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02
147. 리얼판타즈(4)
[그쪽에서는 우리가 받아가겠다면, 언제라도 넘겨줄 수 있다고 합니다.]송길윤 대표 변호사의 대답이다.
어제, 이새봄을 집에 데려다준 후에 연락했었다.
창투사의 담당들에게 연락해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면, 권리를 넘겨줄 수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전달한 뜻은 간단했다.
성공 가능성은 낮고, 돈은 끝없이 들어갈 것이다.
인수를 한다면 100% 인수하고, 아니면 안 하겠다.
그렇게 기준을 정하고 알아봐 달라고 한 것이다.
태영이 나서는 것보다는 대리인을 지정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판단해서 맡긴 것이다.
“청구권 행사가 얼마나 남았습니까?”
[그게 어이없게도, 청구권 행사는 이미 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벌써 가능하다면 계약에 무지했거나 자금이 급해서 이것저것 생각 없이 진행했다는 것이다.
“그럼, 진행해 주십시오.”
[최 사장님이 해 달라고 하니 진행하면 되는데,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습니다.]“대표님 생각은 어떤데요?”
[우리 멤버들 생각은 ‘아니다’로 결론이 났습니다.]리얼판타즈에 투자하지 않거나, 인수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면 맞다.
“그래도 진행해 주시죠.”
[알겠습니다.]“인수할 거야, 오빠?”
전화를 끊자, 옆 좌석에 앉은 새봄이 물었다.
“투자가 나을까? 아니면 인수가 나을까?”
“오빠 생각에는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 같은데?”
“오늘 들어 보고.”
“인수하면, 나 거기 다니게 해 줄 거지?”
“그래.”
유제범에게 유능한 인재를 추천해 달라고 해서 채용해야 할 것 같다.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다른 회사들은 이미 어제부터 출근했기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땡~
10층에 도착했을 때,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언제나 회사 입구는 붐빈다.
그렇지만, 터니테크와 메이스타는 오늘까지 휴무라는 표지판이 입구에 붙어 있다.
“안녕하십니까?”
태영이 나타나자 김정한이 인사를 한다.
“일찍 오셨네요.”
“온 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자, 들어가시지요.”
태영이 방화문을 열고, 강화 유리 도어를 열었다.
태영과 새봄이 차를 준비하여 대회의실로 갔다.
“오늘도 휴무이십니까?”
김정한이 물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이면서 태영이 오기 전에 문도 잠겨 있었다.
“네, 내일부터 정상 출근입니다.”
“좋은 회사입니다. 일주일을 내리 쉬다니.”
일주일이 아니라 주말 포함 11일을 쉬었다.
비아냥거림같이 들리지는 않는데도, 묘하게 거슬리는 말투다.
“준비해 오셨습니까?”
“네, 그 전에 혹시 세븐하고 디널에서 연락받으셨습니까?”
2개의 창투사 이야기다.
“법무사에 일임했습니다.”
“아, 조금 전에 그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최 사장님에게 모두 넘기겠다고 했습니다.”
“넘기면 받을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일단 자료를 보고 판단하죠.”
“네, 설명 드리겠습니다.”
그때부터 설명이 시작되었다.
회사의 사업 방향은 어제 이미 들었다.
오늘의 주된 내용은 주주의 구성과 지분, 주주와의 관계, 부채 현황 등이다.
“그러니까 창투사의 CB와 차입금을 제외하고 소소하게 깔린 것이 11억?”
설명을 다 들은 후에 물었다.
“……네.”
“잠시 기다려 보세요.”
태영은 복합기의 스캐너에 부채 관련 서류, 재무제표, 현금 출납장 등 몇 가지를 밀어 넣었다.
실제로 태영의 시선과 워처로 모두 읽어 들여서 위니가 분석했지만, 이건 보여 주기다.
“복리 후생비와 접대비가 시스템 도입비와 비슷하군요. 이 부장님, 이 비용은 어떤 것들입니까?”
“…….”
이동민은 김정한을 돌아본다.
“……그게 저, 직원들을 격려하느라…….”
“그 말은 주로 술값이라는 뜻인데, 대부분 여자들 나오는 술집이죠?”
“…….”
김정한이 얼굴이 벌개져 새봄의 시선을 피한다.
이새봄은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쓰고, 돈이 없어서 직원들 급여는 주식으로 주고…… 회사 날아가면 휴지 조각인데.”
“…….”
여기는 태성기술이나 다이나믹스카이 등에 비해 조금 복잡하다.
그래도 인수하려면 정리는 해야 한다.
“김 대표님 외 30명이 가진 주식이 8만 4백주로 4억 2백만 원, 그중에 퇴직한 직원이 보유한 주식이 1만 3천주, 그걸 김 사장님이 대부분 가지고 있었는데, 급여 대신 지급한 거라는 말이죠?”
“아, 몇 사람은 설립 시에 투자를 해서 지분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그래 봐야 그건 얼마 안 된다.
“알겠습니다. 내 생각을 말하죠.”
“네.”
“나는 투자보다는 인수를 희망합니다.”
“네?”
세 사람 모두 눈이 동그래졌다.
“통상적으로 M&A를 하면 몇 배수로 인수하는데, 그것은 미래 가치를 계산하기 때문이죠?”
“네.”
“내가 본 리얼판타즈의 미래 가치는 16만 원입니다.”
“…….”
“…….”
황당한 모양이지만, 세 명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상 가치가 전혀 없다.
이대로 계속 가면 망한다.
“이제 조건을 말하겠습니다.”
“…….”
대답은 없다.
미래 가치 16만 원.
주당 1원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자신들의 회사를 평가한 곳이 또 있을지는 모른다.
“제시하는 조건을 받아들이면 인수를 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없었던 일로 하겠습니다.”
인수 후의 투자는 인수자 마음이니 그걸 추가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네.”
“첫째, 재직 직원들의 주식은 우리 사주 형태이니 직원들 소유로 그대로 둡니다.”
“……네.”
“둘째, 김 사장님 주식은 1만주만 남기고 모두 넘겨주세요. 주당 가격은 액면가의 2배입니다.”
“네?”
액면가는 주당 5천 원이다.
1주에 1원인데 그 1만 배를 주겠다는 것이다.
“셋째, 김 사장님 이외의 주주는 주식수를 4천주만 남기고 모두 넘겨주세요. 역시 액면의 2배입니다.”
“…….”
“아, 모두 넘기겠다고 하면, 그 또한 받습니다.”
“…….”
“넷째, 퇴직한 직원들의 주식은 모두 넘겨주세요, 김 사장님이 해결해야 하고, 예외는 없습니다. 그것도 액면의 2배입니다.”
“…….”
셋째 조건을 말할 때부터 대답이 사라졌다.
“그 네 가지가 모두 해결되면 인수가 이루어지니, 그 후의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
“…….”
“…….”
세 명 모두 말을 잃었다.
“4천주 이하를 보유한 직원들 중에도 동일 조건으로 넘길 사람이 있으면 받아 주세요.”
“그럼, 제 지분은 6%대로 내려가는데, 대표는?”
김정한의 질문은 대표 이사에서 잘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태영이 말한 대로 하면, 지분은 확 내려간다.
창투사의 CB는 아직 청구권을 행사하기 전이어서 지분으로 볼 수 없다.
그걸 빼고도 6%대가 맞다.
아무튼 태영이 대주주가 되니까 마음대로다.
“대표는 유임하게 되겠지만, 얼마나 계속하게 될지는 약속해 드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인수 후에는 대표님의 모든 결정을 새로 오는 사람과 합의하에 진행해야 합니다.”
“…새로 오는 사람이라면?”
“있습니다. 합류할 사람이.”
거기까지만 말했다.
“합의라면 어떤?”
“모든 결정에는 그 사람의 서명이 들어가야 유효하며, 구두 결정 또한 동의를 받아야 유효합니다.”
“…….”
“결정을 하는데,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1주일의 시간을 주십시오.”
“그러죠. 1주일 후, 이 시간에 여기서 뵙는 거로.”
“네.”
김정한이 자신이 대표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보다 새로오는 사람과 합의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더 충격인 듯하다.
기업은 왕국이다.
인권과 근로 조건 등은 나라에서 정한 법을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의사 결정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모두가 반대하더라도, 대표가 찬성으로 결정하면, 그대로 결정되는 것이 기업이다.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은 대표가 진다.
모두가 반대한 것에 따른 결과도 대표가 책임지고, 대표가 단독으로 찬성한 결과도 대표가 책임진다.
물론, 대표의 잘못된 결정으로 회사가 망하기도 한다.
잘못된 결정이 많아서 회사가 망할 것 같으면, 주총을 소집해서 대표를 해임하면 된다.
김정한과 일행이 떠났다.
표정은 침울했다.
태영이 사장실로 갔고, 이새봄은 따라왔다.
“리얼판타즈에서 결정을 어떻게 할까?”
사장실로 들어서며 이새봄이 물었다.
“아마도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안 해도 상관없고.”
“리얼판타즈의 플랫폼은 경쟁력이 있어?”
“아니.”
“그런데, 왜?”
“지금까지 고생했으니, 그냥 도와주고 싶어서.”
“혹시 그 돈을 그냥 날리는 거?”
“그럴 리가. 새 플랫폼과 새로운 시스템으로 바꿔야지?”
“어떻게?”
“지금부터 그걸 준비하러 가자.”
“위니.”
[네, 마스터.]“메타버스용 4가지 기본 장비를 출력할 수 있는 원료가 있나?”
[네, 명절 연휴 전에 입고된 원료로 출력 가능합니다.]“어느 수준으로?”
[그레이드 3까지 가능합니다.]그레이드는 21까지 있다고 했다.
숫자가 높을수록 가볍고 성능이 뛰어난 것이다.
“VR헬멧 무게가 얼마나 돼?”
[그레이드 3에서 320g입니다.]자전거용 헬멧의 무게와 비교해 보면 부담스럽지 않다.
“VR글라스는?”
[역시 그레이드 3일 경우, 75g입니다.]고글이 100g 전후, 안경이 25g 전후인데 그 정도면 양호하다.
“좋아, 봄이 신체 스캐닝 자료 가지고 있지?”
[네, 있습니다. ‘새봄 님’의 것을 만들고자 합니까?]“그래, 내 것도 같이 만들어서 일단 접속을 해 보자.”
[마스터 의견에 찬성합니다.]“워처를 보내서 현재의 서울 전역을 스캐닝해 3D로 구현하는데 얼마나 걸릴까?”
가상의 대한민국을 진짜처럼 구현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물었다.
[워처 300기를 보내서 건물 외부를 3D 스캐닝하면 91시간, 내부를 포함하면 745시간이 소요됩니다.]내부를 포함하면 32일, 외부만 3D로 구성하면 4일 안에 끝난다는 말이다.
“건물 내부는 입주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스캔하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서 안 돼.”
[외부만 하도록 하겠습니다.]“통제가 없는 지하 주차장과 계단실은 공용구간으로 하. 통제가 되고 허락받아야 하는 곳은 내부 지역으로 정하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공용구간을 포함하면 220시간이 소요됩니다.]공용 구간에는 차이가 있다.
대기업이나 빌딩 전체를 전용으로 사용하는 건물에는 보안 통제선이 있다.
허가된 사람만 입장이 가능하고 외부인은 출입 허가를 받은 후에 출입이 가능하다.
보안 통제선의 안쪽은 내부, 바깥쪽은 공용구간으로 구분하면 된다.
보안 통제선과 상관없이 개별적인 사무실은 내부로 봐야 한다.
몇 가지에서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위니가 더 알아서 잘 할 것이다.
“전국을 하면?”
[전국을 외부만 하면 391시간 예상되고, 공용 구간 포함하면 930시간이 예상됩니다.]허, 그래도 순식간이네.
하긴, 건물이 압도적으로 많은 곳이 서울인데, 서울의 4배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세계 전체를 스캔하면?”
[콜로니가 있는 곳만 워처를 보낼 수 있습니다.]그건 조금 곤란하다.
콜로니.
지난해 여름 미국 방문 시, 그리고 일본에 갔을 때와 티베트를 다녀오면서 중국에도 만들었다.
그래서 8곳에 만들어졌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워처 없이 하는 방법도 있나?”
[위성에서 스캔하면 가능합니다. 다만, 2레벨 소재가 나와야 가능합니다.]그렇지. 통신 위성 또한 2레벨 소재가 나와야 한다.
“그 전에 콜로니 설치하러 세계 일주 한번 해야겠네?”
[디테미어의 수량이 부족합니다. 디테미어는 소재 레벨 3으로 출력 가능합니다.]그것도 소재 레벨 3이라면, 위성으로 스캔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지난번에 레벨 1까지 구현해서 많은 것들의 출력이 가능해졌다.
레벨 2는 아마도 올해 여름은 되어야 될 것이다.
“일단 우리나라부터 해 보자. 그리고 북한도 갈 수 있지?”
[네, 가능합니다.]“북한은 모두 스캔해서 국정원이나 군에 보내 주면 아주 좋아할 것 같은데.”
정말 그럴까?
간첩으로 몰리지 않을까?
그래도 북한 지도층의 사무실이나 집 안을 스캔하면 재미있겠다.
“북한은 우리나라를 스캔한 후에 하자.”
[네,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그래.”
대답과 함께 워처 300기가 안개처럼 솟아올랐다가 이내 사라졌다.
“오빠, 방금 그거 뭐야?”
“뭐?”
“보일 듯 말 듯 하게 눈앞이 뽀얗게 되었던 것 같은데.”
“위니가 부리는 장치들.”
“와, 그런 것도 있어?”
“응, 이제 출력하러 가자.”
***
식사를 마치고 비어 있는 방으로 갔다.
잡다한 물건을 정리하고, 2대의 트레드밀을 나란히 놓았다.
메타버스를 설치할 메인 컴퓨터는 부분부분 출력해서 조립된 페사티급이다.
그것은 컴퓨터 방에 놓여 있다.
트레드밀 내부에 들어 있는 전용 PC가 있어서 VR헬멧,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모두 연결하는 구조이다.
“이제 입장?”
“웨어러블 지퍼 채우고, 헬멧 쓰고.”
“응, 옷이 정말 부드러워. 입은 것 같지 않을 정도로.”
그랬다.
햅틱 웨어러블은 진한 청회색과 회색, 그리고 베이지의 3색이다.
디자인은 아주 ‘와’ 할 정도로 좋다.
옷을 입으면서 느끼는 부드러움은 마치 티셔츠를 입는 느낌이다.
거기에 반해 넘어져도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패딩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통신 점검.”
“통신 상태창에 초록이야.”
“그럼 들어가자.”
“응, 거기서 만나.”
“로그인.”
태영의 말이 떨어지자 헬멧에서 한 가닥의 푸른색 빛이 얼굴로 지나갔다.
[메타 하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로그인이 된 것 같다.
원래의 이름이 있었지만, 베타버스 플랫폼이 37개나 된다.
그래서 위니에게 발매 순서에 맞춰서 한국 고유어로 이름을 재정의 하라 했더니 나온 것이 ‘하나’이다.
[저는 ‘메타 하나’ 진행자 ‘루리’입니다.]귓속으로 들려오는 음성.
진행자?
[최태영 님, 이곳은 ‘메타 하나’의 인트로 룸입니다.]진행자라고 말하는 것으로 봐서 GM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장소 설명을 한다.
시작 지점과 같은 개념이다.
[‘메타 하나’에서 사용할 이름을 지어 주십시오.]닉네임을 지으라는 말이다.
에뒨은 현실 세계에서 영문 이름으로 사용 중이니 제외하고 비슷하게 지으면 되겠다.
“에이든.”
[실명 최태영 님, ‘에이든’을 닉네임으로 사용하겠습니까?]“그래.”
[에이든 최태영 님에게 지급되는 장비는…….]설명을 들으며 둘러보았다.
10평 정도로 보이는 방의 전면 좌측과 우측에 문이 있다.
그 두 개의 문을 제외한 벽은 모두 거울이다.
거울 속에 태영의 얼굴이 보인다.
완벽하게 재현된 태영의 모습이 맞다.
이 정도의 현실감이 있어야 리얼 라이프가 가능할 것 같다.
좌측 문에는 ‘리얼 라이프’라는 글씨가, 우측 문에는 ‘판타지월드’라는 글씨가 빛을 내고 있다.
왼쪽 어깨에 붙어 있는 장치가 하나, 이름은 ‘큐디’이다.
마치, 큐 디바이스를 줄인 것 같다.
옷은 속옷 하의와 상의를 입었다.
태영이 있는 곳 좌측에 침대, 우측에는 옷장과 책상, 그리고 의자가 있다.
침대는 왜 있으며, 옷장은 왜 있을까?
귓속으로 이곳에서 꼭 알아야 할 것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