 익숙해져 있다.
“스미스 자작,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왔군요.”
“네, 여기 이분들은 백화 상단에서 나왔습니다. 이분은 백화 상단의 장위(張偉) 대인입니다.”
유기 상점 주인에게 고개를 돌려서 인사하자 그 옆의 사람들을 소개했다.
“나는, 사포 상단의 최태영입니다. 앉으시지요.”
“사포 상단의 최단주가 나오기 전에 여기 있는 물건들은 모두 확인하였소. 그런데 저기 유리라는 것은 용도가 무엇이오?”
장위가 의자에 앉자마자 물었다.
“아, 유리는 창호지 대신 문틀에 끼우면, 집 안에 앉아서도 밖이 환히 보이도록 하는 물건입니다. 지금 이 접객당의 문들이 모두 창호지로 되어 있는데, 일부이거나 전부를 유리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안에서도 밖을 볼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밖의 빛이 안에까지 들어와서 실내도 환해집니다.”
현대 사회가 아닌 이 사람들에게는 유리에 대해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을 해야 하지만, 뭐 어쩌랴.
“망원경과 쌍안경은 한 눈으로 보는 것과 두 눈으로 보는 차이인데, 일부러 그렇게 준비한 것입니까?”
장위의 옆 사람이 물었다.
“두 눈과 한 눈의 차이는 원근감을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긴 실내여서 망원경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밖으로 나가서 한번 보시겠습니까?”
접객당 바깥의 마당에서 보면 남쪽 방향에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 있으니, 비록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만은 못 하지만 그래도 망원경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온 사람들이 모두 다 망원경으로 남쪽 산을 구경하고 접객당 안으로 들어왔을 때는 10분 이상이 흘렀다.
“거울을 모두 사고 싶은데, 회자로 거래가 가능하오?”
가격을 물어본 뒤에 장위의 질문이었다.
거울이 총 1천5백 개이니 모두 2백7십만 냥으로 실제 어마어마하게 큰돈이고, 1냥에 3.75g이니, 전체를 무게로 따지면 10톤이 넘는다.
마차에 1톤씩 싣는다고 해도, 10대의 마차가 필요한 양이다. 그러니 은자보다는 회자로 거래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회자(會子)는 북송에서 사용하던 교자(交子)라는 지폐와 구분해서 남송에서 쓰는 일종의 자기앞수표에 해당하는 지폐로, 은자 대신에 회자를 사용한다는 것을 요 며칠 사이에 들었다.
송나라 중앙 관청의 화폐 보관소에 금자나 은자를 맡기고 일종의 보관증서 형태로 발급하는 것이 회자였으니, 21세기 현대로 친다면 은행 대신 관에서 발행한 자기앞수표인 셈이다.
말 그대로 송나라 정부가 보증하는 자기앞수표이기는 한데, 태영에게는 그런 것이 필요 없다.
“고려 땅에서 회자는 그냥 종이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금자나 은자로 거래하기를 바랍니다. 다만, 정제된 동이나 철로도 거래가 가능합니다.”
“음.”
스미스가 망원경으로 산을 바라보면서 환호성을 지르거나 말거나 장위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천천히 구경을 했었다.
그런데 회자로 거래가 되지 않는다는 부분에서 얼굴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태영으로서는 금자나 은자보다는 동을 주면 더욱 좋다.
지금 온정 철소에서 동을 구하지 못해 태영이 원하는 동선을 뽑아내지 못하고 있고, 그로 인해 발전기를 만들지 못하니 애로 사항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것 때문에 최세헌에게 동소의 명단을 부탁해 두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송나라에서는 금자와 은자, 동전을 사용하는 중이다.
금자 한 냥은 은자 스무 냥이고, 은자 한 냥에 동전 1천 문으로 정해져 있다고 했다.
금자 1냥은 은자로 20냥과 같은 가치였지만, 요즈음은 은자를 구하기가 힘들어서 오히려 금자 1냥에 은자 16냥으로 값이 오른 상태이고,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은자 1냥에 동전 2천 문으로 환전이 된단다.
특히 상계에서는 그것이 불문율처럼 정해져 있다고 할 정도로 은자가 귀해진 상태라고 했다.
나라에서 정한 것보다 2배가 비싼 셈이다.
가족 6명이 있는 집에서 한 달에 은자 2냥이면 비교적 풍족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물가 수준이니 은자의 값어치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리고 태영은 은자로 물건을 팔더라도 어차피 그것으로 동을 구입할 생각이었으니, 동 자체로 거래하는 것이 훨씬 좋다.
동전 1문이 약 10그램 정도인데, 동전 1문과 같은 무게의 동 3배를 살 수 있다고 했으니, 은 한 냥으로 동 6Kg을 살 수 있는 셈이다.
태영이 가진 물건들을 사기 위해 많은 은자를 융통해야 하기에 여러 가지 방안을 자신들끼리 이야기하는 중이었는데, 토지 이야기가 잠시 들려왔다.
그렇다면 역으로 제안해도 되지.
“만일, 송나라에서 고려인이 땅을 구입하는데 문제가 없다면, 땅으로 거래를 해도 됩니다.”
“그래요?”
“네, 그 전에 고려인이 토지를 구입해도 문제가 없나요?”
“명주에 고려인이 꽤 여럿 들어와 살고 있고, 그 중의 한 명은 제법 큰 장원을 가지고 있으니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거야 현청에 확인하면 되는 일입니다.”
오히려 태영보다 장위가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표정은 여전히 냉정한 상인의 모습이지만, 아무리 포커페이스를 해도 약간은 표시가 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상관없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문제가 없었다.
대산도라는 섬이 있는데, 그 인근의 작은 섬들까지 모두 백화 상단이 가진 섬이란다.
백화 상단은 대산도와 인근 15개 섬을 은 5만 냥에 제시했다.
“그런데, 대산도를 좀 살펴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지요. 거래가 양쪽 모두에게 공정해야 하니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만일, 그 섬들을 거울 값의 일부로 우리가 소유하게 되면,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백화 상단에서는 주민들이 잡는 물고기와 그곳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서 수확량의 절반을 받는 조건으로 거주를 허용하고 있습니다만, 모두 내보내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곳을 둘러보고 사흘 후에 거래를 하도록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