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04
149. 리얼판타즈(6)
“최형주입니다.”
오후에 최형주가 왔다.
연락하자마자 바로 달려온 것 같다.
명함에 표기된 직책은 상무.
“최태영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유 부장님께 들었는데, 사장님께는 죄송하지만, 이직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앉자마자 스카우트는 거절한다.
“요즘 회사가 어렵다면서요?”
“……네.”
“혹시 오늘 사내에서 임원 회의가 있었습니까?”
“네? 그건 왜?”
“궁금해서요. 있었습니까?”
다그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여유 있게 물었다.
“네, 있었습니다.”
“대표께서는 외부 투자에 관해서 이야기하지 않든가요?”
“……그.”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낌 모양이다.
“…….”
“그렇군요.”
태영은 이틀간 만나서 나눈 이야기를 요약해서 설명해 주었다.
설명하는 동안 최형주는 배신감에 몇 번을 부르르 떨었다.
“어떻게 하고 싶습니까?”
그리고 그 끝에 물었다.
“가능한 범위에서 최형주 씨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마스터, 김정한 사장이 직원들과 회의 중인데, 주식을 액면가로 환수하겠다고 합니다.]뭐?
분명히 액면가의 2배에 매입하겠다고 했다.
직원들을 상대로 그런 식으로 이익을 취해?
워처 2기 중에 김정한의 주위에 1기, 회사 전체를 도는 1기가 있다.
“이거 완전 사기꾼이네.”
“네?”
무심결에 튀어나온 말.
최형주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며 반문했다.
“아, 최 상무님 이야기가 아니구요. 갑자기 생각나는 일이 있어서 하는 말입니다.”
“아, 네.”
“등기 이사가 거기 김 사장님과 최 상무 두 분이죠?”
등기부에 그렇게 올라 있었던 것 같다.
“네, 그렇습니다.”
주총을 소집해야 하려면 이사회 결의가 있어야 한다.
이사가 둘이면, 이사회 결의가 없이도 둘 중에 한 명이 주총을 소집할 수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1주일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시간을 더 끌어서 좋을 것이 없기에 정리했다.
“……네.”
김정한 사장과 의논할 것인지는 모르겠다.
의논하지 말라고 해야 하는데, 그 말은 하지 않았다.
최형주가 떠났다.
“위니, 최형주에게 워처 1기 붙여 둬.”
***
[마스터, 조셉 상태 말씀드리겠습니다.]“응.”
수일 전에 인도 동북방의 국경 근처인 카코파타 (Kakopathar)로 들어왔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다.
[인도 디마푸르(Dimapur)의 한 병원으로 조금 전 들어갔고, 들어가기 전에 CIA에 연락했습니다.]중국 땅 연오진에서 디마푸르에 도착하는데, 10여 일이 걸렸다는 것이다.
“앨리슨은?”
[함께 있습니다.]“류지현에게 알려 주자.”
[네, 전화 걸어 드리겠습니다.]“그래.”
[야, 바쁘다.]한동안 연락이 없었는데, 바쁘다고?
“조셉의 상태를 알려 줄까 했는데, 알았어.”
[조세…….]~틱~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전화를 끊었다.
~우우웅~
역시, 바로 전화할 줄 알았다.
통화를 누르지 않고 계속 그냥 두었다.
전화 오는 소리가 멈추는 것을 보니 소리 샘 어쩌고저쩌고 할 것이다.
~우우우웅~
다시 전화가 울린다.
“왜?”
[야, 그렇게 끊는 것이 어디 있어?]“바쁘다며?”
[너, 제발 한 대만 맞아 주면 안 되겠니?]“능력 있으면 그래보든가. 이만 끊는다.”
[야, 야, 야. 제발. 조셉 돌아온 거야?]“인도 디마푸르, 그곳에 있는 병원.”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으면…….]“모른다니까.”
[아무튼 알려 줘서 고맙다. 다시 연락할게.]“그리고 손유재 일 처리, 그렇게밖에 못 해?”
손유재의 뉴스는 처음에 온 나라가 시끄러웠는데, 요즘은 이따금 한 번씩 뉴스를 장식하는 수준이다.
[……난 말단이야.]말단?
승진도 했는데, 아직도 말단?
“국민 세금으로 월급만 또박또박. 에이, 정말. 세금이 아깝다.”
[야이…….]류지현이 고함을 질렀지만 전화는 끊어졌다.
***
이정아의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술을 한잔하면서 이정아의 불만을 들었다.
이정아가 태영을 향해 쏟아 내는 사회에 대한 온갖 부조리.
태영도 익히 알고 있고, 느끼고 있는 것들이다.
그래도 그런 것을 태영이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집에 도착한 시간은 자정을 넘겼다.
“안 자고 있었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새봄이 소파용 작은 쿠션을 가슴에 안고 눈앞에 서 있다.
“응.”
“왜 안 자고?”
“잠이 안 와.”
“어이쿠, 우리 아기.”
살아온 세월이 있기에 여전히 애로 보이기도 한다.
쿠션은 바닥에 던지고 태영의 몸으로 폭삭 안겨 온다.
“아기라도 좋아. 어머님이 아가라 불러 줘서 더 좋구.”
“…….”
태영이 부른 아기와 이새봄이 생각하는 아가는 다른 것 같지만 어쩌랴.
“자, 들어갈까? 재워 줄 테니.”
“으응.”
***
“고생하셨습니다.”
김정한에게서 사흘 후에 연락이 왔다.
태영이 요구한 내용대로 모두 정리했으니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태영이 찾아왔다.
이런 면에서 보면 정말 부지런하다.
오늘, 주식 매매하는데 최형주가 참석했다.
“이분은?”
태영과 최형주는 오늘 처음 만난 것처럼 하기로 했기에 물었다.
“최형주라고 합니다.”
최형주가 다시 명함을 내밀며 인사를 한다.
“네, 반갑습니다. 최태영입니다.”
“비서분이 정말 예쁘십니다.”
명함을 주고받고 서로 인사한 후에 김정한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말했다.
이새봄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정한은 이새봄이 태영의 여친이라는 것을 이미 알면서도 추파를 던진다.
술과 여자를 너무 밝히는 것이 문제라는 최형주의 말이 다시 한번 실감되었다.
“입 좀 다물어 주세요. 냄새나니까.”
이새봄이 무덤덤한 목소리로 핀잔을 주었다.
말투는 아주 편안한데, 내용은 아주 모욕적이다.
“아, 네. 실례했습니다.”
그 한마디에 바로 얼굴이 벌게지며 등받이에 기댄 등을 일으켜서 똑바로 앉는다.
“정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일단, 제가 다 매수를 했습니다. 사장님으로부터 매수 대금을 받으면 모두에게 지급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명의를 모두 김정한으로 몰았다는 말이다.
~똑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고 정대윤 변호사가 박우성 회계사와 함께 들어섰다.
“늦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괜찮습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오라고 했는데, 적당히 늦게 잘 왔다.
“안녕하세요? 변호사 정대윤입니다.”
정대윤은 김정한과 최형주, 그리고 송하균과 다시 인사를 나누는 과정을 거쳤다.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아, 한 가지만 약속을 더 해 주십시오.”
정대윤이 물었을 때, 김정한이 말했다.
“네, 뭡니까?”
“제가 대표 이사에서 사임하게 되는 경우에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5억을 지불해 주십시오.”
김정한이 원하는 것?
적당한 때에 대표에서 사임할 테니 돈을 더 달라는 소리다.
“……흠, 좋습니다.”
태영은 조금 고민하는 모습을 비췄지만,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럼, 진행하시지요.”
“네, 방금 추가된 조건을 합의 사항에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변호사가 합의 사항을 수정하자, 양쪽에서 자필로 이름을 쓰고 서명했다.
“자, 다음은 주식 양도에 관한 것으로, 리얼판타즈 김정한 대표가 보유한 주식을 최태영 씨와 이새봄씨의 명의로 양도하는 계약입니다.”
“이새봄?”
김정한이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정대윤 변호사와 이새봄을 번갈아 보았다.
“네, 최 대표님과 함께 계신 분입니다.”
“아. 네.”
박우성은 주식 수와 금액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김정한에게 일일이 확인을 시켰다.
“주식 양도 계약서에 친필로 기재하고 서명 날인 부탁드립니다.”
김정한이 2장의 주식 양도 계약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볼펜을 들어 슥슥 쓰기 시작했다.
김정한 대표도 4천 주만 남기고 모두 넘기겠다고 했었다.
어차피 최대 주주가 아니니 많이 가지고 있어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최형주와 송하균은 그 모습을 서로 상반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안타까운 표정의 최형주.
그리고 속 시원한 표정의 송하균.
송하균은 태영이 약속한 대로 액면가 2배에 해당하는 돈을 받기로 김정한과 약속했다.
이동민 역시 마찬가지다.
재직 중인 회사원 중에 6명이 주식을 파는 것을 선택했다.
회사가 망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그들의 입장에서는 최상의 선택이다.
퇴직한 직원들은 밀린 월급 대신 받았기에 모두 아무런 미련 없이 팔았다.
물론 태영이 내건 조건에 들어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태영은 액면가의 2배로 매입하겠다고 했지만, 김정한은 액면가에 매입했다.
그리고 중간에서 그 차액을 자신의 이익으로 취했다.
태영과 이새봄도 서명했다.
주주가 되면서 회사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모두 준비되었다.
“그럼 명의 개서를 하겠습니다.”
“네.”
정대윤이 명의 개서를 진행했고, 대표 이사 인감을 날인했다.
인감 증명이 첨부된 서류를 각각 두 사람 앞으로 내밀었다.
그사이에 태영과 이새봄은 대금을 자기앞 수표로 지급했다.
“주권과 갱신된 주주 명부입니다.”
정대윤이 내민 주권과 주주 명부.
김정한은 정관에서 발행 가능한 주식수를 1억 6천만 주로 해 두었다.
주당 가격이 5천 원이니 8천억까지 자본금을 늘릴 수 있도록 해 둔 것이다.
“정 변호사님.”
“예, 사장님.”
“주총 소집은 어찌해야 합니까?”
“리얼판타즈에 등기 이사가 두 분이기에 이사회 결의 없이 이사 중에 한 분이 주총을 소집할 수 있습니다.”
정대윤이 태영이 원하는 답을 내놓았다.
“그리고 두 분이 대주주이니 언제든 요청할 수가 있고, 마침 정기 주총 때이기도 합니다.”
“두 분 중 어느 분이 주총을 소집해 주시겠습니까?”
김정한과 최형주를 보며 물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최형주가 답했다.
조금 전의 거래로 최대 대주주가 되어 66.8%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된 태영의 요청이다.
거기에 2대 주주인 이새봄이 18.5%이니, 둘이 합치면 85%가 넘는다.
“25일 후에 주총이 열릴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사장님.”
최형주는 임시 주총 소집 통지서를 작성해서 태영에게 확인을 받았다.
25일 후에 개최한다.
3월 중순에 주총을 하게 될 것이다.
주주 중에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회사의 직원이었기에 구두로 통지해도 된다.
그러나 법적 요건을 갖추기 위해 모두 우편 발송을 해야 한다고 한다.
태영은 최형주에게 연락해서 저녁 식사를 하자고 했고, 함께 자리했다.
“최 상무님으로부터 받은 주식 중에 1만 6천주는 주총 후에 돌려 드리겠습니다.”
“사장님, 저는 돈이 부족해서 주식 매입이 안 됩니다.”
“외상입니다. 다음에 갚으세요.”
“아, 그…….”
약간 혼란스런 모양이다.
“김정한 대표는 해임할 것입니다.”
“……네.”
예상했을 것이다.
“해임을 위한 법적 요건은 법무 법인의 회계사께서 모두 찾아 두었습니다.”
“……회삿돈을 개인 용도로 부정 지출한 정도가 너무 컸습니다.”
최형주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막을 수가 없었다는 말을 하고 있다.
“송하균 상무는 등기 이사가 아니지만, 가능하면 해고할 생각인데, 방법을 찾아 주세요.”
송하균 역시 김정한을 믿고 회사 재산의 불법 유용이 아주 많다.
그런 자들을 회사에 계속 둘 수는 없다.
태영이 워처를 통해 입수한 정보이지만, 그 또한 최형주는 알고 있을 것이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혹시 대표로 생각해 두신 분이 있습니까?”
“여기.”
태영은 이새봄을 가리켰다.
“아아, 네.”
“잘 보필해 주세요.”
이새봄에게 오늘 아침에 말했을 때 깜짝 놀랐다.
그리고 거의 말을 못 할 정도로 어버버 소리를 냈었다.
‘내가 뒤에서 다 봐줄 테니 걱정 말고 해.’
하는 말을 듣고는 웃으며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이새봄은 회사를 경영해 본 경험도 없고, 직장 생활을 해 본 경험도 없다.
회사 경영을 맡기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정상적인 세상으로 나와 주면 된다.
그리고 태영이 짧은 시간 경험해 본 ‘메타 하나’는 이새봄의 경영 능력과 무관하게 성공할 것이다.
“잘 부탁드려요, 상무님.”
“……아, 네. 사, 사장님.”
“아직은 사장 아니에요. 그러니…… 오빠, 뭐라고 부르시라고 할까?”
갑자기 이새봄이 오빠라고 불러 버렸다.
태영이 예상 못 한 말이 나오긴 해도 어쩔 수가 없다.
김정한 사장은 이미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럼, 혹시 두 분이?”
“맞아요.”
이렇게 된 거, 시원하게 수긍해 주었다.
형제간으로 보이지 않을 테니 알아서 짐작하겠지.
“그럼, 대표님이 되실 때까지 미스 프린세스로 부르겠습니다.”
에이, 그건 좀 오버하는 거지.
“아, 그…… 그건 아니구요, 그때까지는 아리엘이라고 불러 주세요.”
“아, 네. 그럼 레이디 아리엘로 부르겠습니다.”
“네.”
알아서 호칭 정리가 끝났다.
아리엘은 이새봄이 ‘메타 하나’에서 사용한 닉네임이다.
“개발팀 직원들 중에 믿음이 가는 사람이 있습니까?”
“음, 박상영 팀장이라고, 사실상 개발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주주 명부에 있었는데.”
“네, 급여를 주식으로 받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끈질긴 친구죠.”
“꼭 필요한 사람이겠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 친구가 데리고 있는 직원들도 모두 괜찮습니다.”
“주총을 통해 대표 이사가 바뀌기 전까지는 가능하면 관여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러니 혹시, 유능한 사람들이 사직하지 않도록 최 상무님이 애써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김정한 대표에게 ‘새로 오는 사람’의 서명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한 조건이 있는 것 알죠?”
“네, 들었습니다.”
태영은 크로스백에서 봉투 한 장을 꺼내 최형주에게 주었다.
“최 상무님을 임시로 ‘새로 오는 사람’으로 지정한다는 서류입니다.”
“아, 이거 레이디 아리엘이 하실 일이 아니었습니까?”
“원래 그 생각을 했는데, 조금 전에 좀 바꿨습니다.”
“네에.”
태영은 주총에서 대표 해임 이전까지 김정한을 경계해야 하는 선에 대해 이야기했다.
혼자 정하기 곤란하면 당분간 태영에게 연락해서 확인하라고 했다.
“그거 준비되어 있지?”
“응, 오빠.”
이새봄이 대답하면서 가방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냈다.
“자, 이거요.”
이새봄은 봉투를 테이블 위에 놓고 최형주에게 밀어 주었다.
“네, 혹시?”
“예상이 맞을 것입니다. 직원들 다독이려면, 차도 함께 마시게 되고, 식사도 하게 될 텐데, 그 모두 돈이 들어가는 거잖아요?”
“그……래도…….”
“개인 주머니에서 꺼내 쓰는 데는 한계가 있을 테니 부담 갖지 말고 받으세요. 그리고 영수증 없이 써도 됩니다.”
“그…….”
말을 더 하지 못하고 태영에게 시선을 주었다.
정말 받아도 되느냐는 뜻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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