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05
150. 돌아오고 싶어서
“오빠, 왜?”
태영이 자꾸 음, 음 거리자 이새봄이 물어왔다.
“목 푸는 거.”
“아, 으응.”
“받으세요. 대신 아리엘을 많이 도와주세요.”
태영이 최형주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네. 그럼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레이디 아리엘.”
최형주가 봉투를 자신의 양복 안주머니에 넣었다.
“리얼판타즈의 개발이 완료되면 그 운영은 누가 맡을 예정이었습니까?”
“모집 공고를 통해서 직원을 대대적으로 모집하고 판을 새로이 짜는 것이었습니다.”
“중심이 되는 사람이 있었을 것 아닙니까?”
이런 일은 뛰어난 직원들도 있어야 하지만, 최전방에서 끌고 나갈 유능한 사령관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주총 후 1개월 안에 증자를 할 것입니다.”
그 말속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들어 있지만, 세부 설명은 생략했다.
이전에 인수한 회사들과 리얼판타즈는 조금 다르다.
다른 곳은 쉽고 간단하게 인수가 끝나고 정리에도 문제가 없었다.
대표 이사이면서 대주주인 오너의 확고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 정리를 하는 동안 관찰한 김정한은 조금 다르다.
아무튼 법적인 문제는 송이길에서 처리할 것이다.
이 번거롭고 귀찮은 절차를 거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많은 개발 인력과 개발 기간이 필요한 일이다.
시험적으로 들어가 본 ‘메타 하나’.
다른 플랫폼을 사용해 본 이새봄의 말을 빌리면 비교 자체가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을 편의점에서 사 온 삼각김밥 꺼내듯 할 수는 없다.
리얼판타즈의 업력에 해당하는 개발 기간 만큼을 돈으로 사는 것.
차입금 외에도 소소한 빚들을 포함해 매입에 쓰이는 45억은 그 값이다.
***
“대표 이사로 선출되면.”
최형주와 식사를 마치고 나와 차로 이동하며 이새봄에게 말을 꺼냈다.
“응.”
해야 할 일은 생각이 날 때마다 이야기한다.
이야기해 준 것들은 이새봄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출근 첫날, 최 상무에게 지시해서 법인 카드 모두 회수하고, 법인 개별 카드로 변경해 주도록 해.”
“법인 개별 카드?”
“응.”
“법인 카드도 여러 가지가 있어?”
“응, 보통은 회사 이름에 대금 결제도 회사가 하지?”
“그게 법인 카드 아닌가?”
이새봄도 직장 생활 경험이 없으니 많이 배워야 할 것이다.
“맞아, 그런데 법인 개별 카드는 대금 결제를 개인이 해야 해.”
“그런 것이 있어?”
“법인 카드의 무분별한 사용과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야.”
“아.”
“김정한 대표가 대표 이사에서 물러나도, 재직 중일 텐데 법인 카드로 업무 외의 술값 지불이나 성 매수에 사용하는데 지출이 과다해.”
“그 사람 나쁘네.”
지금도 김정한은 송하균과 함께 유흥 주점의 룸에 자리 잡고 있다.
두 사람의 옆에는 각각 한 명씩의 여성 종업원이 가슴이 반쯤 나온 옷을 입고 앉아 있다.
이 집은 김정한의 단골이다.
그리고 법인 카드로 결제할 것이다.
“법인 개별 카드는 법인 카드이지만, 대표가 결제를 해 준 경우에 회사가 입금하고, 아니면 개인이 갚아야 해.”
“아, 알았다. 회사의 업무와 무관한 개인의 유흥은 회사에서 결제해 주지 말라는 거구나.”
바로 말을 알아듣는다.
“그래, 맞아.”
이번 계약에서 김정한이 챙기는 돈은 아주 많다.
그것을 개인 유흥비로 사용한다고 해도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회사 돈을 개인의 유흥비로 사용하던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법인 카드로 흥청망청 쓸 것이다.
법인 카드로 결제했지만, 개인 통장에서 인출되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회사 대표가 바뀌면 직원들이 흔들릴 수가 있어.”
“……으응.”
“희망을 심어 줘야 해.”
점령군을 환영하는 직원도, 반대하는 직원도 있기 마련이다.
“그건 할 수 있는데, 말로만 해도 될까?”
“격려금이라는 이름으로 상여금을 주도록 해.”
“그, 개발 툴 교육 부분은?”
“교육을 해 줄 수는 없으니까, Me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링크를 주면 그들이 해결할 거야.”
Me언어.
‘메타 하나’에서 개발자가 기능을 추가하려면 익혀야 하는 것들이다.
지금은 대부분 ‘JAVA’, ‘Kotlin’, ‘Swift’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
‘메타 하나’는 이 시대의 플랫폼이 아니기에 미래의 지능형 개발 언어인 ‘Me’를 사용하여 개발되었다.
직원들이 ‘메타 하나’의 메인 스트림을 손댈 수는 없겠지만, 편의 부분을 넣거나 소소한 부분을 추가하려면 알아야 한다.
“내가 몰라도 돼?”
“한두 달 공부해서 될 일이 아니야. 그리고 대표가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어.”
“그럼 순서와 시기?”
“맞아, 봄이와 내가 ‘메타 하나’ 안에 있는 그 수많은 것들의 개방 순서와 시기를 정하는 것이 중요해.”
“남자들이 선호하는 것과 여자들이 선호하는 것이 다른데, 한이 오빠를 참가시키는 것은 어때?”
“입이 너무 가벼워.”
“음, 조금 그런 건 있지.”
“나중에 ‘안티페이크’ 멤버들로 뭔가 일을 좀 해 봤으면 하는데, 봄이 생각은 어때?”
“아, 그거 좋은데 얼굴이…….”
“‘메타 하나’에 성형 기능이 있어.”
“맞아, 있었어. 그러면 되겠다.”
“‘안티페이크’ 사무실 갖춰지면 그때부터 시작하자.”
“나도 오케이.”
***
“안녕하십니까?”
태영이 대회의실에 들어서자 유제범과 함께 서 있던 사람이 꾸벅 인사를 한다.
탄소 포집 관련해서 유제범 부장의 후배라고 하는 송재혁이다.
유재범이 회의실 문을 닫고 한쪽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송재혁이라고 합니다.”
“박순현입니다.”
“안녕하세요, 김은후입니다.”
송재혁 포함 3명이다.
“반갑습니다.”
원래 예정은 송재혁과 박순현만 오기로 했었다.
유제범이 한 명 더 와도 되느냐고 해서 승낙했고, 그 한 명 이 김은후이다.
박순현의 표정은 편안하고 여유로운데 반해, 김은후의 얼굴은 그늘이 짙다.
훤칠한 키에 미남형 얼굴이어서 어둠이 칙칙하게 표시되지 않을 뿐이다.
“글로벌스탯은 미국 회사인가요?”
박순현이 내민 명함은 모두 영어로 되어 있고, 글로벌스탯이라는 이름이다.
“네, 꽤 탄탄하고 실적이 좋은 회사입니다.”
“그런데 옮기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원래는 그럴 예정이 아니라, 그동안 쉬지 못한 휴가를 한꺼번에 받아 고향에 와서 여유 있게 쉬다 갈 예정이었습니다.”
“네.”
“한국에 와서 여행도 하면서 있다 보니, 돌아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흐음, 네.”
“국내 회사를 찾아보고 있는 중에 연결이 되었습니다.”
업무는 기술 개발의 한 파트를 책임지고 있는데, Ph.D 표시가 있으니, 박사라는 말이다.
김은후의 명함에도 Ph.D가 있다.
“김은후 씨는 어떻게 함께 오시게 되었습니까?”
“박사님과는 관련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미국에서 몇 번 뵌 적이 있습니다.”
“회사가 달라도 간혹 연락하는 사이이기에, 제가 휴가 떠나기 전에 두 달 정도 한국에 가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김은후의 대답에 박순현이 덧붙였다.
“그렇군요.”
“김 박사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 때문에 잠시 귀국했다고 하더군요.”
“아,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얼굴에 수심이 깔린 것은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그럼 곧, 미국으로 돌아가시겠군요?”
“아, 그게…….”
태영의 질문에 김은후가 말을 흐린다.
“김 박사 어머니가 혼자 계시니까 국내 취업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함께 오게 된 것입니다.”
박순현의 말이다.
둘이 함께 온 이유가 설명된다.
“저는 할스버튼에서 2년차 근무 중입니다.”
면접의 형식이 아니다 보니 서류는 없고, 두 사람 모두 명함을 주고받은 수준이다.
“하고 있는 일은 탄소 포집 기술 개발입니다.”
“세 분 모두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탄소 포집 관련 회사를 새로 만들고자 합니다.”
“네, 들었습니다.”
“저도 전해 들었습니다.”
세 사람 모두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사님 생각을 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2시간을 넘기면서 계속되었다.
이들에게 태영이 질문할 것은 위니가 알려 주었다.
그들의 대답에서 위니는 옳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지적해 주었다.
“사장님은 학생이라고 알고 있는데…….”
“네.”
“기계 시스템 디자인이 전공이라고 들었는데 혹시?”
“그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탄소 포집과 관련한 관련 기술 부분을 어찌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박순현은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놀라운 모양이다.
“그 분야의 선두 기업에서 일하신 분보다 더 잘 알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상황으로는 그것이 맞는데, 터니테크에서 만드는 제품들을 보면, 제가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자, 오늘 첫 미팅인데, 이런 말씀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태영은 2시간 정도 주고받은 대화를 통해 마음을 정했다.
“네.”
“새로 만드는 회사에 세 분의 현재 연봉에 20%를 올려 드리는 조건으로 스카우트하고 싶습니다. 결심은 하는데 시간을 얼마나 드리면 될까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송재혁의 답이 가장 빠르다.
연봉을 20% 올려 줘서 그런가?
“저도 지금 대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다음으로 대답한 사람은 김은후다.
미국으로 돌아가 한국 회사의 취업문을 다시 두드려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쓸데없는 시간이 지나간다.
또, 어느 정도의 기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혼자 남은 모친과 헤어져 있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결정하죠.”
“네, 감사합니다.”
김은후가 대답하면서 박순현을 돌아보았다.
박순현이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인다.
“음,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만.”
“다만?”
“합류 시점을 한 달이나 두 달쯤 후로 해도 되겠습니까?”
“문제는 없습니다만,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사표를 내고 업무 인수인계도 있지만, 가족들이 미국에 있습니다.”
그렇지.
“가족들이 귀국하려 할지, 아니면 그곳에 남으려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그쪽 일을 마무리하고 와야 할 것 같습니다.”
느낌상 가족과 약간의 트러블이 있는 것 같다.
어투에서 느껴지는 것이 그렇다.
귀국하려는 것이 가족 간의 불화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네, 회사 설립에 소요되는 시간도 있으니 상관없습니다.”
“저도 미국 회사의 일을 정리하고 오겠습니다.”
김은후 역시 미국 생활을 정리하겠다고 한다.
“그럼, 이력서 가지고 한 번 더 보도록 하죠. 가능하면 채용과 관련해서 계약을 해 두는 것이 두 분에게는 좋지 않겠습니까?”
이들이 미국에 갔다 온 후에 채용을 번복하면 두 사람은 황당해진다.
두 사람이 요구해야 하는 일을 태영이 먼저 제시하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혹시 회사에 지분 투자를 하고 싶으시면 말해 주세요.”
“자본금을 어느 정도?”
“지금 예정은 5백억으로 시작하려 합니다.”
태영의 말에 두 사람이 마주 보았다.
생각보다 자본금이 컸던 모양이다.
“저가 빈털터리라…….”
박순현이다.
빈털터리라고?
왜?
사람들은 모두 얼굴과 행동에서 풍기는 나이가 있다.
그 기준으로 봤을 때, 박순현은 50대 초반이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소지한 사람으로 기술 분야에 종사해 왔다.
그런데 빈털터리?
의문이 들었지만, 여기서 확인할 일은 아니다.
“김 박사는 어떻습니까?”
“저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김은후가 머리를 긁으며 답한다.
직장 생활한 지 오래지 않았으니 그만한 돈이 있을 리 없다.
부친이 유산을 남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돈은 없다는 말이다.
송재혁도 머뭇머뭇한다.
“세 분에게 1억씩 빌려 드리죠.”
“네?”
태영의 말에 깜짝 놀라 눈이 동그래진다.
“이자는 형식적으로 1%로 하고, 유 부장님, 그렇게 처리해 주세요.”
“네, 사장님.”
한쪽에 말없이 앉은 유제범이 답했다.
“네, 감사합니다.”
“저는 잠시 나서서 몇 가지 준비해 오겠습니다.”
유제범이 자리에서 일어섰고, 문을 열고 나갈 때 누나의 얼굴이 잠시 보였다.
{심 대리, 회의 언제 끝나요?}
{곧 끝날 것 같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래요.}
누나와 심 대리의 대화가 들리는데, 누나의 언성이 약간 올라가 있다.
“자 그럼, 우리 유 부장님과 일을 좀 마무리하십시오. 저는 잠시 일을 보고 오겠습니다.”
“네.”
태영은 회의실을 나와 사장실로 들어갔다.
누나가 뒤따라 들어왔다.
“저 사람들 누구?”
의자에 앉으며 묻는다.
“그 왜 탄소.”
“아, 거기 직원들?”
“응, 두 사람은 미국에서 그 분야에 일을 하던 사람인데, 귀국해서 국내에서 일하고 싶은가 봐. 그런데 왜?”
“아, 그렇지. 공정 거래 위원회라고 하면서 독과점이래나 뭐 이상한 소리해서, 혹시 너에게도 연락 왔어?”
“독과점?”
“따지고 보면 우리밖에 없긴 하잖아?”
“우리밖에 없다고 독과점인가?”
“나는 법을 잘 모르니까.”
“아무튼 어느 부서에 이름이 뭔데?”
“글쎄, 그걸 말해 주지 않고, 방문하겠다고 하더라. 이거 좀 이상하지?”
“그래, 확실히 이상하네.”
“송이길에 자문을 구해 봐야겠네.”
“그래.”
“폰에 연락처 남아 있지?”
“응.”
“내게 좀 보내 줘.”
“그래, 간다.”
누나는 즉시 태영에게 그 전화번호를 문자로 보냈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데 번호가 휴대폰이 아닌 유선 전화이다.
“위니, 이 번호의 주인을 좀 확인해 봐. 휴대폰 번호 알아내면 인태프 심고 내게도 알려 주고.”
[네, 마스터.]~딸깍~
앞서 나간 누나를 따라 사무실로 나오는데, 회의실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나왔다.
누나의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던 김은후의 시선이 그대로 멈추었다.
누나의 발걸음도 잠시 멈추었다.
“혹시, 최……서영 씨?”
가만히 바라보던 김은후가 누나의 이름을 천천히 불렀다.
“그…… 아, 김은후 씨?”
누나도 잠시 기억을 더듬다가 김은후의 이름을 불렀다.
둘이 알아?
한 사람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의 회사에서 일했다.
하지만 누나는 미국에 가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아는 사이야?”
“어…… 그게.”
“왜?”
“응, 2년 전에 모임에 갔다가 만난 적이 있어.”
“네, 맞습니다. 그럼 혹시 두 분은?”
누나의 말에 김은후가 물었다.
“동생이에요.”
“아, 그때 군에 간 동생이 있다고 했던 그 동생분인가요?”
“네, 맞아요.”
“그렇구나.”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태영에게 왔다 갔다.
“혹시 탄소 포집?”
“네, 오늘 채용되었습니다.”
“아, 축하해요. 그리고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누나가 김은후에게 손을 내밀었다.
김은후는 누나가 내민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두 사람이 사용하는 존칭의 격과 이름 뒤에 ‘씨’를 붙이는 것.
그것만으로 본다면 친한 사이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저야말로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때 많이 아쉬웠거든요.”
“그랬나요? 그런데 어떻게 한국으로?”
둘이 보이는 이 분위기는 뭐지?
특히, 김은후가 보이는 이 말투에는 반가움이 넘쳐흐른다.
언젠가 누나에게 남친에 대해 물었을 때, 말투에 그리움이 묻어나왔던 검은 머리 미국인이 있었다.
그 사람이 김은후일까?
그렇다고 해도, 2년이나 지났다.
얼굴은 기억한다고 해도 이름까지?
단 한 번의 만남이라고 했었다.
그 사람이 맞으면 그만큼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는 뜻이리라.
“어머니 옆에 있으려고요.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했는데, 이렇게 연결되었습니다.”
“아, 네, 잘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왔다는 말은 피해 간다.
“그럼 또 뵐게요.”
그렇게 말한 누나는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스쳐 지나가는 지극히 짧은 순간에 유리창에 반사된 누나의 얼굴이 보였다.
알 듯 모를 듯 맺힌 미소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