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08
153. 사이니지(2)
“그건 대체 뭐냐?”
태영이 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오영배가 물었다.
오영배 외에도 자리에 앉았다가 일어나 이쪽을 보는 사람이 많다.
아예 앞으로 나오는 사람도 있다.
“휴대형 디지털 사이니지.”
“그 이야기는 아까도 했고, 대체 뭐 하는 물건이야?”
“말을 해 줘도 되묻는…… 그냥, 잠시 후에 눈으로 보세요.”
“에이, 알았다.”
오영배는 묻기를 포기한 듯 팔짱을 끼고 섰다.
대그룹의 회장쯤 되면 체면도 좀 지키고 할 것이지 저렇게 촐싹거린다.
{저게 뭐야.}
{자동으로 뭐가 막 움직이고 저 끝에 불빛 봐.}
소곤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소리가 들리면서 ‘위치 조정’이 깜박거린다.
그 위에는 ‘고정’, ‘위치 변경’, ‘종료’ 메뉴가 떠 있다.
“고정.”
현재의 자리가 각 디바이스의 자리로 고정되었다는 말이다.
메뉴가 바뀌었다.
‘영상 크기’, ‘밝기’, ‘소리 크기’
음성이 흘러나오고 메뉴가 보였다.
“10센티.”
컨퍼런스 룸은 천장이 높다.
5미터는 될 것 같다.
“4미터.”
그 음성이 끝나면서 센터 디바이스가 밝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이드 디바이스가 응답하듯 빛이 났다.
디바이스가 설치된 영역의 가운데로 안개 같은 빛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곳이 네온사인처럼 천천히 빛나기 시작했다.
{헉, 저게 뭐야?}
{어어어, 정말 뭐야?}
{저거 홀로그램이…….}
{홀로그램 맞아. 그런데 뭐가 저렇게 커?}
{와아아.}
소란에 상관없이 빛의 안개는 바닥 10센티 위치에서 시작해서 천막을 치듯 위로 솟아올랐다.
빛으로 형성된 초대형 사각 어항이 만들어졌다.
“구형.”
태영의 말이 끝나자 ?瑛絹?디바이스 몇 개가 슬슬 움직였다.
사이드 디바이스의 움직임에 따라 사이니지의 귀퉁이가 슬슬 줄어들며 모양이 바뀌기 시작했다.
수초 후, 커다란 계란처럼 보이는 타원형의 구체로 변했다.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영화도 아닌데, 대체.}
{그래, 영화 같은 현실이네.}
{와, 진짜 미쳤다. 저런 것이 있었어?}
태영은 의자에 놓인 크로스백에서 패드를 꺼냈다.
사이니지와 연결하고 통신 위성을 소개하는 프로젝터 파일의 메인 페이지를 띄웠다.
“조명을 좀 줄여 주면 좋겠는데요.”
노트북 앞의 사람에게 말했다.
“어?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야, 빨리.”
담당자가 대답을 했지만, 오영배가 재촉했다.
오영배의 표정은 완전히 넋이 나갔고, 컨퍼런스 룸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진짜 사이니지 맞네.}
{저런 디지털 사이니지 본 적이 있어?}
{없지. 지금 저건 홀로그램화 한 완전한 3D 사이니지잖아?}
{저것을 어떻게 만든 거지?}
{터니테크 가고 싶다.}
{나도, 나도.}
{꿈 깨라.}
남들이 들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모두 숨을 죽이고 조용하게 서로 속삭인다.
{야, 그런데 이거 왜 촬영이 안 돼?}
{나도 안 돼.}
{전화 통화도 안 되는데. 문자도 안 되고?}
카메라를 들었던 사람은 한참 전부터 이것저것 만지기 시작했었다.
폰으로 이 모습을 찍으려던 사람들은 이제야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된 듯하다.
위니가 제대로 막은 모양이다.
{밖에 나가서 해 볼까?}
{그래, 잠시 밖에 나가서 해 보자.}
사이니지를 가지고 온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현재 시판 중인 제품 생산은 터니엔디가 하고 있다.
그래서 공장에는 태영이 생각하는 것들을 시험적으로 만들어 볼 수 있다.
그래도 사이니지는 직원들이 퇴근한 후에 출력했다.
테스트는 집으로 가져가서 이새봄과 함께했다.
이새봄의 완벽한 이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리얼판타즈의 ‘메타 하나’ 플랫폼 광고를 이 사이너큐브로 할 예정이니까.
컨퍼런스 룸의 불들이 꺼지고, 간접 조명만 남았다.
컨퍼런스 룸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이곳으로 모였다.
숨소리도 거의 나지 않는다.
그만큼 충격일 것이다.
태영은 ‘밝기’를 터치했다.
밝기, 명도, 채도, 휘도, 색조, 대비의 6가지 메뉴가 나타나면서, 하단에 가로줄이 생겼다.
가로줄 위에는 원이 하나 있다.
손끝을 원에 대고 좌우로 움직이자 사이니지의 영상이 밝아지고 어두워졌다.
‘밝기’라는 것은 광량으로 표현하는 루멘과 같은 순수한 밝기이다.
“오디오 연결은 어떻게 하나요?”
노트북에 PT를 띄우거나 영상을 띄우면 컨퍼런스 룸 내부의 오디오로 음향이 송출된다.
“여기.”
직원은 동작하지 않는 노트북을 덮어 버리고, 거기에 연결된 잭을 뽑아 태영에게 내밀었다.
블루투스로 연결하지 않고, 선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사이너큐브 본체에 꽂았다.
‘소리 크기’를 터치했다.
~띠리리리링~
수초 간의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음량 조절 샘플링이다.
볼륨 라인에서 적정하게 조절하고 마무리 지었다.
“돌아 버리겠다, 진짜.”
오영배가 입을 부풀리면서 말했다.
“안 말리기는 할 거지만, 왜요? 이유나 들어 봅시다.”
“아니, 네가 재수 없어서 안 돌 거야.”
“그럼 좋구요.”
“이게 디지털 사이니지. 이걸로 PT할 거야?”
“네, 그렇지 않으려면 이걸 왜 펼칩니까?”
“3D로?”
“네, 실감 나게.”
“와, 진짜 돌아 버리겠다. 이거 내가 하면 안 되나?”
이걸 갖고 싶다는 것이 아니다.
사이니지 비즈니스를 하게 해 달라는 말이다.
“제대로 된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데, 그냥 드리면 안 되죠.”
오늘 회의의 참석자들은 뒤에서 아주 흥미진진하게 오영배와 태영의 대화를 지켜본다.
“사업자 선정?”
“사업 계획을 받아 보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곳으로 선정할 겁니다. 회장님 같으면 나 줘, 하면 옜다 가져라 그러고 주나요?”
“아, 씨 할 말 없게 만드네. 이건 얼마야?”
“가격은 다음에.”
“조금 전에 보니까, 크기를 조절하는 것 같던데, 얼마나 키울 수 있어?”
“이건 실내용 휴대형이라 최대 용적 100평방미터.”
“엄청나군. 몇 가지나 되는데?”
“실내용, 실외용, 휴대형, 고정형 합쳐서 14종인데 가장 큰 것은 축구장을 덮을 수 있어요.”
“축구장?”
“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이니지를 준비한 것이지, 오늘의 목적은 이것이 아니라 위성 통신이다.
그런데 모두 사이니지에 시선을 빼앗겼다.
“아무튼 오늘 목적한 것부터 하고, 다음 순서로 사이니지 이야기 좀 하자.”
“그러죠. 시작할까요?”
“그래.”
“시작하기 전에 참석자 명단 좀 보죠.”
“그래.”
오영배가 진행 요원에게 손짓을 했다.
“네, 회장님.”
“참석자 명부 있지?”
“네, 있습니다.”
“최 사장님에게 좀 드려.”
“네, 알겠습니다.”
진행 요원은 컨퍼런스 룸 입구에서 수기로 기록한 방명록 용지를 꺼냈다.
“카메라로 찍을게요.”
“네.”
대답을 듣고 폰 카메라로 찍었다.
산업부의 항방단에서 2명, 국토부에서 2명, 과기부에서 무려 9명, 해수부 3명.
정부 기관에서 온 사람만 16명이다.
거기에 직급도 높다.
이들에게도 위성 통신은 중요한 일일 것이다.
위성 통신은 정부의 허가, 국제기구의 협조가 필수적인 영역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이들이 참석한 것이 다행이다.
통신 사업자는 티엘 통신 포함 12개사에서 32명이다.
합치면 48명.
많이도 왔다.
오영배가 어떻게 꼬셨든 이 정도 참석했으면 아주 많이 온 것이다.
오영배가 한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단상 한쪽 구석에 준비된 스탠드 마이크 앞으로 한 사람이 다가갔다.
“잠시 후부터 위성 통신 시스템 소개 및 시스템에 관한 PT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참석하신 분들은 착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웅성거림은 여전하지만, 컨퍼런스 룸 안의 사람들은 각각 자리를 찾아 앉았다.
이제부터 PT를 하면 된다.
“지금부터 위성 통신 시스템에 대한 제안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 아니 소개자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질문은 끝에 따로 받을 것이니 가능하면 PT 중에는 질문을 자제하여 주시기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태영을 쳐다본다.
“터니테크 대표 최태영 사장님을 모시겠습니다.”
~짜자자작~
조용한 박수가 나왔다.
참석한 사람들 중에 일부가 박수를 친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터니테크라는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최태영이라고 합니다.”
참석한 사람의 시선은 태영이 아닌 사이니지에 가 있다.
“지금 보고 계시는 영상을 먼저 보시겠습니다.”
태영은 패드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위성 통신 기술 동향 같은 것은 없다.
위성 통신의 목적과 필요성 같은 것은 짧게.
다른 곳에서 추진 중인 방법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
그리고 터니테크가 제안하는 위성 통신 시스템의 소개가 주를 이루었다.
전제 시간은 약 15분 정도.
“자, 영상을 보시고 질문이 많을 것을 알고 있지만, 조금 후에 받기로 하겠습니다.”
모두들 궁금함을 얼굴에 달고 있으니까.
“알고 계시는 내용이지만, 위성 통신을 이용하는 폰의 경우, 위성과의 거리에 따라서 통신 딜레이가 발생합니다.”
이들 모두 그런 정도의 지식은 기본이다.
“우리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통화를 할 때는 통화 딜레이를 느끼지 못하지만, 미국으로 통화를 하면 바로 느끼는 것과 같습니다.”
{맞습니다.}
태영 혼자 떠드는 것이지만, 누군가의 맞장구와 비토는 항상 있다.
“상용 서비스 중인 인세틀의 경우 고도 36,000Km의 정지 궤도에 있어서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위성 전화 하면 인세틀을 떠올린다.
“그래서 미국 스타조인의 경우, 고도 330Km부터 614Km 사이에 무려 4만 개의 위성을 띄운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죠?”
{그렇게 띄워 올리면 그 돈을 어찌 감당해?}
{그럼 전화료가 대체 얼마나 될까?}
수군거리는 소리는 이 분야의 사람이라면 다들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는 평균 250Km 고도에 7,500기의 록시마 위성을 띄워 올려…….”
“추락하지 않습니까?”
고도 이야기를 하자마자 누군가가 큰소리로 물었다.
소개 영상에서 이미 나왔던 내용이다.
저궤도 위성의 최저 고도는 200Km이다.
200Km의 경우에 문제는 심각할 정도로 많다.
궤도 유지를 위해서는 중력을 이겨 낼 수 있는 빠른 속도가 요구된다.
이 빠른 속도는 대기 마찰열과 공기를 밀어내면서 열 압축 효과를 일으킨다.
고도가 높아서 대기가 희박하지만 그래도 열을 무시할 수 없다.
그것을 견뎌 내지 못하는 물체는 모두 불타 버린다.
우주로 쏘아 올린 위성이 대기권 재진입에서 발생하는 것과 동일하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유명한 소설 제목이죠?”
{흐흐흐.}
{위성에도 새의 날개가 있나?}
중얼거림도 들린다.
긴장을 풀어 주기에 적절하다.
“추락하면 위성이 아니죠.”
“어떻게 장담합니까?”
추락 이야기를 꺼낸 사람이 집요하게 물어온다.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비슷한 의문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위성을 어떻게 쏘아 올릴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아니다.
“질문 시간은 따로 있지만, 궁금증이 풀리지 않는 것 같으니 조금만 설명하고 지나가죠.”
{네, 설명해 주세요.}
{좀 알고 지나갑시다.}
{궁금해서 미치겠습니다.}
“자, 여기 사이니지 영상을 보십시오.”
사이니지 속에는 지구와 수많은 위성이 움직이는 영상이 3차원으로 나타나 있다.
“시내에 나가면 디지털 사이니지가 설치된 곳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죠?”
{네, 많죠.}
태영은 사이너큐브를 넣어 온 백팩을 들었다.
“그것들은 아주 넓은 장소와 그에 따르는 꽤 많은 설비들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비싸다고 하던데.}
웅성거림 속에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들린다.
“지금 여기서 보여 주는 이 크고 웅장한 느낌의 이 사이니지, 사이너큐브를 넣어 온 가방입니다.”
“…….”
태영은 말을 하면서 백팩을 들어 올려 슬쩍 흔들었다.
노트북이나 소소한 물품들을 넣어 다니는 크기다.
“이해가 되나요?”
{안 됩니다.}
{안 돼요.}
누군가가 크게 소리쳤고 뒤따라 동조하는 고함 소리도 들렸다.
“제가 이것을 설치할 때 대부분 보신 것 같은데, 맞죠?”
{네, 봤습니다. 납득이 안 되지만.}
{네.}
“혹시 제가 이것을 설치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아시는 분?”
{순식간이었지.}
{2분에서 3분쯤 걸린 것 같은데요?}
{5분 정도 걸렸어요.}
태영도 시간을 잰 것은 아니다.
조명을 꺼 달라고 하고, 꺼지기를 기다리느라 시간이 조금 늘어져서 5분쯤 걸렸다.
“사이니지를 5분 만에 설치한다. 이해되십니까?”
{이해 안 돼요.}
{우리 기술이 그 정도까지나 되었나요?}
{1주일은 걸려야 하지 않나?}
다양한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록시마 통신 위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해하려 하지 마시고, 지금 사이니지를 본 것처럼, 그냥 믿으십시오.”
기술적으로 설득해 봐야 소용없다.
위성이나 통신에 대한 기술적 지식은 오히려 저들이 태영보다 훨씬 많고 그 성취도도 높다.
그러니 지식이 아닌 감성으로 믿게 만들어야 한다.
{하, 진짜.}
{할 말이 없네. 그냥 믿으라니.}
{충분합니다. 계속하시죠.}
태영은 설명을 계속했지만 마무리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데이터 통신과 영상 통화에 대한 설명도 했다.
“이제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손이 10개쯤 올라왔다.
“위성 7,500개를 올릴 것이라 하셨는데, 그것으로 전 세계를 커버할 수 있습니까?”
그중에 한 명을 가리키자 일어서서 질문을 했다.
“어디에서 오신 누구이십니까?”
“아, 영종통신 주형찬입니다.”
참석자 명단에 상무 직책이었던 것 같다.
“일단 스타조인에서 예정하고 있는 위성에 비해 처리 능력이 3,200배 정도 됩니다. 우리 위성 125개이면 그쪽 4만 개와 동일한 처리 능력을 가집니다.”
답이 끝나자 또 여럿이 손을 들었다.
“폰은 어떻게 합니까?”
“설계는 끝나 있습니다. 시험용 위성 10기를 8월경에 완성할 계획입니다. 9월에 쏘아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위성을 올리는 즉시 시험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요금이 비싸겠죠?”
“지금 사용 중인 전화 요금보다 낮게 책정한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와, 뭐야? 더 비싸야 하는 거 아냐?}
{어떻게 더 쌀 수가 있지?}
역시 지금까지의 질문 내용으로 보면,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여기 있는 모두가 그 점에 대해서는 일말의 의심도 없는 것 같다.
“그게, 세계 전역을 통화하는데 현재의 전화 요금보다 싸진다구요?”
손도 들지 않고 마구 질문을 쏟아 낸다.
“네, 확실하게 가능합니다.”
“질문 있습니다.”
“네.”
태영이 그 사람을 가리켰다.
2부