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07
152. 사이니지(1)
“주변이 시끄러운 이유가 그놈이 소리 지르는 것입니까?”
[네, 출입구 앞에서 산업부 직원이 발광을 하고 있습니다.]표현 굿.
“주변에 송 대표 있습니까?”
[아닙니다. 대표님은 산업부에 확인해 보겠다고 사무실로 올라가셨습니다. 지금 여기는 1사업본부 김 이사님과 직원 몇 사람이 있습니다.]송 대표도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으니 확인해 보겠다고 했을 것이다.
“보안 팀에서 출동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능하니까, 정식 루트로 보안 팀에 요청하라고 하세요. 몸싸움은 하지 말구요.”
[알겠습니다.]“산업부 직원과 외국인 둘, 사진 찍을 수 있습니까?”
[조금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분위기가.]“지금 장소가 출입 대기실인가요, 아니면 준비실인가요?”
[준비실입니다.]출입 대기실에서는 2개의 지문을 인식시키고 입구 대기실로 들어갈 수 있다.
이때, 다른 사람과 동행이 가능하다.
입구 대기실에서 에어 샤워를 통과하여 준비실로 들어가는 과정은 아무런 인증 절차 없이 가능하다.
그러나 준비실에서 젠하우스로 들어가는 인증 과정은 아주 엄격하다.
젠하우스로 가기 위한 에어 샤워 부스의 문이 닫힐 때까지 지문 인식 장치에서 손을 빼도 안 되고, 안면 인식 카메라에서 얼굴을 돌려도 안 된다.
젠하우스 입구의 에어 샤워 부스는 공간이 아주 넓다.
그러나 오직 한 명만 들어가야 다음으로 진행된다.
누군가가 출입자의 뒤에 숨어들면 문은 닫히지 않고 다음 동작도 하지 않는다.
즉, 정당한 출입자로 등록되기 전에는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도록 되어 있다.
“알겠습니다. 일단 산업부 직원의 이름과 소속 부서를 한번 슬쩍 물어보세요. 물론 거짓일 수도 있지만.”
[넵, 사장님.]사진 이야기는 일부러 한 것이다.
CCTV에 찍힌 사진을 가져오면 된다.
터니엔디의 공용 공간에는 조금의 사각도 없이 CCTV가 지켜보고 있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통화를 종료하자 조영희 사장이 물었다.
“산업부 직원이라고 하면서 외국인을 데리고 와서 생산 현장 참관을 시켜 달라고 한답니다. 사전 연락은 없었구요.”
“거 무슨 말도 안 되는…….”
“우리 제품을 대놓고 복제하겠다고 큰소리치던 놈들이 있었습니다.”
“앳윌하고 어피션 시리즈를 말이지?”
“네, 모두 특허를 내지 않았죠.”
“아, 그게 특허가 없다는 이야기는 들었지. 왜 안 내고?”
“특허 기간이 만료되면 기술을 공개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우린 공개할 생각이 없구요.”
“아, 혹시 복제가 불가능?”
“네, 불가능합니다.”
“대체 어떻게 복제가 불가능하지? 정말 궁금해.”
“아마,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복제를 해 보려고 시도하지 않은 곳이 없을 겁니다.”
“그렇겠지?”
“제품이 나온 기간이 있으니, 그사이에 복제해 보려고 온갖 짓을 다 해 봤을 테고.”
“그럼?”
“도저히 복사를 할 수가 없으니 저런 식으로 접근하고 있을 거라는 거죠.”
“그럴 수 있겠네. 여하튼 하는 짓거리들은.”
“잠깐 한 통화만 더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두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박원규에게 전화를 했다.
[아, 사장님.]“5팀장에게 이야기 들었습니다.”
[네, 대응 수위를 어느 정도 해야 하나 그것 때문에 전화 드린 것이었습니다.]“일단, 소속 부서와 이름을 알아 두라고 했는데 꼭 알 필요는 없습니다. 나중에 CCTV 영상으로도 누구인지 확인 가능하니까요. 그냥 원칙대로 대응하세요.”
[알겠습니다.]통화를 끊고 자리에 앉았다.
이제 대화를 끝내고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CCTV에 찍힌 것으로 누구인지 알아?”
물어온 사람은 조영희 사장이다.
“네.”
“어떻게?”
“혹시 중국의 안면 인식 기술 들어 보셨습니까?”
“중국이 그 부분에서 앞서 있나?”
역시 세대가 다르니 그런 부분에는 인식이 다르다.
“휴대폰 개통할 때, 얼굴 사진 찍어서 등록하지 않으면 폰 개통 안 되는 거 아십니까?”
“뭐가 그래? 그런 제도가 있어?”
“네, 중국은 안면 인식 기술을 이용해서 전 국민을 감시합니다.”
“어떻게?”
“중국 땅에서 카메라에 얼굴이 찍히면 중국 정부에서 즉시 압니다. 그리고 중국엔 카메라 없는 곳이 없습니다.”
“뭐?”
“인구수의 절반만큼 CCTV가 깔려 있습니다. 지금도 계속 설치하고 있으니, 아마 인구수를 넘기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게 사실이야?”
“와, 무섭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우리의 CCTV는 범죄 예방이나 방범을 목적으로 하지만, 중국은 거기에 감시용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아니, 그것이 더 중요한 목적일지 모른다.
“감시?”
“우리나라의 CCTV는 안면 인식보다는 모션 트래킹이나 모션 캡처 기능을 주로 사용합니다.”
“그건 나도 알아. 호텔의 CCTV에도 동작 감지 기능이 있으니까.”
“네, 정부에서 카메라에 잡힌 정보를 이용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럴 리가?”
역시 대부분 그렇게 믿는다.
호텔의 CCTV 서버에 들어올 수 없으면 정보를 가져갈 수 없으니 그게 맞다.
그렇지 않은데도 정보가 넘어간다면 누군가가 넘겨주어야 가능하다.
그런 로그를 숨기고 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시스템 서비스를 하는 곳에서는 그 사람이 어디에 갔고, 어디에 있으며, 집은 어디인지 모두 압니다.”
“엑?”
“왜? 무엇 때문에?”
태영의 말에 두 사람은 펄쩍 뛴다.
“지도 앱 사용하죠?”
“사용하지.”
“폰 잠시 줘 보세요.”
조영희 사장은 지문으로 폰의 잠금을 풀어 태영에게 건네주었다.
태영은 너튜브를 띄워 영상 파일 하나를 찾았다.
지도 앱을 켜서 설명해 주는 것은 많은 설명과 이해가 필요하다.
뉴스로 방송된 영상을 플레이시켜서 보여 주면 부가 설명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
“자요.”
조영희 사장은 소리가 크게 나자 잠시 멈추고 이어폰을 찾아서 끼었다.
자신이 어디로 갔으며, 어느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지, 집 위치, 회사 위치 같은 것들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영상이다.
심지어 그것을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공개 정보라는 이야기도 내용에 들어 있다.
“이게 뭐야?”
30초도 지나지 않아 거의 기절할 정도로 놀란다.
“나도 좀 보여 줘 봐.”
박주한 회장도 태영에게 폰을 내밀었고, 똑같이 찾아서 영상을 올려 줬다.
“내 행적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에이, 설마.”
폰을 내밀면서 한마디 해 주었을 때, 그럴 리가 있느냐는 표정이다.
박주한 회장은 이어폰을 끼더니 영상을 플레이시켰다.
회사 앞에서 저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신상 파악은 쉬운 일이다.
메티급의 컴퓨터가 이미 각 사에 설치되어 있다.
방문자들의 정보를 확인하고 추적하며 조회하는데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젠 페사티급 컴퓨터도 나왔다.
지금은 부분부분 출력해서 메타버스 시험용으로 사용한다.
소재 레벨 2가 완성되면 풀세트를 출력할 수 있다.
위니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세계의 모든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이런 개새끼들이.”
30초 정도가 지났을 때, 박주한 회장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CCTV에 찍힌 영상을 보고 누구인지 신상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꼭 찍어서 설명하지 않아도 유추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
“어서 와라.”
회의장으로 예약된 호텔 컨퍼런스 룸 입구에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잡담들을 나누고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오는 태영을 본 오영배가 반긴다.
“잘 지내셨죠?”
“그래, 누구 때문에 잘 못 지냈다.”
“그런데 웬 사람이 이렇게 많아요?”
로비에 보이는 사람만으로도 대략 20명은 넘어 보인다.
장소가 호텔의 컨퍼런스 룸이었기에 사람이 많이 올 거라고 짐작은 했다.
그래도 그렇지.
“이 사람입니까?”
그때 조금 전까지 오영배와 대화 중이던 40대의 사람이 물었다.
“누구……?”
“아, 인사해. 산업부 항방단 고중빈 단장님.”
뭐야?
여기에 공무원이 왜 나와?
그것도 단장이.
항방단이라고 하는 명칭은 줄여서 말하는 것이다.
“최태영입니다.”
“고중빈이오.”
뭔가 조금 쌔하는 느낌인데 뭐 상관없다.
“네, 반갑습니다.”
“듣자 하니 위성 통신을 제안…….”
“단장님, 자세한 이야기는 안에서 PT를 보고 하시지요.”
오영배가 고중빈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걸 중단시켰다.
“그럽시다. 들어 봐야 알 테니까.”
고중빈은 태영을 한번 쓰윽 훑고는 컨퍼런스 룸으로 들어갔다.
“과기부에서는 여러 부처에서 많이 왔거든. 설명 좀 잘해 주라.”
고중빈이 안 보이자 오영배가 귀 가까이 얼굴이 오더니 귓속말하듯 한다.
“에이, 퉤. 퉤퉤.”
태영이 툴툴거리며 귀를 마구 털었다,
“하여튼 버릇하고는.”
“여자가 귓속말해도 간지러울 텐데, 노인이 다 되어 가는 남자가 귓속말을 하면 징그럽지 그럼 달콤해요?”
“어이쿠, 정말. 야, 근데 너 혼자 왔어?”
“또 너? 맞먹기 배틀 한번 해 볼까?”
“야, 야. 내가 잘못했다. 이제 안 하마. 그런데 혼자 온 거냐?”
“여럿이 올 필요 있나요? 그런데 뭘 이리 많이 불렀습니까?”
“내가 그만큼 신망이 있다는 말 아니겠냐?”
“오케이, 인정해 주지 뭐. 아주 자알 났습니다.”
“야이. 에이, 정말.”
“왜요?”
“이 많은 사람들 있는 데서 너랑 싸우지도 못하겠고…….”
“또 너라.”
“아, 아. 실수, 실수. 최 사장이랑 다투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않겠어?”
놀리는 맛이 제법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이쪽을 자꾸 쳐다보고 있다.
거기다 한쪽에서 제법 고급 져 보이는 카메라를 거치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 놀리기 끝.
“기자나 방송사 안 불렀죠?”
“왜?”
“그 사람들 왔으면 그냥 가려구요.”
“아……, 당연히 안 불렀지.”
그럼 저 큰 카메라는 뭐야?
아주 수상한데?
“잠시 화장실 좀.”
“그래, 갔다 와.”
태영은 크로스백과 등에 백팩을 그대로 메고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위니, 방송국이나 신문 기자 왔어?”
[정보 조회 시간이 걸리겠지만, 5명이 기자 또는 방송사 취재원으로 예상됩니다.]“디액터를 가방에 넣어 왔으니까, 카메라 모두 동작 중지시켜 줘. 혹시 노트북 사용하면 그것도 모두.”
디액터는 전자 기기의 동작을 멈추게 하는 장비다.
전자 기기는 내부에 전자기 펄스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바로 EMP가 전자기 펄스다.
디액터는 전자기 펄스를 조절하여 전자 기기의 동작을 정지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원리는 이해하지 못한다.
미래의 지식과 과학 부분에서 위니가 그렇다고 하면 맞다.
[개시 시점이 필요합니까?]“내가 컨퍼런스 룸 안으로 들어가면.”
[네, 마스터,]컨퍼런스 룸으로 들어가기 전에 찍힌 사진은?
말하는 것을 머릿속으로 기억했다가 기사로 작성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건 어쩔 수 없더라도 사진은?
“컨퍼런스 룸에 들어가면 이미 찍은 것들 삭제, 컨퍼런스 룸 안에서는 휴대폰 기능 정지.”
[네,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화장실로 들어서니 두 사람이 볼일을 보고 있다.
위니에게 말을 시키기 위해 화장실에 온 것이니 더 할 일은 없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는 페이퍼타월을 뽑아 손을 닦았다.
적당한 시간을 지체한 후에 다시 나왔다.
“들어가지.”
태영을 기다리고 있던 오영배가 앞장섰다.
명찰에 ‘Security’라는 글씨가 크게 새겨진 카드 목걸이를 걸고 있는 보안 요원이 문을 열어 준 다.
“허, 많이도 왔네.”
눈에 보이는 사람의 숫자는 40여 명이다.
아직 일부는 밖에 있으니 50여 명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위성 통신 사업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나?
“뭐 하나 설치를 할게요.”
“설치?”
“네, 저기 천장에 매달린 빔 프로젝터 사용 안 할 거니까 꺼 주면 되는데, 누굴 불러서 시키죠?”
“저거 사용 안 하면 앳윌플레이 따로 가져왔어?”
“아니오, 디지털 사이니지를 가져왔죠.”
“그게 들고 올 수 있는 물건이 아니잖아?”
“보통은 그렇죠?”
“에이, 너라는 놈은 나도 모르겠다. 알아서 해 봐라.”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할 건데?”
“또 ‘너’라고 해서?”
“당연하지.”
“에이, 에이. 미안해.”
오영배와 적당히 친해졌음에도 ‘너’라고 부르는 것을 예민하게 막는 이유는 간단하다.
오영배가 부르는 ‘너’는 친구가 아니면 아랫사람이다.
태영이 친구일 리가 없다.
다른 사람들이 ‘최 군’으로 부르는 것은 어린 사람이지만 인격적으로 대하는 의미가 들어 있다.
‘최 사장’으로 불려야 동급이거나 거래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거기, 이리 좀 와 보세요.”
오영배가 누군가를 불렀고, 작은 목소리로 지시를 했다.
그는 노트북이 있는 책상으로 가더니 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시 후에 빔 프로젝터는 꺼졌다.
실내등이 아직 환해서 컨퍼런스 룸 안은 밝다.
태영은 노트북이 놓인 자리로 갔다.
노트북 앞에 앉은 사람은 자신의 노트북이 왜 안 되는지 이것저것 만져 보는 중이다.
{왜 안 되지, 갑자기?}
{아, 그거 이상하네. 방금까지 문제가 없었는데.}
중얼거리며 전원 스위치를 길게 누르는 모습도 보인다.
“같이 써도 되죠?”
“네, 사용하십시오.”
“노트북은 쓰지 않을 거니 공간만 좀 확보해 주시면 됩니다.”
“네, 갑자기 노트북이 죽어서 사용이 안 됩니다.”
노트북 앞에 앉았던 사람은 한쪽으로 노트북을 밀고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태영은 크로스백을 벗어서 의자에, 백팩은 테이블 위에 놓았다.
백팩에서 꺼낸 검은 상자.
거의 백팩 크기만큼 크다.
검은 상자의 상단에 있는 약간 오목한 부분.
두 손의 엄지를 대자 중앙에 불이 들어오더니 LCD창에 불이 들어오고 글씨가 나타났다.
‘디바이스 설치’, ‘위치 조정’, ‘종료.’
노트북을 보고 있던 사람이 시선을 그쪽으로 주었다.
‘디바이스 설치’를 눌렀다.
노트북 액정처럼 뚜껑이 천천히 젖혀지며 열렸다.
안에는 모양이 동일한 작은 사각 물체 10개와 모양이 다른 한 개가 보관 상자 속에 들어 있다.
열린 뚜껑의 안쪽은 LCD창이다.
음성이 흘러나왔다.
{저게 뭐지? 재미있는 장비네.}
{뭘까? 무지 궁금하다.}
뒤쪽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노트북 앞의 사람은 눈이 두 배쯤 커졌다.
태영은 보관 상자를 들고 컨퍼런스 룸에서 발표자가 서야 할 장소 중앙으로 갔다.
호텔 컨퍼런스 룸이기에 별도의 단상은 없이 스탠드 마이크 한 개만 있다.
중간 부분에 ‘센터 디바이스’라고 된 것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전후좌우를 움직이면서 10개의 ‘사이드 디바이스’를 적절한 위치에 내려놓았다.
보관 상자를 원래 있던 곳에 끼워 넣자 ‘위치 조정’이 밝아진다.
음성 이후에 11개의 디바이스 상단에 오렌지색의 등이 켜졌다.
그리고 그것들이 조금씩 움직였다.
센터 디바이스는 사이드 디바이스의 움직임에 따라 조금씩 위치를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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